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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9월 – 싱글

2022년 10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원어스, 최유정, 엔믹스, EXID의 싱글을 다룬다.

2022년 9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원어스, 최유정, 엔믹스, EXID의 싱글을 다룬다.

원어스 ‘Same Scent’

MALUS
RBW
2022년 9월 5일

조은재: 이전에 발표한 싱글 '쉽게 쓰여진 노래'의 연장에 있는 곡이지만 멜로디가 주는 서정성은 옅어지고 비주얼 퍼포먼스로서 어필하고자 하는 포인트 또한 모호해졌다. '쉽게 쓰여진 노래'가 호평 받았던 이유는 화려한 멜로디와 그에 비해 간결한 구성, 그리고 명료한 퍼포먼스가 합치되면서 나오는 서정성의 시너지 때문이었는데, 멜로디보다 비트를 강조하고 관능미가 더해진 'Same Scent'에서는 합치에서 나오는 완결성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독보적인 브릿지 구간과 강력한 드롭을 통해 드라마틱한 무드를 증폭시켰던 '쉽게 쓰여진 노래'와 달리 'Same Scent'에서는 클라이맥스가 주는 임팩트 또한 약해졌는데, 앞서 나온 코러스를 반복하는 안티 드롭 구성이 '쉽게 쓰여진 노래'만큼의 다이내믹을 느끼기 어려운 방향으로 작용한다. '쉽게 쓰여진 노래'를 아끼던 청자에게는 반가운 싱글이고 레퍼토리를 반복함으로써 디스코그래피의 한 축을 공고히 하는 작업으로서는 납득할만 하지만, 직전 타이틀곡이었던 '덤벼'나 '월하미인'과 지나치게 큰 괴리를 보이는 싱글인지라 아티스트로서의 원어스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갖게 한다.

최유정 ‘Sunflower (P.E.L)’

Sunflower
판타지오
2022년 9월 14일

예미: 위키미키 최유정의 솔로 데뷔곡 'Sunflower'는 아이돌 최유정의 취향, 캐릭터, 특기를 한 곡으로 요약하여 보여준다. 화사한 이미지의 스타일링과 편안한 청취를 의도한 듯한 음악은 최유정의 캐릭터와 밀착되어 있다. 흥겨움을 극대화하는 안무는 'Sunflower'의 핵을 이룬다. 밀고 당기는 동작으로 여유로움을 연출하면서도 동작의 개수는 상당히 많고, 곡의 고저차는 적지만 안무 대형이 곡 후반으로 갈수록 다채로워지며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잘 짜인 안무의 요점을 정확히 포착하여 보는 이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최유정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인 솔로 데뷔작을 만들어냈다.

엔믹스 ‘DICE’

ENTWURF
JYP 엔터테인먼트
2022년 9월 19일

비눈물: 'O.O'의 뮤직비디오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도미노 벽이 문으로 바뀌고 쿵 내려앉는 순간의 정적, 그리고 파트를 '점프'하는 시퀀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완전히 갈라진 두 파트의 싱크를 기어코 한 점으로 수렴해서 하나의 곡으로 '믹스'한 것은 엔믹스와 '믹스 팝'이라는 새로운 기제를 처음 소개하는 데에는 적절한 방법이었으나, 사실 모두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이를 의식한 듯, 'DICE'는 여러 겹의 파트 전환을 통해 데뷔곡이 단 한 번의 반전으로 주었던 충격을 흩트려 놓는다. 곡은 마치 주사위처럼 반복 없이 매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곧 비트와 박자가 바뀐다고 차근차근 안내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에어백과 같이 반전의 충격을 완화해 주고, 좀 더 여유롭게 곡과 멤버들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실제로 'DICE'의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는 그룹의 개성이 거대한 장막으로 가려졌던 'O.O'에 비해 멤버 개인의 존재감과 매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시시각각 바뀌는 곡의 구조 역시 그만큼 더 다양한 킬링 파트를 노출해 주는 장치로 기능하며 새로운 방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엔믹스가 주창한 '믹스' 팝이 맞는 것일까? 일명 '빅 웨이브' 파트가 그 자체로 숏폼 콘텐츠를 매개하여 외부로 일정한 반향을 만든 것과는 별개로, 곡 내부에서 화학적으로 결합하였는지는 의문을 품게 된다. 듣는 이가 절대 놓칠 수 없도록 친절하게 전환을 예고하고, 메인 파트와의 별다른 접점 없이 그대로 '빠져나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섞는다기보다 별개의 두 파트가 단순 병렬한 채 글자 그대로 '체인지'한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또한 파트 간 거리감 역시 크게 도드라지는 편은 아니다. 이 정도의 차이는 통상적인 케이팝 랩 섹션에서 나올 법한 것이기에, 문득 엔믹스의 '믹스'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O.O'의 반전이 주는 압도감 혹은 탈력감을 완화하기 위한 에어백이 다소 두꺼웠던 것일까? 혹은 이것 역시 무스메-믹스-팝인 것일까? 이제 막 두 번째 곡을 내놓은 현시점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엔믹스가 여전히 믹스 팝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여정에 서 있다는 것이다. 과연 'DICE'에서 시도한 대중 친화적 접근과 믹스팝에 기대할 법한 마땅한 임팩트까지 모두 아우를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싱글에서 'DICE'가 믹스팝이 시도할 수 있는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면, 커플링 곡 'COOL (Your rainbow)'은 마침내 엔믹스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멤버들의 보컬 실력과 음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룹이 뻗어나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엔믹스의 특장점이 '믹스'되어 하나로 피어날 앞으로의 "뉴 프론티어"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이다.

EXID ‘불이나’

X
Sony Music
2022년 9월 29일

예미: EXID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싱글. 신사동호랭이와 ELLY의 주도 하에 익숙한 구도로 파트를 배치하고 분위기를 조성하여 EXID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큰 반가움을 준다. 하니, 정화, ELLY의 파트로 눈길을 끌고, 혜린과 솔지의 파트로 폭발력을 쌓아 올리며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는 구도와 곡 전반에서 드러나는 과감한 섹슈얼리티는 그간의 EXID를 기억하던 이들 모두에게 눈에 익은 요소들이다. 발리 펑크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와 모두의 보컬이 매끈하게 녹아들도록 처리한 디렉팅, 과감한 섹슈얼리티가 소위 '걸 크러시'로도 읽힐 수 있도록 조성한 연출에서는 그룹의 역사와 시대의 변화가 함께 읽힌다. 완전체 활동이 멈춘 사이 많은 것이 변했지만, '불이나'는 여전히 EXID가 설득력을 가진 그룹임을 보여준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