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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의 플레이버튼 : 사서A의 〈82년생 김지영〉 기고에 부쳐

아이돌로지가 페미니즘으로 ‘편향’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독자가 많은 듯하기에, 편집자로서 응답할 필요를 느낀다. 일단 〈82년생 김지영〉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여부를 배제하고 이야기해 보겠다.

사서A는 아이돌로지에 투고한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서 십 대를 향한 아이돌의 영향력을 논했다. 평소와 다르게 이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제목의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논증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십 대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논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수수께끼다. 다만 많은 댓글이 달렸고, 그중 아이돌로지가 페미니즘으로 ‘편향’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독자가 많은 듯하기에, 편집자로서 응답할 필요를 느낀다. 일단 〈82년생 김지영〉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여부를 배제하고 이야기해 보겠다.

레드벨벳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을 때 반발한 팬들을, 편의상 ‘팬D’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리고 이 뉴스를 접한 ‘J’라는 다른 여성 아이돌이 있다고 하자. J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J는 생각할 것이다. D씨는 아이린이 페미니스트라서 화난 것이 아니다.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자신이 판단을 할 기회에 분노한 것이다. D씨는 아이린이 자아를 갖지 않길, 즉 사람이 아니길 원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유재석, 방탄소년단 RM에게는 주어진 기회가 아이린에겐 극렬히 거부돼야 할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서 J는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팬들 중에도 D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E, F, G가 있을 수 있다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상정이다. 팬덤 전반이 D씨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와도 무관하다. 그저 확률의 게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도 J가 자아를 갖는 것에 반발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J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 모든 것을 외면한다, 아이돌을 지속한다, 어떻게든 탈주한다. 모든 것을 외면한다는 선택은 행복한 무지와 고통스러운 자기부정 사이의 복불복이다. 아이돌을 지속한다는 선택은, 7년간 현장에서 만나는 남성 팬들 중에 자신이 인간의 껍데기에 불과하길 원하는 D씨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J는 사람이기에, 이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일 가능성이 높다. 탈주한다는 선택을 하는 이가 많다면 아이돌 산업은 아마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 아이돌 산업에게 주어진 선택은 두 가지다. 지옥도가 되거나, 무너지거나. D씨가 한 일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이 산업의 일원으로서 기획자 역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산업의 인적자원에 발생하는 불안요소를 줄이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만난 어떤 기획자는 젠더 의식을 담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아이돌의 요구를 받는 일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전해질 것이라 믿으며 젠더와 관련한 메시지를 행간에 집어넣는 작업자도 있다.

산업은 변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걸그룹들의 콘셉트와 애티튜드가 전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인쇄된 유명 브랜드의 휴대폰 케이스가 노출된 것만으로 극단적인 반응을 받는 산업이다. 당장 페미니즘 투쟁가를 발매하는 걸그룹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안전한 선 이내에서, 때론 ‘더블미닝’을 통해 변화를 반영하는 기획의 출현은 충분히 상정 가능한 일이다. 이미 아이돌에게는 눈을 감지만 않으면 보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D씨가 열어준 문이다.

아이돌로지는 페미니즘 매체가 아니다. 아이돌 음악 웹진이다. 그러나 아이돌 산업과 젠더는 별개의 이슈가 아니다. 음악 산업 자체의 젠더갭에 대한 논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젠더적 매력이나 성역할을 근간에 두고 때로 변주를 가하며 ‘매력적인 인물상’을 표현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어떤 아이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그의 젠더 감수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렇기에 여성 아이돌을 노골적으로 성희롱하는 팬은 팬 커뮤니티에서 배제되기 일쑤이지 않은가.)

그러니 젠더의 관점에서 어떤 인물상을 표현하는가 하는 것은, 아이돌로지가 다루는 다른 영역들, 그러니까 음악, 안무, 의상, 가사 등과 마찬가지로 아이돌을 ‘비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음반 리뷰나 (더 전문적인) 외부 필진의 기고를 통해서라도 아이돌로지는 아이돌과 젠더라는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성차별주의적이지 않은 관점을 유지하려 부족하나마 노력해 왔다. (그것이 못마땅하다면, 성차별주의자로 구성된 아이돌 음악 웹진을 만들길 권한다.)

