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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2020 : ③올해의 앨범 20선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이돌로지가 집계한 미니앨범(EP) 이상의 아이돌 음반은 총 171장이었다. 이 중 필진들의 투표를 거쳐 선발된 앨범 20장을 소개한다. (별도의 순위는 산정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이돌로지가 집계한 미니앨범(EP) 이상의 아이돌 음반은 총 171장이었다. 이 중 필진 8명의 투표를 거쳐 선발된 앨범 20장을 소개한다. 별도의 순위는 산정하지 않았으며, 순서는 ABC-가나다 순으로 정렬했다.

NCT 127 “NCT #127 Neo Zone”

스큅: 2020년 SMP가 다다른 지경, 혹은 경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이 앨범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타이틀곡 ‘영웅’에 쏟아진 “마라흑당치즈불닭”이라는 감상은 앨범의 무지막지한 스펙트럼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NCT #127 – Neo Zone”은 햇살 가득한 오후의 정광 ‘낮잠’, 비오는 날의 로맨스 ‘우산’, 콘서트 앵콜 무대를 보는 듯한 ‘Not Alone’ 등 심상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연출하는 것을 넘어,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공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SMP의 정수 ‘영웅’부터, NCT가 주장해온 ‘네오’함을 과시하는 ‘뿔’, 예스러운 감각을 예리하게 벼른 ‘Sit Down!’, 하비 메이슨 주니어가 ⟨드림걸스⟩ OST를 케이팝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우직한 R&B ‘백야’, 90년대 S.E.S.를 오마주한 듯한 ‘Dreams Come True’까지. 멜론 차트에서도 사랑받을 법한 기분 좋은 팝 ‘Elevator’와 ‘꿈’부터, 사운드클라우드 트렌딩 플레이리스트에서 건져올린 듯한 ‘백일몽’, 스포티파이 힛츠 틈새에 위화감 없이 섞여들어갈 ‘메아리’까지. ‘Interlude: Neo Zone’를 중심으로 단단히 봉합된 12곡은 ‘채널 NCT’라는 콘셉트에 맞춰 천연덕스럽게 각기 다른 ‘Zone’들을 HQ로 송출하며, NCT를 통해 확장증보된 SMP의 새로운 지대 “Neo Zone”을 선보인다. SM의 ‘신문화기술’은 NCT의 시스템이 아닌 그들의 음악을 통해 축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WOODZ(조승연) “EQUAL”

조은재: “EQUAL”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재능으로 가득 찬 앨범으로, 감상하고 나면 어떤 히트작 프로듀서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본 기분마저 든다. WOODZ가 가진 재능이란 곡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소화하고 부르는 능력, 영상으로 번역하거나 퍼포먼스로 연출하는 능력까지를 포괄하는데, 심지어 콘셉트나 무드에도 구애되지 않는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장르적으로도 R&B부터 펑크까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사 또한 곡마다 저마다의 확고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모든 트랙이 개별 싱글로서도 수작이다. 제각각일 것 같은 싱글이 일정한 톤으로 잘 ‘equalize’ 된 앨범이지만, 이게 WOODZ가 할 수 있는 전부는 분명 아닐 것이라는 확신 또한 든다. 뒤늦게 알려졌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로 한눈에 띄는 쇼맨십 또한 앨범 전반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금속성의 음색은 금관악기처럼 비트 위를 때릴 때도 있고, 현악기처럼 우울하게 울릴 때도 있어 그가 일정한 포맷의 기획물에 갇히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보컬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드림캐쳐 “Dystopia: The Tree Of Language”

