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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슬픔의 케이팝 파티 ② 토크 세션 2일차

언젠가부터 〈슬픔의 케이팝 파티〉라는 수상한 제목의 파티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슬픔의 케이팝 파티〉 현장을 아이돌로지가 찾아가 보았다. 2일차 토크 세션을 살펴본다.

2018년 10월, 〈슬픔의 케이팝 파티〉라는 수상한 제목의 파티가 열렸다. 폭발적인 호응 속에 이어지는 이 기획을 아이돌로지가 들여다 보았다. 지난 5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슬픔의 케이팝 파티〉 현장 리포트. 1부에서 이어진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는 9월 28일 부산 금사락에서도 개최된다. [예매 링크]

1부 〈Why So Lonely〉

Text by 스큅

5월 12일 일요일 토크 1부 순서로 진행된 〈Why So Lonely〉는 라이벌 구도의 두 케이팝 중 좋아하는 곡을 선택해 더 적은 표를 얻은 쪽이 승리하는 형식의 액티비티 게임으로, 가장 외로운 소수취향을 가진 한 사람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준 코너. 관전 중 흥미로웠던 대진 결과를 꼽아 소개한다.

핑클 ‘Now’ vs. S.E.S. ‘I’m Your Girl’

첫 문제부터 반칙이다. S.E.S.의 ‘I’m Your Girl’이라니. 아이돌 교본의 초판을 저버리란 말인가. 많은 이들이 불가항력으로 ‘I’m Your Girl’에 이끌렸고, 승리는 결국 ‘Now’가 차지했다. ‘Now’를 찍은 이들에겐 ‘양심 없다’는 농반진반 비아냥이 돌아가기도. 너무하다. ‘Now’가 얼마나 명곡인데요. (하지만 나도 ‘I’m Your Girl’을 골랐다.)

방탄소년단 ‘DNA’ vs. 서태지와 아이들 ‘Come Back Home’

음악 면에서나 메시지 면에서나 파급력 면에서나, 방탄소년단은 동세대 아이돌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곧잘 비교되곤 한다. 따라서 두 곡이 함께 붙은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승자는 놀랍게도 ‘DNA’가 되었는데, ‘슴덕’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관객 비중이 그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나르샤 ‘삐리빠빠’ vs. 남녀공학 ‘삐리뽐 빼리뽐’

최근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을 통해 조명된 ‘숨듣명’의 대표주자, ‘삐리-’ 콤보가 맞붙었다. ‘삐리빠빠’가 승리를 가져갔는데, 방구석을 박차고 나와 슬케파까지 행차할 의욕과 흥을 가진 이들이 ‘삐리뽐 빼리뽐’을, 그렇지 않은 이들이 ‘삐리빠빠’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 2일차 토크 세션

f(x) ‘Hot Summer’ vs. 레드벨벳 ‘빨간 맛’

“이건 진짜 못 고른다”는 MC의 선전포고 뒤에 이어진 세기의 썸머송 간 대결. 중간지대에서 갈 길을 잃고 신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과는, 놀랍게도, 무승부.

NCT U ‘일곱 번째 감각’ vs. 몬스타엑스 ‘신속히’

슬케파 공인 뱅어(banger). 트위터 양대 산맥. 재밌게도 결과는 매우 쉽게 매듭지어졌는데, 모두 3초 만에 자신의 확고한 취향 편에 서서 요지부동했기 때문. 다른 때와 달리 중간에서 헤매거나 선택을 바꾸는 이 하나 없어 단단한 결의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승리는 ‘신속히’의 몫. 트위터 아이돌 끝판왕은 역시 NCT인 건지.

이지 ‘응급실’ vs. 버즈 ‘남자를 몰라’

“이건 진짜 못 고른다”가 이런 의미가 될 줄이야. 단체로 질색팔색하는 동시에 입으로는 떼창을 멈추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결과는 ‘남자를 몰라’의 승리. 2인칭으로 ‘이 바보야’ 소리를 듣는 것보다 1인칭으로 언급되는 ‘남자’를 견디기가 더 힘든가 보다. 첫째 날 토크 순서에서 나왔던 말을 되새겨본다. “슬케파에 버즈 금지예요.”

카라 ‘미스터’ vs.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우리네를 웃고 울게 한 2세대 걸그룹 전성기 대표곡 간의 대결이다. 소원이자 카밀리아였던 이들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시간. 그 번뇌가 드러나듯 무승부가 나왔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지지하며, 기다린다.

2NE1 ‘Fire’ vs. 2NE1 ‘내가 제일 잘 나가’

2NE1의 대적자는 2NE1뿐. 현시점까지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선정된 두 곡은 팀 이름 말마따나 ‘New Evolution’이었던 데뷔곡 ‘Fire’와 커리어하이를 찍었던 ‘내가 제일 잘나가’. 이 역시 무승부다. 연이은 무승부에서 물씬 느껴지는 관객들의 진정성(a.k.a. JJS)이란.

