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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5월 – 싱글

2021년 5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하이라이트, 우주소녀 더 블랙, 우기, 에스파, 로켓펀치, 프로미스나인, 태민, 방탄소년단, 에버글로우, 공원소녀, 비투비의 싱글을 다룬다.

2021년 5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하이라이트, 우주소녀 더 블랙, 우기, 에스파, 로켓펀치, 프로미스나인, 태민, 방탄소년단, 에버글로우, 공원소녀, 비투비의 싱글을 다룬다.

하이라이트 ‘불어온다’

The Blowing
어라운드 어스
2021년 5월 3일

조은재: 음울하고 처연한 무드가 인상적이었던 비스트 시절의 음악을 생각하면 '불어온다'에서 느껴지는 '뽀송함'이 사뭇 어색하게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중한 태도로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전개하는 특유의 작법은 여전하다. 몇몇 포인트 동작을 유행시키긴 했지만, 퍼포먼스보다는 걸출한 보컬과 트렌디한 스타일로 더 많이 주목받았던 그룹답게 이번에도 오디오만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뿜는다. 경쾌하게 터져나가는 드럼과 피아노 위에 늦봄의 아지랑이처럼 한껏 상기되어 일렁이는 신스는기다림 끝에 재회하게 된다는 서사와 그에 따른 벅찬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한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팔 동작과 턴, 그리고 경쾌한 스텝이 돋보이는 퍼포먼스 또한 곡과 좋은 합을 보이며 곡에 집중할 수 있게 서포트한다.

우주소녀 더 블랙 ‘Easy’

My attitud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12일

조은재: 낮게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이 주는 농염한 무드에 뮤직비디오의 속도감 있는 화면 전환은 씨스타의 전성기를 떠오르게한다. 원밀리언 스튜디오와 협업한 퍼포먼스가 눈에 띄는데, 일사불란한 동선과 대형 변화로 다이내믹을 만들던 우주소녀 완전체의 퍼포먼스와 달리 멤버 한 명, 한 명의 기량을 과시하듯 야성적이고 터프한 동작 위주로 연출되어 있다. 마치 멤버 모두 처음부터 원밀리언 소속 댄서였던 것처럼 조금 낯설 법도 한 안무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비주얼과 오디오의 시너지를 만든다. 다만 한 달 반 정도 앞서 발매한 완전체 우주소녀의 'UNNATURAL'과 일정한 유기성을 보이는 곡조는청중이 이 유닛에 쉽고 빠르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변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앞선 앨범 타이틀곡의 후속곡 정도로 느껴져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느껴지지는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

우기 ‘Bonnie & Clyde’

A Pag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13일

에린: 우기의 보컬은 (여자)아이들 곡의 분위기를 중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보컬 간의 합과 랩 파트와의조화가 필요한 단체 곡 특성상 우기의 보컬이 강조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기의 ‘Bonnie & Clyde’는중저음 보컬을 충분히 활용하여 묵직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기의 카리스마를 강조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보니 앤 클라이드> 모티브를 상반되는 스타일링으로 표현하여 우기의 과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 <런웨이>에서자신감 넘치는 우기의 모습을 ‘Bonnie & Clyde’ 속 카리스마 넘치는 우기와 비교해 본다면, 자신의 모습을 다양한 콘텐츠로 선보임으로써 그만의 캐릭터를 공고히 한다는 점을 매력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스파 ‘Next Level’

Next Level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17일

서드: 묵직한 비트에 단순한 문구의 랩이 반복되는 노래가 처음부터 빠르게 귀에 걸리더니,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닝닝의 보컬 파트, 곧바로 이어지는 “Naevis, Calling”이라는 신호와 함께 완전히 다른 노래 속으로 청자의 멱살을 잡듯 끌고 들어간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노래를 한 곡 안에 융합시키면서 그 이음매를 자연스레 만들기 위해 편곡에 공을 들였던 기존의 ‘SMP’와 달리, ‘Next Level’은 곡과 곡 사이에 뚜렷하게 들리는 균열을 가리려는 의지조차 없이 완전히 다른 곡이 중간에 삽입된 액자식 구성이다. 문제는 이 말도 안 되는 구성이 제법 매력적이라는 점인데, 원곡과 거의 유사한 도입부의 비트와 랩은 도입부대로,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보컬 파트와 유영진의 서명이라도 새겨진 듯한 중후반부의 중독성 역시 만만치 않다. ‘Black Mamba’에선 듣지 못했던 지젤과 카리나의 맛깔스러운 랩 파트 또한 들을수록 감탄사가 나오는 포인트다.
구성의 의도를 조금 넘겨짚어서 에스파의 노래들이 독립된 하나의 곡이라기보다는 일종의 OST 트랙으로서 기능한다고 가정해보자.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음악은 장면과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전환되고, 보는 이 또한 그에 어색함을 느끼지않는다. ‘Black Mamba’를 에스파라는 드라마의 파일럿 에피소드로, ‘Next Level’을 이어지는 에피소드로 비유해보면 어떨까. 컴백에 앞서 ‘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라벨을 거창하게 붙이면서까지 세계관을 설명하는 영상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에스파가 내놓을 곡들은 ‘광야’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SMCU 속의 OST, 또는 뮤지컬 넘버처럼 기능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가정하면 이 뻔뻔하게 당혹스러운 곡의 구성 또한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광야’니 ‘Kosmo’니 ‘P.O.S’니 하는 단어와 A.I. 아바타가 등장하는 에스파의 세계관과 콘셉트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따라잡기 힘든, 또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의 에스파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제는 서서히 적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차트의 반응만을 본다면 이미 많은 이들이 이 정도 느닷없음에는 빠르게 적응한 뒤 ‘Next Level’만이 줄 수 있는 SMP의 진한 향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 듯하다.