마노: “새까만 악몽의 세계”를 스스로 빠져나온 드림캐쳐가 향한 곳은 황량한 ‘디스토피아’였다. 악몽 속을 헤매던 “어둑한 소녀”들은 ‘마녀’들이 되고, 온몸이 불타는 고통 속에서 ‘반(反) 이상향’을 향한 절망과 원망을 담아 비명을 지른다.
“Dystopia: The Tree of Language”는 (디지털 싱글을 제외하면) 그룹의 통산 8번째 발매작인 동시에 기념비적인 첫 정규 앨범이기도 하다. 길고 길었던 ‘악몽 시리즈’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고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자 첫 정규 발매작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그룹의 터닝 포인트라 할 만한데, 만듦새 역시 탄탄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어떤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앨범 제목처럼 ‘악몽’이라는 연작을 통해 뚝심있게 구축해온 음악적 토양을 단단한 대지 삼아 자라난 아름드리 나무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팀이 그간 추구해온 기존의 음악적 세계관을 계승하는 트랙들(‘Scream’, ‘Tension’, ‘SAHARA’)이 땅속 깊이 내린 뿌리라면, 다양한 장르로 변주를 더한 곡들(‘Black or White’, ‘Jazz Bar’, ‘In The Frozen’)은 저마다의 모양새로 뻗어나간 가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랙 간의 유기성이 탁월함은 물론 앨범 전체가 구조적으로 잘 짜여있어 볼륨이 상당히 방대함에도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지금까지 견고하게 쌓아올린 음악적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그룹이 가장 잘하는 것과 지금껏 잘해온 것을 유지하면서도 식상해지지 않도록 완급을 잘 조절했다. 무엇보다 그 바탕에 그간 팀과 꾸준히 작업해온 LEEZ와 Ollounder의 프로듀싱, 그리고 쉽지 않은 장르를 수월하게 소화해내는 멤버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거기에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된 멤버 시연의 자작곡 ‘Paradise’가 그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엿보게 하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마치 크레딧(‘Outro’)이 다 올라간 영화의 예기치 못한 쿠키 영상을 발견한 것만 같은 반가움이랄까. 잠시 팀을 떠나있었던 한동이 다시 합류했다는 기쁜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드림캐쳐와 프로듀싱팀이 정성들여 가꿔나가는 이 나무가 앞으로도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바란다. “어둑했던 소녀 시절”을 잊지 않아주어서 정말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7”

랜디: 데뷔 이래 방탄소년단이 쌓아온 창작 및 퍼포먼스 역량과, 자연인으로서 성장한 이들의 사고관까지, 7년의 여정을 집대성해 스무 트랙에 차고 넘치게 담았다. 워낙에 길고 각 곡의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이 앨범이 표제처럼 “영혼의 지도”를 상정했고 ’Intro: Persona’와 ‘Interlude: Shadow’, 그리고 ‘Outro: Ego’가 각각 지도의 마일스톤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면 길을 따라 걷기가 어렵지 않다. 사운드는 빌보드 톱 차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비해 메시지는 불특정의 대중보다는 방탄소년단의 7년을 함께 한 사람, 혹은 역주행으로 그 7년을 한번은 톺아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커리어가 길어질수록 셀프-레퍼런스 리스트도 길어지는 바, 어쩌면 방탄소년단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었던 이 대작은 폐쇄적이라는 평가 이전에 오히려 이만큼의 내밀한 스토리에 이렇게 많은-전세계에 걸친-사람들이 반응했다는 케이팝 사상 유래없는 기록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두 비웃던 한땐 부끄럽던 이름”이 “이건 쇠로 된 증명 bullet-proof”가 되기까지. 좋은 7년이었다 뿌듯해할 만 하다.

백현 “Delight”

