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1일~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베이비, 박경, V.A.의 “One Dream One Korea”, 델타, 소유&권정열, 써니데이즈, 베리굿, 러브어스, 스테파니, A.H.H.A, 갓세븐, 에이데일리, 리더스, 하디의 신보를 다룬다.
블럭: 베이비를 아이돌이라고 봐야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데, 어쨌든 이 곡은 발라드로 시작한 베이비가 '차올라' 이후 노선을 바꾸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곡은 장르 음악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관능적인 느낌을 내고자 한다. 뚜렷한 방향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맞게 전개되지만, 여전히 베이비라는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트랙의 색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요: S.E.S., 특히 4집 "A Letter from Greenland" 와 4.5집 "Surprise"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읊조리는 듯한 보컬은 바다와 비슷하고 심지어 랩이 등장하는 타이밍, 중간에 삽입된 스캣까지 레퍼런스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 시절 S.E.S.의 음악을 사랑한 이들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곡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레퍼런스를 잘 가져와서 훌륭한 보컬로 매끈한 곡을 내놓았지만 베이비는 간데없고 S.E.S.에 대한 추억만 남는 건 분명 이 곡이 갖는 한계다.
유제상: 의외의 곡을 선보인 여성 3인조 그룹 베이비의 싱글. 'Fancy'는 "A Letter From Greenland" 시절의 S.E.S.를 제외한다면 아이돌계에서 듣기 힘든 애시드재즈풍의 곡이다. 사실상 폭넓은 인기를 얻기 힘든 마이너한 장르의 곡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후렴구에 뭐라도 질러줘서 곡이 덜 지루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만드는 쪽의 철학도 있는 거니까 지금의 결과물도 나쁘진 않다. 'Fancy'가 가요 프로 1위를 할 곡은 아니겠지만, 평자의 취향에 꼭 맞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차의 Pick!을 부여한다.
블럭: 누군가에게 박경은 팬들을 들었다 놓는 데 능한, 속된 말로 오빠미 낭낭한 블락비 멤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믹스테입을 내고 랩을 해온 아이돌 그룹 소속 래퍼일 수도 있다. 당연히 둘 다 박경이라는 음악가다. 그는 독특한 박자 감각과 라이밍, 그리고 멜로디에 강한 면모를 가진 래퍼라는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 왔다. 이 곡은 박경의 보컬이나 지금까지 팬들에게 보여준 달달함, 의외의(?) 연애통찰력 등 자신이 가진 것 중 많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듯해서 좋다.
오요: '대중 취향 저격'이라는 목적 달성에 이보다 더 최적인 곡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법한 가사, 부담스럽지 않은 랩과 박보람의 보컬까지 '대중 취향'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케이팝의 어느 한쪽에선 매번 사운드로 장풍을 쏘아대는 아이돌이 있는가 하면 또 이런 '대중 취향 저격' 싱글을 들려주는 아이돌도 나오니, 도통 지겨워질 새가 없다.
유제상: 블락비 박경의 솔로 싱글. 엠플로 내지는 그와 유사한 일본 힙합 그룹의 간절기 노래를 연상시키지만 만듦새가 매우 매끈하고 근사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을 제외한다면 거듭 들어도 나쁘지 않을 곡.
조성민: 박경이 풀어놓은 랩에 박보람을 살짝 얹은 그저 그런 형태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부드럽게 도입부를 열어주는 박경의 보컬에 새삼 놀랐다. 능숙하게 귀를 이끌도록 디자인된 랩 파트를 지나고 나면 편하게 듣기 좋은 코러스가 등장하는데, 작년 한 해를 휩쓸고 올해까지 그 여파를 미치고 있는 남녀 듀엣 콜라보 열풍의 공식을 연상케 하긴 하지만, 어떤 유행이나 장르 공식을 의식해서 배치됐다는 느낌보다는 노래의 구간 간의 유기성에 더 집중해 자연스레 흐르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블락비라면 무조건 강렬한 음악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보기 드문 여자'와 같은 트랙과 함께 꼭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싱글.
