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덕후시트콤 “일반인 코스프레”

컬러풀필름 채송이 감독

이미지 ⓒ 컬러풀필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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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말, 컬러풀필름은 <덕후시트콤 “일반인 코스프레”>를 공개했다. 샤이니월드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과탑 경제학도 송이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은, ‘덕후 라이프’의 리얼한 묘사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총 7편으로 지난 달 초 전체 이야기를 마친 뒤, 영어 자막 제작을 진행 중인 컬러풀필름의 채송이 감독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덕후시트콤

‘컬러풀필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덕후들이 많다. 어떤 모임인지 소개를 한다면?

사실 모임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멤버가 나와 조연출 솔이, 단 두 명이다. 두 명이다 보니 없는 살림으로도 가내수공업처럼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처음에 시트콤을 만들려고 결심하고, 이왕이면 그럴싸한 이름을 짓고 시작하려고 했다. ‘컬러풀필름’이라고 지은 이유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 단순히 컬러 필름이 아니라 컬러풀(colorful)한, 흥미로운 필름이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샤이니의 ‘Colorful’이라는 노래에서 “You make my life colorful.”이라는 가사가 있다. 그것처럼 ‘Colorfulfilm makes your life colorful’ 이 되길 바란다.

덕후들 사이에서 <일반인 코스프레>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어떻게 덕후들을 위한 시트콤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첫 시리즈로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소재를 택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러 시리즈를 계획한 건 아니고,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겨서 ‘이거 꼭 해야겠다’ 하고 일단 시작한 거다. 굳이 일코를 하고 지내지 않았었는데 아이돌 팬들이 흔히 겪는 것처럼, 아이돌 팬이라는 이유로 눈치를 보게 되는 일을 겪게 되었다. 그 전에는 몰랐는데 그런 일을 직접 겪고 나니 ‘일코’라는 단어가 새삼 새롭게 느껴지더라. 그 때 일기를 엄청 썼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계속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갔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일코’라는 단어가 새삼 새롭게 느껴지더라. ‘일코’를 하고 살아야 하나? 근데 ‘일반인’이 뭔데?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됐다.

‘일코를 하고 살아야 하나..?’

<일반인 코스프레>를 만들면서 특별히 타깃으로 삼은 시청층이 있었나?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가 볼 거라고 많이 염두에 두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보고 듣고 싶게끔 만들었다. 이런 생각은 했다. 그래도 샤이니 팬의 이야기니까 샤이니월드 분들은 보시지 않을까. 그리고 엄청 걱정했다. <일반인 코스프레> 때문에 샤이니나 샤이니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올리기 직전까지도 망설이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이 작품으로 처음 ‘덕후의 일상’을 접한 속칭 ‘머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머글’이라는 표현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편의상 칭하자면, 머글 분들이 이 시트콤을 보셨을까도 의문이다. 봐주셨다면 일단 감사드린다. 그리고 묻고 싶다. 진짜 본인을 ‘머글’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에게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대상이 없는지.

이를테면 피자라든지…

제작진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일반인 코스프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일코는 필요하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선입견과 편견으로 누군가를 단정 짓는 것에 익숙하고, 누군가에게는 ‘취향 존중’을 외치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니까. 일코를 한다고 누가 비겁하다고 할 수 있겠나.

다만, 계속 숨기면 바뀌는 건 없고, 숨기는 건 결국 계속 내가 맞춰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더 어려워서 일코를 안 한다. 일코를 하지 않는다는 게 꼭 내가 좋아하는 걸 동네방네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다닌다는 건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거에 대해 내 나름의 확신이 있고, 그 진심을 전한다면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를 시도하면서 편견도 허물고 조금씩 바꿔나가려고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일코>를 만든 것은 그런 행동 중 하나였다.

말마따나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덕후들이 있는데, ‘아이돌 덕후’와 ‘축구 덕후’, ‘애니메니션 덕후’, 그리고 나중에 등장하는 ‘페디큐어 덕후’(스포일러) 등의 분야를 특정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

아무래도 ‘덕후’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전문성이다. 그래서 어설프지 않게, 가급적이면 내가 잘 알 수 있는 분야를 하려고 했다. 주인공 송이가 샤이니를 좋아하는 건 무엇보다 내가 샤이니를 좋아하니까, 다른 분야보다 잘 표현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참고했다. 처음 시트콤을 기획할 당시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한테 항상 이런 질문을 하고 다녔다. “좋아하는 게 뭐예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당황하더라.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진짜 다양한 분야의 덕후가 있는 거다. 그 중에서도 각자만의 이유로 일코를 해야 하는 고충이 있는 인물들을 골랐다. 시트콤에 나오는 축구 덕후, 애니메이션 덕후, 페디큐어 덕후(스포일러)는 각각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른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자가 페디큐어를 좋아한다(스포일러)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그렇게 불편한 시선을 받을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시트콤 주인공이자 샤이니월드로 등장하는 ‘송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이 정말로 진성 덕후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것들이던데, 어디서 구했는지? 혹시 제작진 중에 ‘송이’의 모델이 있는지?