심댱: 백현이 관찰한 사랑의 얼굴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럼을 넣은 초콜릿처럼 씁쓸한 뒷맛을 남길 때도 있다. “Delight”는 자기주장이 강한 트랙들로 구성된 전작보다 정서의 흐름을 고르게 전달하면서도 솔로 아티스트로서 구현하고자 하는 컬러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Candy’는 눈을 홀리게 하는 사탕 바구니의 모습으로 앨범의 큰 틀을 제시하며 ‘다양한 맛의 사탕을 준비했으니 마음 가는 대로 챙겨 들어도 좋다’는 긍정의 사인을 보낸다. 포장을 한 꺼풀 걷어내면 이 솔로 아티스트는 사랑 앞에 자신만만한 태도와 멜랑콜리를 교차하며 비터스위트와 같은 조화를 선물한다. ‘R U Ridn’?’은 ‘내 노래를 넣어 너의 Playlist’라는 가사에 걸맞게 타이틀곡의 자신감을 이어받고, ‘Poppin”이 전하는 고백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파핑 캔디처럼 화사하다. Sweet 사이사이에 배치된 Bitter 트랙은 미량의 소금처럼 사랑의 단맛을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한편 정서의 깊이를 심화한다. 피아노의 보랏빛 파도를 타고 상대에게 뛰어드는 절박함(‘Bungee’), ‘최소한의 숨’만 쉬어 가며 그에게 깊이 잠겨가는 마음의 점성(‘Underwater’), 섬찟할 만큼 화한 속도감과 대비되는, 상대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때의 탄식(‘Ghost’) 등으로 사랑하는 자의 복잡한 내면을 조명한다. 이 비터스위트의 조화가 가장 강렬하게 빛나는 트랙은 ‘Love Again’이다. 저음에서부터 가성까지 보컬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달콤한 멜로디는 사랑을 갈구하는 씁쓸한 설정을 관통하며 “Delight”의 정점을 찍는다.
사랑의 명과 암을 담은 모음은 다양한 감정을 스스럼없이 전달하는 백현의 얼굴로 변모한다. 입안에 굴릴 때마다 다른 맛이 혀에 배이게끔 세심하게 함유량이 조절된 사탕처럼, “Delight”는 당신의 까다로운 취향을 위해 준비된 2020년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보아 “Better”

조은재: 활동 기간이 긴 모든 아티스트가 그렇지만, 특히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쉬지 않고 활동한 가수에 대해서는 시대와 세대별로 그를 인식하는 이미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앨범은 보아를 ‘ID: Peace B’로 기억하는 사람과 ‘No.1’으로, ‘Only One’으로, 혹은 ‘LISTEN TO MY HEART’나 ‘抱きしめる’로 기억하는 사람에게까지도 익숙한 보아를 들려준다. 타이틀곡 ‘BETTER’는 2000년대 유행하던 R&B에 박력있는 베이스 사운드와 고난도의 퍼포먼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모두 시대를 불문하고 보아만의 시그니처로 각인된 요소이며, 앨범의 모든 트랙이 보아의 이전 커리어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보아를 사랑했든, 지금의 보아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이 앨범은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단 한 순간이라도 보아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청해볼 것을 권한다.

세븐틴 “; [Semicolon]”

랜디: 올해의 앨범 20선에는 “; [Semicolon]”을 꼽았지만, 이 음반은 사실상 2020년 상반기에 발매된 “헹가래”와 함께 들어야 한다. 지난 12월 공개된 ‘Left & Right’와 ‘HOME;RUN’의 MAMA 무대 연출은 연이어 들었을 때에 하루의 낮과 밤처럼 완결적 의미를 갖는 이 두 EP의 성격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2017년 데뷔 초의 일명 ‘청량’ 노선에서 조금 더 이모셔널한 EDM으로 노선을 틀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예외를 겪은 2020년 과감하게 업비트로 또 한 번의 노선 변화를 꾀한 점이 흥미롭다. 누군가는 데뷔 초로 돌아간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의 전체적인 톤은 조도를 조금 낮춰서 그 때보다 성숙한 느낌이다. 사용한 음계들이 마냥 해맑기보다는 조금 블루한 인상을 주고, 재즈적 요소를 표방하는 악기 선택도 이런 느낌에 한몫을 한다. 전에도 연극적인 성격이 강했던 세븐틴표 퍼포먼스는 스윙재즈 요소를 뿌린 타이틀곡에 힘입어 더욱 브로드웨이 앙상블 같아졌다. 세븐틴이 전하는 청춘찬가는 업비트일 때, 또 멤버 간의 손발이 척척 맞을 때 가장 파괴적이다. 올해 최고의 웹 예능은 ⟨고잉 세븐틴⟩이라는 사견도 덧붙인다.

