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 팬을 위한 한국대중음악상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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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마다 생각보다 묵직하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무게 있는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

수상자마다 생각보다 묵직하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무게 있는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상이 있다. (이하 한대음) 2004년에 시작해 지난 2월 28일 제 12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음악 관계자로 구성된 선정위원직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수상자에게도 딱히 별도의 상금이나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재정도 넉넉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비롯해 이 시상식에 얽히고 설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매해 무사히 시상식이 열리는 것만으로 기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대음은,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게 그 어떤 이해관계 없이 오로지 음악성만으로 후보작과 수상작을 선정하는 상이다. 그 명예를 가치 있게 여기는 이들만을 위해 어렵고 고되게 존재하는, 작지만 무척 소중한 의미를 가진 행사다.

한국대중음악상의 단골손님 f(x)의 루나. 11회 시상식에서는 드물게 수상자가 아닌 시상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대음 연륜 넘치는 루나의 포스. | 사진 스포츠조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대음은 때때로 아니 대체로 아이돌 음악을 하는 이들이나 따르는 이들에게 쉽게 소외 받는다. 아마도 작은 규모고, 화려한 쇼도 없고, 대형 기획사들과의 끈끈한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파심이지만 ‘음악성’만을 본다는 시상식의 취지 때문에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는 이들도 없진 않을 거라 본다.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굳이 힐난할 생각은 없다. 애정으로 깊이 들여다 보지 않으면 그런 오해를 사기 충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돋보기를 들이대 보면, 한대음은 의외로 아이돌 음악에 열려있는 시상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의 다른 어떤 시상식보다도 ‘상식적’인 비율로 아이돌 음악을 다루고 있는 시상식이다. 여기, 수작업으로 체크해 다소 조악한 퀄리티의 한국대중음악상 아이돌 연대기를 보면 심증은 더욱 정확해 진다. 2004년 제 1회 올해의 음악인 여자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보아의 활약을 시작으로, 한대음의 아이돌 음악 비중은 해당 연도의 아이돌 음악계의 흐름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성실히 담보한다. 한대음 안에서의 아이돌 팝의 비중은 소몰이 암흑의 2000년대 중반을 지나 아이돌 팝이 비로소 ‘대중’의 곁으로 성큼 다가섰던 원더걸스의 ‘Tell me’(2008년)를 기점으로 훌쩍 세를 확장한다.

원더걸스의 ‘Tell me’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아이돌 음악의 위상을 바꾼 곡일지도 모른다.

한대음 후보군으로 본 대한민국의 아이돌 음악의 전성기는 2009년에서 2013년까지다. 다른 해에 비해 독보적으로 많은 숫자의 후보들이 눈에 띈다. 특히 전체 5개 후보 자리 가운데 2NE1 ‘Can’t Nobody’, f(x) ‘Nu 예삐오’, 미쓰에이 ‘Bad Girl Good Girl’ 등 총 세 곡의 이름을 올리며 과반를 점령했던 8회(2011) 이후, 2013년까지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은 아이돌 잔칫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외에도 아이돌씬은 제 9회(2009)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와 음반 부문에 이름을 올린 태양을 시작으로 팝, 힙합 분야 등 다양한 장르 후보를 배출하며 이전보다 다양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매해 자랑해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기세는 2015년 12회 시상식에서 급격히 꺾인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 6곡 가운데 아이돌 음악이 5곡을 차지했고, 종합부문 올해의 노래 부문에 두 곡의 후보를 올리기도 했던 11회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표다.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종합부문 후보를 전혀 내지 못했고, 한 때 아이돌 음악 판이라며 비난마저 쇄도했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서도 음반과 노래를 합해 인피니트“Season 2” 단 한 장만이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라면 팝, 댄스&일렉트로닉, 알앤비&소울 등 다양한 장르에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아이돌을 넘어선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선 이들의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정도일까.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뮤지션 여자솔로 부문을 수상한 핫펠트. 솔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받는 상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진 핫펠트 인스타그램

이 위기 아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터 놓고 말해 대부분의 수상작이 선정위원단에 의해 결정되는 시상식이니만큼, 그저 음악을 좋아할 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앞서 간단히 훑어본 지난 12년 간의 시상식 경향 분석을 통해 조금의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의 네 가지 항목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음악으로 명예롭게 하고픈, 혹은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벼운 한국대중음악상 공략집이다.

(1) 세대를 넘어 사랑 받는 히트곡을 불러라.

한대음과 여타 시상식이 거의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공통점이자 시상식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폭 넓은 대중에게 한 해 동안 사랑 받은 곡은 언제 어디서나 수상에 유리하다. 보아 이후 짧은 암흑기를 거쳐 처음으로 종합부문에 이름을 올린 원더걸스의 ‘Tell me’는 21세기 아이돌 음악계는 물론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이후 동일 부문 후보에 오른 소녀시대의 ‘Gee’(7회, 수상), 미쓰에이 ‘Bad Girl Good Girl’(8회), 2NE1 ‘내가 제일 잘 나가’(9회), 아이유 ‘좋은날’(9회, 수상), 엑소 ‘으르렁’과 크레용팝 ‘빠빠빠’(11회) 모두 해당 연도 동안 대중들에게 가장 폭넓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이돌 팝이었다.

(2) 가능하다면 직접 곡을 써라.

쉽게 ‘아이돌밭’이 될 거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랬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최초의 아이돌 그룹은 2008년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 후보를 올린 빅뱅이었다. 지드래곤이라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불세출의 싱어송라이터를 보유한 빅뱅은 이후 태양, 지드래곤, GD&TOP까지 한대음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수년 간 시상식을 들었다 놨다 한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 이런 결과의 든든한 후원자는 뭐니뭐니해도 지드래곤의 탁월한 송라이팅 실력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타인의 곡을 받아 훌륭히 소화하는 것도 큰 자산이지만, 직접 만든 음악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악성’의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된다. 여러분의 아이돌을 멋진 싱어송라이터로 만들어라. 한대음을 지배하는 쉽고 빠른 길이다.

(3) 장인정신을 가져라.

빅뱅, 샤이니, f(x), 브라운아이드걸스, 인피니트. 성별도, 음악적 색깔도, 기획사도 다르지만 한대음이 유독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들이다. 언뜻 봐서는 납득하기 힘들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하나같이 데뷔 이후 높은 퀄리티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으로 앨범과 싱글을 꾸준히 발표해 온 그룹이라는 점이다. 어디서나 불가촉천민 취급 받기 일쑤인 아이돌 음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이 느껴지는 순간, 그 누구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한다. 그 어떤 고정관념이라도 좋은 물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4) 솔로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면 선택과 집중에 힘써라.

지드래곤, 태양, 박재범, 예은(핫펠트), 가인. 이들의 공통점은 아이돌 그룹 출신의 솔로 가수라는 점이다. 각각 힙합, 알앤비&소울, 팝이라는 재능과 취향에 기반한 확실한 위치 선정으로 이제는 자신의 분야에서 출신과는 상관없이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기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솔로 데뷔가 부쩍 늘어나리라 예상되는 2015년과 2016년, 지금 당신의 우상이 솔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것 하나만 꼭 기억하게 만들어라. 재능의 파악과 선택 그리고 집중, 그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아이돌 연대기 (2004-2015)

김윤하

Author:

듣고 보고 읽고 씁니다. 특기는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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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근본주의자

    ‘오로지 음악성만으로’ 상을 준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편협한 자세인지 한대음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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