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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12월 – 앨범

2021년 1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온앤오프, 송민호, FT아일랜드 등.

2021년 1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온앤오프, 송민호, FT아일랜드 등.

Goosebumps
WM 엔터테인먼트
2021년 12월 3일

마노: 최근작 "POPPING"까지만 해도 (약간의 예외도 있었지만) 비교적 산뜻한 기조의 음악을 추구해온 것을 생각하면, 본 EP에서 사뭇 달라진 기조와 방향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타이틀곡 'Goosebumps'의 인트로에서 귀를 잡아끄는 묵직한 베이스 리프와 말초 신경을 일깨우는 다소 히스테릭한 소스, 야살스럽게까지 들리는 보컬과 플레이 타임 내내 관능적이고 육욕적으로 몰아치는 사운드 같은 것들은 분명 여태껏 온앤오프가 그려낸 적 없던 요소들이다. 우직하리만치 일관적으로 (스펙트럼은 비교적 다양했을지언정) 어떤 '소년상(少年像)'을 추구해왔던 것과 정반대의 방향성인 셈인데, 이런 방향성이 기꺼울 청자도 있는가 하면 이것에 의구심을 가지는 청자도 있을 듯하다. 이를테면 이전까지의 디스코그래피는 "여태껏 쌓아 올린 음악적 세계관을 견고히" 하는 일종의 '굳히기' 과정이었다면, 본 EP는 "팀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이를 확장해나갈지"에 대한 나름의 치열한 고민 후 내놓은 해답이라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음악적 세계관의 확장 여부가 앞으로의 팀 커리어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팀의 커리어와 음악적 세계관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시기적절한 시도라고도 사료된다.
수록곡들은 'Goosebumps'와 비슷한 기조를 가져가되 상대적으로 느른하게 흘러간다. 서늘한 질감으로 출렁이는 미디움 템포 퓨처 베이스('Whistle'), 훵키한 그루브와 다소 '어른스러운' 무드의 힙합('Fat and Sugar'), 포근하고 풍성한 화성이 곡을 이끄는 발라드 넘버('Alarm')라는 식. 와중에 EP의 맨 마지막에 자리한 'Show Must Go On'이 수록곡 중에서는 사뭇 이질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데, 이전까지 팀이 꾸준히 조형해온 음악적 기조를 계승하고 있는 곡이라는 점에서 EP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치 애니메이션 주제가처럼 벅차게 내달리며 서슴없이 "끝없는 우주"와 "멈춤 없는 확장"을 노래하는 올곧음은 도저히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 잠시간의 공백 후 다시 펼쳐질 온앤오프만의 새로운 쇼가 부디 멈추는 일 없이 계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조은재: 앨범 "Goosebumps"와 동명의 타이틀곡은 공전의 히트곡(!) '사랑하게 될 거야'에서 나타났던 온앤오프의 장점을 상당수 놓치고 있다는 인상이 있다. 미니멀하지만 정교하고 치밀하게 다듬어진 트랙 위에 탁월한 보컬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드라마틱한 포인트를 만들어줬던 것이 그간 온앤오프가 보여준 고유의 미덕이었다면, 'Goosebumps'에는 결벽증 환자가 강제력에 의해 억지로 겨우 어질러놓은 방처럼 연출된, 적당히 산만한 사운드 위로 감정선이 배제된 보컬과 랩이 등장한다. 앨범 내에 'Whistle'이나 'Show Must Go On'과 같은, 온앤오프답고 황현다운(!) 곡이 있어 'Goosebumps'의 몰개성화는 다소 안타까운 감이 있다.
케이팝 아이돌 산업에서 전반적으로 개별 싱글의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싱글 간의 유기성이나 서사적 개연성 등 전체 디스코그래피의 톤을 정립하는 것이 퀄리티의 기준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최근에는 같은 프로듀서가 같은 그룹을 꾸준히 프로듀싱하는 것이 고평가받기 쉬워진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감독의 예술'인 영화와 달리 음반은 '작곡가의 예술'이 아니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어내고 성장해나가야 하는, 그리고 그 성장 자체가 주된 셀링 포인트로 작동하기도 하는 아이돌 팝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프로듀싱 방향성과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팀에게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발표된 "Goosebumps"가 아쉬운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TO INFINITY.
YG 엔터테인먼트
2021년 12월 7일

스큅: 타이틀곡 '탕!♡'의 장난스러운 표기와 쨍한 앨범 커버의 색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송민호의 3집 "TO INFINITY."에서는 전작들보다 한껏 가벼워진 무게감이 돋보인다. 〈쇼 미 더 머니 4〉의 참가자였다가 〈쇼 미 더 머니 10〉, 〈싱 어게인〉 등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자리매김하고 미술 작가로까지 안착하게 된 그의 여유가 배어 나오는 듯하다. 앨범에 걸쳐 때로는 유치찬란하게까지 느껴지는 재기발랄함이 감지되는데, 자동차 소리를 이용한 브레이크 구간이 특징적인 'LOVE IN DA CAR', 탄탄한 리듬 세션을 주축으로 한 시원시원한 전개가 돋보이는 '뭐', 오묘하게 삐죽이고 꺼끌거리는 질감의 퍼커션과 각종 효과음이 귀에 감기는 '궁금해' 등 그가 편곡에까지 손을 뻗친 트랙이 특히 두각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지난 앨범의 'Ok man'에 이어 갖은 사운드 양념 위 바비와 인상적인 합을 보여주는 '바른말'은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을 만하다. 다만 문제는 지난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이 재기발랄한 장난기가 종국에는 거의 여성, 섹스에 대한 기술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무식함을 연출해 보이는 말 놀음이 성애적인 맥락에 천착하는 순간, 천진난만하다거나 유희적이라는 인상 대신 단순 퇴행적이라는 인상만을 남기고 만다.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여러모로 염따를 떠올리게 된다.

LOCK UP
FNC 엔터테인먼트
2021년 12월 10일

하루살이: 사실 이들의 구력쯤 되면 괴작을 내기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듣기에 크게 허전한 곡은 없다. 다만 "LOCK UP"의 기획은 밴드로서도 아이돌로서도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무난한 발라드 편곡을 택한 '말이 안 돼'나 '뻔한 스토리'는 특유의 전달력에도 크게 인상이 남지 않는다. 철 지난 밈(meme)을 읊는 'Bones'의 가사는 다소 거북하다. 전반적으로 이홍기의 가성이 안정적으로 들리는 것 외엔 그다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FT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자유' 혹은 '빛'을 찾았다. 'Set Me Free'는 그들이 찾던 '자유'와 '빛'을 청자와 나누려 한다. 화자의 감정만으로 가득 찬 다른 트랙들과 달리 청자의 자리를 남겼다. 시작부터 때려 박는 드럼과 절정에서 외치는 "freedom"은 그들의 한결같은 지향점을 밝힌다. 여전히 정체 모를 '대중성'에 옭매인 앨범에서 이 마지막 트랙이 갖는 함의는 꽤나 크게 다가온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