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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전 이달

N년 전 이달 : 4월

과거 작품의 재발견과 ‘역주행’이 빈번해진 시대, “N년 전 이달”은 N년 전 이달에 발매된 고전, 수작, 그리고 문제작들을 되짚어본다.
2026년 4월 ‘N년 전 이달’에는 24년 전 클릭비, 보아, 15년 전 레인보우, 달샤벳, f(x), 14년 전 엑소, 11년 전 방탄소년단, 3년 전 세븐틴에 관한 단평이 수록되었다.

과거 작품의 재발견과 ‘역주행’이 빈번해진 시대, “N년 전 이달”은 N년 전 이달에 발매된 고전, 수작, 그리고 문제작들을 되짚어본다.
2026년 4월 ‘N년 전 이달’에는 24년 전 클릭비, 15년 전 레인보우, 달샤벳, 14년 전 엑소, 11년 전 방탄소년단, 3년 전 세븐틴에 관한 단평이 수록되었다.

24년 전 4월

Click-B 3
DSP 미디어
2002년 4월 3일

조은재: 흥에 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테크노 비트에 처절한 연심을 노래하는 가사가 결합된 '댄스가요'의 시대에 등장한 록 밴드형 아이돌의 앨범. 클릭비가 활동했던 당시는 H.O.T.를 위시로 한 장엄한 비장미가 강조되는 강렬한 댄스팝이 유행하던 90년대에서 훨씬 경쾌하고 청량한 음악들이 붐 업되기 시작한 2000년대로 넘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 과도기에 '밴드'라는 형식을 강조하며 고군분투 해왔던 것이 클릭비의 디스코그래피의 핵심이라 볼 수 있겠다. 타이틀곡 '백전무패'는 클릭비가 꾸준히 해오던 음악적 실험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었는데, 아직도 1세대 아이돌 명곡으로 꼽히며 TIOT 등 후배 아이돌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당시 이미 크게 히트했던 앞선 다른 그룹들에 비해 성과가 아쉽다는 평을 들어왔던 클릭비의 서사가 녹아있어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곡이기도 했는데, 자전적 서사가 반영됐음에도 필요 이상의 자기연민이나 비장함보다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내용, 쉬지 않고 외치는 갱보컬 사이 유려하게 흐르는 '나나나나나' 챈트와 보컬 멜로디가 클릭비의 당시 포지션에 딱 맞는 온도를 찾아들어가 큰 설득력을 보였다. 한편 클릭비는 '리메이크'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그룹이기도 했는데,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리메이크한 수록곡이 '백전무패'에 이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이후 영화 OST로도 인기를 얻은 '보랏빛향기' 등 여러 곡의 밴드적 재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커버나 리메이크는 아티스트 본연의 색깔과 위상이 확고할 때만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클릭비가 어떤 곡이든 클릭비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구현해낼 수 있는 음악적 잠재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아티스트는 '자기 얘기'를 할 때 가장 큰 힘을 갖게 되며, 아이돌 또한 절대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15년 전 4월

So 女
DSP 미디어
2011년 4월 7일

조은재: 타이틀곡은 최근에도 재유행 중인 J-pop식 피아노 하우스곡 'To Me'지만, 앞서 발매한 싱글 'A'와 'Mach' 또한 수록되어 있는 앨범이다. 'A'와 'Mach'는 2010년대 초중반 케이팝의 가장 큰 흐름을 만들었던 프로듀서 스윗튠의 곡이기도 한데, 레이블의 네임 밸류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데뷔 앨범 직후 그룹을 부상시키는 원 투 펀치로 작용해 이후 'Tell Me Tell Me'와 'SUNSHINE'까지의 상승세를 견인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 프로듀서의 영향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이론이 아닌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기에 나온 기념비적 앨범.