내 이름이 ‘송이’고.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고, 샤이니를 좋아한다. 샤이니와 관련된 아이템은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이다. 몇 개는 샤이니월드인 다른 친구한테 공수 받기도 했다. 근데 내가 ‘송이’의 모델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극중 ‘송이’와 나는 다른 점이 훨씬 많다. 샤이니 덕분에 삶이 행복해진다는 점을 뺀다면 성격이나, 성적이나, 연애사나 참 다르다. 과탑이라거나, 썸남이라거나 나한테는 먼 이야기인데… 아… 잠깐 울고 가도 될까?

쓸쓸합니다.

시트콤에서 구사하는 전문 용어(!)들이 꽤나 본격적인데, 덕후가 아닌 일반인들은 한 번에 알아 듣기 힘들 법한 용어들도 자막 등을 통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대로 사용한 게 눈에 띄었다. 반면 ‘샤월’, ‘팬싸’ 같은 용어들은 약자로 줄이지 않고 풀어서 사용했는데, 이유가 따로 있는지?

처음에는 고민했다. 이걸 그대로 쓰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지 않을까? 자막을 넣어야 하나? 그런데 그걸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런 대화는 그저 일상이지 않나. 일상을 설명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결국 그들을 대상화해서 보게 될 것 같았다.

생소한 용어 때문에 대화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건 사소한 문제고, 시트콤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샤이니월드’를 ‘샤월’이라고 줄여 쓰지 않은 건, 그냥 내 습관이다. 굳이 전문적이고,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고자 줄임말을 쓰려고 하지도 않았다.

배우들의 생활 연기가 무척 능숙하던데, 실제로 배우들은 무언가의 덕후인지 궁금하다. 특히, ‘흥배’ 역할을 맡았던 손문영 씨는 정말로 아이돌 안티인지?

배우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내가 말하는 건 혹시나 ‘덕웃팅’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문영 오빠는 아이돌 안티가 아니다. 처음에 대본 보여드렸을 때 문영 오빠가 ‘나는 샤이니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말해도 괜찮겠냐’고 오히려 걱정했다. 흥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남긴 분노의 댓글을 보면서 문영 오빠는 본인이 연민정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단언컨대 문영 오빠는 샤이니를 좋아한다.

<일코>의 연민정

‘송이’의 짝사랑 상대인 후배 ‘우진’ 역을 맡았던 이경로 씨는 묘하게 샤이니의 온유와 비슷한 음색을 갖고 있던데,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

우진 역을 캐스팅할 때 캐릭터 이미지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누구라도 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경로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남자 동기 중 하나였고, 그래서 급하게 부탁한 건데, 경로가 흔쾌히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줘서 무척 고마웠다. 경로는 목소리도 좋고, 참 좋은 아이지만… 온유와 음색이 닮았다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컬러풀필름’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지 계획 되어있는 것이 있는가?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어떤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하게 된 거다. 다음은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 생긴다면 다시 찾아 뵙게 될 것 같다. 그것도 아마 사람들 사는 얘기일 것이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심지어 국내 팬들마저도) 영어자막을 원하고 있던데, 혹시 언제쯤 완성될 계획인지?

이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학기 중이라서 여유가 없는데, 그렇다고 적당히 해서 올리고 싶지는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늦어졌다. 가능한 한 빨리 완성해서 올리겠다. 늦어도 2014년 올 해 안에는 영어 자막을 모두 올릴 예정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작품에 대해 지금까지 받아본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드백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덕질을 할 열정도 없어서 슬픈데 <일코>의 사람들이 너무 어색하고 귀엽다고, 그래서 덕질을 하고 싶게 한다고.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또 평범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인생이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본인이 꽤 즐겁게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 정말 기쁘다. <일반인 코스프레>를 보고 누군가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니 나로서는 감동이다.

지금 아이돌로지를 보고 있을 아이돌 덕후 a.k.a 빠순/빠돌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다. 꽤 멋지게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응원한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준 컬러풀필름에 감사드리며,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진행/정리 : 김윤하, 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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