조성민: 이제 어떤 캠페인 송을 들어도 지난 8월 14일 MBC에서 방송된 〈2015 DMZ 평화콘서트〉에 울려 퍼진 "내 말 들어 / 통일을 해 (내일 말고 지금 바로)"라는 가사를 이길 수 있는 곡을 찾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할 따름이다. 통일에 필요한 것은 그런 박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곡엔 박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나저나, "내일 말고 지금 바로" 가사 자막 안 본 눈 삽니다.
오요: 내 귀가 이상한 게 아니라면, 트랙과 보컬 멜로디 코드가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데다가 후렴구의 박자도 아주 조금씩 밀린다. 곡이 끝나갈 때쯤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브레이크다운 부분의 조잡한 미디사운드에 탄식을 뱉었다.
조성민: 곡에서도 보컬에서도 어떤 매너리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썸'의 대 히트 이후로 일정한 톤의 보컬을 유지하는 소유는 이번에도 그다지 큰 모험 없이 가장 잘한다고 인정받아온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고, 권정열 역시 곡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동시에 어딘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할 여지를 없애고 있기도 하다. 지킬 것이 많아진 사람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지만, 발전과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조차 엿보이지 않으면 조금 곤란해지지 않을까. 소유의 시원한 보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썸' 이후 최근의 곡들은 아쉽기만 하다.
미묘: 가사에 관습적 표현들이 많지만 주제의 선정에 대해선 나쁜 말을 할 구석이 그다지 없다. 단지 충분히 '뾰족'하지 못할 뿐이다. 곡도 그런대로, 보컬도 그런대로 전부 나쁘지 않다. 다만 이 곡의 다이내믹과 뉘앙스, 그리고 템포가 합쳐졌을 때 이 보컬리스트들에게는 상당히 맞지 않는 곡이 된 듯하다. 가정일 뿐이지만 예를 들어 템포가 이보다 약간만 느렸거나, 후렴의 흐름이 조금 더 세분되어 조금 다른 무드가 끼어들었다면 훨씬 괜찮은 보컬이 나왔을 것 같다. 결국 아이돌은 보컬이 주인공이 되는 장르고, 보컬의 '맞는 옷'이란 건 아주 약간의 핏 차이로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니.
유제상: 여성 5인조 그룹 써니데이즈의 여섯 번째 싱글 앨범. 'Blah Blah'는 시작부터 빅밴드 브라스가 반겨주는 흥겨운 곡으로 마지막까지 부르는 이들의 힘이 느껴진다. 무대에서의 모습이 관건이긴 하겠으나 그냥 흘려 듣기엔 아까운 곡. 아니, 써니데이즈가 발표한 20여 곡 그 어느 것보다도 좋았다.
조성민: 한껏 고조되는 브라스 사운드가 무색하게도, 곡이 고조될수록 여린 보컬들이 힘없이 묻혀버린다. 결과적으로 음악만 혼자 내달리고 듣는 이가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힘찬 사운드, 강렬한 가사, 연약한 보컬, 밋밋한 안무, 약간 촌스럽고 수수한 의상, 모든 것이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어 어디에서 이 팀의 매력을 찾으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
미묘: 지난달 작고한 주태영 작곡가의 유작이 된 곡. 핑클의 '영원한 사랑'과 유니의 데뷔앨범 첫 곡을 쓴 사람의 마지막이 '내 첫사랑'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베리굿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전작 '요즘 너 때문에 난'의 성숙한 느낌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엔 템포가 느려서인지 김성호 같은 계통의 목가적인 질감이 사뭇 두드러지는데, 모던록 풍의 사운드와 미성 위주의 보컬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낡기보다는 예쁘고 그리운 느낌을 살려낸다. 베리굿이 지향하는 커리어패스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단 이번 곡에서는 흔한 소녀풍 아이돌도, 흔한 보컬형 걸그룹도 아니면서 설득력 있게 잘 어울리는 빈틈을 잡아내지 않았나 한다.
미묘: 몇 가지 재미난 포인트들이 있다. 이를테면 랩 파트의 "망설이지 말고 이젠 내 입술에"가 "입 맞춰"를 향해 리듬이 쏟아지면서 편곡도 이를 확실히 강조해 주는 노림수 같은 것들이다. 신스의 운용이 조금 나이브하지만 곡의 다이내믹을 잡아내려는 안배들이 있다는 점만큼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보컬 믹스는 웬만하면 돈 좀 쓰더라도 다른 분께 맡기시죠.
