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ft : 오마이걸 반하나 –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2018)

이미지 ⓒ W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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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유해하고 위험한 '오해' by 마노

마노: 우선, 이번 활동과 관련한 일련의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와 지적이 나왔으므로 여기서는 굳이 논하지 않겠다. 물론 타이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모든 면에서 – 노래, 가사, 컨셉, 안무, 뮤직비디오, 그야말로 모든 것이 – 한없이 유해하고 위험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게으르고 안일한 프로덕션이 앞으로가 기대되던 한 그룹의 커리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고도 본다. 주 소비자층이 10대에서 20대 초반 여성에 포진되어 있으며, 전작(Draft : 오마이걸 – 비밀정원 (2018))으로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고 근사한 성장 서사를 일구어낸 그들이, 대체 왜 원숭이 분장을 하고 속옷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듯한 옷을 입고서 엉덩이를 긁는 춤을 추어야 한다는 말인가. 성토할 것은 밑도 끝도 없이 많지만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앨범 전체가 제시하는 서사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소속사 WM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공식 입장문을 살펴보자. 앨범 전체에 대해서는 ‘이번 오마이걸 반하나의 팝업 앨범은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진 앨범으로 가사의 일부 단어가 아닌 곡 전체 맥락에 담긴 스토리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하며,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거나 결핍된 부분이 있더라도 희망을 품고 극복해 나가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노래한 긍정적인 메시지의 곡’이라 자칭하고 있다. 수록곡 ‘하더라’에 대해서는 ‘서로 다름에 대해 일반적인 시선이 주는 ‘오해’에 대해서 표현한 노래’, ‘서로 다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해나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 밝히고 있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결론적으로, ‘바나나에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원숭이’로 대표되는 소수자(왜 하필 소수자를 설정하는 데 그것이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인지에 대해서도 무척 할 말이 많으나, 분량상 생략하기로 한다)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커녕, 섬세하지 못한 방식으로 인해 완전히 정반대로 소수자 혐오의 것으로 보이는 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 대한 외부 집단의 시선을 그려낸 ‘하더라’는 자칫 ‘집단따돌림 조장 송’으로까지 보일 만한 요소를 잔뜩 내포하고 있다. “재수 없긴 하더라”, “걘 좀 이상하더라”, “그래도 착한 앤 것 같아 / 그렇게 놀리지는 말자”, “너 대체 누구랑 친구야? / 우리랑 친구인 거 아냐?”라는 가사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실제로 오마이걸은 로우틴 연령대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는데, 아직 교육 제도권에 놓여있는 10대들은 학교와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가 사실상 세상의 전부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학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할 정도로 크다. 그들에게 있어 ‘또래집단’은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이다. 무척이나 잔인한 사실이지만 10대들에게 또래집단이란 일종의 권력과도 같으며, 이러한 또래 문화 내의 알력 다툼으로 인해 일희일비하며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기에 십상이다. “너 대체 누구랑 친구야? 우리랑 친구인 거 아냐?”는 소위 ‘또래집단 압박(peer pressure)’을 명확히 드러내는 한 줄이다. 가사 전체는 아예 따돌려지는 대상에 대한 ‘뒷담화’와 수군거림 그 자체다. ‘쟤를 같이 따돌리지 않으면 너는 우리 친구도 아니다’라는 또래 압박을 은유하는 가사를 내세우면서, 그리고 그 한 줄에 어쩌면 트리거가 당겨질지 모르는 청자를 배려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감히 ‘이해와 배려’를 논한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실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치졸한 변명으로만 일관할 셈인가.

‘실제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면 섬세하고 면밀하게 다루었어야 마땅했다. 주먹구구식의 나이브하고 시대착오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전적으로 프로덕션의 책임이다. 그러고도 감히 ‘오해를 풀어 주시기를’ 바란다니, 오해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내놓고서 이제는 소비자에게 화살을 돌릴 셈인가. 알러지 증상에 대한 희화화, 성적 대상화적 유아 퇴행, 소수자 혐오와 집단따돌림 조장. 이 모든 것이 그저 소비자의 ‘오해’일 뿐이라니, 기만이고 모독이다.

