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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11월 – 싱글

2021년 11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레드벨벳, 더보이즈, MJ, 원어스, 빌리, 릴리릴리,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시그니처의 싱글을 다룬다.

2021년 11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레드벨벳, 더보이즈, 아스트로 MJ, 원어스, 빌리, 릴리릴리,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시그니처의 싱글을 다룬다.

레드벨벳 “iScreaM Vol.12 : Bad Boy Remixes”

iScreaM Vol.12 : Bad Boy Remixes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11월 1일

스큅: "iScreaM"은 SM 엔터테인먼트 산하 EDM 레이블인 ScreaM 레코즈에서 진행하는 리믹스 프로젝트로, 2020년 5월 NCT 127의 '영웅'을 시작으로 다양한 DJ/프로듀서를 섭외해 SM 소속 아티스트의 곡들을 리믹스해 선보이고 있다. "iScreaM"은 지금껏 몇 개월 이내 발매된 신규 타이틀곡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발매된 지 3년이 되어가는 레드벨벳의 'Bad Boy'가 낙점되었다. 라인업 역시 독특하다. 대개 전자 음악에 뿌리를 둔 DJ/프로듀서를 섭외해온 과거와 달리, 헤드라이너로 나선 것은 (국내 소개글에서는 '시티팝'이라는 수식어까지 동원되는) 알앤비/소울 기반의 영국 밴드 PREP이다. 라이브 세션에 기반해 편곡된 PREP의 리믹스는 과한 자기주장 없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만 배치된 사운드 편성과 화성 변주로 원곡의 고혹을 뭉근하게 녹여낸다. 시크하게 뚝뚝 떨어지는 사운드로 ‘Bad Boy’를 냉혈한에 가깝게 포장한 nomad와 아날로그한 질감과 트렌디한 사운드를 균형감 있게 조화시킨 Slom의 리믹스 역시 빼어난 만듦새를 자랑한다. SM의 진정한 실험과 쇄신은 "iScreaM" 프로젝트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보이즈 ‘Maverick’

MAVERICK
크레커 엔터테인먼트
2021년 11월 1일

조은재: 'Maverick'은 〈로드 투 킹덤〉과 〈킹덤〉에서 더보이즈의 퍼포먼스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꽤 반가울 싱글일지도 모르겠다. 비장하고 처연한 무드에 깔끔하게 다듬어진 퍼포먼스는 정확히 두 번의 경연으로 강하게 형성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무대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에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구간에 포인트를 주었던 경연 무대와 달리 'Maverick'은 동일한 구조를 절마다 반복할 뿐 또렷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다.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도입부와 베이스가 비장하게 울리는 후렴 구간도 2절에서 한 번 더 반복될 때는 애써 쌓아 올린 긴장감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문제는 이러한 곡의 반복 구성을 퍼포먼스로 보완하려는 시도도 없었다는 점인데, 풍성한 보컬 화성을 강조한 후렴 마지막 부분의 "I’m a, I’m a, I’m a Maverick"에서는 단지 손가락으로 알파벳 M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것 말고는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효과가 없어 오디오와 비디오의 불협화음을 만든다. 영화 〈배틀 로얄〉을 비주얼 모티브로 따왔으나 원작이 갖고 있던 처절함은 이미 충분히 처절한 서바이벌을 거쳐온 더보이즈에게 비할 바가 아닌 데다 그동안 더보이즈가 쌓아온 하이패션의 이미지와도 다소 괴리를 보여 과연 적절한 차용이었는지 다소 의구심이 든다. 앨범 수록이 아닌 싱글 컷에는 마케팅 차원에서의 고려가 있었겠지만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전략은 아니었던 듯하다. 뮤직비디오보다 경연 무대에서 먼저 만났다면 더 좋았을지도 몰랐을 곡.