세정 “화분”

심댱: “노래를 듣고 힐링하셨으면 좋겠다”라는 가수의 소망을 들을 때마다 피어오르는 의구심 같은 게 있다. ‘그들이 주고 싶어 하는 힐링의 대상은 구체적일까?’ (물론 높은 확률로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 과정이 막연하다면, ‘힐링’의 무게감은 얄팍하게 느껴지기에 십상인지라 삐뚠 마음으로 던진 질문이기는 하다.
‘꽃길’과 ‘터널’ 등 특유의 포근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 오던 보컬리스트, 세정은 그룹 활동 전후로 조금씩 내보였던 위로를 첫 미니앨범 “화분”으로 모아 전달했다. 그는 위로의 대상을 안전하면서도 까다로운 대상, 자기 자신으로 두며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전개한다. 각 트랙은 자신의 오후부터 그다음 날 저녁까지 시점을 옮겨가며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을 보낸다. ‘그늘진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할, 내면의 목소리를 ‘초록’에 비유한 ‘화분’은 마음이 잔잔해질 오후의 시간으로 시작하고 ‘오늘은 괜찮아’는 걱정으로 지새운 어느 날 밤을 차분히 잠재우며 아침으로 이끌어간다. 비행운처럼 멀리 뻗어 나가는 하이노트와 웅장한 코러스로 마무리되는 ‘SKYLINE’과 물빛 어린 멜로디에 가벼운 호흡을 담은 ‘오리발’은 분주한 아침 출근길을 떠오르게 한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그리움을 소재로 한 ‘꿈속에서 널’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단출한 구성은 고단했던 하루를 눈꺼풀에 밀어 넣는 늦은 저녁을 연상시킨다.
세정은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트랙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앞서 제시한 의심 어린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낸다. 앨범 소개 글에서 기술한 것처럼 “내가 나를 위해 듣게 되는 위로”를 똑바로 겨냥하는 이 EP는 세정을 ‘힐링을 오롯이 전할 수 있는 영리한 아티스트’로 소개한다. 대중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제시한 앨범, “화분”을 넘어 그가 앞으로 전할 또 다른 정서의 스케치가 기대된다.

시그니처 “Listen and Speak”

랜디: 알록달록한 색채감을 무기 삼는 신인 걸그룹은 많지만, 이 앨범은 알록달록 하다 못해 고의적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산란함으로 가득하다. “오버블로운 베이스와 게임 같은 신스, 높은 피치의 깜찍한 보컬, 팝적인 탑라인”(동일 가수 신인평에서 발췌) 등의 조합은 찰리 XCX 같은 젊은 인터넷발 음악, 좀 더 좁히면 “하이퍼팝”이라 묶이는 그즈음 같다. (‘눈누난나’ 가사에서 내비치는 ‘Vroom’이나 ‘Pow-p-p-pow’ 같은 의성어는 힌트가 아닐까.) 이런 조합은 2000년대 일본 전자음악 씬에서 발생해 캬리 파뮤파뮤 등의 성공으로 메인스트림으로 뻗어나갔고, 지난 10여 년 간 서구 인터넷의 서브컬쳐 향유자들 사이에서 사회의 변두리적 요소들과 뒤섞이며 지금의 형태에까지 왔다. 그 시간 동안 소녀시대 같은 케이팝 역시 그 서브컬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20년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온 이 콘셉트는 그래서 어쩌면 전세계에서 케이팝 아이돌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앨범 전반부의 ‘타격감’은 이들을 2020년 가장 인상적인 신인 중 한 팀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이즈원 “BLOOM*IZ”

서드: 저마다의 음색과 스타일을 지닌 멤버 구성 만큼이나 각기 다른 느낌의 열두 트랙으로 채워진 팀의 첫 정규앨범. 자작곡과 유닛곡을 비롯해 팬송 격의 발라드 트랙까지, 팀이 지닌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선보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
댄스 팝과 발라드가 들쑥날쑥 뒤섞인 사이사이 유닛곡들마저 배치된 트랙 리스트는 앨범보다는 차라리 콘서트의 세트리스트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기존 발표곡과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닌 ‘EYES’와 ‘DREAMLIKE’가 신선함으로 초반부에 귀를 집중시키고, 한 편으론 ‘AYAYAYA’나 ‘SPACESHIP’처럼 익숙한 곡들이 안정감을 주면서 균형을 잡는다. 귀여운 콘셉트가 어울리는 멤버들의 장점을 끌어올린 ‘SO CURIOUS’나 ‘PINK BLUSHER’ 같은 곡과 보컬 멤버들의 매력이 강조된 ‘언젠가 우리의 밤도 지나가겠죠’ 등, 유닛곡을 통해 다인원 그룹이 지닌 장점을 백분활용한다.
타이틀곡 ‘FIESTA’는 ‘라비앙로즈’와 ‘비올레타’의 기시감을 더 빠른 템포와 풍성한 사운드로 변주하면서 자기복제가 아닌 아이즈원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 같은 곡이다. 팀의 색깔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세밀한 기획과 곡 선정, 그에 걸맞게 정교하게 짜여진 안무와 그걸 수행해내는 퍼포먼스까지 합쳐져 Flower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12인의 재능과 매력이 만개하는 앨범.

