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zie 12주년 : (4) 이상하고 켄지한 나라의 소녀들 (하)

네 가지 패턴으로 더하고 곱한 소녀시대, 천상지희, 보아, f(x)의 노랫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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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와 천상지희의 가사를 살펴본 이상하고 켄지한 나라의 소녀들 (상)에서 이어집니다.
아트웍 강동

아트웍 강동

A – 맑고 건강한 소녀
B – 사랑에 빠진 소녀
C – 언니인 듯 언니 아닌 언니 같은 소녀
D – 알 수 없는 소녀

(3) 보아 (A+B)+C

복잡한 세상 속에 갇힌 채 / 손이 닿지 않아 난 두려웠어 / 하지만 계속 가도 되겠지 / 새로운 나날의 시작으로 / I need you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 나를 놓치지 말아줘 / 까만 밤 내 안에 펼쳐진 세계로 / 꿈은 반짝이고 있어 (‘Milky way’)

세상 가운데 살아 숨 쉬는 곳 / 꿈꿔왔다면 내가 주게 해줘 / 그리워하던 모습 그대로 이젠 / This time is real, No one can deny / 눈부신 사막의 높은 곳으로 / 꿈꿔왔다면 함께 있게 해줘 / 오직 너만을 위해 지금 이렇게 (‘공중정원’)

날 자극하면 반드시 너를 집어삼켜 / 큰 폭풍 치듯 몰아치면 넌 숨 못 쉬어 / 쉴 새 없이 너를 잡아 끄는 나만의 비밀 / Electric Manic Supersonic Bionic Energy / 불안한 소용돌이 그 안에서 태어나 / 가렸던 베일에 강렬한 전율이 일어 / 널 향해 Electric Manic Supersonic Bionic Energy / Hurricane Venus (‘Hurricane Venus’)

다소 심플했던 소녀시대와 천상지희에 비해 보아부터는 수식이 조금 복잡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켄지가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가수이자, 노랫말로 성장시켜온 1호 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켄지x보아는 앞서 설명한 소녀시대에서 최근의 레드벨벳까지 이어지는 청량하고 명랑한 SM 소녀 이미지의 시작점이자 ‘언니’까지 아슬아슬 성장해 온 SM 소녀들의 과거/현재/미래다. 켄지와 보아가 함께 작업해 온 곡들을 연도별로 보고 있다 보면 마치 가사로 소녀 하나를 육성시키는 듯한 모습인데, 처음으로 정규앨범에서 호흡을 맞췄던 “Atlantis Princess”의 ‘Milky Way’, ‘Time to begin’과 가장 최근 작업이었던 ‘Hurricane Venus’, ‘Copy & Paste’의 비교가 대표적이다. 틴-팝을 노래하던 사랑 앞에 늘 적극적이고 당당한 소녀가 쏟아지는 신스음과 강렬한 비트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카리스마 여왕으로 재탄생하는 순간, 그녀 곁에는 언제나 그래왔듯 켄지가 있었다. 이제는 다 커버린 여왕님의 독립으로 더는 두 사람의 육성 시뮬레이션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불어 보아의 노래들은 곡조와는 상관없이 다른 소녀들과의 작업에 비해 좀 더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아라는 가수의 본연의 성향과 무대 위에서의 캐릭터가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 추측한다. 소녀들을 향한 켄지의 섬세한 디렉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4) f(x) (A+B+C)xD

반짝 번쩍 Sound 오늘 Style 좋은걸 / 옳지 잘해 그래 나를 따라 한 번 또 가자/ 앞에 뒤에 옆에들 싸우지 말고 타 / 이제 모두 다 준비완료? / Now everybody says / LA LA 이렇게 chA chA chA로 AH! (‘라차타’)

센티멘털 로맨스 그런 건 관심 없는 / 내 씩씩한 하루에 / 작은 돌 던져버리곤 가 마치 웃는 듯이 / 다시 켜보자 Radio 네 시그널을 잡을 수 있게 / 또 다시 물음표 널 잡은 뒤엔 어떻게 킵할 수 있니? (‘시그널’)