유제상: 제법 괜찮았던 곡 '티클(Tickle)'로 올해 7월 데뷔한 러브어스의 두 번째 싱글. 'Lovely Boy'는 신선한 도입부나 긴박한 리듬이 참신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솔직히 곡으로만 한정한다면 최근 데뷔한 어떤 그룹 못지않다. 다만 멤버들의 매력에 대해서라면... 음 이건 시간이 좀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이들에겐 괜찮은 곡을 보조할 새끈한 콘셉트가 필요하다.
미묘: 아마도 스테파니의 솔로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기대하는 앰비언스는 전작보다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어둡고 매캐한 공간에, 다소 위협적인 멜로디, 디바 풍은 아니지만 심지가 낮은 데 위치한 스테파니의 음색. 금발과 흰 옷에 대비돼 더 어두워 보이는 근육과 피부가 인상적인 뮤직비디오가 전작보다 더 '뭘 하고 싶은 건지' 모호한 뒷맛을 남기긴 하지만, 곡과 비디오의 합으로서도 일단 '분위기'만큼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컬이 다소 아슬아슬하게 리듬을 밀며 그루브를 잡는 후렴이 조금만 더 날카로웠다면 지금처럼 무슨 일인가가 벌어질 것 같다가는 마무리되는 어정쩡함이 없었을 테고, 그랬다면 과감히 놔버리는 마무리 역시 멋졌을 것이다. 이것이 타이틀로서 스테파니와 마피아 레코즈의 전력투구라고 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지만, 아직 간을 보고 있는 것이라면 차기작을 기다릴 것까지 없이 지금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유제상: 뜬금없기로는 같은 회차의 베이비 뺨치는 4인조 신인 걸그룹 아하의 데뷔 싱글. 곡 시작부터 시원한 제트 이펙트가 감돌더니 곡이 일정 부분 진행되면 긴박한 분위기로 급변해 버린다. 콜라주 느낌의 이 곡이 다장의 유행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이 싱글 다음에 어떤 곡을 들려줄 것인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마스터링의 문제인지 보컬이 심하게 묻히는 점은 아쉽다. 아울러 이번 회차에는 유독 (유럽에서) 물 건너온 것 같은 곡이 많은데, 아마도 그런 결과물들이 간절기에 어울리기 때문이겠지?
미묘: 이 음반이 팀 컬러를 확립하거나 이를 확장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하지만 '니가 하면'은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JYP산 가요의 서글프면서도 힘 있는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비트의 까실까실한 질감에 다소 빈티지한 취향의 신스들이 얹혀, 슬픈 곡풍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과잉하게 늘어지지 않고 팽팽한 탄력을 유지한다. 보컬은 한숨처럼 연출된 프리코러스와 보다 애절해지는 후렴이 대조를 보이는 것을 비롯해, 거의 한 사람의 보컬리스트처럼 취급되는 인상이 있다. 큰 가지를 벗어나는 음색들이 보다 양념으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선 음색이 치열한 정서와 리듬감 속에서도 맑은 청년미를 유지하는 것도 매력적인데, 그것이 이 곡의 저울을 결정적으로 떠받치고 있다.