여자친구 “回:Walpurgis Night”

스큅: 타이틀곡 ‘MAGO’의 디스코는 (…) ‘Fingertip’의 디스코와 접합점을 만들어낸다. ‘Fingertip’이 펑키하고 화려한 디스코에 로킹한 사운드를 얹어 맹렬한 기세를 다졌다면, ‘MAGO’는 당당하고 흥겨운 태도를 견지하되 박자감을 한층 단순하게, 현악을 한층 가볍게 늘어뜨리며 기합이 걷어진 자리를 여유로 가득 채운다. ‘Fingertip’과 ‘MAGO’를 나란히 이어듣는다면 기대 이상으로 매끄러운 흐름에 놀라게 될 것이다. (…)
“回:Walpurgis Night”은 ‘Fingertip’ 이후 멀리 돌아온 여자친구의 “제 2막”이다. 빅히트의 집도 하에 다소 급작스러워보이는 전이를 단행하는 가운데 이질감이 없었다면 물론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이질감을 곧바로 위화감으로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날 위해서라면 저 끝까지 갈” 것이라는 (‘Labyrinth’ 中) 결단이 뿜어내는 생명력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직선적으로 전진하는 “파워 청순”의 1차원, 닫힌 도형과도 같은 세계 속 방황을 담은 “격정 아련”의 2차원을 지나, “그저 원하면 원하는 대로 기쁨과 슬픔 그대로 다 내가 될 거”라 외치는 (‘MAGO’ 中) “청량 마녀”의 3차원을 구축한다. 입체적으로 변모한 세계관 위에서 이들이 또 어떤 교차로를 마주하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들의 달음박질이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발푸르기스의 밤’을 기꺼이 즐길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여자친구 “回: Walpurgis Night” (2020) 리뷰 中 일부 발췌)

오마이걸 “NONSTOP”

서드: 미니앨범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팀이 지닌 다양한 장점과 매력을 곡마다 한껏 꾹꾹 눌러 담은 동시에 변화와 유지의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와 올여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노래 중 하나인 ‘Dolphin’으로 이어지는 두 곡의 흐름만으로 이미 만족스러울 만큼 오마이걸다운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쉼표를 찍듯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꽃차’로 보컬을 만끽하고 나면, 거리에 밝힌 네온사인을 사랑하는 이에게 밝혀둔 마음의 신호로 은유한 가사가 돋보이는 ‘NE♡N’이 흘러나온다. 오마이걸하면 함께 떠오르는 서지음 작사가와의 시너지가 특히 빛을 발하는 곡. 이어지는 ‘Krystal’은 ‘CLOSER’나 ‘비밀정원’처럼 오마이걸의 고유한 색깔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고 암시하듯, 몽환적 사운드와 애절한 멜로디로 앨범의 문을 닫는다.
부쩍 늘어난 관심과 인기에 부담이 컸을 법도 한데, 전작에 비해 오히려 힘을 뺀 것처럼 담백하고 여유로운 모습에서 이들이 여태까지 롱런해올 수 있었던 비결을 엿본 듯하다. 따스하지만은 않았던 ‘다섯 번째 계절’을 지나 ⟨퀸덤⟩이란 바람을 뚫고 걸어온 오마이걸. 올 한 해 다양한 예능과 무대에서 주목 받으며 더할 나위 없이 활발한 활동을 보였음에도 아직 이들에게 ‘최고의 해’는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늘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르게 품고 있던 오마이걸에 대한 주제넘은 걱정과 조바심을 이제는 놓아도 될 것 같다.

