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위를 달리는 Pretty Girl

카라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이미지 ⓒ Universal Japa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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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카라의 곡들은 늘 강했다. 일렉트릭 기타가 얼마나 주도권을 갖느냐의 차이일 뿐, 크고 강렬한 사운드로 몰아치곤 했다. ‘Pretty Girl’(2008), ‘Wanna’(2009), ‘점핑’(2010) 등은 모두 디스토션 사운드를 묵직하게 배치한 뒤 이를 중심으로 곡이 꾸려졌다. 이 기조는 유례없이 강렬한 메탈 기타를 활용한 ‘We’re With You’(2010)를 포함해, ‘판도라’(2012), ‘숙녀가 못돼’(2013)까지 이어지며 스윗튠 시대 카라 사운드의 풍경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Honey’(2009)에서는 그것이 배음 풍성한 신스로, ‘루팡’(2010)에서는 거칠게 굴러가는 듯한 킥과 베이스의 조합으로 표현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히트곡인 ‘미스터’(2009)가 빠른 템포의 드럼과 가요적 멜로디로 쫄깃하게 풀어나간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지형도에서는 ‘미스터’야말로 ‘방계’로서 ‘Step’(2011)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너라서 참 다행이야”

2NE1과 포미닛 이래로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인 걸그룹은 많았지만, 카라를 이들과 결정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소녀적인 성향이었다. ‘Break It’(2007)에서 ‘Rock U’(2008)와 ‘Pretty Girl’로 넘어오면서 카라의 음역은 사뭇 높게 조정되었는데, 이는 가창력을 담당하는 멤버가 빠져나간 그룹으로서는 얼핏 의아해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들의 보컬 연출은 당시로서 꽤나 과격하여, 수시로 소리를 지르거나, 의미 없는 감탄사를 쏟아부었다. ‘Rock U’의 핵심 모티프는 날카로운 목소리의 외침(“Rock your body I say”)이었다. ‘Pretty Girl’은 노래하는 목소리로 대부분을 채웠지만, 고음이 두드러지는 백업 보컬이 곳곳에서 본 멜로디를 압도하며 찌르고 다니다, 후반 훅 직전에 “캬하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듬해의 ‘미스터’는 수시로 보컬과 보컬이 엇갈려 흐르는 가운데 틈이 날 때마다 “헤이!”를 수십 회 속삭이는 보컬 트랙의 서커스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어떤 이들에게는 ‘가창력의 약화’로 받아들여졌지만, 카라의 보컬 트랙은 보다 적극적인 음악적 표현이었다. 음역 조정을 통해 가녀리고 시끌벅적한 소녀를 설정한 뒤, ‘노래’에 해당하지 않는 목소리를 과감하게 활용해 이를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목소리에 음향으로서 접근하는 이런 과격한 연출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이후 애프터스쿨(‘Diva’, ‘Bang!’ 등), 달샤벳(‘Supa Dupa Diva’ 등), f(x) 등으로 이어졌다. 걸그룹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벼워져 크레용팝을 비롯한 ‘어린이 목소리’에 도달하는데, 이는 아직 정통파 보컬과 오토튠 사이에 선택지가 없던 카라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향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것이 카라라는 인물상이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운드 속에서 가녀린 소녀가 노래한다는 모순적인 풍경이야말로 카라 사운드의 핵심이라 부를 만했다. 내유외강. 타이트한 상의에 투박한 멜빵 바지를 결합한 ‘미스터’의 의상처럼 말이다. 그 대조가 있기에 카라의 음악은 더욱 강렬하게 울렸고, 카라 캐릭터는 더욱 가녀리게 보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당당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카라의 타이틀 곡들은 머뭇거림 없이 말한다. ‘Wanna’에서 8분음표를 따라가는 “그대를 사랑해 (My love)”은 역시 8비트로 두 번씩 굴러주는 킥과 스네어에 얹혀 귀에 박힌다. 이는 “Rock your body I say”(‘Rock U’), “(높이) 올라가, (세상을 다) 가져봐”(‘루팡’) 같은 사례에서도 4분음표 혹은 8분음표로 반복된다. ‘Pretty Girl’이 셔플 리듬을 사용한 끝에 “예 예”로 수렴하는 것처럼, 비트와 결합한 정박의 멜로디가 또박또박 힘주어 찍어내는 멜로디들이다. 같은 원리로 ‘미스터’는 “헤이, 거기 거기 미스터”라고 일말의 의문도 허용치 않겠다는 기세로 확신에 차 손가락을 내밀어 보인다. 사운드의 내유외강은 인물상의 외유내강으로 뒷받침된다. 카라는 그런 굳은 심지와 자기확신으로 비로소, ‘비트 위를 달리는 소녀들’이 된다.