그러나 행여 성차별주의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주제와 이렇게나 밀접한 이슈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아이린과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D씨의 행동을 놓치고서는, 크든 작든 아이돌 산업에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변화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D씨의 희망과 무관하게, 아이돌들은 자신과 팬이란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을 요구 받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82년생 김지영〉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변화는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D, 당신은 이미 너무 늦었다.

미묘

By 미묘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41 replies on “미묘의 플레이버튼 : 사서A의 〈82년생 김지영〉 기고에 부쳐”

2번째 문단 보고 내릴까 하다가 다 읽었는데

아이돌이 SNS에 3.1절에 순국선열들을 위한 태극기 올리는 행동을 한다고 아무도 욕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하는 사람을 비정상이라 생각하죠

팬들 사이에서도 아이돌이 자아를 갖지 않길 원한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 받을 것입니다 이유는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82년생 김지영” 이란 책이 많은 남초사이트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책의 의식이 쓸데 없는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60,70년대생 여성분을 주제로 정하고 나왔다면 그렇게 까지 반발이 심하진 않았을겁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엔 시대상 그랬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다만 80,90년대생은 지금 성인이 된 사람들이 직접 보고 자랐고 경험한 세대인지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감하지 않습니다

이미 결혼한 남성들은 월급 관리를 아내가 자신은 용돈을 받으며 그리고 자기 돈으로 게임 하나 사는데 쉬는날 게임 하나 하는데에 전전긍긍하며 지내고

결혼 안한 남성들은 연애할때의 고충 데이트비용은 남자가 무거운 것은 남자가 힘든 일은 남자가

그냥 82년생이 받았다는 그 의식들이 극단적인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그런 80년대생 여자가 없거든요

60,70년대에나 있었을법한 시대상을 대다수의 남성 성인들이 겪고 자란 80,90년대생 그리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정보화시대에 공감할 수 없는 의식을 강요하니까 반발이 일어나는 겁니다

Girls Can Do Anything이란 문구가 불편한 것은 메갈리아가 들고 일어난 사상의 대표적 문구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반인륜 사이트 일베충이 이기야, ~노 거리는 것처럼 그런 의식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싫어해요

그냥 극단적 혐오감을 부추기는 이들이 들고 일어난 문구니까

현재 대부분의 남성들은 메갈리아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이트가 없어진거지 그 사이트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없어진게 아니니까

그 사상을 여기저기 여초사이트에서 이어받았다고 생각하죠

여성들만 공감하고 여성들만 살고 있는 나라라면 상관없지만

남성들도 같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쓸데없는 프레임을 만드는건 그냥 논란거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D가 정말 아이린이 자아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분노한 것인지 사람이 아니길 원해서 그런 것인지

뭐 정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시점부로 아이린의 팬이 아닙니다 뒤틀린 비정상인이지

정말 대부분의 남성 팬들이 무엇 때문에 그것을 싫어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어느 곳이건 어떤 사람이건 어느 틀 안에 갇혀있길 원하지 않습니다 현실을 봅시다

죄송한데,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을 저에게 전달해주실 필요 없고요.

또한 죄송한데, 82년생 김지영을 읽으셨나요? 안 읽으시고서 남초 커뮤니티에서 에베레베레베 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은 나쁜 책”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근데 아이린이 그런 반지성주의에 동참하지 않고 감히 직접 판단하겠다고 책을 읽었다고 하니 화가 나시나요? “내 주위엔 그런 여자 없던데?” 같은 유치한 논리에 동참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감하지 않는다”고 하신 것처럼, 독립선언문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공감하지 않는데 어떻게 독립을 말할 수 있냐는 한심한 소리에 공감하지 않아서?

제가 말하는, 자아를 갖길 원치 않는다는 말이 그런 거예요. “D”라고 쓰니 남 얘긴 줄 아시는 모양이네요.