온앤오프 “SPIN OFF”

마노: 누가 뭐래도 온앤오프의 음악적 세계관의 구심점은 황현으로 대표되는 모노트리 사단이라는 것에 이견을 가질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모노트리는 온앤오프의 데뷔작 “ON/OFF”부터 그룹의 통산 네 번째 발매작 “SPIN OFF”까지 일관적으로 프로듀싱해왔다. 어느 특정 프로듀서나 팀이 한 그룹의 디스코그래피에 꾸준히 관여해온 케이스가 특히 작금의 케이팝씬에서는 드물기에 유독 돋보이기도 하거니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그룹의 음악적 이모저모를 가장 적확히 이해하면서 그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이정표와도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다른 그룹에는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최대의 변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쌓아온 디스코그래피가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리고 벼린 무기라고 한다면, 한껏 물오른 그룹의 에너지와 수행력은 그 무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휘두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무공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적 스펙트럼(특히 ‘오늘 뭐 할래’는 그룹이 최초로 시도하는 래칫 트랙이다)을 선보이면서도 그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생뚱맞아 보이지 않는 것은, 단언컨대 음악을 만드는 이와 그것을 수행하는 이 각각의 능력치는 물론 그 둘의 탄탄한 합 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앨범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혹은 프로듀싱 팀) 간의 끈끈한 음악적 신뢰도와 각각의 역량이 어떠한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후덥지근하고도 시원한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스쿰빗스위밍’으로 문을 힘차게 열고 나면, 간질간질한 설렘이 가득한 ‘첫 키스의 법칙’이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이어서 서슬 퍼런 ‘제페토’와 젊음의 에너지로 한껏 흥청거리는 ‘오늘 뭐 할래’로 텐션을 끌어올린 뒤, ‘선인장’과 ‘Message’로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서 비장하게 내달리는 ‘신세계 (SPIN OFF Ver.)’(기발매 버전 인트로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신스 사운드로 대체하여 새로움을 더했다)로 진한 여운을 남기며 앨범은 끝을 맺는다. 각각의 트랙이 무척이나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함은 물론, 개성 강한 트랙들을 하나로 봉합하는 유기성도 출중하여 ‘앨범’ 단위의 듣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미덕. 한 계단 한 계단 꾸준히 성장하며 확장세를 더해가는 ‘온앤오프 월드’의 다음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우주소녀 “Neverland”

조은재: 개인적으로 감상을 위해 들인 시간 등의 자원에 비해 더 많은 가치를 얻게 해준 노래에 부채감을 느끼곤 하는데, 올해 가장 많은 빚을 진 앨범으로 이 앨범을 꼽는다. ‘부탁해’나 ‘이루리’에서 보여준 파괴력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BUTTERFLY’보다 ‘HOLA’나 ‘바램’이 타이틀곡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우주소녀 고유의 캐릭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적시에 포즈를 걸어준 앨범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될만하다. 과격할 정도로 무거운 비트와 뱅어로 무장한 K-pop 트렌드 속에서, 예민함과 섬세함을 유지하면서도 우주소녀답게 밝고 힘찬 에너지를 내뿜는 ‘BUTTERFLY’를 위시해 ‘Pantomime’, ‘불꽃놀이’와 같은 트랙을 담은 이번 앨범이야말로 우주소녀의 전체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할만한 앨범이다. 우주소녀는 워커를 신든 하이힐을 신든 힘차게 걷는다는 것을 보여준 앨범.

