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족 해버리면 그때부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열아홉에 데뷔해 스물, 스물하나를 거쳐오며 성장하고 있는 보컬리스트이자 아이돌인 홍주찬. 3년 차 아이돌 그룹이 갖게 마련일 부담감 속에서도 부지런히 자신의 몫과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는 주찬과 그의 첫 솔로 싱글 ‘문제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반을 넘어선 대화는 자연스레 보컬리스트 홍주찬, 스물한 살 홍주찬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편에서 이어진다.
보컬리스트 ‘홍주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지만 평소 무대 위의 홍주찬이라는 사람은 담이 꽤 센 편처럼 보이거든요. 어떤가요?
멤버들이 있으니까요. 무대 위에서는 멤버들을 믿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거죠. 또 제가 지금처럼 이렇게 내내 걱정하면서 준비해온 것들도 있으니까 무대 위에서는 그런 걸 믿고 해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려와서 또 걱정하는 거죠. 제가 사실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있거든요. 스스로 냉정한 편이에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좀 차갑게 보려는 편이기도 하고요. 만족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만족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잔뜩 걱정하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냉정해지는 편인가 보네요.
그렇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지만 일단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냉정하게 준비를 해두려는 편이에요.
‘문제아’가 ‘너 같은 사람 없더라’ 2주년을 기념하는 곡이었다고 들었어요. 혹시 ‘너 같은 사람 없더라’를 최근에 다시 들어본 적 있나요?
라이브 영상 찍었던 걸 최근에 찾아봤어요. 많이 미숙하더라고요. 녹음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준비했던 거에 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
두 곡을 비교했을 때, 보컬리스트 홍주찬으로 가장 자신 있게 ‘성장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안정됐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감정 표현 같은 건 그때, 열아홉 살 때의 제 감정이니까 지금이랑 다를 수밖에 없어서 단순히 성장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력 부분에서는 확실히 안정되었다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이런 기회가 더 많았다 보니까 긴장을 덜 하게 된 부분도 있고요.
저도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작년 ‘Let Me’ 즈음부터 이전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파트를 배정받는구나 싶었는데 수월하게 소화하더라고요. 고음이랑 애드립도 많아졌죠.
맞아요. 이번 ‘Genie’도 처음에는 애드립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었는데 녹음하면서 Y 형이랑 제가 담당해야 할 애드립, 고음파트가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라이브 준비하면서 힘들 때마다 Y 형에게 고민 상담하면 형도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또 한없이 우울해지고 그랬어요. (웃음) 사실 제가 지금은 팀에서 고음을 많이 담당하고 있지만 원래 고음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고음이 아예 안 되는 상태에서 연습생을 시작한 것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도 많이 하고 힘도 들어 했거든요. 물론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고요. 메인 보컬의 책임이 있잖아요. 준비할 때는 마냥 힘든 게 컸는데, 활동하면서 오히려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춤추면서 편하게 부르는 법도 많이 익히고, 적응된 것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아, 됐다, 성장했다’하는 느낌이 들었었던 때가 있었나요?
‘Genie’ 쇼케이스 날이요. 그날 전까지만 해도 고음에 대한 걱정이랑 불안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쇼케이스 때 한 번 하고 나니까 별거 아니다 싶더라고요. 무대 올라가기 전엔 여전히 목 상태나 컨디션 신경 쓰면서 엄청 걱정하게 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확실히 많이 대담해진 것 같아요. ‘아 몰라, 될 대로 돼라!’ 하면서요. 음 이탈이 좀 나도 귀엽게 봐주시겠지 하면서 다독이고. (웃음) 그래 놓고 실수하면 다시 무대 내려와서 ‘아,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더 심하고 냉정하게 다그치게 되지만요.
실전에 강한 보컬리스트네요.
맞아요. 실전에서 좀 철판 까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걱정은 실전 전까지만 딱 하고요. 제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이 직업을 택하고 멤버들을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홍주찬, 스물 하나
지금 주찬 씨 인생에서 노래 외에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뭘까요?
최근에 쉬면서 생각한 게 있어요. 제가 원래 욕심이 좀 많았어요. 뭐든 해보고 싶어 하는 도전 의식도 크고요. 근데 이번에 부상으로 활동을 쉬게 되면서 그런 욕심들을 많이 덜어냈어요. 그동안 욕심부리다 실수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원래 좀 세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멤버들이나 저 자신에게나 굉장히 냉철하게, 꾸밈없이 생각대로 말하는 성격인데 이제는 그럴 때도 좀 더 유하게 표현하고 싶어졌어요.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 같아요, 지금은.