주변에 그런 80년대생 여자가 없다고요….? 현실을 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댓글 쓰신 분 말대로 대부분의 남성 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은, 그런 팬에 둘러쌓이는 것이 아이린에게는 불행이겠네요. 저는 아이린의 팬으로서 91년생 배주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아를 갖길 원치 않는 건 아닌데요. 그들은 문재인~RM에게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반응은 보낼 겁니다. 사실 어떤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자아를 규정짓는 것부터 문제이긴 하지만 넘어가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사태의 분석이니까요. 책의 내용보다 그 책은 일종의 상징으로 여겨진 거구요.

간단히 말하자면, 분노한 남팬 입장에서는 그 아이돌이 자신을 한남충이라고 혐오할까 봐 그런 거죠. 이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일종의 열폭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팬덤 내 남녀 갈등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한남충’이란 혐오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단속하기보다 상대의 사상을 검열하고 ‘각성’을 방지하려 하는 행동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런 사람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질문이죠.

검열은 잘못되었지만 탈덕은 비난할 수 없다 정도겠네요. 다른 얘기지만, 아이돌의 연애 금지도 비슷한 경우네요. 연애를 하더라도 조심하지 않고 티내는 경우에 팬을 기만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분명, 연애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정당한 바람이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이 싫어할 걸 알면서도 한다는 데에 분노하는 거겠죠. 이걸 아이돌의 프로페셔널 정신과 결부시키기도 하더라구요. 어쩌면 이 산업의 비인간적인 면모인

대중음악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잘 파는 것 입니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때, 회사에서 아이돌을 페미니즘과 묶어서 파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흐름이겠죠. 분명히 충성스러운 수요가 있고 잘 팔리고 돈이 됩니다. 아이돌 산업에 편승하고 있는 아이돌로지에서 이 잘 팔리는 아이돌-페미니즘 패키지에 대한 논의는 당연하겠죠. 페미니스트가 된 아이돌에 대해 다루거나, 페미니즘 이슈에 반응하는 아이돌 음악 산업의 반응을 살펴보겠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다만 아이돌이 페미니즘을 홍보하면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돌의 영향력과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 관계가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자아를 잃니 못 잃니 하는 것과도 관련이 없고 김지영이라는 페미니즘 소설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말이 되게 하려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대전제로 놓으면 겨우 말이 됩니다.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못 깨우친’ 사람들이 많으니, 아이돌 같이 인지도 있는 사람이 ‘책을 읽고 배우면’ 페미니즘을 대중들에게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는 말이겠죠. 아이돌의 영향력은 사실이고 이 영향력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세일즈 전략입니다.

문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전제는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대전제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거나 ‘얼음은 상온에서 녹는다’와 같이 사실판단으로서 존재합니까? 아니면 ‘뚱뚱한 사람은 싫다’ 혹은 ‘살을 빼는 것은 어렵다’와 같이 가치판단으로서 존재합니까?

관련 리플이 달렸지만, 다시 정확하고 분명히 말합니다. 페미니즘은 하나의 사상이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미덕이나 가치가 아닙니다. 왜 사이트에 방문하는 불특정 다수가 페미니스트의 유토피아 건설에 강제로 동참해야 합니까? 이것은 엄연히 폭력입니다.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이돌로지에서 페니미즘을 다뤄서 불쾌한 게 아닙니다. 암묵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전제에 아이돌로지가 동조하고 있으니 불쾌한 것입니다. 말이 안 되는 말을 논지가 전달 되지 않아 수수께끼라는 둥, 모 자칭 시사 만화가처럼 아이돌이 페미니즘을 해서 고통받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쉐도우 복싱을 하는 둥, 왜 변화를 못 받아들이냐는 둥 헛다리 짚으며 옹호하는 이 글이 그 증거입니다.

특정 아젠다의 맥락을 알고 있어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말을 전달이 안 되어 수수께끼라고 적어 놓으니, 진심인지 정말로 수수께끼군요. 이러한 교조적이고 몰상식한 논조는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아이돌 음악을 이야기할 때나 나올 법한 본말전도의 행태입니다. 매우 실망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아이돌로지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오늘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간 굴뚝에서 피어나오는 연기는 봤는데 지피는 불을 못봐서 의심만 하고 있었습니다. 편향되지 않겠다는 PC 컨셉은 확실한 것 같네요.

이 댓글 내용에 극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아주 극하게요….

