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분석 노동 : 오마이걸 – C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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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의 ‘Cupid’는 묘한 곡이다. 퍼스트리슨에서 김윤하가 썼듯, 인트로만 들으면 “또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풍 넘버인가” 싶다. 가사 없는 보컬 리프레인에 반음씩 눌러 올라오는 트롬본, 찰기 있는 질감의 비트까지. 역시 김윤하의 표현대로 “잠시 실망하곤 10초, 귀가 번쩍 뜨인다.” 그것에는, 정확히 10초 지점에서 울려대는 화성이 큰 역할을 한다.

오마이걸 - Cupid

리프레인을 채보해 보면 위와 같다. 안정적인 마장조(E 메이저)의 멜로디로, 트롬본은 ‘레(D)’, ‘레#(D#)’, ‘미(E)’를 차례로 찍으며 마장조의 토닉인 ‘미’를 강조해준다. 그러다 10초 지점의 신스와 기타가 갑작스럽게 GM7 코드를 연주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마장조에서 ‘솔’이 위치하는 단 3도 코드는 비록 스케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대중음악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 않다. 리프레인의 마지막 반복구와 메인 보컬의 첫 마디, 그리고 GM7 코드의 음정을 풀어보면 아래의 악보와 같다.

오마이걸 - Cupid

보컬의 음정 그 어느 것도 GM7에 들어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온”의 ‘솔#’을 제외하면 불협화음은 아니다. “빠”의 ‘라’는 GM7의 9음이고, “저”의 ‘미’는 13음, “기”의 ‘도#’은 조금 억지를 부리면 #11음에 해당한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면 화성적으로 조화를 이룰 방법이 없는 음정들은 아니다. 그러나 멜로디를 전부 이러한 텐션 노트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E 코드의 흐름 위에서 ‘라’와 “저기 온”의 ‘미’, ‘도#’, ‘솔#’은 마장조의 서브도미넌트(IV)인 AM7의 음정들이다. 여기에 한 음 아래에 위치한 GM7를 겹쳐 놓음으로써 화성의 충돌은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더없이 안전한 10초간의 인트로 끝에 매우 생소한 화성감을 들려주는 한 마디가 된다. 이 파격이 청자의 주의를 강하게 환기한다.

GM7은 이후에도 유용하게, 그러나 인트로보다는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이어지는 A파트, B파트에서의 코드 진행은 크게 보아 ‘AM7 – G#m7 – F#m7’의 흐름이다. 로마숫자로 표기하면 IVM7 – iii7 – ii7로서 장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행이다. 그런데 이 곡은 두 번의 반복 뒤 이를 약간씩 비틀어 놓는다. 처음엔 G#m7와 F#m7 사이에 GM7을 삽입하여 반음씩 하강(A – G# – G – F#)하는 라인을 그린다. 그리곤 F#m7를 생략하여 곡을 공중에 띄워버리는 것이다. 이를 피아노로 간단히 연주해 보면 아래의 오디오 샘플과 같다.

AM7 G#m7 | F#m7
AM7 G#m7 | F#m7
AM7 G#m7 | GM7 F#m7
AM7 G#m7 | GM7

GM7로 마무리 되는 각 파트의 마지막 역시 화성적으로 독특하다. “널 위해”는 F#m7에 얹혔다면 안정적일 음정들이다. 그런데 GM7에서 “위”의 ‘파#’은 M7 음정으로 베이스인 ‘솔’과 겨우 반음 차이이기에 꽤나 아슬아슬하다. 더구나 “해”의 ‘솔#’은 GM7에서 불협이 된다. (반주를 들으면서 이 “해”를 반음 낮게 불러본다면 너무나 안심이 될 것이다.)

반면 후렴으로 돌입하기 직전인 “Cupid shot him”은 “위해”보다 한 음 낮은 ‘미’, ‘파#’을 사용해, GM7에서 민감하지만 그런대로 안착할 수 있는 멜로디를 그린다. 악보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백업 보컬의 “워어어”가 “위해”와 같은 ‘파#’과 ‘솔#’ 음을 오르내리면서, 사운드적으로 조금 뒤에 물러나서 비슷한 마찰감을 이어간다.

