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 : 인트로에서 첫 후렴이 들어가는 순간이 다소 다급해 보이나 싶다가도, 듣고 있자면 도합 다섯 번이나 반복하는 후렴에 대한 자신감을 읽고야 만다. 90년대 초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 곡은, 후렴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짧고 다양한 버스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조금 ‘케이팝화’한 A-B 구조인 셈. 특히 2절은 ‘벌써 브리지야?’ 싶어진다.) 그러나 단순하고도 인상적인 후렴으로 돌아올 때마다, 청량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 보면 한때 ‘후크송’이란 게 유행했으나 결국은 누구도 원더걸스와 박진영만큼 우아하고 유쾌한 반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단순하고 느긋한 피아노 루프를 걱정 없이 교차로에 풀어놓고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웃거리다, 결론은 “에에이”, 하며 능청맞은 눈웃음으로 “맘에 들잖아?”라 묻는다. 난 웹캠도 없는데 어떻게 아는 걸까.
조성민 : ‘JYP의 신인’ 갓세븐은 남자 아이돌임에도 (그리고 안무에 체조류를 접목하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2PM보다는 원더걸스를 더 닮아 있다. 6인조로 전환된 이후부터 ‘케이팝 남자 아이돌 그룹’의 장르적 특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온 2PM과 달리, 미국 틴 팝 아이돌의 한국 현지화를 추구하는 듯한 음악과 퍼포먼스는 확실히 ‘원더걸스의 재림’을 남자 아이돌 버전으로 꿈꾸고 있는 것 같다. 희망적인 점은, 멤버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나 잠재력이 그동안 공개됐던 JYP 아이돌 중 가장 커 보인다는 점이다. 메인보컬 영재와 JB는 같은 JYP 안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데뷔한 동급 신인들 중에서도 꽤나 돋보이는 음색을 보유하고 있고, 이 음색은 다른 수록곡이나 심지어 이전에 발표했던 ‘Girls, Girls, Girls’, ‘난 니가 좋아’에서보다도 ‘A’에 가장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사실, 곡 자체의 매력도 기존 발표곡들보다 ‘A’가 훨씬 높은 듯하다. 무대에서 가장 분명히 보이는 것은 확실히 이전의 어떤 JYP 아이돌보다도 ‘춤을 잘 춘다’는 점이다. 마샬아츠 따위를 굳이, 굳이! 접목해오지 않더라도 분명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해 보인다. 퍼포먼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센스 있는 아이디어 하나만 추가된다면, 라이벌로 대두되고 있는 엑소나 위너와 겨루었을 때 승기를 잡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다만 아직은 2% 부족한 퍼포먼스를 보고 있는 느낌. ‘더 멋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JYP 아이돌’,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요 : “에에이”하는 후렴을 듣는 것만으로 갓세븐이 이 싱글에서 의도한 소년 이미지의 전부를 간파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후렴이 끝난 뒤 곡이 끝날 때까지 부분이 꽤나 흥미롭다. JYP에서 이렇게 발랄한 곡을 내놓았다는 점 또한 신선하지만, 곡만 들었을 때는 ‘굳이 갓세븐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넘어갈 여지가 많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그제야 이 곡과 갓세븐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발랄한 소년 7명이 해맑은 미소를 온 얼굴에 장착하고 가뿐히 날아다닌다. 의상도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양호하다. (드디어 JYP 스타일리스트가 일을 하기 시작했나 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아케이드 세트 전면에 떡하니 걸린 “California Boys”라는 문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구름 한 점 없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에서 “날 좋아하지 않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소년들이라니, 간만에 JYP가 한 건 했다.
Draft 코너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의 타이틀곡만 빠르게 리뷰한다. ‘A’가 수록된 갓세븐의 “GOT♡” 앨범에 관한 필진들의 단평은 6월 21일~30일 발매된 다른 신작들과 함께 1st Listen : 2014.06.21~06.30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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