오요: 대체 JYP는 갓세븐에게 왜 이런 시련을...... 'Girls Girls Girls', 'A', '딱 좋아'로 이어지며 구축한 밝은 캘리포니아 소년들의 이미지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니가 하면'의 애절하고 비장한 이미지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멤버 개개인 갖고 있는 능력과 타고난 신체조건이 뛰어나다 보니 '이거저거 하다 보면 하나는 걸리겠지'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거저거'의 폭도 그리 넓지 않다는 게 더 안타깝다. 같은 소속사의 2PM과는 적어도 뭔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조성민: 갓세븐의 지금 위치를 고려한다면, '니가 하면'은 조금 판단 미스인 듯한 감이 있다. 최대한 여타 보이그룹과 음악적 차별화를 시도해 독보적인 영역과 팬덤을 확보해야 하는 현재의 갓세븐의 상황에서 여타 경쟁 보이그룹의 프로듀싱을 종종 맡아왔던 블랙아이드필승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한 것은 확실히 패착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주얼이나 퍼포먼스로도 어떤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진다. 갓세븐 멤버들 모두 춤과 노래가 수준급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답답해지는 결과물이다. 갓세븐의 특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A'의 청량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와 완전히 상반되는 '니가 하면'에서는 처연함보다는 차라리 찌질함에 가까워 보이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하지마'를 들으며 생각했던 '리틀 2PM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더 강해지게 하는 앨범. 귀를 잡아당기는 트랙 없이 그저 흘러가 버리는 전체 앨범의 구성 역시 꽤나 큰 문제로 다가와 퍽 불안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슈퍼 루키래도 루키의 레벨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미묘: 이상하게 참 긴 곡처럼 들리는데, 아마도 프리코러스가 후렴만큼의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데 그 뉘앙스만큼은 너무 후렴 같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브리지에서 꽤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보코더를 비롯, 꽤나 많은 요소들이 사용되는데 그 통제가 대체로 나쁘지 않다. 조금 가다듬었더라면 예전 신사동호랭이 같은, 적당한 뽕끼가 힘차게 흐르는 트랙이 될 수 있었을 듯하다.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 보컬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음색들이고, 좋은 곡을 부르면 설득력 있게 들릴 목소리들이 있다. 그러나 이 곡은 각 파트가 음색에 그리 어울리지 않아 충돌하는 경우가 많고, 솔로나 백업이 메인 보컬과 충돌하기도 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파트 순서를 정해도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애초에 이 음색의 조합에 어울리는 곡이 나왔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유제상: 'Spotlight'는 최근 트렌드를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그건 아마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는 다소 촌스러운 랩 때문일 것이다. 싱글에는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해 여섯 곡이 들어 차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감상의 영역 또는 흥을 돋우는 영역 어디에도 두기 애매하다. 에이데일리에겐 조금 더 세련된 손길이 필요한 듯.
미묘: 표면적으로는 드라마 삽입곡의 질감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감정을 무겁게 담는 멜로디와 리얼 악기 위주의 편성, 비교적 간단한 화성 진행에 군데군데 변화를 주는 방식 등이 그렇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면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에 삽입하기 좋은 다이내믹함보다는, 배경음악에 가깝게 '흐르기' 좋은 형태다. 발라드지만 감정을 쌓아서 터뜨리거나 하기보다는 주선율에 의해 마련된 완만한 굴곡 위에 보컬을 이리저리 쌓아 올려 놓았다. 자극이 많다면 많고, 평탄하다면 평탄하다. 장르로서의 발라드가 케이팝을 입은 듯한 모양새라 해도 좋겠다. 그런 시도에 따른 균형점으로서 사운드의 질감을 설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깊이 있는 배려가 이뤄진 곡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곡 자체가 너무 산만하고, 특히 보컬 트랙에의 통제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생각하기 쉽듯, 보컬리스트의 기량과 스튜디오 작업의 정성이 부족할 때 발라드 트랙은 더 쉽게 약점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특이한 점이 있는 흥미로운 곡이지만, 결과물의 함량은 부족하다.
미묘: 디스토션 기타가 힘을 부여한 위에 여러 겹의 신스가 나름 매력 있게 적당히 까불까불 하면서도 산뜻한 분위기를 잡아낸다. 멜로디나 가사가 다소 유치하다 할 수도 있으나 캔디팝임을 감안하면 꼭 나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보컬의 녹음과 처리가 무척 얇고 빈약한 것이 큰 흠인데, 뻣뻣한 듯 미성숙한 느낌을 매력으로 받아들이기엔 명백히 함량미달로 마무리된 부분들이 적지 않다. 후렴은 보컬 편곡이 조금 산만해서 그렇지 다른 부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보컬 트랙을 선보이는데, 왜 다른 곳에선 그리 하지 못했을까.
유제상: 멤버들의 매력이 데뷔 싱글의 부족함을 어디까지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공개된 음원만 들었을 때 하디의 'Hello'는 무색, 무취, 무향의 절정을 달린다. 예측한 대로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비트도 그렇지만 평자를 아연실색하게 한 것은 바로 가사다. 개그콘서트의 코너 '진지록'처럼 "hello와 baby를 넣어 가장 노잼인 가사를 만들어보자"는 조건이라도 걸었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가사가 OK를 받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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