핑크 로켓 (Pink Rocket)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1년 4월 14일

퀴비: 2010년 전후로 케이팝의 양적-질적 성장이 가속화되며 히트 작곡가들이 직접 그룹 프로듀싱에 나서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났었는데, 달샤벳 역시 그 예시이다. 달샤벳은 2000년대 후반 이효리 ‘U-Go-Girl’, 소녀시대 ‘Gee’, 명카드라이브(박명수, 제시카)의 ‘냉면’ 등 여러 히트곡을 양산해냈던 작곡진/작곡가* 이트라이브가 데뷔부터 정규 1집 때까지 프로듀싱을 도맡았던 그룹이다. (*본래 안명원, E.D 2명으로 구성된 듀오였으나, 2011년 경부터 안명원 홀로 활동한다.)
이트라이브의 전매특허는 파스스 분무(噴霧)되는 서늘한 전자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일렉 기타를 위시한 빽빽한 사운드로 파도치듯 몰아치는 청량감을 구현하는 스윗튠과는 상반된 접근법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운드에 근거해 그(들)의 곡은 때로는 상쾌한 고양감을, 때로는 시릿한 떨림을 빚어낸다. 소녀시대 ‘Gee’, 슈퍼주니어 ‘너라고’와 같은 노래는 이 두 감성이 한 데 녹아든 이트라이브의 정수로 손꼽을 만하다.
달샤벳의 두 번째 타이틀곡이었던 ‘Pink Rocket’은 첫 타이틀곡 ‘Supa Dupa Diva’만큼 대중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으나, 앞서 언급한 이트라이브의 두 대표곡에 비견될 만큼 그(들)의 정수가 담긴 곡으로 평가될 만하다. 흡사 텔레비전의 전자기 노이즈가 낀 듯한 사운드 디자인은 작곡가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하더라도 꽤나 유난스러운 질감을 지녔는데, 이는 ‘사랑의 로켓’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마치 우주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듯한 신비로운 공간감을 자아낸다. 전반적으로 킥 드럼을 비롯한 저음역이 약하고 중-고음역의 신스가 두드러지는 배음은 이러한 부력(浮力)을 더욱 강화해주고 있다. 7도 음으로 시작하거나 맺어지는 멜로디 역시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악곡은 갑작스런 사랑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사의 내용과 조응한다. 두둥실 떠오른 설렘이 후렴구의 “핑크 로- 켓!” 하고 터져나오는 사운드에 난파되는 그 짜릿한 감각 때문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곡을 계속해서 꺼내듣게 되는 것 같다. 화사하지만 그만큼 유약하고, 불안하지만 그만큼 스릴 있는, 소녀의 이상야릇한 격정이다. 이트라이브의 '걸 팝'을 이야기할 때 소녀시대 'Gee' 만큼이나 회자될 만한 곡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14년 전 4월

MAMA
SM 엔터테인먼트
2012년 4월 9일

마노: 퀴비가 정리하고 정의 내린 '아이돌 세대론'에 의하면, "3세대는 '케이팝의 탈영토화'가 본격화된 세대"이고, "국경의 속박에서 벗어난 콘텐츠를 추구"하는 경향과 함께 "프리-데뷔 프로모션과 ‘세계관’을 앞세운 스토리텔링 전략이 보편화"되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이른바 '3세대의 기수'가 바로 엑소였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 조심스레 단언해본다.
2026년 현재는 별도의 구분 없이 소위 '완전체'로서 엑소라는 명의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초에는 한국과 중국에서의 현지화 전략을 겨냥하며 각각 엑소-K와 엑소-M이라는 별도의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기획의 청사진이었다. 이를테면 본작은 그 청사진의 태초에 존재하는, 이들의 세계관식으로 비유하자면 '생명의 나무'가 아직 묘목이었을 시절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국어와 중국어라는 언어 뿐만 아니라, 보컬 파트 구성 등에 있어서도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엑소-M의 동명 발매작까지 아울러서 다룸이 마땅하나, 편의상 여기서는 엑소-K의 발매작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가슴이 우월, 아니 웅장해지는 콰이어 합창으로 운을 떼고는 절규하는 듯한 고음으로 인트로를 장식하는 타이틀곡 'MAMA'는 누가 보아도 당시의 유영진이 시그니처로 내세우던 '유영진식 SMP'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사이버 세계에서의 폭력 반대'라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더해지면, 혹자들에게는 1세대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을 터. 그러고나서 곧바로 이어지는 R&B 발라드 'What Is Love'는 곡 구조나 무드가 '유영진표 R&B'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다, 디오와 백현의 보컬마저 너무도 '본토'식 정통 창법인지라 팬덤 사이에서 반 우스개로 회자되곤 하는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들'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되고 만다. 선공개곡이었던 'History'에는 동방신기의 '주문-MIROTIC', f(x)의 'NU 예삐오', 샤이니의 'Sherlock·셜록 (Clue + Note)' 등 유수의 히트곡에 손댄 바 있는 Thomas Troelsen이 참여했고, 작사가 조윤경이 빚어낸 아름답고 유려한 노랫말이 돋보이는 '너의 세상으로'는 '인간을 동경하는 천사 시점의 독백'이라는 서사를 통해 아이돌 특유의 판타지성까지 빠짐없이 챙겨주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수록곡이 매우 준수한 수준인데 비해, 데뷔 초창기의 다소 설익은 랩 수행력이 아쉬운 '두 개의 달이 뜨는 밤'이나 멤버들 특유의 보컬 그루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각지게 깎아버리는 패착으로 곡의 퀄리티를 살리지 못한 'Machine' 같은 곡이 앨범 후반부를 루즈하게 만들고 만다. 무엇보다 앨범 전체 퀄리티를 가장 크게 저하한 것은 트랙 배치 순서인데, 누가 봐도 콘서트 엔딩곡 재질인 '너의 세상으로'가 맨 마지막 곡이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예나 지금이나 지울 수가 없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두 번째 트랙 'What Is Love'의 여운을 바로 다음 트랙인 'History'가 별안간 분절시키고 만다는 인상이 강해서, 마무리감이 매우 아쉬운 앨범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두 개의 달'이었던 엑소-K와 엑소-M은 결국 엑소라는 하나의 울창한 나무가 되어 후에 산업 판도를 뒤집어놓은 '게임 체인저'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는 점에서, 본작이 기억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11년 전 4월

