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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뉴진스 : ①‘Attention’,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설렘

소위 ‘민희진 걸그룹’으로 불리던 뉴진스가 베일을 벗은 지도 어언 2개월 째. 씬에 한 차례 광풍을 휩쓸고 지나간 이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 3인이 각자의 단상을 적어보았다. 첫 번째 글 “‘Attention’,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설렘”에서는 필자 랜디가 화성학적 분석을 토대로 ‘Attention’의 심상을 파헤친다.

소위 ‘민희진 걸그룹’으로 불리던 뉴진스가 베일을 벗은 지도 어언 2개월 째. 씬에 한 차례 광풍을 휩쓸고 지나간 이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 3인이 각자의 고찰을 적어보았다. 첫 번째 글 “‘Attention’,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설렘”에서는 필자 랜디가 화성학적 분석을 토대로 ‘Attention’의 심상을 파헤친다.

New Jeans
ADOR
2022년 8월 1일

여름 내내 뉴진스의 ‘Attention’을 잘 들었다. 이 곡은 뉴진스 첫 EP “New Jeans”의 1번 트랙이자 뉴진스가 (뮤직비디오 공개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곡이기도 하다. 음악 방송에서는 이 곡 뿐 아니라 ‘Hype Boy’와 ‘Cookie’ 세 곡을 홍보하고 있지만, 최초 공개였다는 사실 때문에 ‘Attention’은 유독 이들의 데뷔 EP 속에서도 가장 데뷔곡답다는 인상이 있다. 꿈꾸듯이 설레는 동시에 적당히 활기찬 느낌을 주는 곡이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 (혹은 아주 어릴 적) 20세기의 패션이나 대중문화를 다시 소환해 자기 식대로 재밌고 발랄하게 소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BGM으로 쉬이 상상이 된다.

곡의 맨 처음, 챈트 같은 보컬 찹(사람 목소리 트랙을 짧게 짧게 끊어 소스로 활용하는 기법)과 클랩 소리가 별안간 튀어나온다. 이 보컬 찹은 몽롱한 E. 피아노가 주된 선율과 화성을 맡는 ‘Attention’에서 곡의 에너지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주된 요소다. 혜인이 “M-m-m” 하며 주의를 집중시키고, 이내 건반이 들어오며 노래 전체를 이끌어가는 화성과 박자를 소개한다. 이 때가 이 챈트와 박수 소리가 1, 2, 3, 4박 중에 2와 4박(백 비트라고도 부른다)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보통 라이브 공연을 볼 때 어르신들은 1과 3에 박수를, 젊은이들은 2와 4에 박수를 치지 않나. 이 챈트와 박수가 2와 4박이었다는 걸 다운비트 없이도 느꼈다면 체내의 박자 카운트 체계가 젊은 사람이다. (나는 아무리 애써도 1 3으로 세고 만다. 포기했다) 이 챈트 같은 보컬 찹이 마치 자유롭게 춤추는 댄서나 스포츠 경기의 응원처럼 들린다. 전주의 반복이나 다름없는 후렴에서 E. 피아노는 코드를 뭉쳐 선명하기보다는 화사하면서도 블러(blur) 같은 이미지로 연주하고 있지만, 뒤에서 “ay, ay”처럼 들리는 끊임없는 보컬찹 추임새가 이 곡을 몽환적이기만 하지 않게, 스포티한 느낌이 나게 북돋아준다. 뮤직비디오의 전광판 속 달리는 토끼들처럼 키치하면서, 안무 속의 가벼운 바운스처럼 생기가 느껴진다.

공식적인 곡 소개는 “Minor와 Major를 오가는 키 체인지만큼이나 두근대는 마음을 당당히 표현한 곡”이라 설명하고 있다. 들어보면 정말 메이저(장조)인지 마이너(단조)인지 헷갈리는 진행이다. Bb이 근음이 되는 건 확실하지만, Bb가 “도” 역할을 하는 Bb메이저인지, Bb가 “라” 역할을 하는 Bb마이너인지가 모호하다. 여기에는 음악 이론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멜로디(탑라인), 또 하나는 코드 진행이다.

