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 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갓세븐, 히스토리, 빅플로, 아우라, 헤일로, 에이핑크 BnN, 타픽, 효민을 들어보았다.
김영대: 갓세븐이 보이밴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U Got Me'의 미니멀한 구성, 소프트하고 단정한 느낌의 이 랩핑은 결코 나쁘지 않다. 그에 반해 'Good Night'에서는 리듬의 모멘텀을 가져가지 못하고 밋밋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좀 갸우뚱해지는 만듦새다. 기타와 리듬의 엇박이 만들어내는 청량한 R&B 'Forever Young'은 가사의 분절, 보컬의 적절한 분배가 괜찮다. '나쁜짓'처럼 강렬한 리듬이 이끌어갈 곡에서는 약간 애매한 카리스마의 총량이, 무난한 곡에서는 해석력이 좋은 데에 반해 곡이 가진 파워가 떨어진다. 이 지점은 앞으로도 이 팀이 정상의 위치를 노린다면 고민이자 도전이 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탁월한 곡은 역시 타이틀곡 'A'. JYP의 곡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자칫 복고적인 분위기로만 빠져들 뻔한 곡을 Noday의 찰진 편곡이 현대적으로 중심 잡고 있는 괜찮은 마무리다.
유제상: JYP 최초의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갓세븐의 두 번째 미니앨범. 정작 타이틀인 'A'는 클래지콰이나 하우스룰즈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하우스 풍의 곡이라 좀 의아하긴 하지만, 나머지는 묵직한 힙합 비트를 품고 있으니 이들이 어떠한 차별점을 지니는지를 만끽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은 없다. 멜로디로 보나 사운드의 완성도로 보나 여러모로 공들인 앨범으로, 아마 맘에 드는 멤버가 있다면 노래의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조성민: 낭중지추 같은 타이틀곡 'A'에 비해 다른 수록곡들은 이전 앨범의 곡들과 큰 차별점 없이 자기복제를 반복하고 있다. 갓세븐의 노래들은 정말 이상할 만큼 지루하게 들릴 때가 많은데, 드라마틱한 곡 전개와 퍼포먼스에 익숙해진 대중에게는 좀 더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를 들이댔어야 하지 않을까.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듯, 오디오만으로는 너무 공허하게 들리는 트랙이 많다. 아무리 아이돌 음반이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작품이라지만, 이 정도는 좀 너무하다는 느낌도 있다. 멤버들의 보컬 잠재력이 좋은 노래를 만나지 못하고 썩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두 걸음을 뗀 팀에게 그 정도 걱정까지는 아직 필요 없을지도. 그보다는 JYP 아이돌의 고질적인 단점인 '랩 실력의 부재'부터 해결되길 바란다. 물론 마크나 잭슨이 (산이를 제외한) 기존의 JYP 출신 랩퍼들보다는 듣기 편하게 랩을 하고 있긴 하다.
미묘: 이민수, East4a, KZ, 전다운, 디즈, Andrew Choi 등 화려한 작곡진의 이름에서 꽤나 기대했지만, '아직 안 터지나..?' 하는 의문을 품은 채 18분이 흘러가버린다. 'Psycho'만 해도 현재적인 사운드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때론 90년대 인디트로니카의 색채마저 느껴지며 꽤 재밌고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귀를 잡아채는 힘은 아무래도 부족한데, 조금 불경스럽지만 믹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렉트로 뉴잭스윙에서 초기 브라운아이드걸스 풍을 오가는 다른 수록곡들도, 나무랄 데는 참 없는데 '이거다' 싶은 부분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유제상: 인상 깊은 타이틀 'Psycho'를 들고 나온 히스토리의 데뷔 앨범.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인상적인 멜로디'와 '미려한 가사 속 스토리텔링' 창출에 일가견이 있는데, 본 앨범에서도 이러한 강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소위 리스너들도 능히 만족시킬 양질의 아이돌 음반. 다만 전반적인 기표(記標)만 놓고 보자면 인피니트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마이클 잭슨 분위기의 'It's Alright' 같은 곡이 특히 그렇다), 추후 이 부분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해 보인다.