로켓펀치 ‘Ring Ring’

Ring Ring
울림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17일

서드: 전주부터 A-ha의 ‘Take On Me’ 같은 곡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사운드이지만, 단순한 레트로 레퍼런스가 아닌 로켓펀치의 팀 컬러에 제법 잘 맞는 싱글로 완성됐다는 생각이 든다. 곡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레트로를 케이팝으로 이식하기위해 드럼 비트의 빠르기와 베이스의 강약조절로 리듬감에 변화를 주며 단조로움을 피하는 구성이 두드러지는데, 후렴 “어지러워 쿵쿵 울려대는 내 맘이”에서 “쿵쿵”을 기점으로 베이스의 볼륨이 커지면서 절묘하게 가사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그 예다.
연희와 수윤이 만들어내는 고음의 티키타카 매력 또한 여전한 와중에 윤경의 음색이 특히 이번 콘셉트에 잘 맞는 느낌을주고, 소희는 로켓펀치의 활동곡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랩을 선보인다. “펀치” 연작 EP가 아닌 싱글로 낸 이유도 납득이 가는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듯한 노선이지만, 팀이 가진 색깔과 장점을 뚜렷이 보여준 만큼 ‘RIng ‘Ring’이 앞으로의 로켓펀치에게 어떤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미스나인 ‘We Go’

9 WAY TICKET
오프더레코드
2021년 5월 17일

서드: 작년 ‘Feel Good’으로 달라진 팀 컬러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으로, 계절감에 맞추어 조금은 경쾌해진 분위기로 컴백했다.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운드 구성은 ‘Feel Good’과도 유사한데, 라이브 밴드 편곡으로 공연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으며, 틱톡 챌린지에 맞춤으로 구성된 포인트 안무가 더해져 무대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아 쉬이 질리지 않는 썸머송으로 완성됐다.
패션 마스크를 착용한 멤버 개별 티저부터 각자 상상의 여행을 떠난 듯 스튜디오 안에서 꾸며진 사진, 여권 커버를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 아트, 그리고 무엇보다 포토샵과 프리미어, 줌(Zoom)의 영상통화를 연상시키는 온갖 장치를 이용해 랩탑 화면 속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듯한 착각을 주는 뮤직비디오까지 팬데믹 시대에 적응하는 케이팝의 현주소를 담아낸 자료로 훗날 쓰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요소가 콘셉트에 충실한 싱글.

태민 ‘Advice’

Advice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18일

예미: 태민의 퍼포먼스는 커리어 내내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트는 동시에 뛰어난 완성도로 보는 이에게 압도감을 주었다. ‘Advice’는 싱잉 랩 및 고음역대의 보컬에 도전하는 동시에, 정장과 크롭티를 입고 관능적인 안무를 보여주어 그간의 커리어에서 젠더를 다뤄 온 접근법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그 어느 옷을 입은 채로도 진지하고 탐미적인 자세를 유지한 채, 고난도의 보컬을 완벽히 소화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며 절로 감탄이 나왔다. 2020년, 2021년 내내 그룹과 솔로 활동으로 역량을 입증한 태민은 본인의 확고한 지향점을 끝까지 보여주며 입대 전 마지막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숨 가쁜 행보의 의미는 그의 존재감을 오래도록 기억하라는 충고일 것이다.

방탄소년단 ‘Butter’

Butter
빅히트 뮤직
2021년 5월 21일

예미: 영어 싱글 곡을 부르는 BTS는 친근하고 안전한 음악을 하는 보이그룹이다. ‘Butter’는 디스코가 팝에 녹아들며 장기간 축적된 문법을 기반으로, 미국 대중문화의 복고적 코드를 가사와 퍼포먼스에 녹여내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작 ‘Dynamite’와 맥을 같이한다. 멤버의 캐릭터를 가사에 반영하고 랩 파트를 두드러지게 삽입하여 팀의 색채를 조금 더 전면에 내보였지만, 이 곡 또한 한국어 곡이 주인 커리어 내에서는 번외편에 속한다. 이들의 ‘본편’을 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외국인∙소수인종 보이그룹이 미국 내에서 편안하고 대중적인 음악으로, 음악 색채에 걸맞은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사랑받고 있다는 놀라움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 곡이 일본 등 미국 이외의 전 세계 팬들을 설득한 비결이 그 놀라움이니까.

