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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9월 – 앨범

2022년 10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김재중, 블랙핑크, NCT 127, 시우민, 크래비티, 라임라잇 등.

2022년 9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김재중, 블랙핑크, NCT 127, 시우민, 크래비티, 라임라잇 등.

BORN GENE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13일

마노: 2013년에 발매한 "WWW"와 2016년에 발매한 "No.X"를 통해 증명한 바 있다시피 김재중은 록에 무척 진심이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2022년에도 변함이 없다고 본작을 통해 다시금 증명하는 듯하다. (인스트루멘털 트랙을 제외한) 여덟 트랙 중 'BPM'과 '묻고 싶다', 'In the rain'을 제외하고 다섯 트랙을 록이라는 베이스 위에 놓고 다양한 장르와 창법의 변주로 풀어내고 있는데, 다양하다 못해 다이내믹의 격차가 너무 커서 이것이 같은 인물의 한 앨범이 맞는지 조금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다소 옥에 티라면 옥에 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발매하는 풀 렝스 앨범인 만큼 욕심이 다소 과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추천곡은 'Locking Love'.

BORN PINK
YG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16일

조은재: "BORN PINK"는 K-pop을 포함하여 동서고금을 통틀어 유행했던 모든 '음악', 특히 '대중음악'의 정수를 블랙핑크가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다. 앨범을 재생하자마자 인트로 'Pink Venom'에서 Rihanna의 히트곡 'Pon de Replay'를 오마주한 라인을 마주하는가 하면, 타이틀곡 'Shut Down'은 파가니니의 'La Campanella'를 샘플링해 루핑하는데 블랙핑크가 원래 갖고 있던 무게감과 규모감에 알맞게 연출되어 겨우 두 곡 만에 압도되는 느낌마저 준다. 이후에 등장하는 트랙들 또한 특정 시대의 히트곡을 연상하게 하며 그것을 블랙핑크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려 소화해낸다는 점에서 '우리가 바로 Pop이다'라는 선언을 읽어내기에 충분하다. 앨범 전반에 걸쳐 사운드의 밀도와 중량감이 상당히 치밀해졌다는 인상을 주는데, 괄목할 점은 무거워진 사운드를 당당히 밟고 우뚝 서 있는 블랙핑크 멤버들의 존재감이다. 어느새 수준급의 보컬과 래핑을 갖추게 된 네 명의 멤버들이 한껏 힘을 주고 각을 잡은 트랙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앨범을 리드해나간다. 기존의 블랙핑크 멤버들이 완전체로, 혹은 솔로로 선보인 트랙과 일정한 맥락을 형성하면서도 이전보다 성장한 기량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이돌 팝으로서는 최고의 매력을 뿜어내는 앨범이라 하겠다. 전성기의 정점을 충분히 누리겠다는 애티튜드가 십분 느껴져 듣는 내내 임파워링된 앨범. 감히 올해의 앨범으로 꼽을 만하다. 딱 한 가지 단점을 굳이 꼽자면, 트렌디하고 패기 넘치는 'Shut Down'의 곡조에 비해 뮤직비디오의 미장센이 다소 낡은 감이 있다는 점 정도겠다.

질주 (2 Baddies)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16일

비눈물: NCT 127의 음악을 떠올린다면 랩 혹은 힙합이 먼저 생각날 확률이 높다. 그룹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이 'Cherry Bomb', '영웅 (英雄; Kick It)'과 같이 힙합 트랙 위주이기도 하고, 케이팝 씬(scene)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래퍼 둘을 동시에 기용하고 있는 NCT 내 유일한 고정 유닛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NCT 127의 구성은 보컬에 강점을 둔 멤버가 다수이며, 웰메이드 발라드/R&B 트랙을 여럿 발표한 역사가 있는 만큼 보컬 역시 그룹의 정체성에 큰 비중을 갖는다. NCT 127은 이러한 두 정체성 사이 균형을 매번 조율해왔는데, 이번 타이틀곡 '질주 (2 Baddies)'에서는 'Sticker’에 이어 여백의 비트와 스웨그를 내세운 네오함과 랩 파트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룹이 만들어내던 본연의 멋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의미 있는 음가를 갖지 못하는 떼창형 후렴구나 파트 전환 외에 주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보컬 파트의 미미한 존재감은 아쉬움을 남긴다. '영웅 (英雄; Kick It)'의 사례처럼 하나의 곡 내에서 그 밸런스를 잡을 수는 없을까? 앞으로도 그룹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타이틀곡이 힙합에 집중하였다면, "질주 (2 Baddies)"는 보컬의 비중이 더 높은 트랙들을 다수 포진하면서 그룹의 강점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특히 ‘윤슬 (Gold Dust)’와 같은 정통 발라드 트랙에서 도영을 비롯한 멤버들의 빼어난 보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앨범에서 제목과 가사 등지에 '시간'이라는 키워드가 유독 자주 언급된다. ("고장 난 시간 흐르지 않아", "멈춰버린 이곳의 시간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그즈음", "시간이 약이 될 순 없나 봐")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고 꿈에서라도 운명을 고치고자 발버둥 치던 앨범 내 화자는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순간이 진정 시간이 멈추는 영원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질주 (2 Baddies)"는 그 속에 하나의 드라마를 구성함으로써 앨범을 듣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완결성을 획득한다. 또한 서사의 끝을 팬 송인 '1, 2, 7 (Time Stops)'으로 수렴하면서 뜻깊은 의미까지 함께 갖출 수 있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몇몇 태스크가 남아있지만, 앞으로도 "우리만의 방식을 지켜내"며 더 빠르게 질주할 NCT 127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Brand New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26일