너 땜에 다친 마음이 아파 / 뜨겁게 데인 기억들이 아파 / 마침 부엌의 하얗고 차가운 우유를 봤어 어떡할까? / My MILK 데인 맘에 붓죠 맘에 붓죠 맘에 붓죠 / 베인 맘을 적셔 맘을 적셔 맘을 적셔 (‘Milk’)

확실히 넌 우유부단한 것 뿐 / 나쁜 놈은 아닐거야 / 웃겨 그렇다고 다 넘어갈 수는 없어/ 오늘은 확실히 말해 / 친구야? 아님 대체 뭐야? 내가 네 엄마야? / 언제까지 날 헷갈리게 / 내가 제일 편하다는 그런 말은 그만해 (‘Dangerous’)

마지막 주자이자 리스트의 막내 f(x)는 켄지가 만드는 소녀 곡들의 모든 특징을 받아 소화해낸 그룹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곡 ‘라차타’를 선사하며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준 산파이자 가장 최근 앨범인 “Red light”까지 매 순간을 함께해 온, f(x)에게는 단순한 작곡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f(x) 역시 켄지에게는 무척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이 가설의 한가운데에는 ‘제트별(“Electric Shock”, 2012)’이 있다. 2010년 즈음부터 작사나 작곡 한 파트에만 몰두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에게 2011년 다나&선데이의 ‘나 좀 봐줘’ 사태는 결코 작지 않은 악재였다. 팬덤까지도 등을 돌리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상황, 눈앞에 나타난 동아줄이 바로 이 노래 ‘제트별’이었다. 비록 타이틀 곡은 아니었지만 켄지 전성기의 멜로디 감각과 f(x)의 기괴한 사랑스러움이 결합되며 지금까지도 평단과 마니아들 사이 이 노래를 이들의 최고작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따라가기 힘든 난해한 노랫말마저도 분절되는 리듬들을 바쁘고 예쁘게 따라가기 위한 화려한 언어유희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한 곡이기도 하다.

덕분에 켄지xf(x) 조합은 근작 ‘Red light’, ‘Milk’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위의 가사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켄지xf(x)는 켄지가 그리는 소녀들의 A부터 Z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방지축 친구들을 이끌다가 불현듯 사랑에 빠지고, 마음의 상처에 우유를 부으며 달래다가도 난 네 엄마가 아니라며 상대에게 호통을 치는 그런 소녀. 소녀들의 가장 소녀다운 모습, 소녀들의 사랑,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소녀들의 마음, 놀라운 성장담 그 모두가 켄지와 f(x)의 만남 안에 있다. f(x)의 노래들은 그래서 가장 켄지다운, 켄지한 나라에 살고 있는 소녀들의 완성형이다.

작사가 켄지

우리가 각자의 소중한 유년기를 기억하고 있듯 켄지와 소녀들 역시 한정된 시공간 속 자신들만의 세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 몸짓들이 사랑스러운 건, 그 한 가운데에 언제나 ‘내’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켄지한 나라의 소녀들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쓸데없이 들뜨거나 과하게 좌절하지 않은 채 ‘사랑에 빠진 나’ 혹은 ‘이별을 앞둔 나’에만 집중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지금 나의 이 감정은 무엇이고,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만 골몰하는 믿음직한 소녀들뿐이다.

그녀의 가사가 난해하다거나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의 한 편엔 어쩌면 이러한 화자를 향한 다소 낯선 접근법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인 남성작사가들이 쉽게 소녀에 빙의해 쓴 노랫말들이 가지고 있는 단편적 심상과 직설적 표현법에 비해 켄지의 노랫말에서 숨 쉬고 있는 소녀들은 실제 사춘기 소녀들만큼이나 복잡하고 이해 불가능한 존재로 실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성숙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어찌 된 노릇이냐고? 그건 지금껏 멸종하지 않고 생존한 소녀들만의 비밀스러운 생존방식이니 그저 모르는 척 이끌려 가는 게 상책이다.

Kenzie 12주년

김윤하

Author:

듣고 보고 읽고 씁니다. 특기는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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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ngjae Yim

    가장 사춘기 소녀스러운 그러면서 성숙한듯 혼돈스럽지만 사랑스러운게 켄지의 가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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