“극하게요”는 “격하게요”를 잘못 쓰신 것이 아닙니까? 아니겠죠? 아닐 거예요. 아니잖아요? 아니죠? 아니라고 믿을게요.

이건 뭐 싸우자는 댓글인가요? 실망스런 태도네요

논박은 못할 망정 맞춤법 오류로 독자를 조롱하는 건 편집장의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아마추어 저널리스트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잠들기 직전 정신없이 댓글쓰다가 이런실수를 ㅜㅜ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폭력이란 말에 일단 웃고요. 112에 신고하세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이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라고 부릅니다. 당신은 성차별주의자입니까? 매우 실망입니다. :P

“특정 아젠다의 맥락을 알고 있어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말을 전달이 안 되어 수수께끼라고 적어 놓으니, 진심인지 정말로 수수께끼군요. 이러한 교조적이고 몰상식한 논조는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아이돌 음악을 이야기할 때나 나올 법한 본말전도의 행태입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사회구성원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전제는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인은 평등하다’는 가치관은, 비록 하나의 가치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공화국에서 절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절대다수가 동의해야만 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만큼 중요한 가치관입니다. 그 확장에 불과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다’는 페미니즘의 대전재를 ‘일개 가치관’으로 치부하는 것은 저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따라서 여성주의 운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조롱하는 것이 아닌 매우 진지한 질문입니다.) 거기에도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분명 여성이라서 받는 불이익이 있고, 그 중 가장 큰 것은 아이돌과도 아주 밀접한 여성의 성화라고 생각합니다. (성상품화라고 하면 sex as a commodity만을 논하는 것 같아서 이런 표현을 씁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거기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물론 남자라서 받는 불이익도 이것 저것 있겠지요. 그치만 적어도 제 눈에는 분명히 양성은 불평등합니다. 여기에 동의를 할 수 없다면, 뭐 아무리 논의를 해봤자 바이트 낭비겠지요.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지적에도, 교조적이라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특정그룹 팬들만이 알아들을만한 리뷰를 쓴 것과 비슷하겠지요. 그러나 글의 기본전제가 특정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취향 수준의 가치관에 불과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단 현재 상황을 페미니스트 대 성차별주의자의 대립 구도로만 바라보시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해당 글의 댓글에도 썼다시피 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동조하고 있진 않지만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그러한 사상이 발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있으며, 모두가 함구하고있던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100%는 아니지만 사서a분이 쓰신 글의 기본 논조-페미니즘이 사회에 확산되어야 한다-에는 동감합니다. 아이린과 손나은이 페미니즘에 관련하여 몰매를 맞았던 사건 역시 매우 부당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번에 아이돌로지에서 발생한 사태는 페미니즘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아이돌로지’라는 매체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 역시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아이돌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젠더 이슈를 끌고 온게 아니라, 필자들의 젠더 의식을 표출하기위해 아이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근 리뷰글들의 평가요소들은 한 쪽으로 크게 치우쳐있다고 느껴집니다. 논란이 된 글은 그 제목부터 ‘페미니즘’을 표방했기 때문에 평소 저와 같이 생각했던 사람들이 반발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조금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셨음 싶어서, 아이돌로지를 애독하는 사람으로서 댓글 남깁니다.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젠더 이슈의 비중이 과하다고 느끼신다면, 아마 필진이 현재 아이돌 씬에서 젠더 이슈의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발언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소 성의가 없어 보이는 답변에 힘이 쭉 빠지네요. 누구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더 많은 언급을 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젠더이슈에 대한 비중이 많은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다른 평가요소들이 매몰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고, 이미 그러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평가요소간의 균형을 잡아달라고 피드백을 요청한 것 뿐입니다. 말씀하시는 어조에서 앞으로도 현재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긴 하지만, 조금만 독자의 의견에 귀를 귀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웅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려해 주시는 마음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관련 글에만 “이런 글을 보고 싶지 않다”는 댓글이 달리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잡아내느냐의 문제는 있겠지요. 페미니즘 이슈에 골몰하느라 다른 것을 내치고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은 말씀드려도 될 것 같네요. :)

이런 논의도 중요하지만 이런 글에만 댓글이 활발한 것도 아쉽네요.
아이돌로지의 정체성이 그러하다면 그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은 존중합니다. 다만, 그것 때문에 안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까운 거죠.

