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 타이틀곡 ‘Jealousy’의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몬스타엑스가 드디어!’를 외쳤다. 그간 꽤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왔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전작의 기세를 계승하면서도 팀 커리어를 긍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앨범 역시, ‘드디어!’라는 기대감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Jealousy’라는 곡 자체에서는 섹슈얼함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는데, 진가는 퍼포먼스에서 드러난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으른 섹시’를 드러내는데, 원숙하거나 농익은 느낌은 아니지만, 데뷔 4년 차의 보이그룹으로서, 그리고 현재까지의 그룹 컬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최대치라 할 수 있겠다. 약간의 나른함을 겸비한 ‘남성적인’ 섹시미와는 다소 대조되는, 조금은 치기 어린 느낌의 가사 속 “I got it 일곱 중 마지막 차례”, “지금 왜 또 셔누 얘기를 하니”와 같은 파트에서는 ‘현실 세계의 몬스타엑스’적 모멘트를 보이기도 한다(미쓰에이의 “내 이름은 수지가 아닌데”가 기억나는 분들도 계시리라). 현실의 멤버가 가진 ‘야망’과, 멤버가 연기하는 노래 속 화자가 품은 질투심이 겹쳐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전한다. 타이틀도 출중하지만, 수록곡 역시 상당히 준수한데, 전반적으로 비장하면서도 묵직한 텐션을 유지하는 와중에 적절히 쉼표를 주는 트랙들이 군데군데 빛을 발한다. 모두가 보통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특히 제목 그대로 한여름의 폭우가 쏟아지는 이비자의 풀파티를 연상케 하는 마성의(!) ‘폭우’와, 산뜻한 온기로 가득한 원호의 자작곡 ‘If Only’는 절대로 놓치지 않길. 몬스타엑스를 지금껏 놓치고 있었다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될 한 장.
심댱: 작년 심즈 셔누(?) 혹은 ‘DRAMARAMA’로 눈도장을 찍은 몬스타엑스가 제대로 노를 젓고 있다. 청순한 짐승남이라는 타이틀을 적당히 걸고 있는데, 그 신파적인 순정은 빅스의 ‘다칠 준비가 돼 있어’가 주었던 짜릿함을 연상시킨다. 질투라는 귀여운 소재가 든 가사는 청순함을, 끓는 듯한 비트에서는 짐승 같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가사 중 ‘우리 아무 사이 아닌데 뭐지’ 하는 셔누는 제삼자의 어리둥절함 혹은 화자가 발휘하는 답답함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어서 2절의 ‘지금 왜 또 셔누 얘기를 하니’라는 구절은 현실의 셔누를 부러워하는 멤버들의 질투 내지는 화자가 품고 있는 질투가 혼재되어 가상의 스토리에 현실성을 더해 재미를 주는 구간이라고 볼 수 있다. 몬스타 엑스가 제시하는 청순한 짐승남은 무미건조한 상대에게 ‘이거 사랑 맞니’라며 애정을 ‘폭우’처럼 퍼부어주기를 바라는 순정남의 매력은 ‘미쳤으니까’, ‘If Only’에서 극대화된다. 상대에게 미치고, 애정을 원하는 짐승남의 폭주는 ‘Destroyer’, ‘Special’에서 느낄 수 있다. 드라마틱한 구성의 ‘Lost in the Dream’이 비현실성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은 채, 두 가지의 이미지를 설득력으로 선보였다. 이로써 이전 활동에서 한 발자국 내디딘 EP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성민: 그야말로 ‘잘나가는 아이돌’이다. 해오던 것 중 좋았던 것들은 심화시키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들은 단호히 잘라내서 균형을 맞춰냈다. 그래서 사실 얼핏 보기엔 하던 것들 꾸준히 해낸 것에 그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겠지만,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 사이의 간극을 좁혀 결과물의 상향 평준화를 끌어내는 작업은 절대 보통 내공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약간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만화적인 가사는 한껏 세련되게 뽑힌 음악과 정교하게 수행되는 퍼포먼스에 얹어져 이 시대 최고의 ‘남자 주인공’을 연출해낸다. 이는 타이틀곡인 ‘Jealousy’도 그렇지만, ‘미쳤으니까’나 ‘Lost in the Dream’, ‘Special’과 같은 곡에도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원호의 작곡 참여로 시선을 끈 ‘If Only’ 또한 흥미롭다. 곡의 테마로 ‘우주’를 설정하는 이유는 대개 ‘(우주의 무한한) 시공간’ 개념을 빌어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확장하는 판타지를 곡의 배경에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함인데, ‘If Only’는 가사뿐만 아니라 편곡과 멜로디 등 곡 전체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끔 연출해낸 기지가 엿보인다. 환상적인 세계에 놓인 ‘남자 주인공’을 연출해낸 뒤에 화면 너머 히로인을 호명하는 가장 아이돌적인 연출 공식을, 무려 4년 차 아이돌의 농익은 노하우로 선보인,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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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Draft : 몬스타엑스 – The Connect : Dejavu (2018)”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는 아쉽습니다. 퍼포먼스나 섹슈얼한 면은 몬스타엑스로서 더 보여줄 수 있는데 곡에 맞게 절제한 느낌? 저라면 ‘Destroyer’ 도 타이틀로 고민했을 텐데, “셔누 얘기” 를 무대에서 안 하기는 아깝겠네요. ‘폭우’ 는 자그마치 3개의 장르가 합해진 콤비네이션. 둘 다 진솔의 싱인레를 만든 Caesar&Luoi의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