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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랙 – BROKEN (2014)

한 가지 확실한 건 ‘케이’팝이 아닌 ‘팝’에 기인하고 있는 곡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팝’의 방향은 분명 국내보다는 국외를 가리키고 있다.

엠블랙의 외길

엠블랙의 신보 “BROKEN”에 대해 신작 단평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이 정도면 뚝심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전 앨범 “Sexy Beat”과 타이틀 곡 ‘스모키걸(Smoky Girl)’에서 확연히 드러난 레퍼런스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어떻게든 차별화가 필요한 케이팝 시장에서 엠블랙의 전략은 극단적인 콘셉트보다는 노래의 질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다른 기회에 얘기할 것이지만, 케이팝이라기엔 ‘뽕기’가 부족하고 팝이라기엔 지극히 한국적이다. 다만 본인들의 길을 흔들리지 않고 고수한다는 점에서 엠블랙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 리뷰는 이에 대한 부연이다.

‘전쟁이야’를 타이틀로 내걸었던 네 번째 미니앨범 “100% Ver”를 기점으로 엠블랙은 기존의 아이돌과 노선을 달리해왔다. 매 앨범마다 콘셉트를 달리하고 그에 맞는 곡을 갖다 붙이는 식이 흔히들 말하는 아이돌 기획일 텐데 엠블랙은 역으로 곡에 콘셉트를 맞춰나가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콘셉트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케이 팝 아이돌로서는 굉장한 모험을 하는 셈이다. 확실한 콘셉트가 없다는 건 달리 말하면 엠블랙만의 무언가, 엠블랙하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아이돌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좋은 곡 하나면 콘셉트의 부재를 충분히 매울 수 있다. ‘전쟁이야’ 이후 엠블랙이 내놓은 싱글 ‘스모키 걸(Smoky Girl)’은 적어도 그 이전의 싱글들 보다는 좋은 곡이었다. 그리고 ‘스모키 걸(Smoky Girl)’을 필두로 한 앨범 “SEXY BEAT”는 확실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잘 만든 아이돌 앨범이었다. 이는 대부분 아이돌 앨범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성취다. ”BROKEN”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여전히 앨범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레퍼런스 얘기를 해보자. ‘스모키 걸(Smoky Girl)’과 이번 타이틀곡 ’남자답게‘를 듣자마자 솔직한 감상은 ’이건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이하 JT)가 아닌가?‘였다. ’스모키 걸(Smoky Girl)’보단 정도가 덜하지만 ‘남자답게’에도 분명 JT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있다. (간주와 후렴 부분의 “우-”하는 보컬 요소, 압도적으로 빈번한 가성의 사용 등) 기실 어떤 아티스트에게서 소리의 레퍼런스를 따오는 것은 굉장히 일반적인 작법이다. 다만 레퍼런스를 어떻게 따오느냐,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 즉 태도의 문제만 남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리뷰에서 나는 그걸 따지고 싶지는 않다.

나머지 앨범 수록곡들의 경우, JT의 영향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진 않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케이’팝이 아닌 ‘팝’에 기인하고 있는 곡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팝’의 방향은 분명 국내보다는 국외를 가리키고 있다. 모든 곡에서 그 흔한 고음 셔틀 한 번 없고 강렬한 이미지를 위한 덥스텝 브레이크도 없으며 언어를 해체하거나 의성어, 의태어를 무한히 반복하는 가사도 없다. 엠블랙은 그저 이별을 맞이한 혹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를 노래한다. “약한 놈이라 기대야 되는데 그럴 수가/없을까 너무 서러워 난 걸었어”, ”네 번호를 외워 네 번호가 뜰까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어/머리맡에는 술 담배들뿐 난 이렇게 살아“ 등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다만 이를 엠블랙이 전달하는 방법은 분명 케이팝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점에서 앨범 “BROKEN”은 국내보다는 해외를 염두에 둔 앨범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엠블랙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비교적 활동 성적이 좋은 것도 한 몫 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짐작이다.)

“BROKEN”은 한국의 대중, 적어도 아이돌 음악을 소비하는 청자층에게 어필하는 혹은 어필하려 노력하는 앨범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곡의 질 문제도 아니고, 엠블랙이 노래를 못해서 (오히려 멤버 개개인의 실력은 더 발전했다!), 매력이 없어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정서의 문제일 뿐이고 그건 누구도 어찌할 수 없으니, 그저 엠블랙이 여기서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팝’을 들려주기를 바랄 수밖에.

Broken
제이튠 캠프
2014년 3월 24일
  1. Broken (Intro.)
  2. 남자답게
  3. 우리 사이
  4. 12개월
  5. 열쇠
  6. 둘이라서
  7. Still With You (Outro.)
이 음반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3.21~03.31에서 확인할 수 있다.

By 오요

아이돌의 성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