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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2월 – 싱글

2022년 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수지, 스테이씨, 엔믹스, 빌리, 로켓펀치의 싱글을 다룬다.

2022년 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수지, 스테이씨, 엔믹스, 빌리, 로켓펀치의 싱글을 다룬다.

수지 ‘Satellite’

Satellite
숲 엔터테인먼트
2022년 2월 17일

에린: 약 4년 만에 발매한 수지의 'Satellite'는 '행복한 척', '잘 자 내 몫까지'의 연장선상에서 담담하게 외로움의 정서를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싱글이다. 'Satellite'는 상대방을 그리워는 마음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평생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같은 궤도를 도는 위성에 빗댄다. 거친 질감의 기타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탁한 배경과 투명한 보컬의 대비는 외부 세계와 유리되어 부유하는 상황을 대변하며 깊은 서글픈 정서를 전달한다. 퍼포머 수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트랙은 아니지만, 수지의 목소리가 갖는 깊은 우울함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트랙.

스테이씨 ‘RUN2U’

YOUNG-LUV.COM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2022년 2월 21일

예미: 내달리는 기조의 트랙과 쨍한 컬러감의 스타일링에서 데뷔곡 'SO BAD'가 연상되는데, 그에 비해 부드러워진 신스 효과음에서는 2021년을 거치며 10대의 산뜻함이 팀의 또 다른 개성으로 자리 잡았음이 느껴진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베이스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를 뒷받침하고, 직관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구간별 변주가 더해져 멤버 개개인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가사의 단어를 정확히 짚기보다는 악센트를 살리는 것을 우선하는 보컬이 가사 속 치밀한 모음 배치와 합쳐져 청자의 귀를 잡아끈다. 시은과 윤이 외치는 “I’ll run to you”의 ‘you’가 청자를 콕 집어 가리키는 것 같다면 과언일까.
블랙아이드필승의 곡을 들어 온 이들에게 'RUN2U'는 새로울 것은 없으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곡인데, 아주 획기적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팀이 아니면서도 청자를 계속 집중하게 한다는 점은 스테이씨의 특징이자 힘이다. 같은 프로듀서와 지속적으로 작업하면서도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채를 여러 개 마련해 두고 이를 번갈아 보여주는 행보가 팀이 가진 흡인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RUN2U'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엔믹스 ‘O.O’

AD MARE
JYP 엔터테인먼트
2022년 2월 22일

스큅: 엔믹스가 JYP스럽지 않다 느껴지는 지점은 모종의 ‘웅장함’이다. 원더걸스부터 미쓰에이, 트와이스, 있지까지 JYP의 걸그룹은 메시지도 발화 양식도 매우 간명한 팝을 내세워왔고, 이는 그룹을 대중에게 빠르게 각인시키는 기반이자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해왔다. 부풀려진 세계관보다는 멤버, 노래, 퍼포먼스라는 기본 재료만으로 팀의 색채를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JYP의 주특기였던 셈이다. 반면 엔믹스는 데뷔에 앞서 공개한 세계관 영상에서부터 드러나듯 기획의 덩어리가 매우 거대하게 느껴진다. 과거 JYP 걸그룹 데뷔곡들이 '너'를 향한 경고와 남다른 '나'에 대한 선언으로 채워져 있었다면, 'O.O'는 그를 넘어 "유토피아"를 향한 모험심을 노래한다. 현실 세계의 소집단 내부를 향했던 당찬 패기는 이제 미지의 이(異)세계를 향한다. (JYP에서 "0과 1의 미로가 보여?" 같은 가사를 보게될 줄은 몰랐다.) 멤버들 개개인을 집요하게 담아내던 과거와 달리 거대한 스케일을 펼쳐 보이는 데뷔 트레일러와 뮤직비디오 역시 본질적으로 변화한 방향성을 암시한다.
'O.O'를 통해 선언한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한 곡에 담아 여러 Taste를 느낄 수 있는 NMIXX만의 장르", 이른바 'MIXX POP'은 이 '웅장함'의 정점과도 같다. 엄밀히 말해 이러한 장르의 믹스 & 매치는 90년대부터 이어져 온 SMP의 유구한 작법이나, 'O.O'가 유독 더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BPM 전환을 동반하는 SMP의 과격한 장르 혼합을 거칠게 두 부류로 구분한다면, 이질적인 파트가 일시적인 브레이크 다운 격으로 삽입되는 '일탈형'(동방신기 'Tri-Angle (Extended Ver.)', 'Rising Sun', 에스파 'Next Level' 등)과 각기 다른 파트를 드라마타이즈하듯 쌓아 올리는 '전개형'(H.O.T. '아이야!', '열맞춰!', 소녀시대 'I Got A Boy', 'Express 999'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텐데, 'O.O'는 일탈형의 액자식 구성에 가깝긴 하나 개별 파트별 비중이 거의 동등해 메인 테마에서 잠시 동안 이탈한다는 일탈의 감각이 덜하고, 전개형이라기에는 곡의 주축이 되는 발리 펑크 파트와 팝 록 파트의 톤과 매너가 매우 상이해 단락의 병치로 인한 전개의 감각 역시 덜하다. 캐치프레이즈가 될 만한 어구마저도 너무 분주하거나 ("Watch out baila baila baila / Watch it how nice how nice") 그다지 반복적이지 않아 ("Let me be your super hero", "어때 OO", "좋아 ㅇㅇ") 필연적으로 안정성을 찾기가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25년 간 '터무니없음'의 레거시를 쌓아 온 SM의 서사도 JYP에겐 부재하다.
'O.O'에 대한 숱한 악평은 이 곡이 조악하다기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인 것에 가까워 보인다. (애초에 이 곡은 매끄러움이나 손색없음을 의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불안정함을 뒤집어보면 색다른 스릴과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하는 법. 이는 출중한 무대 퍼포먼스에서 가장 잘 발현되며,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분절적이고 탈맥락적인 현재의 음악 소비 패턴과 맞물려 더욱 높은 활용도를 가지게 된다. 아직은 기획의 막중함만이 와닿아 노래 가사처럼 "아직까진 Teaser"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MIXX POP'의 운용 방식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획의 '웅장함'에 멤버들 개개인의 매력이 다소 억눌려 있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무대 퍼포먼스 외의 거의 모든 콘텐츠에서는 멤버들보다 기획의 덩어리가 훨씬 눈에 더 들어오는데, 프리-데뷔 프로젝트 'JYPn'에서 과시했던 멤버들의 개성과 장기가 거창한 포부와 명분을 앞세우느라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난 것처럼 느껴진다. 창대한 기획 안에서 퍼포머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마 'MIXX POP'이 보편적인 설득력을 획득하는 키가 되지 않을까.

