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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1월 – 앨범

2022년 1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케플러, 피원하모니, 엔하이픈, 미래소년, 최강창민, 휘인, 최예나, 펜타곤 등.

2022년 1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케플러, 피원하모니, 엔하이픈, 미래소년, 최강창민, 휘인, 최예나, 펜타곤 등.

FIRST IMPACT
WAKEONE
2022년 1월 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엠넷 〈걸스 플래닛 999: 소녀대전〉 파생 그룹 케플러의 데뷔 EP. 주특기부터 소위 '그림체'까지 모두 꽤나 제각각인 멤버들이 어떻게 하나의 그룹으로 뭉쳐질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 제각각에서 빚어지는 소란함 자체가 그룹의 콘셉트가 되어버린 듯하다.
인트로 'See The Light'부터 타이틀곡 'Wa Da Da', 서브곡 'Mvsk'까지. 사뭇 비장함을 연출하면서도, 120 중후반대 BPM의 포 온 더 플로어 리듬에 기초해 호쾌하게 전진해나가며, 다채로운 구성과 빈번한 멤버 간 파트 전환으로 산란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일관된 경향성이 나타난다. 산란한 동시에 질서정연한 측면 역시 강했던 아이즈원과 비교해보면 말 그대로 '소란'에 가까운 느낌인데, 음원에서는 이 소동의 거침없는 운동성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장 쉴 새 없는 변주를 들려주는 'Mvsk'는 인상적인 낙차를 몇 번이고 주조해내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짜릿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수선하게 널브러진 퍼포먼스에 있다. 과하게 직관적인 동작과 번잡한 동선이 혼재된 'Wa Da Da'의 퍼포먼스는 산만한 인상을 주고, 'Mvsk'는 비교적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으나 안무의 역동이 곡의 역동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앨범의 후반부를 채운 9인 버전의 기존 미션곡들은 음원도 퍼포먼스도 줄어든 인원수만큼 다소 쳐지는 듯해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상기한 '소란함'으로 신인으로서 신선한 지점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팀의 미래에 기대를 걸 소지는 충분한 것 같다. 이들의 도약을 기대하며 'Discovery!'를 부여한다.

DISHARMONY : FIND OUT
FNC 엔터테인먼트
2022년 1월 3일

에린: 피원하모니는 거창하고 장황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부조화'를 문제 삼고 이를 해결하려는 "DISHARMONY" 시리즈의 이야기는 언뜻 보면 전부터 있었던 케이팝 아이돌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잇는 것처럼 보이나, 이전 타이틀곡 '겁나니'와 이번 'Do It Like This'는 곡을 관통하는 꾸준한 리듬감을 주축으로 후렴구에 응원 구호와도 같은 역할을 부여하며 청자들을 쉽게 끌어들인다. 'Do It Like This'를 비롯해 'That'$ Money'나 'Follow Me', 'Bop'과 같은 트랙들 역시 곡의 각 부분을 분절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비트를 중심으로 그루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중후한 보컬을 사용하며 곡이 매끄럽고 수월하게 들리도록 한다. 첫 트랙 'Do It Like This'에서부터 'Peacemaker'에 이르기까지, 피원하모니는 리듬감을 적당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접근법을 통해 한껏 무게감을 주며 주인공에 등극해 보이려는 케이팝의 반복적인 서사를 가볍게 탈바꿈한다.
이렇듯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는 피원하모니의 특색은 현재 케이팝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동원하는 방식에도 반영된다. 피원하모니는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계관' 설정과 '초능력' 소재를 지극히 일상적이고 장난스러운 하나의 특성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자신의 성격적인 특성이 제3의 공간에서 무궁무진한 히어로의 능력으로 치환된다는 세계관 영상의 설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활한 가상 세계의 초능력을 일상적인 성격의 한 차원으로 편입해내는 세계관은 장대한 이야기를 간명한 구호로 전달하는 앨범과 맞물려 더욱 시너지를 발휘한다.