비밀정원에 심은 바나나 나무에 대한 변 by 심댱

심댱: 오마이걸 반하나는 오마이걸 기존의 활동과는 차별화를 둔, 팝업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바로 그 전의 ‘비밀정원’으로 기대치를 높여놓았기에 더 큰 실망을 불러온 듯하다. (비밀정원에 심은) 바나나를 먹거나 혹은 먹지 못하는 원숭이들의 이야기는 심히 유치하고도 유해하지만, 그중에서도 빛나는 보물이 하나 숨겨져 있긴 하다. 바로 마지막 트랙인 ‘반한 게 아냐’다.

약자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괄시가 들어있지만 나름의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바나나알러지원숭이 앨범은 마지막 트랙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바나나우유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포용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비록 다수를 의식해 뾰족한 말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승희가 달콤한 목소리로 상대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이전 ‘내 얘길 들어 봐’ 활동으로 들려줬던 나른한 하와이풍의 멜로디가 이어지면서 원숭이 화자의 내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1절 가사를 살펴보자.
괜한 오해하지 말아줘 너를 바라보는 게 아냐 그저 우연하게 눈이 마주친 거야 (중략) 친구가 들려준 너의 얘기들이 신경 쓰여 사실 궁금하기는 했어
알러지를 가진 원숭이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하더라’로 유추할 수 있는 친구들의 수군거림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화자가 있다. 어떤 원숭이는 상대에게 관심이 있고 내심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거리를 둔다. 그러다 마주한 ‘너의 뒷모습’이나 ‘달콤한 향기’는 자꾸만 화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보기만 해도 닿기만 해도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그에게 반한 것이다. 후렴구에서 반한 게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달콤함에 웃어버리며 그에게 ‘빠져버린걸’이라며 자기 긍정에 한 발자국 다가간다.

다음은 브리지 가사다.
I think about you 지금 이 떨림 숨이 차 헷갈리는 걸까 I’m going crazy 느껴지는 이 감정은
해당 부분에 락킹한 기타를 넣어 화자의 혼란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자의 부정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다. 이내 마지막은 점점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가 상대에게 ‘반해버렸음’을 인정하며 마무리한다.

‘반한 게 아냐’ 속 화자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포용하게 된 계기는 사실 설득적이지 못하다. 그저 반해버렸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전복시키는 것이라 단속하기도 이르다. 심지어 이 노래가 끝난 이후 그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옹호하고 그와 사이좋게 지냈는지는 뚜렷하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바나나를 좋아하는 보통의 원숭이 중 그 누군가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반한 게 아냐’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유닛과 승희 보컬이 함께 하는 트랙이 진정한 마무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브한 기획 중 가장 동떨어지지만, 소수자를 향한 관심을 틔워놓는 이 트랙은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부터 내려오는 모든 서사를 무시하고 듣기를 바라지만 또 그럴 수도 없어 조금 곤란한 곡이다. 비밀정원에 심은 바나나 나무가 참 골치 아프다. ‘반한 게 아냐’처럼 내심 기대할 것이 많은 오마이걸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오길 바란다. 솔직히 비밀정원에 심은 것이 바나나 나무뿐이겠는가, 그 외에 더 새롭고 놀라운 것이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슈뢰딩거의 원숭이 by 조은재

조은재: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편이 좋을 뻔했다. 오마이걸이 어떤 팀이었고, 이전에 어떤 노래를 불러왔는지 몰랐다면 지금처럼 참담한 감정까지는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식의 과도한 모에화와 유아화는 케이팝 걸그룹에게 흔하게 발견되는 레퍼토리였으므로,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특별히 ‘수준 미달’이라고 말하기엔 어쩐지 새삼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오마이걸의 첫 유닛 활동이라는 데에 있고, 오마이걸의 자체 커리어하이였던 ‘비밀정원’ 직후에 발표되었다는, 다분히 맥락적인 이유에 있다.

