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9월부터 2000년 10월 2일까지 발매된 H.O.T.의 정규작 및 주요 음반들을 19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어보는 필진 단평.
김영대: H.O.T.의 데뷔, 더 넓게는 SMP의 등장을 서태지 콤플렉스에서 찾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청취 타깃을 완전히 좁히고 아이돌 음악의 맞춤형 공식을 차분히 펼쳐내고 있다는 점에서 변별점과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창환, 주영훈, 윤일상 등이 이미 한국형 댄스 가요를 제시했지만 보다 블랙뮤직에 가까운 취향을 기반으로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던 기묘한 장르와 리듬의 하이브리드가 펼쳐지는 R&B의 '원조'인 유영진의 SMP 스타일, 게임 음악이나 동요에 가까운 멜로디 구성으로 꽉 들어찬 사운드를 선보이는 장용진의 버블검 댄스를 양손에 쥔 채 시간차를 두고 혼을 빼놓는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거의 완벽하게 준비된 보컬리스트와 래퍼의 존재에서 발견된다. 솔리드와 프로듀서 당사자인 유영진을 제외하고 가능하지 않았던 자연스러운 바이브와 벤딩을 갖춘 강타, 그리고 음절 단위로 깐깐하게 훈련된 래핑과 그룹 퍼포먼스. 롱런까진 예상했다면 거짓말일지 몰라도, 어느 정도의 지속적인 히트 가능성을 점치게 했던 면모였다. 물론 그 파괴력은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지만.
미묘: 정겨운 90년대 목욕탕 사운드는 역시 돈으로 쪼면 10년 만에 업계 표준이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싶지만, 흘러간 시간을 생각하더라도 지금 와서 감명 깊게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보컬의 녹음이나 처리 역시 호평하기 힘들다. 냉정히 말해,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반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음반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사정없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전사의 후예'가 대안 없는 절망 속에 가해자를 비난하며 기성세대 시각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가 하면,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를 비롯한 여러 곡에서는 변명의 여지 없는 성인 화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당시에 주된 담론과는 달리, 지금에 와서는 서태지와 아이들보다는 차라리 공일오비 식의 '세태 리포트' 같은 내용의 곡들('개성시대', 'About 여자' 등)이 눈에 띄고, '캔디' 역시 이를 어조 속에 메타하게 구현한 듯 들리기도 한다. 당대의 통상적인 가요의 틀 위에 '잘 모르겠으니 진영이+영진이로 갈까..?' 하고 버무린 듯한 곡들이 많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19년 뒤의 케이팝을 나란히 생각해 보는 격렬한 낙차는 흔히 접하는 스펙터클은 아닐 것이다.
유제상: 포스트 서태지 시대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앨범. 사실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는 'Come Back Home'(불과 이 앨범 발매 한 해 전 노래다!)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곡이지만, 화자가 고등학생들이었으므로 아무래도 목소리의 울림이 컸다. 사운드가 당시 앨범치고도 대단히 조악했다거나, 실질적인 인기는 'Candy(캔디)'가 견인했다는 사실 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대의 추억이 커서인지 이 앨범에 대한 나쁜 평을 하긴 쉽지 않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필요할 때',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 등 한 곡 한 곡에 스며든 당시 고딩의 추억을 일일이 언급하자면 한도 없을 것이고... 물론 이제 와서 이 앨범을 감상의 범주에서 다시 들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김영대: 1집이 '캔디'와 '전사의 후예'를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필러(filler)의 모음집에 가까웠다면 (물론 그조차도 씬을 들었다 놨다 하기에 충분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개한 2집은 '의욕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적합할 만큼 갖가지 생각과 의도들이 혼란스레 뒤섞인 작품이었다. '늑대와 양'은 당시 댄스 가요와는 어느 것 하나 닮지 않은 복잡기묘한 작품으로, 명백한 레퍼런스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성도나 의욕에서 '전사의 후예'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미끼 상품 '행복'의 흡인력은 전작 '캔디'에 확실히 못 미치지만, 한창 핫하게 떠오르던 레이브 하우스 스타일을 도입한 오프닝 트랙 및 'We Are The Future', 제법 그럴듯하게 뽑은 뉴잭스윙 'Tragedy'마저 퍼포먼스형 가수로서 이들의 확실한 보험으로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다. 라이벌 및 아류의 출몰에도 불구하고 전성기에 다다른 댄스 음악의 총공세 속에 실패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이수만과 유영진의 음악적, 사업적 행보는 완벽한 탄력을 받는다.
