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 2022년 7월 – 싱글

에린: 에이핑크 초봄이 이번 싱글 활동을 위해 발매한 'Copycat'과 'Oscar'는 각각 기존 에이핑크 그룹의 저변을 확대한다. 에이핑크는 블랙아이드필승의 '1도 없어', '%%', '덤더럼', 'Dilemma'를 거치며 청승맞은 통속성이 강화되었는데, 이번 에이핑크 초봄의 'Copycat'은 무난한 팝을 지향하며 통속성과는 거리를 둔다. 연기로 한 겹 쌓인 듯한 기타와 신스 사운드가 초롱과 보미의 미끈한 보컬과 어우러져 세련미를 더하고, 부드럽고 은은한 멜로디와 조화를 이룬 덕에 기존 에이핑크의 세련된 댄스 팝의 공백을 채운다. 'Copycat'과 함께 발매한 'Oscar'는 에이핑크에 서늘한 분위기를 부여했던 정규앨범 "HORN"의 'Single Rider'를 떠오르게 하는데, 'Oscar'는 더 나아가 에이핑크와는 사뭇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복수'라는 주제를 표현하여 스산함을 자아낸다. 곡의 초반부-후반부의 빗소리와 반복되는 저음의 음산한 코러스("I know what you did")는 때를 기다리며 "완벽히, 실수 없는" 복수를 실행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여 오싹함을 증폭한다. 세련된 팝의 'Copycat'과 스산함을 자아내는 'Oscar'를 중심으로 에이핑크 초봄은 현재 에이핑크에 여백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우고 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에이핑크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는 데에 의의가 있는, 새로운 유닛의 데뷔이다.

에린: 'Sneakers'는 있지의 중요한 키워드인 '나'라는 주제를 상기하는 동시에, 데뷔한 지 만 3년이 지난 그룹으로서 여유로운 활달함을 내세운다. '달라달라'에서부터 노래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한 나'라는 주제를 다시금 노래하면서도 이전보다 여유가 돋보이는 데에는 퍼포먼스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본래 있지의 퍼포먼스는 다섯 멤버가 쉴 새 없이 바뀌는 대형 가운데 힘이 넘치는 동작을 일사불란하게 구사해 그 저돌적인 에너지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Sneakers'는 강렬했던 이전의 퍼포먼스와 달리 무게감을 확연하게 덜어낸다. 곡의 제목에 걸맞게 발재간이 위주가 되는 안무로 스니커즈를 신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들을 연출하며 곡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다섯 멤버의 정확한 동작 구사는 있지의 여유로움을 돋보이게 하며 통통 튀는 활발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강렬한 퍼포먼스의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담아내며 있지에게 해방감을 부여하는 트랙.

스큅: 스테이씨는 컴백을 거듭하며 상쾌한 버블검 팝에 서정성을 덧입히는 작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Beautiful Monster'는 그 제목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나듯 사랑에서 비롯되는 양가감정을 통렬하게 쏘아붙이며, 가사를 상투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비껴가는 뒤틀린 팔 동작은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다만 그룹의 성숙에 따라 주입된 정서가 타이틀곡에서는 유독 '성숙함'보다는 '올드함'에 가까운 인상을 풍긴다. 주제는 (특히 케이팝 걸그룹의 '소녀상'에 있어서) 매우 유구하고 통속적인 데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아주 단선적인 표현법에 담아내고 있어 케케묵은 신파극의 느낌마저 드는데, 데뷔 초 내세웠던 '틴프레시'라는 캐치프레이즈와는 사뭇 어긋나는 양상이다. 그룹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에 보다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에린: '나빌레라'의 미니멀한 리듬은 곡에 의도적인 여백을 조성하여 현아의 목소리만을 부각한다. 곡의 가볍고 단순한 리듬 위로 내리꽂는 현아의 또렷한 후렴구 랩("나빌레라 나 나 나빌레라")은 곡에서 존재감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 역시 후렴구의 특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곡의 확산을 의도한다. 뮤직비디오는 종류가 다양한 오브제 보다는 단색의 배경을 사용해 곡의 미니멀함을 표현하고, 현아의 퍼포먼스는 "나빌레라"의 반복에 맞추어 팔 동작을 순서대로 교차하는 비교적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구사한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곡 안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분절적으로 반복되는 후렴구에 중독성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데에 충실한 기획이다.

마노: 듣고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직속 선배 그룹의 히트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뽕끼' 어린 사운드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은 노랫말이 뜯어 볼수록 마음에 걸린다. "Okay I’m nerdy but I’m not stupid 어쩔", "E와 I 사이 어디쯤에 있어", "I’m a weirdo 덕 who let the 덕 후" 같은, "멤버들의 또래보다는 다소 윗세대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보이는" 유행어의 활용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기만 하고 맥락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게다가 '너드(nerd)'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납작하기 짝이 없다. 너드는 단순히 어떤 옷차림이나 '찌질함', '어리바리함', '괴짜력' 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닐 뿐더러, 아무리 봐도 '너디함'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링 역시 곡의 설득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셀프 프로듀싱에 능한 멤버들이 포진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비양심적인 자가복제를 일삼는 프로듀서가 전면에 배치된 것은 사실상 기만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지. "신인 그룹을 제작할 때 한 명도 채 찾기 힘들다는 매력적인 음색의 메인 보컬이 이 팀에 다 모여있"으면 뭐하나. 정작 프로듀서가 팀의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는데 말이다.

조은재: 같은 레이블에서 데뷔한 다른 그룹들의 데뷔곡과 비교해봐도, 'Monochrome'은 유난히 매끈하게 잘 깎여있다는 인상을 준다. 러프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깔아둔 베이스나 힘껏 내지르는 챈트 같은 것들이 외려 '신인의 패기'를 정석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에 그쳐 있다. 그러나 기본기가 잘 잡혀있는 멤버들의 역량이나 캐릭터를 보여주기엔 적당해 보이기도 하는데, 레이블의 기획력보다 멤버들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은 언제든 각광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등장한 대부분의 신인 그룹에게도 해당하는 바지만,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보다 멤버들 본연의 매력에서 나오는 독특한 코드를 빨리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 숙제일 듯하다. 인기를 견인해줄 수 있는 정도의 네임 밸류를 가진 레이블이 아니라면 더더욱 시급한 부분.

조은재: 청순계 비주얼 콘셉트와 반음계의 코드 진행 때문에 러블리즈를 연상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하지만 절 부분 일부의 진행을 제외하면 오히려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을 계승하는 전형적인 걸그룹 버블검 팝의 공식을 따른다. 보컬 하모니 역시 러블리즈가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유니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랩 파트를 배치하는 방식 또한 러블리즈와 판이하다. 러블리즈를 프로듀싱했던 원피스는 찰랑거리는 질감으로 신스팝의 미덕을 견지하는 것이 초유의 관심사인 것처럼 곡을 만들곤 했지만, '첫사랑 (Pop? Pop!)'은 원피스가 프로듀싱한 러블리즈 곡들에 비해 우렁차고 힘찬 소리로 가득하며 가사 또한 서정성보다 서사성을 강조한다. 퍼포먼스 또한 러블리즈가 가지고 있던 섬세하고 위태로운 감정선이 배제된 대신 하이틴의 해맑고 경쾌한 에너지로만 채워져있다는 점에서 전형성을 보인다. 러블리즈 뿐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콘셉트의 걸그룹과 어떤 차별점을 만들어 나갈지 기대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