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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2월 – 앨범

2021년 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청하, 샤이니, 킴보, 온앤오프 등.

2021년 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청하, 샤이니, 킴보, 온앤오프 등.

Querencia
MNH 엔터테인먼트
2021년 2월 15일

스큅: 다수의 콜라보레이션 이력이 증빙하듯 어떤 아티스트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긍정적인 의미로) 통속적인 보컬 면에서나, 여러 스타일의 댄서를 규합하는 퍼포먼스 면에서나, 청하는 융통, 혹은 중용이 돋보이는 아티스트였다. 이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케이팝에서 주요한 미덕이기에, 청하가 빠르게 성공적인 솔로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동인이 되어주기도 했을 것이다.
DJ 소울스케이프가 힘주어 쓴 앨범 리뷰가 드러내듯 정규 1집 “Querencia”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21곡의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하는 앨범은 청하의 다능함을 펼쳐놓으며 독보적인 “케이팝 디바”로서 확인 도장을 찍고자 한다. 각 사이드를 힘차게 견인하는 인트로를 위시해 4개 사이드로 분철된 앨범은 “케이팝”의 초월적 특성을 “디바”의 위용으로 풀어나간다. 동 세대 팝 디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신흥 디바로서의 야망이 감지되는 타이틀곡 ‘Bicycle’을 시작으로, 보깅 퍼포먼스로 퍼포머 청하의 입지를 공고히 했던 ‘Stay Tonight’, 장렬한 투우의 메타포 아래 댄서들과 벌인 난장 ‘Play’를 지나 마음의 안식처 ‘Querencia’로 향하는 구성은 흡사 월드 투어 콘서트의 잘 짜인 셋리스트를 보는 듯하다. 수민-슬롬, 콜드, 검정치마, 백예린-구름, R3HAB, Guaynaa까지 다종다양의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춘 청하는 한국, 유럽, 남미에 이르는 다양한 대륙 사이 중립적인 영역을 점한다. 자칫 아티스트가 잠식되기 쉬울 만큼 뚜렷한 스타일의 작곡가들, 그리고 장르의 곡들까지 특유의 담백한 보컬로 위화감 없이 소화해내는 데에서 청하가 지닌 융통의 미덕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앨범에 5점 만점을 부여한 〈NME〉의 리뷰에서는 “Querencia”를 대륙을 넘나드는 청하의 여정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융통과 중용으로 미루어봤을 때, 청하는 세계 각지를 헌팅하는 여행자라기보다 온 대륙을 품는 바다에 가깝다고 생각해본다. 세계적으로 다양성의 가치가 강조되고, 케이팝, 그리고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넓은 바다와 같은 수용성을 지닌 “케이팝 디바” 청하가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2019년 SXSW에 참석하고 Rich Brian, Christopher와 협업한 데 이어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88 Rising과 협약을 체결한 청하의 행보는 세계가 그를 케이팝에서 부상한 현시대의 새로운 팝 스타로 주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본격 출사표인 “Querencia”에는 첫 포트폴리오 작성에 으레 범하기 쉬운 실수처럼 보이는 지점도 존재한다. 과중한 무게감을 지닌 SIDE A와 느린 템포의 곡들의 나열로 다소 지지부진한 인상을 주는 SIDE D에서는 사뭇 부담감이 느껴지고, 지난 앨범 “Flourishing”에 이어 팝 디바의 레퍼런스가 노골적으로 읽히는 구간이 존재해 아쉽다. 그러나 결국 “케이팝 디바”라는 타이틀 그 자체가 많은 부분을 상쇄한다. 케이팝에서는 댄스 디바의 융성기였던 00년대 이후 간만에 떠오른 차별화된 “디바”로서, 팝 시장에서는 시의성 있게 등장한 “케이팝”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청하는 독보적인 지위를 점한다. 물론 이는 당연히 그를 너끈히 떠받치는 수행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다.
“Querencia”는 "케이팝 디바"로서 청하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점에서만큼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나, 앞으로는 거창한 표어 이상의 “청하”라는 이름값을 더 끄집어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Don't Call Me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2월 22일

