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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케이팝 지도의 한 자리 : 뭄바이 공항 사건

〈두근두근 인도〉 제작진과 인도 팬들이 마찰을 빚어 논란이 되면서 허위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인도 팬들은 이에 관해 사실관계 정정과 내부 진정에 나섰다.

〈두근두근 인도〉 제작진과 인도 팬들이 마찰을 빚어 논란이 되었다. (이와 관련한 정황과 논점은 “두근두근의 불모지 : 뭄바이 공항 사건”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사건은 당초 논란을 낳은 인도 팬의 게시물에도 포함돼 있지 않던 허위 사실이 국내에 보도되면서 국제 팬덤 사이에서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후 뭄바이 지역의 팬 그룹인 “Fluttering India Fan Project”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진(이하 운영진)은 한국 시각 2월 4일 게시물을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정정하고 나섰다.

운영진에 따르면 팬들이 공항에 나오길 원치 않는다는 PD의 의견은 출연진이 도착하던 2월 1일 이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려져 있었다. 인도 팬들은 방송의 콘셉트를 포함한 많은 일들에 유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각종 케이팝 이벤트가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 최대한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출연진의 도착 일정에 관한 오보를 포함한 많은 정보가 짧은 기간에 쏟아지면서, 특히 나이가 어린 팬들을 중심으로 공항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 잇따랐고, 운영진은 이들을 통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공항으로 인솔하고 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돌로지와 별도의 연락을 통해 운영진이 직장인 등 성인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어린 팬’은 중고생을 의미한다고 밝혀왔다.)

공항에서 만난 KBS PD를 비롯한 제작 스태프들은 모두 정중했다고 하며, 인도인 남성 통역의 무례한 태도로 인해 마찰이 시작됐다는 것이 운영진의 증언이다. 출연진을 모르는 척하라는 요구, 촬영이 취소될 수 있다는 발언은 모두 사실이나, 카메라나 가방을 검사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국내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팬들이 게이트를 가로막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촬영 후 출연진과 만나게 해준 것도 자신들이 아니라 뭄바이 시내의 다른 팬들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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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은 이후 별도의 게시물을 통해 인도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다. 운영진은 케이팝 이벤트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상당수의 인도 팬들에게 인도에 대한 편견과 이번 사태가 만족스러울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근두근 인도〉는 케이팝 아이돌들이 인도에 와서 지역민들과 교류하며 팬덤을 만들어 나가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이미 존재하는 팬인 우리들은 자동적으로 배제되는 것이죠. 네,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우리에겐 억울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의 아이돌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방송의 취지에 따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방송의 취지에 만족하진 않더라도 말이죠.)” (“Fluttering India Fan Project”, 한국 시각 2월 5일)

그러나 그들에게 사실상 최초라 할 수 있는 이번 촬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향후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 또한 인도 팬덤에 공감대로서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기다린만큼, 시작에 불과한 이번 사건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차분하게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자는 것이 운영진이 밝힌 기대이다.

아래는 “Fluttering India Fan Project” 운영진의 두 건의 게시물 중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2월 4일의 첫 게시물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 게재와 사진 사용에 동의해 준 “Fluttering India Fan Project” 운영진에게 감사드린다.


이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는 “India Korea Friends, Mumbai (IKFM)” 운영진으로부터

우리는 뭄바이를 비롯, 마하라슈트라 및 인근 주에 거주하는 회원 300여 명으로 이뤄진, 아무와도 관련되지 않은 그룹임을 알려드립니다.

‘규라인’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공항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많은 추측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규라인’이 〈두근두근 인도〉 촬영을 위해 인도에 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는 모두 너무나 기뻤습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 도시인 뭄바이가 된다는 공지를 접했을 때는 모두 열광했습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들이 2월 5일에 도착한다고 했고, 다른 몇 곳에서는 2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페이지를 만든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PD는 우리가 공항에 나가 아이돌들을 환영하길 원치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선물을 줘도 안 되고, 촬영 현장을 보더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네, 공항에 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거죠. 이 메시지는 인도의 거의 모든 케이팝 팬페이지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포되었습니다. 제작진이 오는 것은 〈두근두근 인도〉의 촬영을 위해서이고, 현장에 팬들이 있으면 촬영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팬들이 보이면 촬영을 중단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세계 케이팝 지도에 한 자리를 인정받기 위해 몇 년이나 기다려 온 팬덤입니다. 전국의 모든 팬들에게 더없이 절망적인 소식이었던 거죠.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시작으로 많은 케이팝 스타들이 인도에 찾아와주길 바라며 인내심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 방송의 취지가 뭔지 몰랐지만, 여러 웹사이트에 기재된 내용을 보면 아이돌들이 지역민들과 교류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지역민이 아닌 걸까요?