멜로디 (탑라인)

전주 속 코러스나 “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 하고 들리는 걸 들어보면 두 개 음 사이 간격은 단3도(흰건반 검은건반 모두 포함해 4칸 차이. 예: -(시b)-(시)-)다. 단3도가 반복되면 마이너 키의 ‘라 – 도’처럼 들린다. 첫 벌스가 시작하고서도 그렇다. “You and me (도 라 도) 내 맘이 보이지 (라 도도 라라도) 한참을 쳐다봐 (라 도도 라라도) 가까이 다가가 (라라도 라라도) You see (라 도시라)”… 이렇게 들린다.

그런데 다음 줄 민지의 “You see”의 음 사이 간격은 장3도(흰건반 검은건반 모두 포함해 5칸 차이. 예: -(도#)-(레)-(레#)-)다. 장3도가 반복 되면 메이저 키의 ‘도 – 미’처럼 들린다. 마이너 키인 줄 알았던 맥락에 예외가 생긴 것이다.

반복되는 벌스도 마찬가지다. “One, two, three 용기가 생겼지” 하는 부분은 마이너인 단3도, 마지막 두 줄 “여기”, “You see”는 메이저인 장3도다. 노래가 처음에 던지는 인상은 마이너 키에 가까운데 중간중간 이렇게 변칙적인 멜로디가 등장하며 듣는 귀를 헷갈리게 만든다. 2절에서는 이 부분을 아예 “널 우연히 마주친 척 할래 못 본 척 지나갈래” 하고 음이 거의 부여되지 않은, 웃음기가 곁들여진 챈트로 처리한다.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프리-코러스에서도 이런 혼란이 반복된다. “Drop the question, drop the drop the question”, “Want attention, wanna want attention”의 장3도가 반복 돼서 자신 있게 메이저인가 보다 하게 만들다가, 프리-코러스 막줄 “꿈에서 깨워주지 마”의 “주지 마”는 또 단3도라서 마이너처럼 섹션을 닫는다. 

그리고 바로 전주의 그 신비로운 코드로 돌아가 노래의 주제인 “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을 노래한다. 음 간격이 딱 옥타브 차이라, 이쯤 되면 메이저(도↗도)인지 마이너(라↗라)인지 분간할 수 없고, 모호하게 기분 좋은 느낌만 남는다. 마침 ‘어텐션’에서 ‘션’의 [ʃ] 발음은 뒷잇몸에서 만들어지는 바람 소리라서, 한 옥타브 위를 단번에 찍는 파격적인 전개에도 편안한 산들바람처럼 들리기만 한다. ‘Attention’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와는 상충되는 이 발음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을 음악적으로 잡아냈다.

코드 진행

노래는 기본적으로 Gbmaj – Abmaj – Bbmaj, 이 3개 코드의 반복이다. 앞의 두 코드인 Gbmaj와 Abmaj는 Bb마이너 키일 때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코드다. 반면 Bbmaj 코드는 Bb메이저 키일 때 자연스러운, 심지어 홈베이스 ‘도’가 되는 코드다. 일단 이 진행을 “어텐션 코드 진행”이라고 부르자. 메이저 곡 중간에 “어텐션 코드 진행”이 나오면 뭔가 색다르면서 희망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난다. 닌텐도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주제곡이 좋은 예다.

반면, 마이너 곡 중간에도 이 코드 진행이 나올 수 있다. 이때는 마이너 진행 중에 마지막이 예외적으로 메이저 코드로 바뀌는 거라, 슬픈 노래가 갑자기 밝아지며 신비하게 변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전에 아이돌로지에 오마이걸의 ‘다섯 번째 계절’을 리뷰하며 이 ‘피카르디 3도’를 설명한 적이 있다.