1. 평생 아이돌로지에서 댓글을 보는 일이 없다가 82년생 김지영 하나 때문에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되다니 지금의 대한민국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네요…
2.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십 대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논지는 ‘십 대가 여성학을 탐구하면 좋다’를 당연하다시피 함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은 십 대가 여성학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거창한 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서A님의 의견이 궁금했던 것 아닐까요. 사서A님의 전제와 결론에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단팥빵에 앙꼬가 빠진 것 같아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3. 미묘님 글의 논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나 미묘님의 댓글들은 실망스럽습니다. 미묘님이 아무리 말도 안되는 의견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웹진의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문법지적이 아니라 논리적 반박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트위터도 아니고 해당 웹진 상에서 말입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사안에 완벽하게 정중한 토론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실망했습니다.

편향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셔놓고 댓글에서는 편향된 색채를 마음껏 드러내시더라구요~~ 본인의 신념을 꺾지 않으려는 아집이 느껴졌습니다.

글을 읽을때 까진 괜찮았습니다. 댓글창을 보니 페미니즘은 이미 진리이며, 믿지 않으면 성차별주의자다. 라는 태도가 너무 우습네요. 마치 뒤틀린 신자들을 보는 느낌입니다.
페미니즘은 성평등이 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하나의 담론에 불과한대.. 그 사상에 동조하지 않으면 모두들 성차별주의자인가요?
전 성평등주의자지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댓글중 80년생 이상 여자는 그런 경우가 없다라고 단정지으신 분의 답답함을 당신에게서도 느낍니다..

‘페미니즘은 지지하지만’으로 시작하는 글은 믿고 거르는 게 상책입니다.

ㅋㅋ 이 글을 통해서 페미니즘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성차별주의자로 몰아붙이는 태도하며.. 미묘님은 이전 글의 댓글에서 이것보다 더 페미니즘에 대해 온건하게 설명할 수 없을 거라고 협박하는 댓글을 남기셨더라구요? 페미니즘의 폭력성을 셀프 입증하고 계십니다 ㅎㅎ

글쎄요. 그 말은 이만큼 온건한 글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어떤 글도 받아들일 기회가 있기 어려울 거란 뜻인데요. 그 정도의 말도 협박으로 받아들이시니 참 세상 살기 힘드시겠어요. 하긴 이 정도의 온건한 글도 폭력적이라고 느끼시니, 집밖에 나가보신 적 있으세요?

ㅋㅋ 자기 생각과 다르면 성차별 주의자라는 선민의식에 차 있으시면서 ㅋㅋ 말투만 온건하지 댓글 및 글 내용은 폭력적이신대요? 님이야 말로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면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과 다르면 성차별주의자라고 누가 그랬죠?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이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라고 부릅니다.”라고 했는데요. 그럼 저에게 성차별주의자라고 불리신 분들은, 여성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에 이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건 성차별주의자 맞거든요. 단순히 용어의 정의 문제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평등의 정의는 굉장히 좁으면서 갑자기 일반화된 여성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라는 명제를 들고 본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논하시네요. ㅋㅋ 그렇게 비논리적으로 논지 전개해놓고서 본인 주장과 다르면
성차별주의자라는 낙인 찍기. 본인이 그렇게 모든 판단을 내릴 정도로 다른 일반인들보다 그렇게 도덕적 수준이 높으세요? 당신이 뭔데 저를 평가하시죠?

지금 저를 평가하고 계시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언동으로 평가받게 마련입니다. K님이 특정한 권리는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 보장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K님은 성차별주의자로 평가받습니다. K님이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고 말씀하신다면 K님은 성평등주의자 또는 페미니스트로 평가받습니다. 아무 말씀을 안 하신다면야…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받겠죠.

저야 일개 지나가는 방문객이니까 그렇다치더라도 평론 사이트를 운영하시면서 댓글로 이런 편향된 생각을 표출하는
게 부끄럽지 않으세요??

