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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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본 아이돌 –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천신만고 끝에 저자본으로 아이돌을 제작한 김자린 씨. 문제는 그다음이다. 활동과 홍보를 통해 꾸준한 노출이 필요한데, 뮤직뱅크의 좁은 문턱을 놓고 SM, FNC, YG, JYP, 큐브와 경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경험과 인맥을 포함한 인프라와 막대한 영업력이 필요할 것이다. 굳이 로비나 비리 등을 입에 올릴 필요도 없다. 아이돌로지의 퍼스트리슨 코너만 보아도 쏟아지는 아이돌 음반은 너무나 많으며, 음악 방송은 아이돌 이외의 음악도 다룬다. PD도 사람인지라 그 전부를 공평하게 들어보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으며, 결국 무엇으로 설득하느냐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역 탤런트 등 기존 연예계의 인접 업종이나 CCM 기획사 등에서 전환하는 경우는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어느 정도는 관련 인프라가 있고 비슷한 유형의 업무를 해본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자린 씨와는 달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동원할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국 바깥에서도?

그러나 활동 영역이 방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 시장의 소화력은 이미 별도의 언더그라운드를 구축한 트로트가 입증해준다. 행사를 꾸준히 뛰면 직캠 영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SNS를 통해 직캠 영상 등을 공유하며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형태는 이제 매우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친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아이돌은, 언제나 소수의 팬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어느 순간 크레용팝 같이 ‘빵 터지기도’ 한다.

퍼스트리슨에서는 봤지만 방송에서는 거의 볼 수 없던 아이돌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꽤 많은 직캠 영상을 발견할 수 있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수는 멤버별 직캠에 멤버 이름도 정확히 붙어 있다. 물론 이들이 전부 코어 팬이라고 보기는 무리일 수도 있다. EXID의 ‘위아래’ 케이스를 일반화된 모델로 이해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가 찍어주고 그 결과가 인터넷에 게시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이 된다.

여러 모로 유명한 '직캠러' pharkil의 유튜브 채널

여러 모로 유명한 ‘직캠러’ pharkil의 유튜브 채널

장르 음악 시장

장르 음악 시장도 무시할 순 없다. 장기하와얼굴들과 함께 활동한 미미시스터즈, 인디 씬의 강자 비트볼 뮤직이 기획한 2009년의 플레이걸 등은, 특정 씬에서도 ‘아이돌적’인 구성이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키무키만만수 역시 아방가르드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서로 꽤나 다른 이미지의 매력을 가진 여성 두 명으로 이뤄진 점 등이 아이돌적으로 활용되며 해당 씬에서 인기를 모았다. 이는 룩앤리슨 같은 그룹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음악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동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아이돌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인디-록 씬에 아이돌적 취향은 꽤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어떤 씬이든 음악적 취향이 통하기만 한다면 귀엽고 예쁘게 만들어진 그룹은 부분적이나마 소구력을 갖는다. 민감한 이야기지만 그런 점에서 여성 아이돌은 약간의 유리점을 갖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은 누구나 좋아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우리의 음악시장은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다기보다, ‘아이돌화’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이돌의 시장 점령? 시장의 아이돌화”를 참조하기 바란다.) 특히나 미디어 영향력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아이돌성’에 익숙해지는 것은 장르 음악 팬이라도 피해가기 어렵다. 장르 음악 특성상 아이돌에 대항하여 장르를 지키려는 구심력도 있지만, 아이돌과의 일종의 ‘혼종’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원심력도 있다고 하겠다. 힙합 씬에서 래퍼들이 캐릭터화하면서 아이돌의 특징을 수용하는 점, 클럽 씬에서 댄스 유닛 형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룹들이 존재하는 점 등은 이런 소구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장르 음악 씬에서는 보다 ‘진지한’ 아티스트의 공연장에 아이캔디처럼 함께 등장하는 아이돌에 가까운 그룹들을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장르 음악 씬 활동의 경제적 가능성은 다른 이야기다.)

해외 팬들 : “얘네를 어떻게 알지?”