DIMENSION : ANSWER
빌리프랩
2022년 1월 10일

예미: '딜레마'를 푸는 '해답'은 자신 안에 있다. 'Blessed-Cursed'에서 이 스토리는 남자 아이돌의 클리셰적인 테마인 '패기 넘치는 소년'에 입혀져 곡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근래 록 리바이벌 열풍이 90년대를 소환한다는 점을 반영한 듯한 스타일링은 다수의 레퍼런스를 연상케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멤버의 면면을 더 살피게 된다. 전작들에 이어 오토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멤버의 목소리 질감과 연기를 잘 담아냈는데, 아이돌 프로덕션의 '해답'은 멤버에게 있다는 듯 곡의 메시지와 디렉팅 방향이 한 곳을 내다보고 있다. 추가된 수록곡 'Polaroid Love'는 팀이 가진 미성 위주의 음색과 여기에서 연상되는 소년성을 부담 없이 드러낸다. 퍼포머에게 집중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두 추가곡이 일맥상통하는 한편, 'Polaroid Love'의 흥행은 그룹의 전작 'FEVER',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Anti-Romantic'과 겹쳐져 '틱톡에서 흥행하는 보컬 위주 수록곡'이라는 회사 전통을 형성해 가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엔하이픈의 디스코그래피는 빅히트 뮤직이 프로듀싱하는 타 그룹들의 행보와 겹쳐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의 우여곡절'이라는 회사 색채를 형성해 왔다. 장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콘셉추얼함이 때로 청자는 물론 멤버마저 압도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본작에서는 활동 이력이 쌓이며 발전한 역량과 이를 고려한 디렉팅이 일종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맞춰지기 시작한 균형이 엔하이픈의 'Day 2'를 열어가리라 본다.

Marvelous
DSP 미디어
2022년 1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가사는 미래지향적이되 음악은 철저히 3세대 언젠가에 유행했을 법한 익숙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얼핏 어색할 법한 이 조합은 의외로 클래시컬하게 정돈된 남자 아이돌로서 미래소년을 소개한다. 설익은 보컬을 '떼창'으로 숨기거나, 어렵고 무거운 메시지보다 직관적으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훅 위주로 채운 곡들은 남자 아이돌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기도 했던 시절의 문법에 가까운데, 3세대와 4세대가 음악적 변별력이 아직까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무척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한편 'Final Cut'은 근래 틱톡 등에서 바이럴 된 버블검 팝의 노선을 타고 있어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올드해지는 것을 막고 미래소년의 신인다운 이미지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하고 만든 앨범임이 티가 나서 3세대 보이그룹을 사랑했던 분들께는 일청을 권한다.

Devil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월 13일

마노: 세간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종종 '악기'로 비유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최강창민의 목소리는 아주 잘 조율된 악기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묵직한 저음에서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높은 초고음까지 오가는 솜씨는 가히 능청스러울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다소 시니컬하게 나즈막히 읊조리다가도, 이내 날카롭게 내지르는 특유의 고음에서 어떤 초인적인 경지가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한편 각 곡의 면면을 살펴보면 레퍼런스가 제법 뚜렷하게 감지되는데, 타이틀곡 'Devil'과 'Fever'에서는 이매진 드래곤스가, 선공개곡 'Maniac'에서는 퀸이 언뜻 스쳐 지나가며 듣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보사노바의 힌트가 살짝 더해진 팝 댄스 'Alien', 섹슈얼한 비유가 가득한 노랫말을 관능적인 보컬로 십분 표현해낸 라틴 풍의 댄스곡 'Dirty Dancing', 이지 리스닝 계열의 포근하고 느긋한 팝 넘버까지, 최강창민이라는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한 장. 앨범의 텐션이 초반부에 집중된 것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힘 빠진 듯이 들리는데, 트랙 순서 배치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을 부분이라 못내 아쉽다.

