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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10월 – 싱글

2022년 10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엔플라잉, 에스파, 조유리, 진의 싱글을 다룬다.

2022년 10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엔플라잉, 에스파, 조유리, 진의 싱글을 다룬다.

엔플라잉 ‘폭망’

Dearest
FNC 엔터테인먼트
2022년 10월 17일

에린: '폭망'은 '폭삭 망하다'의 준말로 실패로 인한 깊은 좌절의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2010년대 후반 유행어로 자주 사용되던 '폭망'이 타이틀곡 제목으로 나타난 것이 의외이기도 하지만, 단어의 탁하고 슬픈 정서를 한껏 걷어낸 엔플라잉의 재해석이 눈길을 끈다. 엔플라잉은 갑작스레 느낀 설렘을 주체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되뇌는 단어로 '폭망'을 사용한다.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은 답답함이 툭 나오는 순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서의 '폭망'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경쾌한 후렴구와 어우러지면서, 본래 단어의 심각함은 사라지고 곡이 품고 있는 간질거리는 설렘만이 남는다. 뽀샤시한 화면처리, 소소한 소품들이 가득한 배경 등 장난스러운 청춘영화 같은 장면들로 가득한 뮤직비디오와 같이 감상한다면 어느새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이번 달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선사하는 곡.

에스파 ‘Girls (BRLLNT Remix) & (Minit Remix)’

iScreaM Vol.18 : Girls Remixes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0월 21일

에린: 이번 "iScreaM" 프로젝트는 에스파 'Girls'의 리믹스로 원곡의 SMP 전형을 벗어난 재해석을 시도한다. BRLLNT의 리믹스 버전은 두껍게 입혀진 둔탁한 베이스를 걷어내고 금속성을 강화하는 EDM 사운드 변용으로 차가운 날 선 공격성을 띠며 'Girls'보다 'Savage'의 연장선에 놓인다. Minit의 리믹스는 원곡보다 두드러지는 빠른 속도감에서 빚어지는 강력한 흡입력이 돋보인다. 질주하는 일렉 기타 사운드, 공격적인 EDM 효과음 등은 총성이 오가는 듯한 긴박감을 자아내며 에스파의 전투 장면을 청각적으로 재현하고, '광야'나 '블랙 맘바' 등으로 설명한 추상적인 세계관에서 어렴풋하게 떠올렸을 장면을 덧대며 'Girls'의 추상적인 서사를 구체화한다. 'Girls'의 고전적인 SMP의 틀을 허물며 도리어 에스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고 곡의 설득력을 높인, 본문보다 강력한 부록이다.

조유리 ‘Loveable’

Op.22 Y-Waltz : in Minor
웨이크원
2022년 10월 24일

에린: "Op.22 Y-Waltz: in Major"에 이어서 "Op.22 Y-Waltz: in Minor" 역시 풍부한 세션 사운드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타이틀 곡 'Loveable'는 "Op.22 Y-Waltz: in Major"의 명랑한 '러브 쉿!'과 아련한 서정성이 깃든 수록곡들을 접목해 솔로 가수 조유리의 특색을 선명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가벼운 기타 소리와 조곤조곤한 보컬로 시작해 풍부한 세션 사운드의 경쾌한 드롭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황홀함으로 가득하다. 호흡이 많이 섞인 허스키한 보이스와 쨍한 고음 보컬의 쓰임새도 눈길을 끄는데, 간단한 구성의 세션 사운드에서는 보컬의 깊이감이 빈 부분을 채우고 꽉 찬 세션 사운드에서는 고음의 존재감이 또렷하다. 가상의 작은 동화 속 마을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선사하는 'Loveable'의 뮤직비디오는 "Op.22 Y-Waltz: in Major"의 소소한 판타지 동화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Op.22 Y-Waltz: in Major"와 "Op.22 Y-Waltz: in Minor"로 구축한 경쾌한 서정성이 그의 커리어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진 ‘The Astronaut’

빅히트 뮤직
2022년 10월 28일

예미: 방탄소년단 진과 콜드플레이가 합작하여 내놓은 솔로 곡. 서정적인 팝 록이 주류였던 방탄소년단 앨범 내 진의 솔로곡들이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참여진인 카이고와 콜드플레이는 그간 신시사이저를 통해 공간감을 연출하고 거기에 서정성을 녹여내는 데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는데, 이들의 장기가 'The Astronaut'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가사의 소재 역시 방탄소년단과 콜드플레이의 이전 합작 'My Universe'를 연상케 하는데, 한국어 가사를 통해 사운드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공간감을 살리는 가창을 통해 이전 합작 곡과의 차별성을 만든다. 참여 아티스트들의 강점을 한 데 녹여내어, 이들을 잘 알수록 흥미로움이 커지는 콜라보레이션.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