마노: 상대적으로 로우 템포의 발라드에 해당하는 '민들레'와 'Serenity'를 제외하면 앨범의 전곡이 올드 스쿨 장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가창자 본인이 가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썩 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A&R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편곡은 담백하지만 단단한 가창을 잘 받쳐줄 수 있도록 한껏 화려하고 에너제틱하게 치장되어 있고, 타이틀곡 'Brand New' 역시 그룹 활동 당시에도 한 포인트를 만들어주곤 했던 아티스트의 야무진 퍼포먼스 수행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잘 짜여 있다. '새로운 나를 보여주겠다'는 곡의 메시지가 결코 무색하지 않은,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잭스윙 리듬 위에서 자유롭게 뛰놀듯 시우민과 마크가 노래와 랩을 주고받는 'How We Do'도 놓치지 않길.

NEW WAV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27일

조은재: 자극에는 역치가 있다. 히트와 상관없이 모든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레퍼토리 계발에 힘을 쏟는 이유가 바로 그 역치에 있다. 두 장으로 나눠서 발표한 정규 앨범 이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 있게 내놓은 "NEW WAVE"는 아직까진 다소 산만했던 직전작 'Adrenaline'에 비해 훨씬 집중력 있게 연출된 'Party Rock'을 필두로 편하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댄스 팝으로 채워진 앨범이다. 직전에 발표한 정규 앨범까지 이 팀이 봉착했던 문제는 앨범 안팎의 요소들이 개별로서 산적해 있을 뿐 일관된 테마를 갖지 못하고 그로 인해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는데, "NEW WAVE"에 와서는 음반 외적인 활동부터 앨범 내의 개별 싱글의 가사 한 줄까지 전부 크래비티라는 그룹 안에 들어있던 캐릭터를 기반으로 조형되어 총체적인 완결성을 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이제는 이 그룹을 '크래비티 파크'에서 마주칠 때나 "NEW WAVE"를 부르는 공연장에서 마주칠 때나 특정한 인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인상이란 단순히 '청량 콘셉트'와 같은 모호한 개념에 갇힌 이미지가 아니라, 한없이 신나기만 하는 펑키한 무드의 'Party Rock'부터 마이너 코드의 멜로디로 서정성을 극대화한 'Knock Knock', 그리고 이 모든 곡을 펼쳐놓는 무대와 여러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발산하는 건강하고 무해한 소년미와 같은 것이다.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외치는 '자유로워, we rockin’'과 같은 가사처럼,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콘셉트 논쟁이 아니라 어떤 콘셉트로 연출하든 지금의 소년미를 잃지 않으려는 시도에 있겠다. 드디어 확고해진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계발해나가는 일에 착수하길 바라본다.

LIMELIGHT
143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29일

비눈물: 대부분의 케이팝 리스너가 'StarLight'를 처음 듣는다면 큰 고민 없이 아이즈원, 정확히는 '비올레타'와 'FIESTA'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곡의 근간을 이루는 신스 리드음 루프, 구절 사이를 잇는 물방울 효과음, 테마가 한 단계 더 상승하는 아웃트로, 그리고 2절 랩 파트 속 강약 조절까지 동일한 보컬 디렉팅 등 여러 디테일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잘 모르고 듣는다면 카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앨범의 공식 소개와 프로모션 등에서 동일한 프로듀서임을 밝히고 아이즈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사성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며, 오마주 혹은 리바이벌의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직 아이즈원을 계승했다고 손꼽히는 그룹이 부재한 만큼, 그 음악적 유산을 활용하는 것은 효과적으로 이목을 모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명 '아이즈원 스타일'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3인조 구성인 라임라잇의 경우 다인조 그룹에 비해 목소리가 교차되는 경우의 수가 명백히 적기 때문에 곡의 빠른 템포와 다이내믹을 완전히 커버하기 벅찬 순간이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StarLight'는 익숙한 튠을 통해 그룹을 처음 소개하고 시선을 끄는 어트랙션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한다. 그렇다면 라임라잇 본연의 매력과 개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다음 트랙 'Eye To Eye'에 있다.
'Eye To Eye'는 'StarLight'와 연결되는 이야기로 첫 눈맞춤에서 오는 짜릿한 두근거림을 표현한 곡이다. 레드벨벳 'You Better Know’와 같은 위로와 격려의 노래가 연상되는, 특유의 가슴 벅찬 코드 진행과 은은하고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로, 4세대 케이팝에서 선호되는 트렌디한 멤버들의 음색이 더해져 그룹이 가진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3, 4번 트랙은 앞선 두 트랙에서 느껴진 특별함 없이 다소 평이한 구성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무던히 끝을 맺을 뻔한 이 앨범에 색다른 의미를 갖게 해준 것은 후반부의 인스트루멘털과 아카펠라 트랙이다.
이미 4곡으로 EP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핵심인 두 트랙의 인스트루멘털과 더불어 케이팝에서 공식 공개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아카펠라까지 수록했다는 점은 단순히 트랙 수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청자에게 좀 더 깊은 감상의 기회를 주고 앨범의 완결성을 더하기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아직 정식 데뷔하지 않은 그룹임에도 곡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실력까지 가릴 것 없이 뽐내고 싶다는 소속사의 야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중에 멤버 구성이 확장되며 그룹의 전체적인 모습이 달라질 때도 'StarLight'와 'Eye To Eye'가 주는 신선한 충격과 퀄리티, 그리고 멤버들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23년 1월에 예정된 정식 데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