화양연화 pt.1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9일

예미: “화양연화 Pt.1”은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있게 한 시작점이다. 이 앨범은 보컬 라인을 내세운 서정적 팝과 이에 어울리는 비주얼로 애잔한 청춘의 면모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하는 동시에, 힙합을 기반으로 각 멤버의 개성과 그룹으로서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본래의 접근법을 유지하면서, 왁자지껄한 한편 진지하고 고민 많은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냈다. 앨범 한 장으로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동시대 힙합과 EDM 등 거친 질감의 장르 음악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는 사운드와 뚜렷한 탑 라인으로 가요적 정서를 전달하는 송라이팅,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비주얼과 안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기량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당시 케이팝 씬에서 손꼽히게 훌륭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8.4억 조회수를 기록하는 수록곡 ‘쩔어' 뮤직비디오 의 성공을 기점으로, 방탄소년단은 거친 장르 음악 위에 일사불란한 군무를 올려 만든 에너지로 유튜브에서 청자를 끌어들인 뒤 스토리텔링 연작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청자를 ‘덕후'로 만들어내며 거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이렇게 확립된 방탄소년단의 활동 방식은 케이팝이 서구 시장을 개척하는 패턴으로 자리잡아 지금의 케이팝을 세계적 스케일로 키워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당신이 처음 접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호령하고 스타디움 투어를 도는 ‘BTS’라면, 그 밑바탕을 이룬 ‘화양연화'라는 앳된 열정을 한번 돌아보자.

3년 전 4월

FML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24일

조은재: 활동 9년차에 나온 10번째 미니 앨범답게 그룹의 커리어 전환과 레퍼토리 갱신을 훌륭하게 해냈던 명반. 모든 수록곡이 이전까지의 세븐틴의 레퍼토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규모감을 확장하거나('FML', '손오공', 'April shower') 좀 더 명료하게 다듬으면서('Fire', 'I don't Understand But I Luv U', '먼지') 진일보했다. 특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손오공'은 세븐틴의 커리어 하이를 갱신해낸 히트곡으로, 만화적으로 공상적인 표현들이 특징적인 곡이다. 만화의 컷 분할처럼 전환되는 비트와 다소 유치할 정도로 직관성을 극대화 한 가사, 그리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에너지를 자랑하는 메가크루 퍼포먼스까지, 비현실적이라서 믿기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너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손오공'은 세븐틴이 케이팝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포지션 덕분에 설득해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13명이나 되는 미소년이 일제히 미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어디서 또 볼 수 있겠는가. 이 비현실성이 세븐틴이 주는 근본적인 미학이며, "FML"은 세븐틴이 그런 그룹임을 한 번 더 힘주어 말하는 앨범이다. 감히 '4월의 타이틀곡'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은 'April shower'라는 환상적인 곡이 아우트로를 장식하고 있기에 더욱 세븐틴, 그리고 케이팝을 말할 때에 빠뜨릴 수 없는 앨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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