에린: 더보이즈는 콘셉츄얼한 이미지를 재현함으로써 젊은 소년의 모습을 강조하는 그룹이다. 이번 'Maverick'의 경우, 티저와 뮤직비디오에서 데스 게임 장르로 유명한 영화 〈배틀 로얄〉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이전 'Thrill Ride'과는 달리 공격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다. 다만, 'Maverick'은 데스 게임의 장르의 특성대로 게임 참여자들 간의 긴장감을 형성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의미로서의 저돌적인 태도가 중심인 곡이다. 또한, 부드러운 보컬이 주를 이루는 그룹의 특성상 콘셉츄얼한 이미지만큼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Maverick'은 랩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더보이즈로서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곡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J ‘계세요 (Feat. 김태연)’

Happy Virus
판타지오 뮤직
2021년 11월 3일

에린: '계세요'는 트로트를 차용하되 MJ의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살림으로써 아이돌 트로트 솔로곡으로서의 적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MJ의 트로트 창법이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브라스를 중심으로 댄스 비트를 사용함으로써 트로트 특유의 처연함을 걷어내고, 경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뮤직비디오 속 MJ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두드러지도록 만든다. 이처럼 '계세요'는 케이팝과 트로트의 특색을 조화롭게 수용해 MJ의 트로트 보컬 창법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그의 재치 넘치는 캐릭터성이 돋보이도록 하고, 깨끗한 청량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아스트로와 차별화한다.

원어스 ‘월하미인 (月下美人 : LUNA)’

BLOOD MOON
RBW
2021년 11월 1일

에린: 원어스 '월하미인'은 적극적으로 전통적인 사운드를 차용한다. 이전에 '가자'에서는 전통 동양풍의 악기의 사운드를 사용하여 익살스러운 흥을 구현하였다면, '월하미인'은 가야금이나 피리 소리를 사용해 처연한 분위기를 구현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월하미인'은 앨범의 첫 트랙 'Intro: 창'과의 연결성을 고려했을 때 그 분위기와 매시지가 두드러진다. '아니리' 대목으로 시작하는 'Intro: 창'은 소리꾼 최예림의 절창으로 '월하미인'의 후렴구 가사인 "바람 따라 흘러가리라 바람 따라"를 흘리는데, 이에 따라 '월하미인' 속 존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의 이미지이기보다는 달 아래 그리움을 노래하는 사극 드라마 속 한국 도령의 모습에 가까워보인다. 소리꾼의 창이나 전통 악기 소리를 그대로 곡의 요소로 사용하며 원어스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도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한다.

빌리 ‘RING X RING’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one
미스틱 스토리
2021년 11월 10일

에린: 데뷔 전 빌리라는 그룹이 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 'Bi11lie chapter one''Bi11lie chapter two'에서 빌리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면서도 사라진 '빌리'라는 존재를 기다리고 찾아 나서는 시작을 알리며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RING x RING'은 이러한 기이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영상에서 구현한 동화적인 이미지에 반전을 꾀하였다. 특히 곡의 도입부부터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빌리'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경고하는 듯하다. 이상할 정도로 도드라지는 보컬은 'RING x RING' 속 경고의 괴이함을 강조하여 그룹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데뷔 전 티저 영상 이미지의 반전을 꾀하면서도 그룹의 이상한 여정을 알리는 역할에 충실한 곡.

릴리릴리 ‘BARCODE’

BARCODE
엔터테인먼트 한
2021년 11월 11일

예미: 그룹명의 알파벳 표기에서 연상되는 바코드 모양을 이미지 컨셉과 가사 소재, 안무까지 모든 요소에 반영하여 통일성을 꾀했다. 트랩 및 신스 기반의 트랙, 자신감 있는 가사와 애티튜드는 근래 주목받는 신인 걸그룹 상당수의 경향을 따라간다. 듀오임에도 댄서와 합을 맞춰 작지 않은 규모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탄탄한 기본기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외모와 목소리가 상반된 두 멤버를 교차하여 지루함을 피하는 곡 구성과 간결한 포인트 안무 등 신인 듀오를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멤버 그리타의 랩이 준수하고, 두 멤버가 데뷔곡부터 곡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이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몬스타엑스 ‘Rush Hour’