조성민: 요즘 타이틀곡 'Psycho' 2절에서의 퍼포먼스 때문에 '머리채 잡는 애들'로 이슈를 몰고 있는 것 같은데, 전작('난 너한테 뭐야') 뮤직비디오에서의 선정성 논란에 이어, 항상 이렇게 그룹의 정체성과 전혀 동떨어진 이슈를 만드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정도로 딱히 특징적인 면을 찾기 힘든 앨범이다. 음색도, 실력도 평이하기만 한 보컬들과, 역시 크게 장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랩 파트는, 패기 넘치는 곡 제목과 가사가 무색해지게 만든다. 차라리 '태양은 없다'나 'Blue Moon'에 좀 더 괜찮은 퍼포먼스를 결합해 '포스트 비스트'나 '포스트 B.A.P' 자리쯤을 노려보는 게 나았을지도. 물론 그렇게 되려면 곡 전체에 파워나 드라마를 실어줄 메인보컬을 수혈해 와야 할 것 같다. 남자 아이돌 그룹에 대대로 '고음 셔틀'이 존재해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유제상: 여러모로 그리운 느낌을 전해 주는 미니앨범. 일례로 인트로인 'First Flow'는 2000년대 초반 드렁큰타이거를 위시한 힙합곡을, 타이틀인 '딜라일라(Delilah)'는 90년대 후반 벅이나 NRG가 부른 숨 가쁜 댄스곡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도 앨범의 분위기가 하나로 통일되어있지 않아 어수선한 것이 문제. 차라리 수록곡 중 네 번째에 위치한 'Fly'처럼 빅뱅 분위기로 쭉 밀고 나가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조성민: 이 팀의 결정적인 단점은 아무래도 '후발주자'라는 점일 것 같다. 아류로 남을지,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줄지는 아직 지켜볼 문제. 다만, 지금은 너무 대놓고 '블락비 워너비' 같아 보인다는 점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미묘: 이제 세 곡째. 아우라의 솔로 프로젝트에 대한 판단을 슬슬 내려도 이르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이돌의 자기계발과 에고트립 자체는 지지하지만, 그 결과물은 별개의 이야기다. 트랙의 만듦새는 전작보다 꽤 나아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보컬과 작곡에 대한 객관화가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멜로디가 나쁘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지만, 아무렇게나 불러도 살 수 있는 멜로디 또한 분명 아니다. 작곡가가 책상에 앉아 스케치용으로 녹음하는 보컬과 '솔직한 보컬'을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후자가 매력인 경우는 보통, 멜로디나 가사가 굉장히 좋은 경우다.
유제상: 바로 전 싱글인 '바닐라 스카이 (Vanilla Sky)'가 프리템포나 다이시댄스 같은 일본계 하우스 뮤지션의 오마주(?)라면, "#Can't Stop"는 여기에 경망스러운 건반 소리를 제거한 곡이다. 어느 쪽이든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다.
유제상: 게임 마니아라면 깜짝 놀랄 이름을 달고 나온 6인조 남성 아이돌의 데뷔 싱글. 총 4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번 달 발매된 어떤 음반보다 팝적인 색채가 강하다. 아무래도 음악보다는 그룹의 이름으로 두고두고 씹힐 것 같은데, '기어스 오브 워'나 '킬존'이란 이름의 여성 그룹이라도 나와야 하나... 음반이 인상 깊지 않다 보니 군소리가 많아졌다.
조성민: 남자 아이돌 데뷔 앨범으로는 크게 나쁠 것 없는 앨범. 심지어 신인다운 어색함과 미숙함까지 갖추고 있는, 어찌 보면 '완벽한 신인 아이돌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타이틀곡 '체온이 뜨거워'는 작사가 김이나의 역량을 십분 체험할 수 있는 트랙. 랩을 제외하면 나름 개성도, 실력도 갖춘 모양새인 듯하니, 킬링 트랙 하나만 잘 뽑아서 나왔으면 좋겠다.
미묘: G-A7-C-Dsus4. 여느때보다 가요적으로 들리는 것은 이 곡의 몇 개의 레이어를 벗겨내면 포크에 기반한 가요가 나오기 때문일까. 용감한 형제 10주년에 참여한 아티스트 목록을 보면 이 곡이 에이핑크에게 가장 잘 어울리겠다는 수긍은 간다. 멜로디에서 완성된 내러티브 위에 용감한 형제의 목소리가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특별히 나쁠 것 없는 무난한 가요. 슬슬 탄력이 떨어져 가는 듯한 분위기의 이 프로젝트에서 용감한 형제는 어쩌면, 변화를 위한 간 보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조성민: 이런 노래라면, 굳이 에이핑크 앨범이 아닌 유닛 싱글로 낼 필요가 있었을까…?
