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리스트
- Intro : Serendipity
- DNA
- Best Of Me
- 보조개
- Pied Piper
- Skit : Billboard Music Awards Speech
- MIC Drop
- 고민보다 Go
- Outro : Her
음반소개글
랜디: 빌보드 수상 후의 첫 번째 발매반이다. 이전 앨범들이 ‘해외 트렌드를 로컬라이즈 해서 국내에 수입하는 것’을 의식하는 듯했다면 이번 앨범은 ‘케이팝을 미국 차트에 맞게 로컬라이즈 해서 차트인 하는 것’을 가장 신경 쓴 듯하다. 버스마다 대비가 뚜렷한 EDM곡들의 전반부와, 라틴 소스 인기가 한창인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후반부가, 적절한 에너지 배분과 함께 무리 없이 흘러간다. 타이틀곡 ‘DNA’는 EDM 전반부 중에서도 한국의 청자에게 덜 낯설게 들릴 만한 휘파람이나 스타일리시한 기타 스트로크 소스로 시작하는 것이 가히 여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온 로컬라이징의 정수라 할 만하다. ‘Outro : Her’에서는 오랜만에 붐뱁 샘플링에 랩을 얹는 트랙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이들의 아우트로가 다음 앨범으로 이어지는 힌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음 발매반에서는 올드스쿨 힙합의 흔적을 좀 더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미묘: 많은 이들이 빌보드 수상 소감을 녹음한 스킷인 6번 트랙을 중심으로 앨범을 양분하는데, 조금 다르게 본다. 4번까지는 사랑으로 대변되는 팝송의 주제를 방탄소년단식의 거창함으로 제시하고, 5번부터는 슈퍼스타로서의 삶을 표현하며 논픽션과 모큐멘터리 사이에 모호하게 위치한다. (그렇다면 이 여정에서 빌보드 수상은 제법 앞부분에 배치돼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구성이 된다.) 이때 청자는 연인과 팬, 또는 연인이자 팬이 되고, 화자는 현실의 방탄소년단과 서사 속 슈퍼스타인 방탄소년단으로 나뉜다. 6번의 스킷이 일견 과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두 세계가 슬그머니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 역시, 청자와 화자의 관계가 약간의 모호함과 함께 방탄소년단과 팬으로 설정된 듯한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일 것이다. 빌보드 수상이라는 극적인 이벤트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작품의 서사 속에 끌어안는 셈이다. ‘DNA’는 섹션이 바뀔 때마다 새로움을 주면서도, 다른 정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적확한 다음 블록을 속도감 있게 쌓아 나간다. ‘Best Of Me’는 이를, 감상성과 댄스플로어의 차가움을 절묘하게 이어 붙임으로써 달성한다. ‘MIC Drop’이나 ‘고민보다 Go’ 역시 팀 특유의, 약간의 광기가 섞인 강렬한 에너지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빌보드 수상이 아니라면 케이팝에서 누가 이런 걸 보여줄 수 있겠나’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심은보(GDB):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적당히 팝하고, 적당히 트렌디하다. ‘Skit : Billboard Music Awards Speech’ 전후로 EDM과 힙합으로 나뉘면서 그사이를 디스코 트랙 ‘Pied Piper’가 채우는 것도 나름대로 구성에 신경을 썼다고 느껴진다. 전반부는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시도처럼 느껴진다. 랩보다는 보컬에 비중을 두고, 공격적이거나 꽉 찬 사운드 대신 최근의 케이팝을 간결하게 다듬은 느낌은 확실히 흥미롭다. 후반부의 힙합 트랙은 유행했던 힙합 싱글들의 맥락을 조금씩 빌려오지만, 어딘가 애매하고 부족한 프로덕션 때문인진 몰라도 조금씩 아쉽다. 여기엔 ‘Skit: Billboard Music Awards Speech’ 하나로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맥락을 연결하기 부족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요: “화양연화 pt.1”과 “pt.2”, 그리고 “Wings” 앨범까지 방탄소년단은 힙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오히려 전자음악과 훨씬 더 가까운) 사운드를 내세운 타이틀 곡들로 재미를 많이 봤다. 이번 앨범은 노림수가 더 명확하다. 확실히 최근 해외에서 무서운 기세를 보이는 그룹인 만큼 가장 최근 유행하는 (케이팝이 아닌) 팝 사운드에 집중한 모양새다. 앨범의 전반부는 굉장히 인상적인 흐름을 선보이는데 특히 멤버들의 장르 이해도와 지난 앨범들에 비해 한층 더 물오른 보컬이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창력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곡의 집중도를 몇 배는 더 끌어 올린다. 스킷 이후 힙합 트랙들이 이어지지만 (‘MIC Drop’, ‘고민보다 Go’, ‘Outro : Her’)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뿐, 전반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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