미묘: 벌써 훨씬 좋은 음반이 나와버렸다. 조그만 빈틈이라도 채우겠다는 양 샘플들이 빼곡해서 나름의 '스트릿' 분위기를 연출하고, 보컬의 엉성한 처리도 어쩌면 날 것(SM에서?)의 질감을 위한 의도였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마치 정말로 치기 어린 십 대들이 만들어낸 것과도 같은 식의 어수선함이다. 목소리의 선명함과 존재감이 심하게 들쭉날쭉해서 퀄리티를 깎아 먹지만, 그 부분적인 이유는 흔히 보컬 믹스의 '음량' 차이로 대변되는 '팝 느낌'을 구현하려다 미끄러진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베이비페이스나 뉴에디션 같은 분위기를 내는 트랙들이나, 유난히 전주가 긴 곡들 등에서 이미 음악적 인정욕구가 발휘되기 시작한 것도 엿보인다. 세월에 의한 노화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We Are The Future' 같은 곡도 있고. 이 음반을 달라진 지금의 스탠다드에 맞춰 믹스, 마스터만 다시 해 내놓는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유제상: 채 1년이 안 되어 바로 등장한 두 번째 앨범. 사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 시기의 가수들은 공백기라고 부를 만한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실로 놀라운 혹사... 2집은 1집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르되, 멜로디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앨범이다. 타이틀 '늑대와 양'의 생경함을 제외한다면(사실 이 생경한 느낌이 이후 4집에서 완성되어 SM의 주된 기조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행복', 'We Are The Future'(이 얼마나 야심 찬 곡명인가!),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등 주옥같은, 그러면서도 언젠가 예전에 들어본 듯한 멜로디의 곡들이 가득 들어있는 이 앨범은 H.O.T.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것도 다섯 명분으로.
김영대: H.O.T. 커리어의 정점으로, 전작에 이은 밀리언셀러 기록 및 잇따른 1위 곡, 기록적인 전석 매진 콘서트 등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졌다. 문제는 음악에 있었는데, 가요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열맞춰'의 RATM 표절 시비는 물론이요, 아이돌 팝 역사상 전대미문의 '멤버 전원 작사/작곡/편곡' 등으로 앨범 전체의 완성도와 방향성이 애매해졌다. 유영진이 단 한 곡만을 보태고 나머지를 이제 막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멤버들에게만 맡긴 이 결정이 여전히 미스터리인데, 아마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던 아이돌 그룹 및 댄스 광풍 속에서 게임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는 포석이 아니었나 짐작만 할 뿐이다. 라이벌 젝스키스는 무려 다섯 곡이 넘는 넘버원 곡을 차트에 올리며 커리어 최정점에서 그들과 맞섰고, 게토 스타일을 버리고 또다시 서태지의 길을 따라 랩-메탈을 시도, SMP의 다중 레이어 편곡 방식에 접목한 그들의 음악적 콘셉트는 누가 봐도 조금은 '과하게' 나아가 있었다. 어쨌든 기존의 포맷만을 고수하기에는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유제상: 악명 높은 짜깁기 곡 '열맞춰!(Line UP!)' 탓에 빛이 바래버린 세 번째 앨범. '캔디'와 '행복'의 뒤를 잇는 '빛 (Hope)'이 인기를 캐리하긴 했지만, 수록곡도 다른 앨범에 비해서 많고, 당시 H.O.T.의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H.O.T.의 인기는 사실상 이 시기에 정점에 달했고, 3집은 그 인기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뭔가 대안이 필요했던 시기의 과도기적 앨범. 그래도 이제 와서 다시 들으니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후에...(Since, You've Gone)' 같은 곡도 있고, 좀 더 시간이 지난다면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김영대: 이즈음 H.O.T.