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아이돌팝 신보 중 주목할 만한 발매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Weekly’ 등 타 기사에 수록되었던 평들의 일부 발췌를 포함하여, 82메이저, 청하, 리사, 텐, 아이유, 르세라핌, 뉴킨, 로제, 루네디, 샤넌 배, 올데이프로젝트,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관한 리뷰가 수록되었다.

퀴비: “타이틀곡 ‘Like Fire’는 멋스러운 퍼포먼스에 그윽하게 서린 순애보에서 신화 – 2PM – 몬스타엑스로 이어지던 순정파 열혈남아의 계보를 간만에 느낄 수 있는데, ‘남자’를 넘어 ‘야수’, ‘짐승’과 같은 수식어가 붙곤 했던 선대 그룹들에 비해 섬세한 소년미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Weekly : 2026년 9월 1주차” 中)

퀴비: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Demente’, ‘Lemon’ 등에서 관심을 표한 바 있는 장르적인 지향, 그리고 ‘Stay Tonight’, ‘Play’ 때와 같이 여러 댄서들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를 꾸미고자 하는 무대 지향을 확고히 다지는 점이 반갑다.” (“Weekly : 2026년 9월 1주차” 中)

퀴비: “‘Rockstar’의 리프라이즈(reprise)처럼 느껴지는 트랙. 가사와 기세 모두 한층 더 날이 선 인상적인 후렴구를 들려주지만, 역동적이고 응축적이었던 ‘Rockstar’의 드라마타이즈와 달리 다소 지지부진하고 예측 가능한 전개에 그 힘이 퇴색되는 것이 아쉽다.” (“Weekly : 2026년 9월 1주차”)

퀴비: “으레 힘이 바짝 들어가 있기 마련인 독립 이후 첫 작업이 한없이 홀가분하고,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을 자유로이 펼쳐보임에도 출신지에서의 작업과 일말의 위화감 없이 이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Weekly : 2026년 9월 1주차” 中)

예미: ‘이 별로부터’ 싱글의 두 곡은 아이유가 동시대성을 다루는 자세와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첫 곡 ‘이 별로부터’는 현 시점의 세련된 가요를 만드는 제작진들을 아이유 본인의 오래된 지향점과 맞물리게 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엣지 있는 케이팝 작업물에서 주로 이름을 내비치던 수민은 아이유와 처음으로 작업했던 ‘에필로그’에서 옛스런 분위기를 색다르게 표현했는데, 이때의 역량을 ‘이 별로부터’에도 불어넣었다. 여러 참여작에서 세션 기반 작업물에 보다 다층적인 감각을 부여하곤 하던 구름은 아이유의 기존 성향을 반영한 듯 유달리 직선적인 트랙을 제공하면서도, 아이유의 코러스를 가공하여 색다른 파장을 불어넣는 데에 자신의 솜씨를 발휘했다. 이들을 묶어내고 가사를 붙인 아이유의 의도는, 자신이 오래도록 지향해 온 직관적인 옛스러움에 현재의 감각을 불어넣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Dear my crazy soulmate’는 동시대 여성의 이야깃거리를 자신의 궤적과 맞물리게 하려는 아이유의 관점을 보여준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사회상을 배경으로 젊은 여성들은 동성과의 인간관계 및 이에 기반한 여성으로서의 미래를 다루는 담론을 확장시켜 왔는데,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퍼지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작 ‘Shh…’에서부터 여성으로서의 담론 표현에 관심을 드러낸 아이유는 ‘Dear my crazy soulmate’를 통해 이 관심을 더욱 본격화한다. “여기선 흥미 없지 MAN, LOVE / 다 잊어버려 WORK, HATE / 같이 이상한 Gramma 둘이 되는 게 꿈이야”라는 대목과, 김영옥, 나문희가 친구 관계로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이 모든 시대상을 직격한다. 이에 더해, 오랜 친구 유인나를 거론한 곡 소개문은 이 동시대적 이야기를 아이유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야 만다.
가요적 유산에 기초하여 자신의 세계를 쌓아올린 거물이 된 아이유는, 운신의 폭을 철저하게 가늠하며 현재의 감수성을 자신의 세계에 조화롭게 편입하고자 한다. ‘이 별로부터’ 싱글로 선공개된 두 곡은, 이러한 노력을 아이유가 꽤 슬기롭게 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훗날 공개될 정규 6집을 기대하게 만든다.