마노: 시작하자마자 다소 과할 정도로 묵직하게 몰아치는(‘Don’t Call Me’) 사운드에서, 문득 이 팀이 고유의 수식어로 내세우곤 하던 ‘컨템포러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일말의 클리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요만큼의 식상함도 거부하겠다는 듯한, 조금이라도 뻔해질 법한 부분을 기어코 비껴가고야 말겠다는 기세와 고집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여성 화자의 시점에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랫말을 남성 화자의 입을 빌어 발화하는 지점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 역시 컨템포러리’라고 우길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그러나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 역시 동의하는 바다). 불협화음처럼 히스테릭하게 반복되는 “Don’t Call Me”의 포화를 거치고 난 이후의 수록곡들은 대부분이 가볍고 산뜻한 질감을 띠는데, 타이틀곡과 이루는 묘한 불균형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준수한 그 면면을 차마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딘가 미완으로 끝나버린 것만 같은 마무리감이 못내 아쉽다. 멤버의 코멘트에 의하면 미처 싣지 못한 두 곡이 더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곡이었을지 무척 궁금해지는 동시에 향후 발매될 리패키지 앨범을 기대하게 된다. ‘CØDE’와 ‘Kiss Kiss’를 가장 즐겁게 들었다.

스큅: 10주년에 맞춰 발매된 6집 “The Story Of Light”가 지난 세월의 명과 암, 든 자리와 난 자리를 오롯이 떠안는 데에 전념한 숙제 풀이와도 같은 앨범이었다면, 군백기 이후 발매한 7집 “Don’t Call Me”는 본격적인 새 출발을 위한 땅 고르기처럼 느껴진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Don’t Call Me’는 그룹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하다. 원래 보아의 곡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Don’t Call Me’는 일견 동방신기 ‘왜’, 엑소 ‘중독’, NCT 127 ‘Cherry Bomb’, 슈퍼엠 ‘One’ 등 근대 SMP의 표준이라 일컬어질 수 있는 곡들의 전철을 밟는 듯 보이나, ‘Lucifer’, ‘Why So Serioius?’와 같은 곡에서 두드러졌던 파열과 격동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으로도 들린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파열과 격동이야말로 “컨템포러리 밴드” 샤이니를 지탱한 요소이기도 하다. 리드미컬한 슬랩 베이스가 곡을 관통하는 ‘산소 같은 너’, 빠드득한 전자음과 산뜻한 보컬이 교묘한 조화를 이루는 ‘Juliette’, 기괴한 패치워크를 도입한 ‘Sherlock’, 화성을 어지러뜨리며 질주하는 ‘Dream Girl’, 폐가 터질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Everybody’ 등 ‘청량’함으로 소화되는 곡들조차도 그를 작동시키는 근저에는 일말의 하드코어함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힘을 한층 누그러뜨린 후기 작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레퍼런스의 수혈로 케이팝 씬에 균열을 내는 가운데 ‘Romance’, ‘Trigger’, ‘Woof Woof’ (4집), ‘Prism’, ‘U Need Me’ (5집), ‘Undercover’, ‘Electric’ (6집) 등의 수록곡으로 엣지(edgy)함을 계속 견지해왔다. 샤이니가 주로 사용해온 사운드 팔레트에서는 벗어나는 808 베이스 주도의 힙합 곡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들으면 들을수록 ‘Don’t Call Me’는 샤이니의 곡으로 위화감 없이 포섭되는 듯하다. 물론 부쩍 아티스트 간 음악 색채 구분이 모호해진 근래 SM의 맥락을 상기했을 때 처음의 기시감이 가시지는 않지만, 오랜 공백 뒤의 컴백에 뻔한 선택지를 벗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했다는 멤버들의 결단이 납득되는 결과물이다. 곡을 견인하는 키의 기량과 존재감에서는 샤이니에게 (‘발전’이 아닌) ‘성장’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감상도 든다. 다만, 본래 여성 화자의 관점에서 쓰였을 노랫말이 남성 화자에 의해 발화될 때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질 소지가 생기지 않는가는 고려해볼 만한 주제겠다.
2번 트랙부터는 샤이니 하면 흔히 떠올릴 ‘청량’으로 급물살을 탄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앨범에 짙게 깔린 여유와 관록이다. 6집에서는 치열한 추도를 수행하는 가운데 차마 놓을 수 없는 (혹은 놓쳐선 안 되는) 긴장의 끈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7집의 수록곡에서는 한층 유해진 태도가 읽힌다. 수록곡에서 날카로운 감각을 뽐내되 타이틀곡은 대개 유려하게 일관했던 커리어 후반기의 행보를 뒤집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Heart Attack’, ‘I Really Want You’, ‘Kiss Kiss’ 등 훵키한 넘버들을 주축으로 뻗어가는 가운데 몽환적인 ‘CØDE’, 레게 리듬의 ‘Body Rhythm’ 등으로 신선한 포인트를 더하는 앨범의 흐름에는 막힘이 없다. ‘네가 남겨둔 말’과 ‘셀 수 없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들리는 마지막 곡 ‘빈칸’은 이따금 감당하기 벅찬 느낌도 들었던 전작에 비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샤이니의 앨범 중 현시점에 듣기에 가장 평탄한 앨범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극명한 간극은 리패키지 앨범에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샤이니의 또 다른 진취를 기대했던 청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갈 수 있겠으나, 6집에 드리운 중압이 못내 마음에 걸리던 청자라면 반길 만한, 안정적인 리셋이다.