“누구라도 될 수 있”으니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를 권하는 “Pretty Girl”에게 (예뻐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되는 것을 페미니즘 텍스트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유혹하는 여자’, ‘꿈꾸는 여자’, ‘순종하는 여자’, ‘벗은 여자’ 등의 단순화된 여성상이 만연한 세계에서 카라의 인물상은 분명 남달랐다. 강한 사운드 혹은 이미지를 사용한 다른 걸그룹들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나 타고난 ‘잘남’을 표방할 때, 카라는 혼자서 반대의 지점에 있었다. 데뷔 초기의 힘겨웠던 시기, 응원 도구로 유명해진 (하필) 고무장갑, ‘생계형 아이돌’이란 용어의 출발점,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상큼함 등, 카라는 ‘없어 보이는’ 것들을 많이도 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라의 단단함은 타고난 외부조건이 아니라 일궈낸 내면으로 읽혔다. 친근함, 낙천, 꿋꿋함, 노력가 같은 것들이었다.

케이팝에서 이러한 태도는 이제야 조금씩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동세대와 확연히 구별되었던) 크레용팝이라는 ‘실험체’, 그리고 지금의 여자친구 등이 부분적으로 승계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사운드적으로 많이 다르지만 에이핑크, 또한 프로듀스 101의 기조를 논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카라의 약점이라고 대중적으로 인식된, ‘뭘 해도 섹시하지 않다’는 것의 이유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카라를 물려받을 미래의 걸그룹들에게 기대할 것은, 노력의 서사를 증대하는 과정에서 카라의 ‘자기확신’이란 매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노력하면서도 섹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일 수도 있겠다.

카라가 어쩔 수 없이, 때론 우연찮게, 또는 노력으로 획득한 이런 접근 방식 중 일부는, 결과론적으로 일본 여성 아이돌상에 가까웠다. 때론 수수할 정도로 제이팝적인 일본 발매곡들은, 한국에서보다 생활과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곤 했다. 또한 ‘Girl’s Power’(2012)는 카라의 곡 중에서도 제법 높은 음역인 C 근처에서 후렴이 노닐다가는 다시 한 번 발돋움해 E 구간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힘든 삶을) “웃는 얼굴로 달려나가자”고 노래하는 이 목소리는 유난히 필사적으로 들렸다. ‘Jet Coaster Love’(2011)를 부르던 유쾌한 소녀들이 (역시나 거대한 사운드 속에서) 필사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한국에서의 갭을 조금 더 넓게 벌려 놓은 셈이었다. 이는 시장에 따른 수용도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으나, 결국 카라가 표현하는 인물상의 방향성 자체는 한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맥락이었다.

핑클이 남기고 간 정확히 그 자리에서 시작한 ‘Break It’ 이후, 카라는 스윗튠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Rock U’는 록 사운드와 가녀린 목소리의 외침을 사랑스럽게 포장해내는 연습이었고, 그 음악적 시도와 이에서 파생한 카라라는 인물상은 ‘Pretty Girl’에서 완성되었다. 이단옆차기로 프로듀서가 교체된 후 발표된 ‘맘마미아’(2014)와 ‘Cupid’(2015)는 모두 좋은 곡들이었지만, 어쩌면 이 두 곡이 결정적으로 잡아내지 못한 것 또한 바로 그것이었을지 모른다. 팬덤 밖에서도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각별하게 사랑한 카라는 분명 ‘맘마미아’처럼 화려하고 ‘Cupid’처럼 번쩍였다. 그러나 카라가 사랑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 또한 케이팝 씬이 이만큼 커지면서 카라의 구성요소를 참고하는 이들은 많지만 아직 카라의 포지션을 정확히 재생산하지는 못하는 이유, 그것은 ‘Pretty Girl’이 강렬한 비트 위를 ‘어떤 심정으로 달리는가’에 있는 건 아닐까.

카라 나잇

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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