NO LIMIT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1년 11월 19일

조은재: 'Love Killa'와 'GAMBLER'의 말쑥한 수트가 채 잊혀지기 전에 데뷔 초 '신속히'를 연상케 하는 기름 냄새 가득한 곡을 내놓았다. 중후함마저 느껴졌던 직전 활동곡들에 비해 다소 '회춘'마저 한 듯한데, 속도감 있게 흐르는 베이스 리프에 익살스럽게 울리는 휘슬은 몬스타엑스가 초반에 주목받았던 시절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Rush Hour'는 뚜렷한 흡인력을 만들지 못했던 '신속히'와 달리 멤버 각각의 보컬/랩 톤을 훨씬 쨍한 색깔로 강조하고, 각 멤버의 개성 있는 퍼포먼스를 곡이 지닌 드라마틱한 구조 위에 설득력 있게 배치해 전체 무대의 집중도를 높였다. 6년간 몬스타엑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곡이라 하겠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오디오에서도 셔누의 공백이 의외로 크게 느껴지는 것은 못내 아쉬운데, 무대를 감상하는 내내 어딘가 평소의 몬스타엑스 같지 않아 의문스러운 지점이 생기면 그게 평소에 셔누가 했던 역할임을 깨닫게 되는 식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스트레이키즈 ‘Christmas EveL’

Christmas EveL
JYP 엔터테인먼트
2021년 11월 29일

마노: 'Christmas Eve'에 "L"을 하나 더 붙여 'Evil'과의 중의를 노린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가사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이젠 팀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될 것 같은, 힙합과 트랩을 적절히 버무린 사운드 위에서 한참을 쉼 없이 투덜대고 나면 후반부에서는 '에라 모르겠다 일단 놀고 보자'라는 듯 한껏 내달리다 이내 마무리된다.
타이틀 'Christmas EveL'이 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강조했다면, 커플링 곡 '24 to 25'와 더블 타이틀 'Winter Falls'는 보다 감성과 서정에 집중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곡 내내 반복되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Winter Falls'는 본 싱글의 백미. 영어 버전의 'DOMINO'를 함께 수록한 것으로 보아 여느 시즌성 싱글 발매작이 그러하듯 팬 서비스의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팬뿐만 아니라 리스너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한 장이라 생각된다.

시그니처 ‘Boyfriend’

Dear Diary Moment
J9 엔터테인먼트
2021년 11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2020년 데뷔한 시그니처는 "알록달록하다 못해 고의적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오버블로운 베이스와 게임 같은 신스, 높은 피치의 깜찍한 보컬, 팝적인 탑라인"("결산 2020 : ①올해의 신인 7선""③올해의 앨범 20선" 中 발췌)의 향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메인보컬 예아와 메인댄서 겸 래퍼 선이 올 4월 그룹을 탈퇴하며 불가피하게 기나긴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이퍼한 에너지의 최대 동력 장치 역할을 하던 멤버가 둘씩이나 팀을 떠났기에 기존의 프로듀싱 방향을 유지하기는 분명 어려워보였다. 그들이 새 멤버들의 영입과 함께 1년 2개월 만의 컴백 소식을 알렸을 때까지만 해도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그니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타개책을 찾아냈다. 두 번째 EP "Dear Diary Moment"의 타이틀곡 'Boyfriend'는 온갖 사운드와 하모니, 장르를 버무리는 케이팝으로서는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미니멀한 구성을 지닌다. 1절 내내 은은하게 깔리는 패드와 리버브가 한껏 걸린 단순한 리듬 세션 위에서 단조롭다 싶을 정도의 탑라인을 끌고 가는데, 사운드 편성을 최소화하며 복잡성을 거세한 진행에서 오묘한 흡인력이 비롯된다. 이윽고 다다른 코러스에서는 은은하게 일관하던 사운드가 선명하게 형체를 갖추고, 한 마디의 예비박을 지나 드롭이 펼쳐진다. 드롭에서도 단순한 편성은 유지되기 때문에 통상 드롭에 기대하는 시원함보다는 산뜻함에 가까운 인상이 든다. 하이퍼함을 추구했던 이전과 정반대의 방향성인데, 신기하게도 시그니처의 낭랑한 결은 계속해서 감지된다. 일상적인 주제를 또랑또랑하게 읊어대는 말투는 동일선상 반대쪽 극단을 짚어냈을 뿐, 결코 기존에 세워둔 그룹의 축 자체를 이탈하고 있지 않다. 전만큼 곡 자체가 소위 '하이퍼팝'의 기운을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시릿할 정도로 깨끗하게 느껴지는 곡의 해상도에서 (100 gecs 'ringtone'이나 Hannah Diamond 'Hi' 같은) '하이퍼팝' 아티스트의 미니멀한 트랙들이 묘하게 연상되기도 한다. 비교적 정연한 태를 보이는 새 멤버 클로이, 도희를 반영하는 동시에 그룹의 근간을 보존해낸 명석한 리부트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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