원위 “ONE”

하루살이: 1년여에 걸친 데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정규 앨범이다. 세 개의 싱글과 신곡이 골고루 섞여 “ONE”을 구성한다. 트랙을 발매 순서와 다르게 재배치해 원위의 음악 스펙트럼을 다시 정리했다. (…)
연주력이 충분히 뒷받침해주니 그 어떤 장르를 선보여도 어색하지 않다. 특히 메인 기타가 매끈한 톤을 유지하며 모든 곡을 능청스럽게 넘어 다닌다. 덕분에 원위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무엇을 해도 좋겠다는 예감이 든다. 다만 각각 성향 다른 목소리들이 솔직함을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조화를 이룬다면 그때는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 들지 않을까.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한계점이라기보단 성장의 여지로 보인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이 더 기대된다. (원위 “ONE” (2020) 리뷰 中 일부 발췌)

유아 “Bon Voyage”

마노: 솔로 데뷔에 있어서 최대 딜레마는, 기존 그룹의 색깔와 솔로로서의 역량 사이의 교집합을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여타 솔로 아티스트와의 변별점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모그룹이 가진 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해당 멤버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살려내는 동시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한 끗’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인데,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른 케이팝 씬에서 말처럼 쉬운 일일 리가 없는 그것을 유아는 끝내 해낸다. 오마이걸이 꾸준히 그려온, ‘몽환’으로 표현되곤 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계승하면서도 유아가 가진 보컬과 퍼포먼스에 있어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음은 물론, 지금까지 어떤 솔로 아티스트도 시도해본 적 없는 절묘한 틈새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프로덕션의 치밀한 기획력이 엿보인다. 타이틀곡 ‘숲의 아이’에서는 대중이 익히 보아온 ‘오마이걸의 유아’와 ‘솔로 유아’의 교집합을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여러 장르가 포진된 수록곡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지금까지 내보일 기회가 적었던 다채로운 캐릭터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쳐보인다. 드라마틱한 ‘숲의 아이’로 고조되었다가 ‘날 찾아서’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Diver’에서 다시금 텐션을 끌어올린 뒤 ‘자각몽’에서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End of Story’로 산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앨범 전체의 흐름과 밸런스도 출중하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유로이 오가는 유아의 존재감과 수행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솔로 데뷔에 있어서 당위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토록 세심한 프로덕션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있어서는 미숙했다는 점은 못내 아쉬워지는 포인트. 그럼에도 본작은 아이돌 솔로 데뷔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 사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유키카 “서울여자”

랜디: 흔히 이제 대중음악에서 “멜로디는 죽었다”고들 한다. 힙합과 EDM이 지금의 팝(그리고 케이팝)을 점령하며 선율보다는 톤이나 리듬에 중점을 두는 음악이 확실히 많아지기는 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오히려 ‘레트로’의 상징이다. 노스탤지어를 겨냥한 유키카의 첫 정규 앨범 “서울여자”는, 멜로디가 귀한 대접을 받던 20세기 음악을 성공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당대 국내 웰메이드 가요들이 레퍼런스 삼았던 제이팝의 구석구석을 일본인 케이팝 가수가 한국어로 들려준다는 아이러니가 재미있다. 산들거리는 미디움 댄스 알앤비 ’Yesterday’에서는 S.E.S 등에 영향을 주었을 우타다 히카루가, 요즘 케이팝처럼 시작해 클래지콰이 초기 음악처럼 전개 되는 ’안아줘’에서는 피치카토 파이브가, 그리고 Ddim – G7(ii° – V) 단 두 코드만으로도 윤상 음악의 쓸쓸함이 연상되는 ‘그늘’에서는 마이너 시티팝의 장인 키스기 타카오(来生 たかお)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서울여자’의 메시지가 ‘한국 문화에 서툰 외국인 여자’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 도쿄에서 서울로 이주한 ‘도시인’ 유키카의 ‘시티-팝’도 좋았을 텐데.

태민 “Never Gonna Dance Again, Act. 1”

