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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인피니트 “INFINITE ONLY” 쇼케이스

아이돌 7년 차, 인피니트는 “우리는 항상 변해왔다. 다만 본래의 색깔을 지키면서 천천히, 조금씩 스타일을 변화시켜왔을 뿐”이라 대답했다. ‘오직 인피니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것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변화강박’에게 던지는 의외의 반격

아이돌 7년 차, 어떤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피니트는 “우리는 항상 변해왔다. 다만 본래의 색깔을 지키면서 천천히, 조금씩 스타일을 변화시켜왔을 뿐”이라 대답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풀린 이 대답은 이들에게 ‘내꺼하자’와 ‘추격자’를 대신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채근해온 언론과 대중을 어쩐지 머쓱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변신이 아니면 퇴보처럼, 변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종의 ‘변화강박’에 시달려온 이들에게 던지는 의외의 반격. 인피니트는 신곡 ‘태풍’의 무대를 통해 ‘오직 인피니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것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인피니트 INFINITE ONLY 쇼케이스
울림 엔터테인먼트 제공
1년 2개월, 그리고 7년

일반 쇼케이스에 앞서 진행된 기자 쇼케이스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건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우선 1년 2개월이 가장 큰 화두였다. 지난해 말과 연초에 걸쳐 펼쳐진 두 번째 월드투어와 뮤지컬, 솔로 활동, 드라마, 영화 촬영 등 다양한 개인 활동으로 본의 아니게 긴 공백기를 갖게 된 이들은 그를 의식한 듯 그렇게 보낸 시간 하나하나가 모여 완성된 앨범이 이번 “INFINITE ONLY”라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하루에 한 명씩 일주일에 걸쳐 공개된 티져 이미지나 매일 돌아가며 실시한 실시간 방송 이벤트 모두 오랜 시간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사실도 밝혔다.

더불어 ‘7년’도 화제에 올랐다. “이번이 인피니트의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한 앨범이 될 것”이라는 멤버 엘의 말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기자의 질문 끝에 기어코 등장한 단어였다. 아이돌 5년 차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표준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을 것이 분명한 7이라는 숫자를 의식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보통 팀의 공중분해냐, 생명연장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니만큼 다소 뭉뚱그린 답변이 나올 만도 했지만, 멤버들의 대답은 단호하리만큼 단순했다. 7년이라는 시간은 인생 전체나 가수 생활로 볼 때 그리 긴 시간이 아니며, 최근까지도 데뷔 때와 다름없이 보컬, 댄스, 개인 연습을 꾸준히 받으며 앨범과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데뷔 때와 크게 다른 것이 없으므로 특별할 것도 없다는, 역시나 담담하지만 힘 있는 답변이었다.

인피니트, 9월 19일 쇼케이스
인피니트 엘, “이번이 인피니트의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한 앨범이 될 것” | 사진=별민
6th MINI ALBUM : INFINITE ONLY

그렇게 긴 시간과 크고 작은 노력이 모여 여섯 번째 미니앨범 “INFINITE ONLY”를 낳았다. 쇼케이스가 열린 19일 자정에 이미 앨범이 공개된 상태였기 때문에 앨범의 구체적인 면면과 멤버들의 답변을 매치하기 쉬운 장점이 있었다. 총 3개월에 걸쳐 공들여 작업했다는 앨범은 기존의 인피니트와 무척 다르고 또 무척 닮은 모습이었다. 우선은 크레딧이 흥미로웠는데, 많은 이들이 주목한 바와 같이 멤버 가운데 호야가 처음으로 공동 작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작곡진의 이름에서 스윗튠에 이어 제이윤의 이름까지 사라지며 데뷔 이후 인피니트의 ‘레트로 팝’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주역들이 모두 사라진 최초의 앨범이라는 사실에 눈이 끌렸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Destiny’부터 함께 곡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곡팀 알파벳과 ‘소나기’로 인연을 맺은 작곡가 이기의 새 작곡팀 오레오, 그리고 EDM 레이블 뉴타입이엔티 소속의 원택(1Take)과 TAK의 이름이었다.

