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무대 : 빅뱅 – Fantastic Baby

왜 빅뱅인가

음악방송에서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대세트, 카메라 워크, 음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는지’와 ‘그 아티스트의 노래가 좋은가’이다. 관객들에게 멋있는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도 갖추기 힘든 이 2가지를 갖춘 아이돌 가수 하면 빅뱅을 빼놓을 수 없다. 예상 가능한 진부한 스토리일지라도 레전드 무대를 소재로 글을 쓴다면 빅뱅을 다루면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선택했다.

진짜가 나타났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여러 시상식을 위해 스페셜 무대를 기획하고 연습한다.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아름답고 멋있는 비주얼, 오랜 시간을 연습해 완성되는 군무 퍼포먼스는 연말 가요 시상식의 묘미이다. 하지만 2013년 MAMA에서 빅뱅이 보여준 무대는 기획과 연습을 뛰어넘어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무대이다. 엄청난 규모의 시상식에서 자신들의 콘서트 무대인 것처럼 뛰어 놀기 위해서는 다년간 여러 번의 월드투어로 쌓인 콘서트 현장 경험과 아티스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끼가 필요하다. 이 무대 영상을 보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빅뱅의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가수의 무대에서 만날 수 없는 빅뱅만의 아이덴티티, 음악방송 무대와는 또 다른 실력과 흥분을 느낄 수 있는 레전드 무대로서 손색이 없다.

멤버 한 명, 한 명, 그리고 빅뱅

빅뱅의 유닛과 솔로는 다른 그룹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이번 무대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빅뱅이 완전체로 무대에 오르기 전, T.O.P – 태양 – 승리 – 지드래곤 순으로 솔로 무대를 가진다. 시상식에서 각각의 멤버가 솔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룹뿐만 아니라 솔로로서도 개개인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솔로 무대 후 멤버들은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무대에 오른다.

이 구역의 미친놈은 우리야

솔로로 ‘삐딱하게’를 부른 지드래곤은 드러누우면서 그 무대를 마무리한다. 누워있는 지드래곤은 ‘Fantastic baby’의 첫 소절, “여기 붙어라, 모두 모여라, We gon’ party like!”를 외치며 멤버들과 팬들을 소환한다. 이전 무대까지는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고함만 질렀다면 지드래곤의 외침에는 “리리리라라라”하고 되받아친다. 그리고 지드래곤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I can’t hear you.”라고 말한 뒤, “맘을 열어라, 머릴 비워라, 불을 지펴라.”라고 외친다. 그렇게 빅뱅의 완전체 무대는 시작된다.

매주 가수들의 무대를 접할 수 있는 음악방송의 경우 녹화장이 다소 협소하고 무대가 평면적이다. 그러나 연말 시상식은 식장의 규모가 크고 무대도 입체적이며 세트도 화려하다. 빅뱅은 무대의 가장자리부터 통로, 가수석까지 곳곳을 누비며 규모가 큰 시상식의 장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이동 통로에서 부른 1절 시작 부분의 지드래곤 파트와 T.O.P의 파트가 눈에 띈다. 지드래곤이 자신의 파트를 소화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그의 주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논다. 지드래곤은 클로즈업이 들어온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기 파트 중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소절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소화한다. 멤버들이 빠져나간 카메라 샷에는 다음 파트를 맡은 T.O.P이 랩을 휘몰아치면서 들어온다.

빅뱅, 새로움을 만들어내다

지난 1일, 3년 만에 빅뱅이 신곡을 선보였다. 빅뱅은 이번 싱글을 시작으로 8월 1일까지 4개월에 걸쳐 4번의 싱글을 발표하고, 9월에 정규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음악이 음반보다는 노래 한 곡의 음원으로 소비되는 음악 시장에서 타이틀곡이 아니면 묻혀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빅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자작곡으로 매달 신곡을 발표하면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좋은 성적도 내는 것은 빅뱅만이 가능하고 빅뱅이기에 가능하다. 빅뱅을 왜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무대를 보면 좋아할 수밖에 없고 노래를 들으면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빅뱅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그 무엇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글: haneul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