스큅: “다시는 춤추지 않겠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태민의 정규 3집은 “모든 것을 불태우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열망(⟨더블유 코리아⟩ 2020년 9월호 인터뷰 中)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으로, 그 중 제1막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자학과 회한의 챕터다. 그가 그리는 파국이 치명적이지만 결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성장통 격의 시련도, 모종의 사명에 따른 희생이나 강박도, 서사적 비극에 대한 집착이나 도취도 아닌, 순수한 탐미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義)가 곧 미(美)인 태민의 세계관에서 더 정결한 자신, ‘이데아’를 향한 구도의 과정은 위험천만할지언정 위태롭지 않으며, 지난하더라도 버거운 중압으로 흐르는 법이 없다. 어두운 색채로 칠해진 앨범이 가뿐하고 산뜻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유다.
타이틀곡이자 1번 트랙인 ‘Criminal’은 (‘Press Your Number’ 때와 마찬가지로) “날 망치는 Criminal”을 자기 자신으로 재귀시키며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위험한 소재를 고혹적인 신화로 비틀고, 이어지는 수록곡의 모노드라마를 위한 포석을 놓는다. “내 안에 숨어있던 너”를 마주하며 폭발하는 ‘Black Rose’, 무대에서의 미혹과 갈등을 비추는 ‘Famous’ 등 자가 연소적인 쾌락으로 번뜩이는 전반부부터 ‘Clockwork’, ‘Nemo’ 등 옛 연인(혹은 ‘Criminal’의 재귀 용법을 적용시킨다면 자기 자신)을 그리는 서정적인 트랙들로 채워진 회한의 후반부까지.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은 “아프면서 황홀”한 수행기를 담아내며, 이는 “Act 2″에서 ‘이데아’를 쏘아올리고 새로운 ‘Identity’를 노래하는 소생의 서사로 이어진다. 이러니 태민의 무대를 ‘미디어 성경’으로 일컫는 농반진반 격의 찬사를 마냥 호들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민의 미(美)를 향한 구도자적 행보의 결실과도 같은 앨범.

프로미스나인 “My Little Society”

서드: “My Little Society”는 아홉명의 멤버 각자의 취향과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테마로 잡은 세 번째 미니 앨범으로, 실제로 발매 시기에 맞춰 멤버 9인의 개인 SNS 계정을 동시에 개설하면서 팬서비스 효과까지 거두는, 콘셉트에 충실한 프로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Feel Good’은 ‘LOVE BOMB’과 ‘FUN!’보다는 조금 차분해진 분위기와 이전보다 좀 더 팝에 가까운 스타일을 지향한 듯 레트로한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아마도 여태까지 타이틀곡 중 가장 대중 지향적인 스타일의 곡이다.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은 고른 파트 분배는 멤버마다 각자의 음색이 잘 어울리는 파트를 받은 듯한 섬세한 디렉팅이며, 팀의 보컬 층이 생각보다 두터워진 것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숨은 수록곡 명가로 알려진 만큼 이번에도 멤버 이서연의 자작곡 ‘별의 밤’을 비롯해 다양한 수록곡들이 눈에 띄는데, 특히 스페셜 뮤직비디오도 제작해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감상할 수 있는 ‘Weather’‘물고기’ 두 곡은 올해의 수록곡으로 꼽아도 부족함 없을 매력적인 트랙이니 감상을 추천한다. 1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만족스러운 앨범.

화사 “María”

심댱: 축축한 마음 한구석에 도착했을 때, 화사는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선사한다.
트렌디와 소울풀을 넘나드는 화사의 보컬은 ‘Kidding’에서처럼 이성이 끊어지는 듯 쪼개지는 하이햇 사이에서 무신경하게 읊어지기도 하고, 타이틀곡 ‘마리아 (Maria)’에서는 이유 없는 미움을 향한 환멸과 위로라는 이질적인 요소와 팽팽한 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셀럽 화사와 자연인 안혜진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사랑이라는 암막으로 가려둔다 해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헤이터에게 다친 마음을 사랑의 상처로 치환하며 다 망했다는 식으로 내팽개치다가도, “꽃길만 길인가” 하고 다시 자세를 고치며 다이아몬드처럼 흠집나지 않는 단단함을 노래한다. 대중의 시선과 내면의 갈등에 아파하지마는 ‘넌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말로 다독일 수 있는 그는, 어쩌면 지치고 힘들 언젠가의 자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개 할 이정표를 앨범으로 온전히 구현해내려 한 게 아닐까 싶다. (보너스 형식의 배치인 솔로 데뷔곡 ‘멍청이’를 제외하고) ‘Intro : Nobody else’부터 ‘LMM’까지, 시끄러움을 몰고 다니는 셀러브리티보다도 안혜진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그 노력의 어려움마저 여실히 담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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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