따라서 “어텐션 코드 진행”은 메이저 곡에서도, 마이너 곡에서도 나올 수 있다. 메이저 곡에 예외적으로 마이너 코드를 허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마이너 곡에 예외적으로 메이저 코드를 허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라 딱 잘라 말하기 쉽지 않다. 결국은 멜로디 등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야 하는데, 위에 말한 이유로 ‘Attention’은 멜로디로도 이 라벨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 모호함까지가 이 곡의 매력이다.

케이팝에서 이 코드 진행을 많이 쓴 대표적인 팀으로는 샤이니가 있다. ‘산소 같은 너’ 후렴이나 ‘줄리엣’의 프리코러스와 후렴, ‘Sherlock’의 후렴, ‘Dream Girl’의 후렴이 이런 온음 계단식(whole-tone chromatic) 코드 진행을 품고 있다. 서양의 록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비틀즈 코드 진행”(‘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의 도입부와 ‘Lady Madonna’의 후렴 끝 등에 나온다)이라 부르고, 게임 팬들 사이에서는 “수퍼 마리오 케이던스”(노래의 단락을 끝맺는 코드 진행)라 부르니, 케이팝 팬인 내 입장에서는 “샤이니 코드 진행”이나 “어텐션 코드 진행”이라 부른대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가사는 문장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행이나 단락마다 분절되어 그 순간의 주의를 끈다. 한국어와 영어가 박자를 쪼개며 등장한다. 휴대폰 액정 속 퐁당퐁당 이어지는 말풍선 대화 같기도 하고, 낱개의 ‘트윗’들 같기도 하다. 전체를 읽으면 그 분절된 감각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이룬다. 같은 EP의 ‘Hype Boy’의 가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조형돼있다.

한국어 행 중 몇 군데는 묘하게 90년대 발라드 가요 같은 향취를 풍기는데, 그게 특히 나이가 있는 청자들에게는 펀치라인처럼 기능하는 것도 재미 있는 포인트다. ‘Attention’의 프리-코러스 마지막 줄인 “꿈에서 깨워주지 마”나 ‘Hype Boy’의 후렴 중 3행 “내 지난 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같은 곳 말이다. 한 줄에서 90년대 가요적 가사(“지금 돌아서며는”)와 따닥 따닥 하고 붙는 2010년대 힙합 리듬(“Need ya, need ya, need ya”)을 함께 들을 수 있는 부분도 별미다.

상기했듯 이 곡에서는 ‘Attention’이란 단어의 부정적인 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멸적 시선에 맞서 싸우고 있지도 않다. ‘관종’ 같은 욕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문화는 관심을 구하는 행위를 꽤나 터부시함에도 말이다. 곡 소개에서 말하는 ‘당당함’은 격렬한 자기 주장이나 저항의 형태로 나타나 있지 않다. 그들의 ‘당당함’은 단지 ‘개의치 않음’이다. 누군가 ‘너 관심 받고 싶구나’ 하고 수동공격 질문을 던지더라도, ‘그래 보였어? 맞아, 나 관심 좋아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할 것 같은 애티튜드다.

얼룩소에 보낸 글에서 다루었듯, 걸그룹의 저항적인 이미지에는 분명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이미지에는 화자를 억압하는 무언가가 저항의 대상으로서 함께 한다. 듣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억압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이것이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Attention’은 그런 것들로부터 유리되어 여유 있고 칠(chill)하게 들린다. 이게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아닐까 걱정 되면서도, 지금 이 편안함이 달콤하게 들리는 건 이런 종류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설렘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꿈처럼 모호하고, 관념적인 투쟁으로부터는 한 발짝 떨어진, 한가롭고 매혹적인 곡이다. 뮤직비디오 속 스페인의 어느 바닷가처럼, 바캉스 휴양지에서 도착한 엽서처럼, 가지 못하는 어딘가를 꿈꾸며 여름 내내 즐거이 들었다.

By 랜디

K-Pop enthusiast. I mea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