‘비밀정원’의 가사에 등장하는 ‘그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라는 가사를 심지어 팬들조차 ‘결국 바나나를 심어둔 거였다’고 비아냥 댈 수 밖에 없게 된 작금의 분위기는, 결국 세계의 주인공인 오마이걸 스스로가 스스로의 세계에 만든 헛점이기에 원망할 곳조차 찾을 수 없어 더욱 뼈 아프다. ‘비밀정원’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이후 앨범에 대한 기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오마이걸이 소녀의 성장을 결코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었다.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던 ‘비밀정원’은 소녀만의 것이 아니라, 소녀가 사랑하는 (모든) 이와 공유되는 세계 자체를 뜻했다. 화면 너머의 화자와 2인칭으로 대화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아이돌은, 보이그룹에게는 진즉 널려 있었으되, 걸그룹에게서는 (의외로) 흔히 볼 수 없었던 것이라 리스너들에겐 반가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시 ‘비밀정원’의 기저에 깔린 출처를 알 수 없는 비장한 정서를 느꼈다면, 그것은 이전에 보이그룹에게서도 읽었던 적 있었던 정서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일회성 콘셉트라기엔 너무 많은 것을 뒤엎어버렸다. 섬세하게 다듬어져있던 멜로디는 오마이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였으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단조롭고 뻔한 진행을 끌고 가다가 듣는 이의 눈치를 보는 듯 억지스러운 반전을 끼워넣었다. 초창기에도 이미 지적된 바 있었던, 아동복처럼 작은 사이즈의 의상은 ‘Windy Day’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성장의 이미지를 거쳐오며 ‘비밀정원’에서 피크를 찍게 되었는데,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아동복도 모자라, 원숭이 모티브의 디자인도 아닌, 진짜 원숭이 의상을 입히는 데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심각한 것은 퍼포먼스다. 노골적으로 동요의 창법을 구사하며 원숭이의 행동을 흉내내는 율동을 해보이는 것은 퍼포머에게, 그것도 오마이걸처럼 수준급의 스킬을 보유한 아이돌에게는 차라리 치욕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그 콘텐츠를 소비해야할 대중에게도 치욕스러운 일이다. 대중이 오마이걸에게 ‘비밀정원’ 이상의 정교한 퍼포먼스를 기대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그들 세계관 내에서도 충분히 성장한 성인을 아동처럼 소비하길 강요받는 것이 대중에게 치욕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유닛이기에 원래 그룹과 차별화된 콘셉트가 필요했다는 변명을 하기엔, 오마이걸 반하나가 오마이걸과의 차별화를 완고하게 거부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방송 무대에조차 유닛 멤버 3명 외에 다른 멤버들도 출연하며, 모든 앨범 활동에 다른 멤버들이 동행하고 있다. 음악 또한 기존 오마이걸과 장르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큰 차별점을 만들지 못한다. 결국 변별점을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콘셉트’ 뿐인데, 요는 그 ‘콘셉트’가 기존 그룹과 동떨어진 별개의 세계관을 구성하지 못하고, 역으로 이미 구축했던 세계를 공격하고 붕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붕괴시킨 것은 비단 ‘콘셉트’ 뿐만 아니라, 성장 서사를 통해 완성되어 가던 오마이걸의 세계관 자체였다. 그리고 아마, 이대로 가다가는 팀의 명운마저도 뒤집어버릴 위험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청순, 큐트로 데뷔해 섹시, 카리스마로 마무리 되는’ 걸그룹을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봐왔다. 이제는 피로감을 느낄 법도 하건만, 아직도 클래식이자 스테디로 간주되는 경향이 업계에 남아있다. 한 마디로, 걸그룹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콘셉트 상에서 변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케이팝이 소녀의 ‘성장’과 ‘변태’ 사이의 섬세한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대부터였고, 그 바탕에서 등장한 것이 현재 활동 중인 3세대 걸그룹이다. 소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성장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제 막 보여주려던 찰나, 다시 ‘인형 옷 갈아입히기’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어떤 ‘참사’에 유감을 표한다. 슈뢰딩거의 원숭이, 그리고 소녀는 어디에 서있는가.

오마이걸 반하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WM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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