출연진이 실제로 도착하기 이틀 전, 이들의 비행 스케줄에 관해 많은 잘못된 정보가 돌았습니다. (중략) 2015년 2월 1일 오후, 우리는 출연진이 그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사방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환영하러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회원들은 (공항에) 나가고 싶어 했습니다. 시외에 사는 팬들도 뭄바이로 들어오기 위해 (저희의) 확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한 해외 팬이 트위터에, ‘규라인’이 뭄바이를 향해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어린 팬들은 자기들끼리라도 공항에 나가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진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을 인솔해) 공항에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중략)

도착 시간 즈음에는 우리 그룹 소속이 아닌 팬들을 포함해 약 20명의 팬이 있었습니다. 도착하는 항편이 거의 없어서, 공항에는 인파가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바리케이드 앞에 서 있어습니다. 시끄럽게 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카메라를 꺼내 들자 뒤쪽에서 걸어가던 PD가 우리를 보고, 그녀 쪽으로 불렀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공항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D는 우리에게 무례하지 않았습니다. 두 명의 통역이 있었습니다. 한국 여성인 한 분은 매우 협조적이었고, 인도 남성인 다른 한 분은 무척 무례했습니다. PD가 한국어로 말을 하면 통역자가 통역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PD에게 촬영을 절대 방해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회원들에게 카메라 등, 케이팝 팬 티가 나는 모든 물건을 치우라고 했고, 회원들은 따랐습니다. 그런데 한 팬이 규현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인도인 남성 통역이 매우 무례하게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티셔츠, 저건 안 돼. 티셔츠 벗어. 너희 모두 티셔츠 벗어.” 이것은 정확하게 그가 한 말을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토플리스로 돌아다니길 바란 걸까요?

이때 팬들의 분노가 시작된 것입니다. 몇 명은 PD 일행과 말다툼을 시작해 우리가 그들을 진정시켰습니다. “PD는 팬들이 공항에 나오길 원치 않는다”고 팬들에게 알리는 우리의 게시물도 삭제할 것을 요구 받았습니다. 출연진이 인도를 다시 떠나기까지, 출연진의 도착 사진도 올려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출연진을 만나게 해줄 수 있으며, 이에 관해 연락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바리케이드 주위로 흩어져서 팬이 아닌 척,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척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우리 뒤에는 한국인 보안요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중 몇 명은 우리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지 어깨 너머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사이트에서 알려진 것처럼, 우리에게 휴대폰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하거나 가방을 확인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지요. 보안요원들은 예의 발랐고 우리에게 말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규라인’이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민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둘러보았습니다. 그의 표정은 팬들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는 듯했습니다. 다른 출연진들도 예상 밖이라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들은 주차장을 향해 걸어나갔고, 그것이 우리가 그들을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리가 출연진을 만나 사인을 받았다고 PD가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것은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0.5 미터 이상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출연진이 만난 팬들은 공항에서 기다린 우리 일행이 아니며, 시내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그들의 증언은 트위터에 흔히 퍼져 있습니다.

이후, 우리 회원 중 한 명이 이번 일에서 겪은 좌절감을 토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누군가가 이를 캡춰해 SNS에 올렸고, 이것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녀의 게시물 내용은 맥락과 무관하게 인용되어 오해를 낳았습니다. 그녀는 우리의 휴대폰이나 가방을 검사 받았다는 말을 한 적 없습니다. “그들은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우리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고 한 말 또한, 어깨 너머로 본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공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우리의 완전히 솔직한 입장입니다. 이 페이지를 닫기로 한 것은, 팬 프로젝트를 할 수도 없는데 팬 프로젝트 페이지를 유지하는 게 의미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사태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어, 사실관계를 알리고자 페이지를 다시 열었습니다. 이 게시물을 작성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운영진 내부에서 합의를 거친 일입니다.

(“Fluttering India Fan Project”) 운영진 올림

추가 : PD가 우리에게 공항을 떠나라는 요구를 할 때, 떠나지 않으면 촬영이 취소될 거라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촬영 허가 때문이었습니다. 팬들이 기다리던 곳은 도착 게이트 바깥이었습니다. 늘 상주하는 공항 경찰도 그곳에 분명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이나 식품 스탠드도 있는 공공장소였습니다. 도착 항편이 많던 1일 저녁, 그곳은 출연진이 도착할 때보다 훨씬 시끄럽고 혼잡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공공장소이기에 사진 촬영은 금지 사항이 아닙니다. 몇 명의 팬이 사진과 비디오를 몰래 찍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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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묘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