빌리 ‘GingaMingaYo’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
미스틱 스토리
2022년 2월 23일

에린: 경고 사이렌으로 포문을 열며 위기감을 조성한 'RING X RING'은 모험을 시작하는 음산한 배경을 형성했다면,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세계 같은 배경에 떨어져 모험하는 여정의 초반을 그려낸다. 그룹의 배경을 형성하려는 압박감이 걷히니 'GingaMingaYo'에서는 멤버들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분절적으로 반복하는 "긴가민가요"로 호기심으로 가득한 요란한 산만함을 조성하며 확실한 포인트를 만들고 나니 멤버들의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표정 변화를 보여준 츠키의 퍼포먼스를 발견할 수 있었고, 문수아의 확신에 찬 랩("내가 맞고 너는 틀렸어 작은 실수도 X or O")은 모험에 뚜렷한 구심력을 부여하는 선두주자의 역할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룹의 서사를 찬찬히 다져나가는 빌리를 보며 호기심 가득하고 왁자지껄한 '빌리'라는 소녀를 찾아 나가는 이들의 여정이 궁금해진다.

예미: 독특한 사운드로 곡 자체의 이상함을 의도한 데뷔곡 'RING X RING'에 비해, 'GingaMingaYo'는 곡과 퍼포먼스 모두에서 근래의 걸그룹이 보여줄 법한 에너제틱한 소녀상에 이상함을 더했다. 전형성이 엿보이는 트랙과 내지르는 보컬은, 유명 프로듀서진의 개성이 짙게 드러나는 트랙 위 정제된 보컬을 선보였던 ‘RING X RING’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모든 면에서 전작과 상반된 곡을 가져오면서도 팀이 '이상함'을 추구한다는 것만큼은 일관되게 드러났는데, 이는 탄탄한 세계관 기획 위에 멤버들의 뛰어난 무대 연기가 더해진 결과물이다. 유독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보여준 멤버 츠키의 직캠이 조회수 330만 회를 돌파하는 등 큰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잘 짜인 세계관과 콘셉트도 결국 멤버의 퍼포먼스와 합이 맞아야 폭발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 사례일 듯하다.

로켓펀치 ‘CHIQUITA’

YELLOW PUNCH
울림 엔터테인먼트
2022년 2월 28일

예미: A-Ha의 'Take On Me'를 레퍼런스로 디스코 붐에 살짝 올라탄 듯했던 싱글 'Ring Ring'의 기조가 로켓펀치의 정규 커리어 "PUNCH" 시리즈에 녹아들었다. 'CHIQUITA'는 마이너 코드, 촘촘한 신스 사운드, 고음역대 보컬이 합쳐져 발생하는 질주감에 위압적이지는 않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더해 '빔밤붐', 'BOUNCY'와 연관성을 갖는다. 사운드가 비추는 시대가 동시대에서 과거로 바뀌었는데도 전작과 위화감 없이 맞물리는 것은 팀이 꽤 굳건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룹이 눈에 익지 않은 청자로서는 팀의 개성보다 이를 이루는 각 요소에 더 주목하게 되는데, 공들여 쌓아 올린 팀의 매력이 각인될 기회가 앞으로도 많길 바라본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