는 국내외적으로 폭발하던 인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마니아 음악 커뮤니티나 평단에게는 공공연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음악은 커리어에서 가장 완전체로 바뀌어가고 있었는데, 시퀀싱에 나름 익숙해진 멤버들의 곡 만들기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사운드적으로 음악은 점점 더 '엣지'함을 경주해 가고 있었고, 국가주의 혹은 민족적 의식이 강하게 투영된 가사들은 단순히 유치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섬뜩한 느낌도 풍겼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회적 가사를 지속적으로 전면에 표방한 '4집 가수'가 아니던가. 그것도 아이돌팝에서!) 여전히 음악적 키는 프로듀서 유영진이 쥐고 있는데, 동생 유한진과의 공동작업이 처음으로 시작되며 더 세련미가 가미된 블랙뮤직의 흔적이 엿보인다. SMP의 전범이라고 해도 좋을 '아이야!'는 흡인력 있는 구성에서 전작들을 훨씬 뛰어넘는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재닛 잭슨의 'Together Again'과 같은 발랄한 하우스 넘버를 의도한 '나의 너'도 무난하다. 'The Way That You Like Me'는 곧이어 나올 원타임의 'One Love'와 함께 아이돌팝 1세대 최고의 R&B 슬로넘버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미묘: SMP의 특징을 나는 ('사회비판 메시지'보다는) 거창함과 웅장함에서 보는데, 인털류드를 포함해 24트랙에 달하는 규모와 주제의 거대한 스케일까지, "아이야!"를 네 번 연속 외치듯 모든 것이 과잉한 이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SMP의 한 극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음반이 '아이야!'를 통해 공격하는 금전만능주의 디스토피아의 반대항이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민족의식/애국심으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그룹이자 동시에 누구보다 강렬한 코어 팬덤에 집중하는 그룹이라는 모순은 국가적인 메시지와 과잉한 스타일이란 형태로 만난다. 물론 전략적인 이유와 어쩌다보니즘이 합쳐졌으리라. IMF 이후 이스트팩이 '동양배척'이란 뜻이란 도시전설 속에서 가방에 태극기를 붙이던 풍경과 1992년 LA 폭동 이후의 재미한인 힙합을 떠올리면, 교포 연예인 우위에서 케이팝의 시대로 넘어가는 묘한 풍경이기도 하다. 반면 어느 때보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깊게 연상시키는 이 음반에는, 사실 통념과 달리 그들을 딱히 '승계'하지 않고도 존재 가능했던 H.O.T.가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린 부분도 읽힌다. 일단, 지금에 와서 듣기가 참 '힘이 드는' 음반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 읽어야 재미있는 만화'라는 천계영의 미학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유제상: 이번에 리뷰를 작성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점인데, H.O.T.의 정규 앨범 네 장은 생각 이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4집은 그런 의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Come Back Home"과 비견될 만하다. 1집의 타이틀인 '전사의 후예'가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의 팔로워였음을 생각한다면 이는 흥미로운 일이다. 4집은 모두들 기억하시는 대로 파격적인 구성의 '아이야!(I yah!)'가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H.O.T.의 앨범치고는 드물게 현재까지 불리는 곡이 거의 없는 음반이다. 굳이 들자면 〈펌프 잇 업〉에 수록되어 소소한 인기를 얻었던 '투지(鬪志)' 정도가 있을라나. 물론 이것이 H.O.T.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1999년의 이들은 데뷔 후 3년 만에 음원의 인기에 구애받지 않는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초기 인터넷에 힘입어 중국 등지에 그 음악을 전파하며 한류의 시작을 알린 것도 이 시기이고. 사실 24트랙에 이르는 음반의 장황한 구성이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 보이진 않지만, 신화 2집과 더불어 이게 SMP이다!라는 것을 선도적으로 보여준 표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근 20년이 지난 뒤에 SMP가 하나의 아이돌 음악 형식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올 줄은 이 당시에는 몰랐겠지만서도 말이다.