미묘: 어떤 이들은 이 음반에서 실용음악 전공자 취향을 읽을 것이다. 그것은 훵키한 베이스나 기타의 질감만이 아니라, '배운 느낌'의 보컬이나, 보컬 편곡, 멜로디에 적극적으로 연동하는 반주 등에서도 드러난다. 썩 특별하지 않은 사운드들을 익숙한 느낌으로 조합했지만, 구석구석에서 듣는 재미와 호소력이 느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한편, '쨍'하게 찌르는 맛이 부족하다든가, '케이팝스럽게' 만들어진 변칙적인 부분들의 임팩트가 약간은 애매하다는 아쉬움 또한 어쩌면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취향 차와도 관련되고, 흔치 않은 이색적인 질감을 들어보는 재미는 분명한 음반.
조성민: 오랜만에 꽤 좋은 앨범이 나온 것 같은데, 아직 몇몇 보컬들이 소화를 못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가창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안 어울리는 옷을 입혀놨다는 느낌. 노래를 못하는 건 절대 아닌데, 곡 자체가 가진 에너지에 기가 눌려서 끌려다니는 느낌이 있다. 특히 타이틀곡인 ‘SEE YA’에서 그게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게 아쉽다. 장르 노선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김영대: 'Nice Body'가 불편한 무언가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글자 그대로 읽어내려는 시도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양립적인 어떤 여지를 두지 않고 '누구나 그렇다'며 뻔뻔함을 유지하는 것, 뮤직비디오의 허구적 색채감 및 엔딩. 그러니까 가령 이건 "아니면 말지, 하지만 아닐 건 또 뭐야"라고 간 보는 마일리 사이러스식 도발과 흡사한 결이다. 아예 무시하면 모르되, 낚이는 순간 적어도 효민의 의도는 성공한다. (설마 그게 효민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돌의 음악에서 '누가 말하는가'는 중요한 비평의 문제였고 이 곡은 다시금 그 논쟁을 지필 것이다. '척했어'도 그렇지만 브레이브 사운드의 그루브는 어째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간결하며 농익은 느낌이고,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보컬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솔로 패키지로서의 매력은 떨어짐이 없다. 논란을 동반한, 그래도 성공적인 솔로 데뷔다.
맛있는 파히타: 매우 PC하지 않지만, 효민의 'Nice Body'는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티아라가 과거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고, 효민 또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나이스 바디"라는 브랜딩은 대중에게 알려진 효민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적절한 전략이라고 하겠다. 약간 나른하고 레이드백(laid back)된 미드템포의 곡은 용감한 형제의 전작들과 큰 차별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사 내용은 좋든 좋지 못하든 큰 울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 아이돌이 자신을 가꾸는 내용의 가사들은 여성들에게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어필하곤 하는데 (PC하지 못함은 이 부분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아마도 남성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될 것이리라. 게다가 피쳐링한 로꼬의 랩은 남성 청취자들의 내면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한편으로 '건강한 섹시'라는 측면에서 이 곡은 이효리의 'U-Go Girl'과도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
미묘: '척했어'는 미드템포의 감성적인 곡임에도 뻔하게 질척거리지 않는 선명함이 있고, 그것에는 효민의 음색이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좀처럼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지만 맑고 고운 음색이, 걸그룹 보컬의 배경색을 넘어 솔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이 댄서블한 'Nice Body'에선 은은하게, '척했어'에선 당당한 느낌으로 소화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의 실력과 포텐셜, 매력을 가지고 이런 진흙탕플레이 밖에는 할 수 없는 걸까.
유제상: 충격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Nice Body'를 타이틀 삼는 효민의 솔로 데뷔 앨범. 티아라N4의 '전원일기'가 "오빠들, 우린 오빠들보다 열심히 살거든요"라는 열성적인 빈정댐이라면, 효민의 'Nice Body'는 "이래도 싫어? 이래도?"라 되뇌는 되바라진 유혹이다. 물론 비평을 하는 입장에서는 고만고만한 아이돌 판에 경종을 울리는 이런 되바라짐이 반갑다. 그러나 '담(談,膽)'의 가사 인용 문제로 활동 시작 전부터 김이 빠져버린 데다가, 역시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조성민: 노래를 듣고 평하기를 즐기거나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종종 가사가 가진 힘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 앨범과 타이틀곡 ‘Nice Body’가 그런 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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