부상이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이었겠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네요. 부상 이후에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도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다치고 한 보름 정도는 굉장히 조급해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다쳐버리면 멤버들이 힘든데, 회사에도 너무 죄송스러운데 하는 마음이 컸어요. 가능한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알아채더라고요. 다들 절 찾아와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조급해하지 마라, 지금 나가서 조금씩 모습 보여주는 것보다 완치돼서 건강하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걸 더 좋아하실 거다. 하고요. 그런 조언이나 위로가 없었다면 전 또 한 없이 우울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주위 분들의 고마운 말들이 제가 마음을 다잡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힘들 땐 보통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저는 그냥 한없이 힘들어해요. 힘든 걸 즐기는 건 아닌데 힘들면 그냥 ‘아, 힘들다’하고 힘든 대로 그냥 받아들여요. 그래서 가능한 한 일부러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때 멤버들이랑 같이 있으면 좋아요. 멤버들이랑 쓸데없는 얘기 많이 하다 보면 기분이 풀리거든요. 사실 제가 누구에게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뭐든 저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멤버들을 만나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연습생 때는 그런 제 성격 때문에 멤버들이 많이 걱정했었거든요. 제가 너무 혼자 해결하고 힘들어하려고만 하니까. 그때 항상 멤버들이 먼저 다가와서 ‘그럴 때 그냥 형들에게 얘기해’라던지 ‘말이라도 하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같은 말들을 많이 해줬어요. 그때부터 멤버들에게 많이 기대게 된 것 같아요.
평소에 감수성이 좀 예민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어떨 때 ‘내가 좀 예민하구나’ 싶나요?
저희 어머니가 항상 얘기하시는 게 있어요. ‘너는 세상 모든 걱정을 네가 다 하고 사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다크서클이 내려오는 거다’ (웃음) 게다가 전 저 스스로 걱정이 많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얘기를 들으면 그것도 제 일처럼 심하게 공감하거나 걱정하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또 이건 되게 일상적인 건데, 저녁 메뉴 같은 것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요. 한 끼를 맛있게 먹어야 하는 데 뭘 먹어야 만족스러울까, 이런 정말 사소한 걸 가지고도 엄청 고민해요. 그냥 기본적으로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면도 가지고 있잖아요. 스스로를 ‘애늙은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사실 이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어요. ‘난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쯤부터 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그걸 설득시키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하셨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네가 왜 그걸 하고 싶은지 우릴 설득해봐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편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뭘 할 때마다 부모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아무리 설득을 못 해도 결국엔 절 위해서 뭐든 항상 지원해 주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나만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도 되나’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부모님도 힘드실 텐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 다 해주시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사춘기 때 부모님께 언성을 높이는 일도 별로 없었고, 응석도 잘 안 부렸어요.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좀 애늙은이 같구나’ 싶었죠.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껴지네요. 지난 인터뷰를 보니까 ‘아이돌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무척 인상적인 표현이었는데 어떤가요, 그렇게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나요?
개인적으로는 팬분들이 ‘노래해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실 때마다 힘이 많이 돼요. 방송을 보고 웃어주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도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을 위해서 노래를 하는 거니까, 그렇게 서로 뭔가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데뷔 전에도 이런 감정이 들 걸 예상했었나요?
전혀 몰랐어요. 제가 노래하는 걸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지도 몰랐고 전혀 상상 못 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데뷔하고 나니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는 감정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오히려 외롭거나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죠.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찬 씨가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뭘까요?
그럴 때도 있긴 하죠. 방송에서는 어쨌든 매번 웃고 즐거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런 복잡한 생각이 안 들게 가능한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걸 굳이 자기계발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오늘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한다는 게 좀 달라요. 다방면으로 취미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워낙 활동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오히려 가만히 쉬다 보면 더 힘들더라고요. 더 우울해지고, 피곤해지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이제 골든차일드도 3년 차 그룹이 되었어요. 멤버들과 요즘 가장 자주 나누는 얘기가 있을까요.
요즘 인터뷰하면서 많이들 얘기해 주시는데 ‘연차’가 주는 무게감이라는 게 정말 어마무시 하더라고요. 이제 마냥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안주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전에는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잘한다’는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다음 앨범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력들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들어요. 멤버들이랑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자, 목숨 걸고 한 번 준비해 보자는 얘기를 자주 하게 되네요. 멤버들이랑 의기투합도 할 겸 새벽까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열심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고동락하는 멤버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뭘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픈 거 티 내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멤버들이 그럴 때 때마다 ‘자제하자’, ‘방송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이렇게 아프고 보니까 그동안 멤버들에게 그런 말을 한 게 너무 미안해지더라고요. 게다가 다들 따끔한 말을 할 법도 한데 걱정이랑 위로만 잔뜩 해주기도 했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멤버들이 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게 있어요. 제가 재활 치료를 하면서 본가에 가 있었는데요, 그때 ‘네 빈자리를 잘 못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내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었나’ 싶었는데 제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잠깐 저녁 먹으러 나가거나 외출한 것 같았다는 뜻이었더라고요. 멤버들이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싶어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같이 파이팅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문제아’ 마지막 가사가 ‘이젠 좋은 나를 찾고 싶어’잖아요. 주찬 씨가 생각하는 ‘좋은 나’는 뭘까요
지금처럼 고민을 계속하고 싶어요. 스스로 만족해 버리면 그때부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실력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인 것 같아요.
진행 : 김윤하 | 편집 : 김윤하, 조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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