해외 팬들의 존재 또한 과거와는 조금 다른 변수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듣보잡’이지만 해외에서는 의외로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는 소규모 아이돌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는 그들이 다양한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을 해서이기도 하지만, 국내와 해외 팬의 정보 격차와도 관련 있다고 하겠다. 내국인은 길거리에서도, TV에서도 하루종일 메이저 아이돌의 곡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뉴스에서도 대형 아이돌과 소형 아이돌은 다뤄지는 비중이 다르며, 어쩌다 소형 아이돌의 기사가 부각된다 해도 댓글란을 통해 이들의 좌표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정보를 능동적으로 파헤쳐야 하는 외국인들은 정보 비중의 차이가 적은 케이팝 종합 매체에 언급되는 모든 아이돌을 똑같이 ‘케이팝 아티스트’로 받아들인다. 해외의 모 웹진에서 역대 최고의 케이팝 앨범커버로 유승준, 듀스와 무키무키만만수를 함께 게재한 것은 이런 차이를 잘 보여준다. 댄스 가요와 록에 대한 한국식 구별이나 국내 인디 씬의 맥락을 알지 못하는 해외 팬들에게는 바버렛츠도 케이팝 아이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팬들은 국내에서의 입지나 기획사 영향력과 무관하게 아이돌을 소비한다. 간혹 트위터에서 짤막한 문장과 상냥한 이모티콘으로 대답이라도 해주면 더욱 큰 호감을 갖는다. 물론 당장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느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좋은 점은 모든 것이 숫자로 남는다는 것이다. 국내든 해외든, 숫자를 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성장에는 보탬이 된다.

대표적 해외 케이팝 미디어 중 하나인 '코리아부'

대표적 해외 케이팝 미디어 중 하나인 ‘코리아부’

예상 외의 걸림돌 하나

오히려 문제는 시장성보다는 정부의 정책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른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말이다. 이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식 등록하지 않은 업체는 방송 출연, 음원 발매 등에 제한이 있으며, 불법업체로 간주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등록을 위해서는 독립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4년 이상의 기획업 경력을 증명해야 하고 매년 10시간의 법정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연예 지망생의 사기 피해를 방지한다는 법의 취지와 4년 이상의 경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소규모 연예기획사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의 인디 레이블을 성립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향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데서 만날 줄은 몰랐던 그분.

이런 데서 만날 줄은 몰랐던 그분. ⓒ 황준호

저자본 아이돌은 가능한가?

우리는 메이저 중심의 이해에 익숙하지만, 지금 아이돌씬은 어쩌면 변동을 겪고 있다. 크레용팝의 성공이 그 분기점이 되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이를테면 애플, 허핑턴포스트, 싸이, 라디오헤드와 같은 것이다. 모델이라고는 하나 이를 반복한다고 해서 가능한 성공이 아니며, 그 시기였기에, 그들이었기에, 그리고 운까지 포함하는, 계량화하기 힘든 많은 요소들의 작용이었다 보는 편이 현실적일 것이다. 크레용팝의 크롬 엔터테인먼트가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빠빠빠’와 같은 ‘현상’을 ‘재현’하지는 못했던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크레용팝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효시였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것은 인터넷상의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입소문이 작용한 EXID의 ‘위아래’에도 해당된다. 아프리카 TV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데이트의 사례 또한 향후 좋은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아이돌 육상대회〉 등 마이너 아이돌을 위해 준비된 통로를 거쳐 방송국에 입성, 음악 방송 1위를 하고 ‘전국구 아이돌’이 되어 정상에 서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가능성이다. 일단은 어떤 대중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활동을 이어나갈 기반이 생겨났고, 또한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방송국에서 ‘소의 꼬리’가 되기보다 해당 씬이나 구역에서 ‘닭의 머리’가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날인가 더 넓은 대중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일본의 아이돌인 퍼퓸의 사례를 보여주며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퍼퓸의 격세지감

지금까지 우리는 어디까지 저자본으로 아이돌을 만들 수 있는지,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한지를 살펴보았다. 인디 음악 담론에 익숙한 독자라면, 어쨌거나 기획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저자본이라고 하여 인디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디 아이돌’이란 가능할까. 그것은 다음 시간에 다시 알아보기로 하겠다.

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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