참여진의 면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INFINITE ONLY”는 기존 인피니트가 내놓았던 그 어떤 앨범보다도 강력한 EDM 사운드로 무장하고 있다. “Reality(2015)”까지만 해도 알파벳이 작업한 타이틀곡과 앨범 수록곡들 사이가 다소 서먹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그 어색한 무드가 모조리 사라졌다. 앨범의 전체적인 온도와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록된 미디움 템포 이하의 노래들을 제외하면, 앨범에 수록된 모든 댄스 넘버들은 색깔은 다를지언정 ‘태풍’과 같은 온도와 채도를 공유하는 곡들이다.

이러한 꽤 과감한 변화의 양상과 맞물려 더욱 재미있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다지 많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이미 마쳐놓은 듯한 멤버들의 태도였다.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이래 이런저런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 봤지만 어떤 노래를 불러도 우리의 색깔이더라”는 언급에서는 납득을 넘어선 일종의 체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 체념은 인피니트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정확히 같은 눈높이에 위치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인피니트 INFINITE ONLY 쇼케이스
울림 엔터테인먼트 제공
‘태풍’ : 무대가 지니는 가치

이날 두 번의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무대는 총 세 개, ‘One Day’와 ‘고마워’ 그리고 타이틀곡 ‘태풍’이었다. 기자 쇼케이스는 물론 브랜드 콘서트 ‘그 해 여름 3’를 통해서도 사전 공개된 바 있는 ‘One Day’는 멤버 호야가 직접 작곡에 참여한 것으로 기자회견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던 곡. 알파벳의 Razer와 함께 작업한 감성적인 모던록 넘버로 인피니트 앨범보다는 성규의 솔로 앨범에서 한 번쯤 만나본 듯한 인상을 전하는 곡이다. ‘고마워’는 일반 쇼케이스를 통해서만 공개한 팬들을 위한 팬 송이었다. 전작보다 한층 단단해진 서브 보컬들의 목소리는 물론 성규와 우현 메인 보컬 두 사람의 역량이 다시 한 번 돋보이는 무대들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태풍’의 첫 무대공개였다. 감정선으로는 ‘BTD’, 사운드로는 ‘BAD’의 연장 선상으로 거칠게 분류 가능한 노래는 특유의 거친 처연함과 비장미를 십분 살린, 과연 인피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자신 있게 택했다는 인상을 전했다. 자칫 ‘가장 잘하는 것을 잘한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던 노래는 타이트한 안무를 만나며 비로소 새로운 빛을 찾았다. 뮤직비디오를 담당한 황수아 감독과 마찬가지로 인피니트의 데뷔곡부터 모든 노래의 안무를 담당해 온 안무가 ADDM이 영혼을 갈아 넣어 완성해 낸 듯한 ‘태풍’의 퍼포먼스는 지난 7년간 성장한 인피니트 일곱 멤버들의 기량과 함께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광경을 자아냈다. 이과계 가사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전간디의 노랫말에 따라 4분 내내 태풍과 태풍의 눈을 형상화하며 무대 위에 흩어졌다 다시 뭉치는 인피니트는 그 시간만큼은 한 사람만 없어도,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안 되는 일곱이 하나인 유기체였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몸의 긴장과 호흡을 놓지 않아야 하는 섬세하고 강도 높은 안무가 극적으로 폭발하는 건 ‘눈에 담은 죄로 네 눈 속에 갇힌 나’라는 후렴구 구절이 끝난 뒤 이어지는 두 번의 댄스 브레이크였다. 1절에서는 호야, 동우, 우현 세 사람이, 2절에서는 전 멤버가 가담하는 이 댄스 브레이크는 최근 이들의 콘서트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BAD’의 마지막 군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았다. 마치 인피니트의 지금은 바로 이곳이며 이것이 우리의 존재가치라며 아우성치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묘사한 것 같다고 할까. 실제로 ‘BAD’ 즈음부터 후렴구에 익숙한 멜로디 대신 퍼포먼스에 용이한 반복구절이나 연주 구간을 넣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제 이들이 단순히 한 곡의 히트곡으로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단계가 아닌 완성도 높은 무대로 대중에게 인정 받고자 하는 한 차원 다른 단계로 넘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인피니트의 대표곡을 이야기할 때 ‘내꺼하자’나 ‘추격자’가 아닌 ‘태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선 첫 단추는 멋지게 끼워졌다.

취재: 김윤하 | 사진: 조성민, 울림 엔터테인먼트 제공

INFINITE ONL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19일
김윤하

By 김윤하

듣고 보고 읽고 씁니다. 특기는 허송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