스캔들
아라라인
2021년 2월 23일

랜디: 스피카의 메인보컬들이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불러일으킨 팀이다. 스피카 시절부터 함께 해온 프로듀싱팀 스윗튠과 작년부터 꾸준하게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스윗튠은 2000~2010년대 DSP와 B2M(DSP 출신의 길종화 대표가 만든 기획사) 아티스트 다수와 긴밀하게 작업했던 바 있다. 그 시절 케이팝을 사랑한 사람들에게는 몹시 반가울 만남이다. 이번 앨범 "SCANDAL"은 2020년에 발표한 싱글들에 신곡 4곡을 추가한 형태로, 한 장의 음반으로 기획되었다기보다는 그 싱글들의 묶음에 가깝다.
다수의 곡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주제를 꼽자면 훵키한 베이스가 기반이 되는 레트로 무드 팝이라는 점이겠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INSIDE'에서는 어둡게 눌러놓은, The Weekend의 히트곡 같으면서도 케이팝적인 형태미가 살아있는 모양새로, 또 선행 발매했던 싱글 '99'에서는 #시티팝 이라는 해시태그(실제 장르 구분에는 맞지 않아 해시태그라고 표기한다)가 어울릴 퓨처 훵크 스타일 디스코로 적용되었다. 무난한 버스로 느릿하게 시작하는 'LOVE ME 4 ME'는 후렴에 가면 유키카 같은,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 스타일 #시티팝(역시 장르 아닌 해시태그) 무드의 케이팝으로 변한다.
가창력이 돋보이는 여성 듀오지만, 다비치 같은 기존 강자와 중첩되는 느낌은 거의 없다. 이들이 스피카로 쌓아온 시간이 어디 가지 않고 지금의 음악에 그대로 녹아나는 것이 킴보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VOODOO' 같은 곡에서는 스피카 시절 스윗튠과 함께 한 '러시안 룰렛'이나 'LONELY'의 마이너-미디움 템포 팝의 무디함, 그리고 흥겨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이 각자 새로이 개발한 소리의 영역이 들려오는 것도 감상을 더욱더 즐겁게 한다. 당시 걸쭉하고 소울풀한 느낌을 주던 김보형의 보컬은 보다 더 산뜻한 느낌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시현과 랩 소절을 나눠 불렀던 김보아는 이제 랩 벌스를 혼자 주도하며 자신의 랩으로 노래에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잘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더 잘하는 것을 보는 것은 음악 팬의 입장으로서도 매우 뿌듯하다.
상기했듯 개별 발매되었던 싱글들이 다수인 앨범이라, 곡마다 개별의 서사와 세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겠다. 각각의 곡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옴니버스처럼 즐기는 것이 적당한 감상법일 듯하다.

예미: 스피카 출신 김보아와 김보형이 합쳐 만든 듀오 킴보의 첫 정규 앨범. 두 멤버의 보컬 실력만으로도 듣는 재미가 있다. 이들과 같은 레이블에 소속된 스윗튠의 한재호, 김승수와 두 멤버가 전 곡에 참여하여, 이미 싱글이나 EP로 발매된 수록곡이 마치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일관된 미감을 가져간다. 현시대 레트로 트렌드를 앨범 전체의 테마로 삼았는데, 이 테마가 스피카의 커리어와 스윗튠의 장기 모두와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디스코 트랙에 발라드스러운 곡 해석을 선보인 타이틀곡 ‘INSIDE’, 댄스 팝 비트에 파워 보컬과 ‘자고로 인생이란’ 같은 파트로 친숙한 정서를 선보인 ‘CLOUD9’ 등 한국 가요스러운 뉘앙스를 강하게 가져가는 보컬 해석이 그룹 정체성을 형성했다. 리마스터링 후 재수록된 듀오의 데뷔곡 ‘THANK YOU, ANYWAY’, 김보형과 김보아의 솔로곡 ‘REFLECTION’과 ‘BREAK ME’는 굴곡 많았던 둘의 커리어를 음악에 가져오며 오랜 팬에게 용기와 감격을 전했다. 이 앨범을 통해, 김보아와 김보형은 정규 앨범 한 장의 방향성을 완벽하게 끌고 갈 만큼의 보컬 역량을 입증했다. 부디 이 실력자들에게 탄탄한 커리어와 행복한 활동이 기다리기를 빌어본다.