WHEE
더 라이브 레이블
2022년 1월 16일

에린: "WHEE"는 휘인의 세밀함과 따뜻함으로 수놓아져 있다. 이전 첫 솔로 타이틀 곡 'water color'은 "난 다 잘 어울려"와 같은 라인이 마마무의 특색인 강렬한 훅을 의식한 듯 보였으나, 이번 "WHEE"는 휘인의 나긋한 보컬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껏 힘을 빼고 나른한 '오묘해'를 시작으로, 'Pink Cloud'와 'Letter Filled With Light'는 기타 소리와 함께 은은히 퍼져 나가는 섬세한 보컬을 담아내고, 앨범 후반부 '파스텔'은 무거운 베이스라인 위로 기타 리프와 휘인의 보컬을 가볍게 얹어내며 노을이 지는 나른한 저녁을 형상화한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물 먹은 담백한 수채화같이 은은한 휘인의 보컬이 따스하고 여유로운 순간을 선사하는 앨범.

ˣ‿ˣ (SMiLEY)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2022년 1월 17일

비눈물: 최예나의 첫 솔로 앨범을 두고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활약하고 있는 예나의 귀엽고 밝은 예능 이미지를 그대로 들고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예나의 예능 속 모습의 단순한 연장선이라기보단 가수 최예나가 원래 잘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포부에 가깝다. 그룹 활동에서도 드러났던 작곡 작사 솜씨뿐만 아니라 '킬포 장인'으로 손꼽힐 만큼 뛰어난 퍼포먼스와 보컬 역량까지 마음껏 펼쳐보이면서 솔로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확실히 대중들에게 심어주었다. 특히 타이틀 곡에 이어 밴드 사운드 기반으로 단단한 보컬과 카리스마까지 선보여준 'Lxxk 2 U'와 아이즈원의 'SPACESHIP' 속 후렴구를 연상시키는 청량한 가성이 돋보이는 'VACAY' 등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은 예나의 팔색조 음색을 잘 들을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한편 아이즈원 당시 자주 맡았던 랩 파트는 전체적으로 한 두 마디씩만 등장하는데, 'PRETTY BOYS' 같은 곡에서 랩 파트에 조금 더 비중을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주 작은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역시 이 앨범에서 가장 큰 의미를 담은 곡은 타이틀 곡 'SMILEY'일 것이다. 'SMILEY'은 얼핏 단순히 웃어넘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예스맨식 긍정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SMILEY' 속 웃음과 미소는 그에 반대되는 슬픔과 눈물에 대한 존재를 긍정하는 것("I smile it, even it's lonely & dark")에서부터 시작한다. 스마일 히어로도 미친 세상에 지치고 슬퍼하지만, 반대로 예나가 퍼트린 긍정 에너지로 빌런 비비가 "무장해제"되고, 항상 슬프기만 했던 SHADY'S HOTEL의 셰이디도 웃음을 되찾는다. 자신이 구해준 사람에게 구원받는 마지막 후렴구 장면은 어쩌면 흔한 히어로 서사일 테지만, 홀로 쓰러졌다가 우뚝 일어서서 모두와 함께 힘껏 웃어 보이는 예나의 모습에 "눈물이 차오르"게 울컥하는 이유는 슬픔이 가득한 뮤직비디오 속 가상 세계보다 더 모진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아픔, 슬픔, 외로움 없는 사람은 없지만 눈물 꾹 참고 밝게 미소를 지으며 안녕을 말하면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SMILEY'의 메시지는 지친 현실을 피해 조건 없는 행복을 좇아 아이돌 혹은 케이팝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IN:VITE U
큐브 엔터테인먼트
2022년 1월 24일

조은재: 타이틀곡을 작곡해오던 후이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펜타곤의 색깔을 그대로 이어가는 앨범. 우석, 키노 등 여러 멤버가 프로듀싱에 참여해 본연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공간감을 잃지 않았다. 타이틀곡 'Feelin’ Like' 후렴의 멜로디 리프나 '한탕'의 거친 기타 사운드, 'The Game' 의 오페라 파트 등 트랙별로 귀에 꽂히는 킬링 파트도 확실한데,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무드는 일정하게 유지되어 확실한 개연성을 보인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적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것을 증명해낸 훌륭한 족적.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