글쎄요. 부끄러울 일 많은 생이지만, 페미니즘으로 “편향”되는 것이 성차별주의자인 것보다 부끄러울까요. 제게 부끄럽지 않으냐고 물으셨지만 저는 똑같은 말씀을 돌려드리긴 어렵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해요.

저는 성차별 주의자가 아닌데요? 그래서 부끄러울 일도 없습니다. 저는 여자와 남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당신들의 “페미니즘”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나를 성차별 주의자로 마음대로 낙인 찍지 마세요.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이 “폭력적”인 겁니다.

성별과 무관하게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믿으신다면 잘된 일이네요! 그 신념 지켜나가시길 (개인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K님과 제가 동의하는 지점이기도 하네요. 제가 성차별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저의 페미니즘”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K님이나 저처럼 성별과 무관한 동등한 권리를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RM과 유재석에게 있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을 권리를, 아이린도 동일하게 가져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합의죠.

이 사건의 본질이 책 읽을 권리의 차별일까요? 누가 읽었든, 그 사람의 팬이 아니라면 분노할 이유는 없는 거죠.

같은 상황을 이렇게 곡해해서 쓸 수 있구나 다시 한번 느낍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그동안 페미니즘이 보여준 부정적인 모습에 기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린의 “82년생 김지영” 사건은 아이린의 생각과 실제 행동이 어떻든 아이돌로서 가지는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입니다.

한국에서 득세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남성혐오나 여성우월주의 같은 극단적인 페미니즘인데, 페미니스트를 제외한 어느 누가 페미니즘을 여성해방이나 성평등지향과 같은 사상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정이 이런데 페미니즘에 동조하지 않으면 성차별주의자다라는
황당무계한 억지라니요. 어느 누구도 아이돌이 페미니즘 책 읽으면 안된다 혹은 페미니즘 하면 안된다고 한적 없습니다. 우물에 독 푸는 프레임 씌우기로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와.. 기어이 나왔네요. “한국의 페미니즘은 극단적인 페미니즘”(인용으로 쓰면서도 손이 부끄럽네요.) 혹시 이거 쓰시면서 “남들이 놓친 핵심을 짚어내는 나 멋짐” 같은 생각하시진 않았나요? 남초에서 하도 읊어댄 말이라 진영을 막론하고 안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두 글에 걸친 많은 댓글 중에 이 이야기가 왜 아직 안 나왔던 걸까요? 황당님보다 머리가 나빠서? 혹시… 혹시 말이에요… 인간적으로 거기까지 떨어지고 싶진 않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너무 궁금하네요. 추천/비추로 투표라도 받아보고 싶어질만큼.

왜 한국 페미니스트가 극단적인지는 미묘님이 두 글에 걸쳐 달은 댓글보면 이해됩니다

죄송한데,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을 저에게 전달해주실 필요 없고요.

또한 죄송한데, 억울하면 한국에서 남성혐오나 여성우월주의 같은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득세하고 있지 않다고 증명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온건한 페미니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유없이 핍박받고 있다고요. 그렇게 주장하고 근거를 대보세요. 논박하는데도 추천 비추천이 필요한 건 아니죠? 혹시… 혹시 말이에요… 맨즈 플레인,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치트키 쓰실 건가요? 허락합니다.

편집장님도 본인이 비판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 아닐까 하네요. 비판적 댓글의 주류는 페미니즘이라는 사상 자체의 무용론이긴 하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얼마든지 효용은 인정하나 방법론적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무용론자만 상대한다면 극약처방으로 이러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온건한 사람마저 다 내쫓고 계시잖아요. 비꼬고 조롱하는 게 이다지도 수준급이실 줄은 몰랐네요.

그럼에도 아직 떠나지 못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물론 최악의 시기보단 조금 나아졌긴 합니다만, 빠른 리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여기 필진들은 독자를 똥으로 보는 이상한 경향이 있네요.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집 밖에는 나가냐느니, 인간으로서 최저라느니, 기가 차네요. 맞춤법 꼬투리 잡는 건 본인이 생각해도 유치하지 않던가요? 독자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조목조목 반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더 그렇죠. 아니면 내 마음에 드는 독자들만 데리고 따로 비공개 사이트를 만드시든가요. 좋은 글 써놓고 왜 그걸 자기 손으로 부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