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케이팝을 다루는 반챠의 일본어 블로그 “パンチャ男とドゥグン女のKな生活”에 게재된 2015년 7월 25일 기사 “일본에서 보는 ‘제이팝스러움’ : 2015년 여름의 케이팝 (日本から見えるJ-POPっぽさ:2015年夏のK-POP)”을 번역한 것이다.
“뭔가 제이팝스럽지 않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케이팝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케이팝의 악곡이나 뮤직비디오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최근 “(케이팝의) 여름 시즌 전략이 일본과 닮아가는 게 아닌가”라고 느끼곤 한다.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봤더니, 조금이지만 반응이 있었다. 조금씩 더듬어 가보니 나와는 다른 곳에서 각자 느끼는 지점이 있었다.
어떤 분은 엑소를 지목하고 있었다. ‘Love Me Right’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은 씨스타를 고르기도 했다. 분명, 이단옆차기를 처음으로 기용한 ‘Lovin’ U’ 이후, 여름과 바다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한편, 내가 ‘여름 시즌의 일본스러움’을 느꼈던 곡은 사실 소녀시대의 ‘Party’였다.
처음 느낀 것은 세 곡의 활동곡을 연결해 보여줬던 티저 영상이었지만, 뮤직비디오와 곡이 공개되고 나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그 첫 번째는 우선 일본항공(JAL)의 광고와도 같은 리조트의 느낌이었다. 실제로 타이항공의 협찬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리조트 광고 같은 느낌이 녹아있었다. 지금까지 제이팝은 드라마의 주제가나 광고 음악 등과 함께 홍보하는 방식인 ‘타이업 (tie-up)’의 형태를 지속해왔다. 이에 반해 케이팝은 드라마 주제가나 영화음악, 광고 음악은 기획된 것으로 분류되어 정규 활동곡과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와중에 소녀시대의 ‘Party’는 리조트의 홍보 같은 요소가 있어서 특히나 제이팝 느낌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다음의 확신은 곡의 구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이 곡의 주요 화성 진행인 “Db・Eb | Fm・Cm | (×3) | Bb7 | Ebsus47”이 제이팝과 닮았다고 느꼈다. 이 곡의 메인 작곡자는 알비 알베르트손(Albi Albertsson). 최근 제이팝 뮤지션에게 곡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인물로, 그의 곡 속에 녹아있는 제이팝스러움이 이번에는 케이팝 곡에 포함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티저 공개 단계에서 소녀시대와 비슷한 느낌 때문에 화제가 된 에이핑크는 어떠한가.
에이핑크에게서도 어렴풋이 제이팝스러운 느낌을 받곤 한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도중부터 문득 콘택트렌즈의 광고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은 기분 탓일까? 트위터상의 의견 중에는 이번 에이핑크의 댄스가 일본 아이돌과 같은 느낌이라는 감상도 있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보면 소녀시대는 일견 느긋하게 보여도 상당한 운동량과 포메이션의 견고함이 있어 케이팝스러운 댄스뮤직으로도 보인다. 제이팝스러움, 케이팝스러움 모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나 더, 여자친구도 살펴보자.
곡 자체는 데뷔곡과 마찬가지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에 ‘소녀시대’를 더한 것과 같은 분위기이지만,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어렴풋이 현재의 일본 아이돌 같은 질감을 남긴다. 어디까지나 인상에 불과하지만, 여자친구의 스탠스에 ‘설정’(역주: 원문은 ‘네타 ネタ’)의 느낌이 있어 그것이 일본의 서브컬처계 아이돌 세계와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설정감’이라고 하면 예전에 걸스데이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하여 여자친구는 비슷한 영악함(등 짚고 뛰어넘기!)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걸스데이는 서브컬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 반면, 여자친구의 경우 프레임 자체는 서브컬처의 그것 그대로지만, 수용자 입장에서는 서브컬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까. (주1) 이 지점이 조금 신경 쓰인다. 그리고 에이핑크에서는 처음부터 설정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라리 들꽃(역주: 원문은 ‘이모イモ’)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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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사람들 제각각 느끼는 제이팝스러움. 이와 같이 일본에서 바라보는 시선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이런 케이팝을 본국인 한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소녀시대의 ‘Party’에 대해서는 아이돌로지의 리뷰 기사에서 제이팝스러움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본인이 ‘일본스럽다’고 느끼는 것도, 한국에서 보자면 S.E.S와 같은, 소녀시대 이전의 여러 한국 출신 아이돌의 흔적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실제로는 일본스러움을 의식해서 만들어진 경우도 있겠다. 최근 일본에서도 SM스타일의 작곡 캠프가 열려, 곡들을 쌓아두고,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곡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회사가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주2) 제작현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호 간 침투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본인이 마음대로 제이팝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착각’도 즐거운 것이리라. 착각, 바꿔 말하자면 ‘망상’을 한국인들과 나눠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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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 또한, 초기 소녀시대의 예를 들자면 ‘Kissing You’ 시절, 과격할 정도의 ‘소녀소녀’한 의상을 입고 이벤트 등의 무대에서 내려와 삼촌 팬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기도 했다. ‘벌칙 게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영악한 모습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소녀시대 또한 ‘설정’으로 시작한 그룹이 아닐까?
주2 : 예를 들어 일본의 사운드그래픽스(Soundgraphics)사는 일본의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최근에는 SM에게도 이른바 ‘납품’을 하고 있는 제작/프로모션/출판 회사다. 소녀시대의 ‘CATCH ME IF YOU CAN’이 최근의 사례라고 하겠다. ‘Party’를 작곡한 알비 알베르트손의 프로모션도 하고 있고 회사 홈페이지에 그의 인터뷰도 올라와 있어서 아주 흥미롭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스즈키 아미(鈴木亜美)의 데뷔곡 ‘Love the Island’는 괌 정부 관광청의 〈괌 대축제98캠페인〉의 CM 송으로 사용되었다. 뮤직비디오 또한 리조트, 비행기를 중심으로 비춰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스즈키 아미는 괌을 홍보하는 광고에도 특별출연했다. 그러고 보니 ‘머나먼 하와이보다 가까운 괌’이라고 했던 광고 문구가 기억나기도 한다.
이어 7월 29일, 반챠는 소녀시대의 ‘Party’와 에이핑크의 ‘Remember’에 담긴 ‘제이팝스러움’의 정체에 대한 음악분석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으니, 관심 있는 독자에게 권한다. “海物語!少女時代 vs A Pink夏の対決オワタ(T0T)/”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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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올여름, “뭔가 제이팝스럽지 않아?””
PARTY (소녀시대)를 들으면 Mickey Mouse March (AYUSE KOZUE)가 떠올랐는데…나만 그런게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