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 멤버의 홀로서기 관련 이슈가 눈에 띈다. 4월 3일, NCT 마크가 데뷔 10년 만에 SM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소속 그룹인 NCT 탈퇴를 선언했다. 앞선 3월 10일, 엔하이픈은 희승의 탈퇴와 함께 6인 체제로의 재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NCT 마크는 탈퇴 소식 이후 개인 SNS에 자필 입장문을 통해 “정말로 그 꿈의 정확한 완성된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여 “다이빙을 하고 싶게 되었다”라고 하며 본인의 음악적 목표에 대한 고민의 일환으로 전속계약 종료 및 탈퇴를 조심스레 밝혔다. 엔하이픈 희승은 공식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개인적인 작업을 이어”온 것을 언급하며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들을 회사와 공유하며 (중략)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끝에 회사가 제안해 주신 방향에 따라 엔진 여러분께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큰 결심”을 내렸다고 자필 편지로 독립 이유를 알렸다. 아티스트 스스로 그룹의 일원이 아닌 본인의 커리어 혹은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그룹 탈퇴를 꺼내는 선택은 팬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들과 같은 선택을 ‘아이돌의 독립’으로 이름 붙이려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독립은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이돌과 독립을 함께 언급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조건을 덧붙인다. 1. ‘아이돌’은 그룹 활동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아이돌-아티스트여야 한다.(이 글은 아이돌 그룹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2. 아이돌의 ‘독립’은 기존 그룹이 유지되는 상태나 활동 종료 이후의 홀로서기 모두를 총칭한다. 3. ‘아이돌의 독립’은 커리어를 비롯한 개인 인생사에 변화를 주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렇게 아이돌의 독립으로 묶을 수 있는 활동에는 앞서 언급한 ‘탈퇴’와 더불어 ‘솔로 활동’, ‘결혼’, ‘은퇴’ 등을 언급할 수 있겠다. 팬덤에게는 충격과 신선함, 때로는 슬픔을 선사하는 그들의 선택을 조명해 보려 한다. 순서는 연예 활동에 가깝고 먼 순서로 시작하겠다.
1) 솔로 활동
솔로 활동이야말로 아이돌 독립 활동 중 가장 온건한 방식이지 않을까? 아이돌 그룹의 연차가 쌓일수록 쉽게 기대하는 활동은 솔로 활동이라 볼 수 있다(이 글에서는 ‘개인’을 강조하기 위해 유닛보다는 솔로 활동 자체에 집중하겠다). 솔로 활동은 그룹 사이에서도 빛을 발하던 개인의 개성을 더 드러내는 발판이다. 대중에게 이미 각인된 원 그룹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컬, 댄스, 연기 등 대중에게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개인의 매력을 비교적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보컬) 소녀시대 태연, 에이핑크 정은지 / (댄스) 블랙핑크 제니, BTS 정국 / (연기) miss A 출신 수지, 엑소 도경수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그룹의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아쉬운 경우, 예를 들어 제국의 아이들 황광희, 카라 한승연처럼 예능 활동으로, 혹은 우주소녀 다영처럼 원 그룹의 색깔과 확연히 다른 음악 활동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그룹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시도한 솔로 활동에 유의미한 성과를 얻는다면, 연차가 쌓이거나 군백기 등으로 컴백 주기가 길어질 때 그룹의 색채를 유지하는 연장 활동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한편, 전속계약 만료 혹은 프로젝트성 그룹 활동 이후 솔로 활동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이달의소녀 출신 이브, 여자친구 출신 유주 / 후자는 아이오아이 출신 전소미,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아이돌의 솔로 활동은 본인만의 독자적인 활동을 위한 초석으로도 비치지만, 그룹 활동과 공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독립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2) 결혼
업무와 연관관계가 있는 솔로 활동, 탈퇴와는 달리 결혼은 개인적 이슈라 다소 의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에게서 가장 치명적인 이슈는 개개인의 사생활 영역, 그중 열애설에서 발생한다. 아이돌이 팬덤에게 제공하는 유사 연애적 판타지(부정하지 말자)와 전면 충돌하는 이슈이기도 하거니와 꿈(가수 데뷔, 그룹으로서의 성공 등)을 위해 같이 노력하는 아티스트-팬덤 관계에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티스트-팬덤 관계는 2010년대 ⟨프로듀스 101⟩을 기점으로 팬덤의 위치가 아이돌 그룹 및 멤버의 커리어에 관여하는 ‘프로듀서’ 역할이 부여되면서 더 공고화되었다. 프로듀서 지위를 받아 아티스트 개개인을 향한 관심도가 높아진 마당에 아이돌 멤버의 연애는 아티스트-팬덤이 은연중에 공유하는 팀플레이와 같은 미션(그룹으로서의 성공)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연애는 차라리 헤어지기라도 하지, 결혼은 그룹 및 아티스트 이미지에 큰 변화를 주는 대내외적 선언과 같이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결혼을 밝히는 방식이나 전후 행보에 따라 대중과 팬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원더걸스 출신 선예, 슈퍼주니어 출신 성민, 엑소 첸처럼 현역 활동 중 결혼을 깜짝 발표하거나 결혼 전후의 행보가 그룹보다 개인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경우, ‘팬 기만’, ‘책임감이 없다’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에 반해 그룹 활동 종료 후 발표하는 경우라던가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소녀시대 티파니 등 연애 중임을 밝힌 후 순차적으로 결혼을 발표하거나 성실한 활동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경우 비교적 탈 없이 넘어가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아티스트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이기는 하나, 개인의 대응에 따라 타격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중립적인 독립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3) 탈퇴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있기란 참 힘든 걸까? 2009년 아이돌 표준계약서 규정 이후 아이돌 활동의 활동 기간은 7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보다 더 빠르게 팀을 이탈한다면, 내가 알고 있던 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탈퇴한다 해도 연예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돌-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점차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쉽게 느껴지는 독립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탈퇴이다. 예를 들자면 오마이걸 출신 진이, 브레이브걸스 출신 하윤, 이즈나 출신 윤지윤 등이 있다. 이들은 이전에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활동 중지를 전했고, 이어 탈퇴 소식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으로 인한 탈퇴다. 아이돌의 개인사로는 학교폭력 논란, 활동 불성실, 때로는 범죄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때, 개인사의 치명도에 따라 본인 혹은 소속사의 판단으로 탈퇴를 단행하여 그룹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도 한다(개인사로 인한 탈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양한 연예면과 사회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마지막으로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탈퇴이다. 