ONF: MY NAME
WM 엔터테인먼트
2021년 2월 24일

마노: 인간의 음성을 빌어 구현된 금관악기 소리("Brrram 빠밤 빠밤 빰빰 빰빠밤빠밤 빰")가 마치 선전포고처럼 힘차게 울리며 포문을 연다('Beautiful Beautiful'). 사운드는 빈 곳 없이 풍성하고 오밀조밀한데, 모든 악기며 요소가 빡빡한 느낌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피로감 없이 곡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지난한 시대를 함께 살아내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희망가이되, 위로를 건네는 방식이 촌스럽거나 빤하지 않다는 점도 큰 미덕. 브릿지의 촘촘히 쌓아 올린 아카펠라로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코러스 파트에서는 모종의 ‘벅차오름’을 느끼고 만다. 이토록 벅차고도 올곧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색색깔의 콘페티처럼 천진하게 반짝이는 사운드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타이틀곡 'Beautiful Beautiful' 이후, 인털루드 'On-You' 이전까지의 앨범 전반부는 일종의 자기소개 파트에 가깝다. 일종의 '셀프 타이틀'이나 다름 없는 앨범 타이틀 "ONF: MY NAME" 그 자체를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멤버들 본인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직접 자기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My Name Is'), 보컬이 돋보이는 ON팀과 퍼포먼스를 내세운 OFF팀이라는 두 유닛의 개성을 각자 포근하고 따스한 가스펠 계열의 발라드('온도차')와 갈수록 날 선 광기로 치닫는 댄스곡('비밀')으로 단번에 설명해내기도 한다. 약간의 레트로가 섞인 다크한 신스팝 'The Realist'는 이전 앨범의 '소행성("GO LIVE")'과 '제페토("SPIN OFF")' 등과 궤를 같이하는, 온앤오프가 꾸준히 구사해온 '케이팝의 정수' 그 자체라 할 수 있지 않을지.
산뜻하게 앨범의 흐름과 공기를 환기하는 인털루드 트랙 'On-You'를 지나고난 뒤의 후반부는, 다소 몰아쳤던 전반부에 비하면 가볍고 느긋하다. 피아노와 브라스 사운드가 경쾌한 발걸음을 닮은 템포로 발랄하게 울려 퍼지며 흥을 더하는 '누워서 세계 속으로', 그루비한 미디움 템포의 R&B 'Feedback', 멤버들의 다양한 보이스 컬러와 감성이 돋보이는 발라드 'I.T.I.L.U'까지 이어지며 마침표를 찍는 듯하다가, 다시금 힘찬 브라스 사운드 합창으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Beautiful Beautiful (English Ver.)'). 영어 버전이나 인스트루멘털 트랙 등은 보통 서비스나 보너스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본작에서는 왠지 수미쌍관처럼 앞뒤로 붙어 앨범을 비로소 완성하는 느낌이 있다.
CD에만 수록된 'Lights On (2021 Ver.)'을 제외하면 총 10곡인데, 꽉 채운 볼륨에도 부담감 없이 가볍게 일청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황현(그리고 모노트리)과 꾸준히 뚝심 있게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의 연장선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전작 "SPIN OFF"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혹은 프로듀싱 팀) 간의 끈끈한 음악적 신뢰도와 각각의 역량이 어떠한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었다면, 본작은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굳이 흠을 잡아야 한다면, 'My Name Is'가 첫 트랙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점과 일정하게 유지되던 텐션이 'I.T.I.L.U'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는 점 정도일까.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앨범의 끈끈한 유기성과 탄탄한 완성도에 큰 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팀의 커리어에 있어 커다란 터닝포인트로 자리 잡을, 그리고 한 정점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한 장.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