오마이걸 - Cupid

후렴의 멜로디에서 주목해볼 것은 ‘레’ 음정(“얼”, “보”, “모”, “보”)이다. 가장 높아서 유난히 귀에 띄는 음정이다. 그런데 가사의 활용이 오묘하다. “얼굴”, “보여”, “모든”은 단어 속에 붙은 음절들이기에, 이어서 부를 때 가장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곡은 이를 모두 잘라서 부르고 있다. 충분히 숨을 쉴 수 있는 “을”, “요”, “게”, “죠”를 굳이 길게 끌어가면서까지 말이다. 호흡에 의해 이 곡의 멜로디는 모두 이 ‘레’ 음정을 향하는 라인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음정은 마장조의 특징인 ‘레#’을 반음 낮춘 것이다. 그 결과, 이 멜로디는 사실상 라장도(D 메이저)의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거기에, 반주의 화성 역시 사장조(G 메이저)의 요소를 대폭 빌려왔다. 코드 진행인 E-G-A-C-D는 사장조에서라면 VI – I – II – IV – V로 매우 전형적이고 안정적인 진행인 것이다. 반면 마장조에는 G(3b), C(6b), D(7b)가 스케일에 포함돼 있지 않다. 말하자면 마장조의 곡이지만 속에 사장조, 라장조가 섞여 들어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상승하는 베이스라인에 맞춰 이 곡은 생경한 화성감과 함께 공중에 붕 뜬 느낌을 준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마칭 밴드 스타일의 스네어는 정박을 벗어나는 리듬으로 폴리리듬을 구사하여 다른 요소들과 충돌한다. 여태까지 그것이 아슬아슬하게 시간 감각을 늘였다 줄였다 해왔다면, D 파트의 랩과 함께 본격적인 혼란을 낳는다. 정제되지 않은 ‘외침’처럼 연출된 이 랩에 후렴과 같은 코드 진행이 씌워진다. 도입부에서 보컬이 부르던 리프레인은 트럼펫으로 교체돼 가세하는데, 이 역시 반주의 화성과 지속적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특히 ‘솔#’ 음정이 G와 D에서는 불협을 일으킨다. 이 모든 것이 겹쳐지면, 떠들썩하게 막무가내로 부딪치면서 행진하는 듯한 에너지 덩어리를 이룬다.

오마이걸의 프로덕션에서는 이런 화성과 스케일의 충돌이 중요한 키워드로 보인다. 미니앨범 수록곡인 ‘궁금한걸요’도 브리지에서 묘한 화성감을 보여주지만, 보다 노골적인 것은 ‘Hot Summer Night’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아래 악보의 “워어어” 리프레인은, 사실상 나장조(B 메이저)의 것이다. 첫 코드인 E는 나장조에서 IV에 해당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러나 다음 코드인 A, C#m, B는 전형적인 마장조의 진행이다. 네 개의 코드 모두 나장조에서 사용할 순 있으나, IV – VIIb – ii – I는 코드 진행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이 곡은 시작부터 어딘지 낯선 불안정감을 주고, 안정적으로 노래가 진행되다가도 리프레인이 등장할 때마다 어딘가 뒤틀린 감각을 안긴다.

오마이걸 - Cupid

사실 “Oh My Girl” 미니앨범은 여러 모로 아쉬움을 준다. 비루할 정도로 전형적인 오프닝 ‘Oh My Girl’이 그렇다. 이 프로덕션은 익숙한 사운드와 요소를 참신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Cupid’의 랩(“머리 어깨 발”, “What, 네, 저기, 음, 그니까 이름이?” 등)처럼 말이다. ‘Cupid’의 보컬 솔로는 어떤가. 고음을 길게 뽑아내다가(음원 기준 2분 9초부터) 마지막에서 들릴락 말락 오토튠으로 음정을 꺾어준 뒤 랩과 브리지로 진행, 후렴에 재돌입하면 솔로가 (2분 50초부터) 아득하게 멀어지는 효과, 다시 3분 6초의 솔로는 오토튠으로 어지럽게 꺾어버리는 것이다. 모두 지겹도록 들어온 기법들이지만, 섬세한 안배를 통해 무척 근사한 장치들이 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음원에서는 이 장치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 무대에서라면 훨씬 근사하게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곡들은 무대에서 멋지게 채워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음원이 비워진, 예를 들면 태양의 ‘링가링가’나 포미닛의 ‘미쳐’와는 경우가 다르다. 음원으로도 충분히 맛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무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 공을 덜 들인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 아이돌은 음악으로 말하는 매체기에, 충분히 달성될 수 있었을 효과가 미진하게 이뤄진 음원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참신하다. 이 음반의 곡들이 보이는 다소 이례적인 화성감은 지나치게 어지럽지 않으면서도, 때론 상쾌한 충격, 때론 신비한 공기를 선사한다. 바로 이 공기가, 질감이 살아있는 사운드와 어우러져, 청량한 이미지를 구성한다. 서정을 간직하면서도 맑고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날아오르는, 그것이 오마이걸이 제시하는 소녀상이다. 곳곳에서 익숙한 요소의 참신한 활용을 보여주는 이 음반은 그렇게, ‘밝고 즐거운 소녀’라는 뻔한 이미지 역시 음악적으로 재해석해냈다.

오마이걸
OH MY GIRL
WM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0일

   


음원분석 노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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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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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훈

    글 정말 잘 봤습니다! ㅎㅎ 수고에 감사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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