여기서 탈퇴는 재계약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개인 활동을 더 이어가려는 차원에서 던지는 일종의 출사표로도 기능한다. 이후 연기자로서의 활동에 집중하려는 선택을 많이 확인할 수 있는데, 오마이걸 출신 지호, 골든차일드 출신 최보민, SF9 출신 로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기존 그룹의 음악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음악적 여정을 위해 탈퇴한 경우는 초반에 언급한 NCT 출신 마크, 엔하이픈 출신 희승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은 직업인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곤 한다. 팬 개인마다 아이돌의 연예 활동이나 SNS, 유료 소통 매체 등에서 노출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 사람/그룹은 이럴 것이다’라는 일종의 ‘캐해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캐해석 속에서 탈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탈퇴는 아이돌이 내가 알던 ‘캐릭터’가 아닌 그 사람의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균열과도 같이 보인다. 내가 그간 해석해 온 아이돌이라는 창(窓)에 일어난 균열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 깨어진 틈으로 새로운 아이돌-개인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4) 은퇴
물론 탈퇴해도 개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슬프게도 연예계를 떠나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 개인 중대사인 결혼 발표와 함께 은퇴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활동 막바지에 다다른 걸 그룹 멤버의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4년 4월에 결혼과 함께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앨리스 출신 소희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본인의 선택에 따라 연예계 활동을 중지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한 이들도 있다. 프로듀스 48에서 눈도장을 찍고 버가부로 활동했던 김초연은 25년 근황올림픽에서 “버가부 활동이 끝난 이후 러브콜이 많이 와서 고민했지만, 다시 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 다른 일을 찾게 되었다”고 언급했는데, 아이돌 활동 이후의 고민이 눈에 띤다(김초연은 현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 외 현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구구단 출신 하나, 현재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네이처 출신 우혜준(유채) 등 연예인이 아닌, 새로운 진로를 개척한 이들이 확인된다.
반면 케이팝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티스트가 아닌 업계의 일원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로듀스 101>, <아이돌 학교> 출신 참가자이자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비아비(I.B.I) 출신 이해인은 키스오브라이프의 비주얼·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시작으로 클로즈유어아이즈, 오위스 등 K-POP 아티스트의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로켓펀치 출신 타카하시 쥬리는 전속계약 만료로 팀에서 탈퇴한 뒤, 일본에서 K-POP, K-뷰티 컨설팅 기업 UI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작년 9월에 데뷔한 일본 아이돌 Nü FEEL. 의 종합 연출(프로듀서)을 맡고 있다는 근황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서로 임하는 모습은 이 링크를 참고 할 것.) 이처럼 활동 종료 이후 연예계를 떠나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유관 업계의 종사자로 남는 경우가 눈에 띈다. 아무래도 활동을 종료한다고 해도 보통 2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이니,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은퇴 역시 탈퇴와 마찬가지로 아이돌에게서 직업과 개인을 분리하는 새로운 균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은퇴는 탈퇴보다 관계의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예 활동을 종료하면서 아티스트-팬덤 관계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 대 개인으로 서로를 보게 한다. 더 이상 그들을 아티스트로 볼 수 없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는 그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가며
아이돌 표준계약서로 설정된 속칭 마의 7년을 이겨내고 그룹의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나 솔로 활동, 결혼부터 탈퇴, 은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립의 시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런 독립 활동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아이돌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아이돌의 활동 주기가 연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 오디션 프로그램 영향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2010년대 데뷔 아이돌 그룹의 활동종료와 맞물려지면서 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따로 또 같이’ 활동이 그룹의 수명을 연장해 주기도 하고, 2020년대 들어 데뷔 N주년을 맞아 이벤트성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늘어난 것처럼 전속계약 만료로 인해 팀의 공식 활동이 종료된다고 해도 그룹의 재결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개인사 혹은 커리어적 판단에 따른 독립 활동에 대해 팬덤은 당황스럽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팬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직업적 특성상 아이돌은 ‘직업인’이라기보다는 그 사람 자체-캐릭터-로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갑작스레 마주한 그들의 독립은 그간 상업적으로도 정동적으로도 합일된 팬덤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분리하는 충격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씁쓸한 사실은 (산업이 교묘하게 가리긴 했지만) 아이돌은 하나의 직업이며 아이돌(아티스트)은 이 직업을 선택한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직업을 정하다가 전직하고, 취업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솔로 활동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결혼 등 커리어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가 있을 수도 있고, 기존 활동에 변화를 주거나 아예 다른 직업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나의 아이돌이 이 직업을 계속 유지하든 떠나든, 그 선택은 오로지 아이돌(아티스트)에게 있으니 때로는 야속할 수 있을지라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종사했던/하는/할 이들이 더 자유롭게 꿈꾸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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