유제상: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원을 즐겨 듣는 사람에게 이 음반은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수로라도 앨범 버전 대신 라이브 버전 곡을 눌러서 짜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H.O.T.가 라이브를 빼어나게 하는 그룹도 아니고, 몇몇 곡들은 따라 부르라고 만든 노래가 명백히 아닌 고로 듣다 보면 안쓰러울 정도. 다만 파릇파릇한 멤버들의 목소리를 듣고 추억에 잠기게 하는 용도 정도로는 쓸 수 있겠다. 아이돌의 라이브 앨범이 철저히 팬서비스 용도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앨범은 유독 조악하다.
유제상: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 유머 소재로도 못 써먹는(가끔 〈해피타임〉 같은 프로에서 문희준이 언급하는 정도) 영상물 〈평화의 시대〉 OST. 사실 평자는 이 앨범이 나온 다음 달에 군대를 가서 앨범 자체에 대한 추억은 없고, 다만 이후 MP3로 타이틀 'OP.T(Operation Takeover)'를 자주 들었던 기억은 난다. 2000년 전후를 화려하게 장식한 테크노 스릴러 장르에 어울릴 듯한 음악으로 불필요하게 빠른 랩이 웃음을 자아낸다. 사실 이 시기에는 뭐든 과잉이었고, 그래서 그 과잉된 결과물이 손쉽게 엽기와 연결되던 시기였다. 언젠가는 〈평화의 시대〉를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겠지...
김영대: 뒤돌아 생각해 보면, 정규 마지막 작업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의미 부여가 가능할지 실로 애매해지는 앨범. 외부의 조력이 일절 없이 그룹의 가내수공업만으로 앨범을 완성했다는 것은 일단 흥미롭다. 문희준-강타 투톱이 과거 유영진이 맡았던 프로듀싱의 절반씩을 분담하는 동시에 사실상의 솔로 앨범을 예견케 하듯 각자의 음악적 색을 이리저리 드러내고 있다. 그에 비해 트랙 각각의 완성도나 흡인력은 전작에 비해 높지 않은데, 그룹의 지속에 대한 불안감 혹은 매너리즘의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때마침 전성기의 기세로 치고 나오던 신화와 god 등 보이밴드의 양상은 새롭게 옮겨가고 있었고, H.O.T.는 다소 애매한 여운만을 남겨둔 채 그들의 마지막을 이렇게 고했다.
미묘: 나를 포함해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앨범을 놓쳤으리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무척이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괜찮은 곡들로 이뤄져 있다. 낡은 느낌이 아주 없지 않고, 보컬 믹스 컨트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몇 년이나 지속되는 인스트루먼테이션 스타일과 그 기술, 그리고 이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세세히 쪼개지는 브레이크비트도 귀에 띄며 재미를 더해준다. 각 곡의 스타일과 사운드는 '소녀들이 무서워할 법한' 과격함을 많이 걷어내고 보다 무난한 R&B 계통 가요로 즐길 수 있는 지점에 자리하면서, 편곡 요소나 곡 구성에 변화를 줌으로써 자극 수위만을 유지한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케이팝에서 H.O.T.의 강렬한 곡들만을 제외한 나머지의 원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 전집을 연이어 듣고 있노라면 이 앨범에선, 마치 공포영화를 보다가 편안한 장면이 오래 이어지면 괜히 불안해지는 류의 '기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유제상: H.O.T.의 마지막 정규앨범. 사실 이미 이 시기에는 3집을 발매한 신화가 봄부터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고, 가을에는 god가 '거짓말'과 '촛불 하나', '하늘색 풍선'으로 그야말로 쩌는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다. 아마 이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Outside Castle'을 불러보라"고 하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아 곤란해 할 것이고, 잘 알려진 대로 바로 다음 해에 H.O.T.는 해체를 맞이하게 된다. 사실 '신비(Delight)'나 '그래! 그렇게!(We Can Do It)'는 지금 들어도 나쁘지 않은 곡들이고, 이 앨범은 뭔가 기획상품 같은 다른 앨범에 비해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의욕이 느껴진다. 후대 사람들에 의해 4집의 의의가 'SMP의 정립'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5집은 '(SM식이 아닌) 웰메이드 음반 추구'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H.O.T.는 떠나가고, SM 엔터테인먼트와 아이돌 음악계는 2000년대 초반의 혼란기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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