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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오마이걸 콘서트 〈가을동화〉

10월 20일 블루스퀘어 아이마텟홀에서 열린 오마이걸의 콘서트 〈가을동화〉. 성장하기 위해 누구 못지 않게 정신없이 빠르게 또 벅차게 달려온 멤버들의 고민의 흔적과 아이디어가 눈에 많이 띄는 공연이었다.

Oh Girl, You Own Your Self

10월 20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오마이걸의 콘서트 〈가을동화〉의 첫날. 팬들에게 비밀스런 초대장을 보내는 VCR 영상이 끝나자,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비밀정원’을 첫 곡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Closer’와 ‘한 발짝 두 발짝’을 곧바로 연이어 선보인 오마이걸은 ‘Love O’clock’과 ‘Windy Day’까지 오마이걸 퍼포먼스의 시그니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곡들을 초반부터 몰아치듯이 펼쳐 보였다. 이후 ‘궁금한 걸요’와 ‘메아리’, ‘Sixteen’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오마이걸의 서정적이면서도 활발한 소녀의 이미지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소녀들이라면 학창시절 다들 즐겼을 법한 손바닥 치기(쎄쎄쎄)와 줄넘기 놀이를 안무에 적용한 ‘Sixteen’의 무대는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세트리스트를 초반부터 이렇게 배치하면 공연 중후반부가 괜찮을까?’ 싶은 우려도 잠시 들었지만 기우였다. ‘일곱 개의 동화’라는 테마로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유아는 선미의 ‘보름달’, 승희는 아이유의 ‘이름에게’, 아린은 손담비의 ‘Queen’과 ‘토요일밤에’, 끝으로 비니가 마룬 파이브의 ‘Moves Like Jagger’를 각각 커버해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멤버 각자의 지향점과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선곡이다. 여성 솔로 가수로서 자신들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선명히 내고 있는 선미와 아이유의 노래를 유아와 승희가 각자의 장점에 걸맞게 소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니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도 언뜻 연약하고 가녀린 이미지 뒤에 숨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솔로 무대를 통해 ‘섹시와 걸크러시’를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는 아린에게선 ‘귀여운 막내’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읽혔다.

오마이걸 〈가을동화〉

막을 반쯤 내려 마치 텐트처럼 장식한 무대에서, 오마이걸은 내친김에 이불처럼 꾸며진 무대장치 위에 모여앉아 발라드 넘버들을 불렀다. 마치 야영을 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였다. ‘너의 귓가에 안녕’처럼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곡 또한 선보이는 자리라 더 특별했던 이 섹션의 부제는 ‘하늘 캠핑’. 노래 중간중간 유머 가득한 멘트와 애드리브 등으로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홀 콘서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순서였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팬들이 뜨거운 함성으로 호응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단체 커버 무대는 다시 한번 몰아치는 공연 후반부에 대한 신호탄과 같았다. 이번 미니앨범 수록곡이자 아마도 오마이걸이 선보였던 노래 중 가장 낯선 이미지인 ‘Twilight’에 이어서, 이번에는 익숙한 두 곡이 조금 낯선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데뷔곡 ‘Cupid’에는 마칭 사운드를 그대로 강조한 댄스브레이크가 추가되었고, ‘컬러링북’은 두 번째 후렴이 끝난 후 힙합 비트로 갑자기 변주되는 사운드에 미미의 강렬한 랩 파트와 댄스 브레이크를 추가된 ‘최초 ver’이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사전 VCR을 통해 멤버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해 선보인 무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의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서 당당하게 두 곡을 재평가받고 싶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퍼포먼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하늘정원에서 비밀스럽게 열린 축제의 마지막은 약속된 것처럼 ‘불꽃놀이’로 장식되었고 앵콜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다시 무대 위로 등장한 오마이걸은 ‘우리 이야기’와 ‘B612’을 불렀다. “너와 두 발을 맞추면서 계속 걷고 싶어 / 기적과 같아 우리 이야기는 영원해”라는 가사와 “네가 날 사랑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인걸”이라는 가사처럼, 3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한 팬덤 ‘미라클’에게 보내는 끝인사로 이보다 적절한 선곡은 없을 것이다.

멤버 각자가 마지막 멘트를 하는 시간, 비니와 유아가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비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면서 변치 않는 팬들의 환호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아는 “바쁘게 또 빠르게 달려오다가 문득 ‘내가 잘하고 있나?’”하는 회의와 의문이 들었지만 팬들의 호응으로 “보상받고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며 웃음으로 마무리 했다.

어린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보면 훌쩍 자라있듯이, 오마이걸 또한 어느새 놀랄 만큼 커버린 그룹이 됐다. 이만큼 성장하기 위해 누구 못지 않게 정신없이 빠르게 또 벅차게 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콘서트에서 유난히 멤버들의 고민의 흔적과 아이디어가 눈에 많이 띈 것은, 그동안 달려오며 놓쳐왔던, 혹은 잊고 있던 부분들을 되새기고 챙기는 시간으로써의 공연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의 소녀’로 남기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서의 소녀’로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그래서인지 〈가을동화〉는 유독 욕심이 많이 보이는 공연이었고, 노력으로 그 욕심 만큼의 성취를 이뤘기에 보는 이 또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불꽃 같은 열정, 놀이의 즐거움이 모두 선명히 새겨진 축제의 풍경이 오마이걸과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취재: 서드

오마이걸 〈가을동화〉 포스터

By 서드

가엾은 내 영혼 케이팝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