예미: “케이팝에서 꽤 드문, 게임 프랜차이즈와의 지속적 협업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행보가 흥미롭다. 이것이 키치한 감각을 잘 다루는 팀의 장기 덕에 가능했으리라는 것을 수록곡 ‘AEIOU’가 입증하는 듯 하다.” (“Weekly : 2026년 9월 2주차” 中)

퀴비: 단순 ‘언더’ 취향을 넘어선 ‘인디’ 케이팝이 출현하고 있는 것은 분명 20년대 중반 케이팝의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뉴킨은 2023년 데뷔했던 인디펜던트 퀴어 아이돌 QI.X의 프린이 새로 꾸린 그룹으로, 프린을 중심으로 가변적인 편성의 멤버들이 새로운(New) 형태의 가족(Kin)을 이루는 과정을 담는다.
이들의 데뷔 싱글 “LOG IN: ERROR”는 ‘대안 가족’의 개념을 암시하는 그룹 콘셉트를 고스란히 들려주고, 또 보여준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피슈가 프로듀싱한 음산하고도 꿈결 같은 브레이크코어 비트는 ‘닌텐도 정글’, ‘플레이스테이션 DNB’라는 키워드로 묶이곤 하는 리퀴드 훵크(liquid funk) 부류 비디오 게임 OST의 질감을 지녔는데, 비디오 게임의 공상적이고 현실 도피적 속성, 그리고 이에 조응하는 리퀴드 훵크의 부유하는 감각은 정상성의 현실에서 도망쳐나온 대안 가족의 입지와 공명한다. 여기에 더해 표정을 시시각각 바꾸는 화성-멜로디 진행, 낭랑한 듯 무심한 보컬, 청명하면서도 섬찟한 프루티거 에어로 미학 등, 멜랑콜리를 극대화하는 복잡다단한 심상의 중첩은 아웃사이더의 위화감을 표현하는 듯 보인다. BPM과 피치를 조작한 스페드-업 버전과 슬로우 버전마저도 숏폼 콘텐츠 활용이라는 의례적 목적보다 (싱글 제목에도 적혀 있는) “오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처럼 느껴진다.
‘404 (New Era)’ 등에서 비슷한 테마를 동원했던 키키의 내러티브와 비교해본다면, 키키는 주류에 오류를 내는 존재고, 뉴킨은 주류라는 오류를 맞닥뜨리는 존재다. 키키는 “내 방식대로” 하며 주류를 따돌리고(“나 잡아봐라 Off the Wi-Fi”, ‘404 (New Era)’ 中) 자신만만하게 자기 시대(Era/Error)를 선언하지만, 뉴킨은 완벽해보이는 주류 세상에 접속해 끝없는 에러 팝업 창을 마주한다(“끝없는 질문, why I’m not like this? / 머릿속엔 echo will never fade out”, “Everything is so bright / Lost in the perfect light”, ‘echo’ 中). 여기서 고립감을 느끼며, 자신처럼 고립감을 느꼈을 이들을 성큼 초대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대안가족 서사의 출발점이다(“We’re alone together / All alone on this planet”, ‘alone’ 中).
정상성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의 감성, 대안가족의 내러티브는 매스 어필(mass appeal)에 신경 쓰는 거대 기업의 케이팝이 아닌 인디 케이팝이기에 더욱 힘을 가진다. 애프터스쿨, NCT, 트리플에스-아이덴티티, A2O에 이르기까지 늘 논쟁적이었던 멤버 유출-유입이 자유로운 그룹 구조도 분명한 명분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대안가족의 내러티브와 그를 지탱하는 인디펜던트 제작 체계 때문일 것이다. 인디 케이팝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한 작업들을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예미: 팝 싱어송라이터 세계 기둥에 자기 이름을 다시 박아 넣는,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곡. 앞으로도 순탄하게 이어질 미래를 떠올려보게 된다. (“Weekly : 2026년 9월 3주차” 中)

퀴비: “천방지축 신세대의 활기를 보여주던 위클리에서 그는 시니컬하게까지 들리는 톡 쏘는 톤으로 그룹 콘셉트에 입체감과 생동감을 부여하곤 했는데, 그러한 그의 캐릭터가 이번 앨범에서도 선명하게 감지된다.” (“Weekly : 2026년 9월 4주차” 中)