슬픔의 케이팝 파티 2일차 토크 세션

나인뮤지스 ‘Dolls’ vs. 애프터스쿨 ‘Diva’

‘Dolls’가 흘러나온 순간 터져 나온 환호성과 떼창. 게임오버라 생각한 순간 상대 곡으로 ‘Diva’가 등장하며 판세는 뒤집혔다. 두 그룹은 (회사의 방만한 기획에 힘입어) 잦은 멤버 교체를 겪어왔고 청승 섞인 흥을 선보였다는 공통점이 있어 라이벌 구도에 놓일 만한데, ‘슬케팝’의 중추에 놓인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그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다니 비통할 따름이다.

소찬휘 ‘Tears’ vs. 김건모 ‘잘못된 만남’

최후의 2인이 남아 두 사람이 1:1로 갈라서면 나머지 관중의 호응으로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대진곡은 불후의 90년대 댄스가요 ‘Tears’와 ‘잘못된 만남’. ‘잘못된 만남’의 우승이 점쳐진 가운데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Tears’를 여성 생존자가, ‘잘못된 만남’을 남성 생존자가 선택했기 때문. 취향을 따라 ‘Tears’를 선택할 시 남성 생존자가 우승하게 되는 상황. 결국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Tears’를 저버리고 ‘잘못된 만남’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기를 택했다. 여성이 주도하는 행사에서 여성에게 트로피를 안겨주고자 한, 〈슬픔의 케이팝 파티〉가 어떤 행사인지를 확인시켜준 순간.

2부 〈Play List Contest: 나의 영웅들〉
슬픔의 케이팝 파티 2일차 토크 세션

Text by 마노

5월 11일 토크 2부 〈Play List Contest: 나의 친구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면, 5월 12일 토크 2부 〈Play List Contest: 나의 영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인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나누고 들어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의 기획자이기도 한 복길이 진행을 맡고 뮤지션 김사월과 소설가 정세랑이 게스트로 함께한 자리에서 가수, 아나운서, 프로듀서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들, ‘영웅들’이 아끼는 케이팝과 그에 얽힌 다소 사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원더걸스 ‘I Feel You’, 투애니원 ‘Falling in Love’, 미쓰에이 ‘Breathe’, 레드벨벳 ‘Power Up’이 포함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정세랑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 듣는 노래들을 골라봤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애티튜드를 빌리는 순간들이 있는데, 빌린 것에 대해서는 갚아야 하므로 늘 편들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제까지나 당신의 편입니다’ 하고 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케이팝, 특히 케이팝 씬의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진한 애정을 비쳤다. 김사월은 “어떤 순간에 케이팝에 구원을 받았나 생각해봤다. 내가 굉장히 힘들고 나약해져 있을 때, 그들이 굉장히 강해보이고 나쁜 말을 (대신) 해주고 반짝반짝 멋있으면 거기서 힘을 많이 얻는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별을 했거나 아프거나 할 때 케이팝을 들으면서 씩씩하게 걸어 나갔던 기억이 있다”고 밝히며 원더걸스 ‘2 Different Tears’, G.Na ‘꺼져줄게 잘 살아’, 2NE1 ‘Hate You’가 포함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했다. 두 게스트뿐만 아니라 가수 바다, 효린, 프로듀서 최다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저마다 공유해준 ‘플레이리스트’와 메시지를 함께 들어보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각 곡 및 아티스트에 관한 ‘TMI’와 곡에 얽힌 두 게스트의 사적인 비화, 아는 노래가 나오자 반가워하는 관객들의 떼창이 군데군데 곁들여지기도 했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 2일차 토크 세션

엔딩을 맞이하며 정세랑은 “다른 영역에 가보니 자본이 많이 결합하여 있는 업계일수록 아티스트가 자기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더라. 나는 글을 쓸 때 자유로운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8명과 싸워서 이겨야 하더라. 케이팝 아티스트들 역시 본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적고, 회사 사람들 혹은 다른 사람들과 계속 싸워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드러나지 않는 싸움’을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한 지지와 연대의 중요성을 설파하여 공감 어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늘 편들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라고 말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최대의 지지를 보내는 바로 그것이 어쩌면 케이팝 씬에서의 연대의 형태가 아닐까.
곡도 다르고 그 곡에 저마다 품은 감상과 추억도 다르지만, 케이팝으로 인해 힘과 위로를 얻는 것은 그들이나 우리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묘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끝으로 여러 여성 인사들이 사려 깊게 공유해준 플레이리스트를 덧붙여본다.

플레이리스트

가수 바다: S.E.S – ‘친구’

“여성들에게, 나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곁에서 늘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 곡을 선정했습니다.”

가수 효린: 윤미래 – ‘Memories’

“어릴적 부터 자신감을 갖고 싶을 때 듣던 한국 가요입니다. 가사가 들려주는 그 강인함이 자신감과 원동력을 느끼게 합니다.”

프로듀서 최다은: 러블리즈 – ‘종소리’

“뽕기 어린 서정적인 선율이 빠른 리듬을 만나서 걸그룹을 통해 구현될 때 제가 느끼는 애수는 극대화 됩니다. 윤상 키즈였음을 고백하는 것과 별개로 러블리즈는 저의 최애 걸그룹입니다. 이 곡은 다른 사람이 만들었지만요.”

슬픔의 케이팝 파티 2019 부산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