에버글로우 ‘First’

Last Melody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25일

랜디: 에버글로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기대치가 낮았던 것도 아니다. 데뷔곡 ‘봉봉쇼콜라’부터 ‘Adios’, ‘DUN DUN’ ‘LA DI DA’까지, 이들은 오버블로운 베이스와 신스를 케이팝 양식에 맞춰 절묘하게 조화시킨 곡들을 연이어 내면서도 그 대곡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원이 걸출한 춤꾼들이며, 노래에 애티튜드를 능숙하게 녹이는 탓이다. 이들에게는 좀처럼 웃지 않는 재야의 실력자들이라는 인상이 있다. 이들 노래가 일단 미소를 기본으로하지 않는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이들의 소속사 위에화는 중국에 본사를 둔 회사다. 이런 이유였는지 에버글로우의 역대 활동곡은 국적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평균의 케이팝을 가장 양질로 딜리버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팀으로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평균은 걸그룹판 뿐만 아니라 보이그룹판까지 모두 아우른다.)
‘First’는 여기에 그간 봉인해온 무기 하나를 더한다. 마침내 꺼내든 중화풍 현대 무협 판타지 콘셉트는 이 팀 말고 누가이만큼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어설픈 흉내는 가라는 듯, ‘First’의 에버글로우는 첫 소절의 미아부터 마침내 칼을 뽑은 실력자처럼 웃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곡의 마지막까지 박차에 박차를 가하는 비비트리핀의 안무를 꼭 확인하기를 권한다.

공원소녀 ‘Like It Hot’

THE OTHER SIDE OF THE MOON
더 웨이브 뮤직
2021년 5월 26일

랜디: “딥 하우스의 붐은 온다!” 공원소녀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이들 소속사 더웨이브뮤직(구 키위미디어)의 그런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런던 노이즈가 작업한 샤이니의 ‘View’와 에프엑스의 ‘4 Walls’가 나온 것이 2015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딥 하우스 특유의 도회적이면서 노스탤직한 분위기를 사랑했지만, 곧 음악적인 DNA는 비슷하면서 좀 더 상큼한 트로피컬 하우스가 케이팝의 여름을 점령하며 딥 하우스는 뒤로 밀려나는 듯 했다. 그러나 공원소녀는 2018년 ‘Puzzle Moon’으로 데뷔한 이래 쭈욱 딥 하우스 기반의 케이팝 한 우물을 파는 중이다.
애시드한 무심함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공원소녀라는 필터를 거치면 좀 더 산뜻한 표정이 된다. ‘Like It Hot’은 전작들보다 좀 더 고혹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딥하우스보다는 덜 심각하다. 프리-코러스까지는 여느 케이팝 걸그룹처럼 높은 탑라인을 불러내다가 코러스에 갑자기 옥타브를 뚝 떨어뜨리는 진행이 특히 귀를 잡아끈다. 보통 이런 전개는 갑자기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지만, ‘Like It Hot’은 그 멜로디를 불러내는 보컬에 나이 어린 사람들의 생기가 가득한 탓에 몽롱하지는 않고 오히려 명료하다. 드림 팝이나 위스퍼링 같은 요소를 자꾸 차용하는 요즘 유행과는미묘하게 거리가 있다. 버스와 코러스 일부 구간에서 리듬이 쳐지는 느낌이 드는데, BPM이 더 빨랐던 ‘BAZOOKA!’ 같은 곡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결점이라 아쉽다.

비투비 ‘피날레’

킹덤 〈FINAL : WHO IS THE KING?〉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2021년 5월 28일

에린: 비투비의 〈킹덤〉 출연은 분명히 의외였다. 퍼포먼스 역량을 내세우는 그룹들 틈새에서 보컬이 강조되고, 기본 다섯 명 이상의 다인원 그룹들 사이에서 네 명만이 출연한 소규모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비투비는 〈킹덤〉 경연을 진행하면서 뮤지컬 형식을 빌려 보컬 역량을 강조하는 데에 집중하였고, 파이널 곡 ‘피날레’는 그 정점에 있다. 비투비는 이전에 ‘그리워하다’, ‘너 없인 안된다’ 트랙들로 인해 ‘감성 발라드 아이돌’이라는 색깔이 구축되어 있었다. 여기서 ‘피날레’는 멤버들의 보컬로 비장함을 표현하여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앨범이 아닌 〈킹덤〉 경연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룹의 변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점은 분명 아쉬우나, 비투비의 웅장함이 돋보이는 ‘피날레’는 팀에게 다양한 활동 경로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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