퀴비: “가벼운 개러지/하우스 리듬 위 편안한 보컬로 늘어놓는 잔투정이 매력적이다.” (“Weekly : 2026년 9월 4주차” 中)

퀴비: “장르가 업데이트되었을 뿐,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의 댄스 음악으로 사랑받은 90~00년대 가요계 혼성 그룹과 결국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Weekly : 2026년 10월 1주차” 中)

비눈물: “256th Note”를 쭉 듣고 가장 먼저 돌아오게 되는 곳은 선공개곡 ‘Open Your Eyes’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눈을 뜨라는 노래로 문을 여는 역설은 앨범 제목을 연상시키는 짧고 촘촘한 드럼 필인과 뒤이어 성큼 치고 나오는 피아노 리드를 통해 말장난 이상의 설득력을 얻는다. 색소폰이 더해지고 콘트라베이스가 곡 전체를 힘껏 밀어붙이는 가운데, 재즈 드럼의 손맛이 비트와 포개지며 듣는 이의 눈뿐 아니라 귀까지 단숨에 열어젖힌다. 보컬 역시 그 사이에서도 묻히지 않고 제 몫을 해낸다. 앞으로 멤버들의 음색과 화음을 다루는 방식이 더 정교해진다면, 이런 편곡을 제 것으로 만드는 목소리 자체가 팀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
윤시내의 ‘이 밤을 즐겁게’를 샘플링한 타이틀곡 ‘Drop That!’은 앞 곡의 시도를 재즈 힙합으로 확장하며 그 기세를 이어간다. 옛 노래를 끌어와 90년대 스트리트 힙합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멤버들의 패기 있는 목소리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두 곡이 반가운 까닭은 재즈 악기나 오래된 샘플을 알아보기 쉬운 장식으로 쓰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가져온 소리가 곡 안에 깊숙이 자리해 리듬과 움직임을 실제로 만들어낸다. ‘Vibe Check’는 이 둘의 성격을 섞어놓은 듯한 인상으로 전반부에 또 다른 재미를 보탠다. 타이틀곡보다 한결 가뿐한 리듬으로 힙합의 맛을 살리면서도, 재지한 피아노 사운드로 바이브를 더한다.
‘Slowly Bleed’에 이르면 앨범은 진득한 R&B로 자리를 옮긴다. 전작의 ‘Who’s Dat? (Jane Doe)’에서 특히 선명했던 팀의 음악적 취향이 드러나는 곡으로, 감정을 호소하듯 끌어내는 보컬도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후반부의 ‘Baby Bossa Nova’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주혜린은 짧게 등장하지만 목소리만 빌려주고 떠나지 않는다. 한국어 작사에도 참여해 그의 개인 작업물 옆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제 색을 남긴다. 외부 음악가의 이름만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곡 안에서 온전히 설 자리를 내어준 데서, 아티스트를 대하는 존중이 느껴진다. 인디 밴드 오프 더 메뉴(off the menu)와 함께한 ‘Open Your Eyes’ 리믹스 역시 같은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앨범은 그 밀도를 끝까지 유지하진 못한다. 후반부의 다소 평이한 몇몇 곡을 덜어냈다면 좀 더 간결하고 선명한 음반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재즈를 테마로 잡은 앨범을 굳이 관습적인 발라드로 닫아야만 했을까. 팬들에게 전하는 마음은 별도의 싱글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그래도 ‘Eternity’로 꼭 마무리해야 했다면, 곡의 중심인 피아노의 화성이나 리듬에 앨범 전반의 재즈 감각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도 있었겠다. 그 작은 연결고리가 빠진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256th Note”가 남기는 인상은 가볍지 않다. 그 안에는 장르를 자기 식으로 만져보려는 분명한 고집이 있다. 널리 알려진 이름과 차트만 따라가다 보면 놓치기 쉬운 이런 진정성 있는 시도들이 차근차근 쌓일 때 케이팝의 음악적 토양도 한층 두터워진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라는 이름 앞에서 감은 눈을 뜨고, 앞으로도 이들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퀴비: “탁월함을 애써 주장하지 않고 그저 쿨한 태도로 보여주는 데에 그치는, 혈안(血眼)보다 혜안(慧眼)이 돋보였던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지향이 만개한 싱글이라 할 만하다. 당신도 이제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게 눈을 뜰 때.” (“Weekly : 2026년 9월 3주차” 선공개 싱글 ‘Open Your Eyes’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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