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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븐 – 딱 좋아 : 갓세븐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갓세븐의 ‘딱 좋아’는 정말 ‘착한’ 노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곡의 통찰력은, 그 말을 듣고도 당신이 불안해할 것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이 예쁘다고 /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고”

‘바람직한’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한 갓세븐이 소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울을 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당신에게, 배불리 먹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원이라 여기는 당신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고 말해주는 그는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닐까.

몇 해 전 2PM의 ‘10점 만점에 10점’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를 입술, 다리, 머릿결 등으로 상세하게 구분, 나열했던 것에 비하면(덧붙여 그녀의 외모에 ‘만점’이라는 점수를 매긴 것까지!) 갓세븐의 ‘딱 좋아’는 정말 ‘착한’ 노래임이 분명하다. (두 노래 모두 박진영 작사인 것이 재미있다.)

“아무 걱정 마 / 너의 모든 게 다 좋으니까 너는 아무것도 바꾸지 마
딱 좋아 너의 모든 게 / 그러니 네 맘 놓아 / 아무 걱정하지 마
이 말 백 퍼센트 다 그대로 믿어도 돼 / 모든 걱정 백 퍼센트 다 지워도 돼.”

이 노래가 상당히 통찰력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너의 모든 것이 좋다’는 달콤한 말로 해피엔딩을 맞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듣고도 당신이 불안해할 것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당신을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상대방이기 때문에 선택권을 쥐지 못한 당신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노래는 여성의 외모관리가 ‘불안’ 때문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당신은 불안하다

얼마 전 SBS 〈동상이몽〉에 출연한 한 여고생은 ‘왜 그렇게 외모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대가 그래요.’라고 답했다. 그저 철없는 소리가 아니다. ‘몸매가 착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TV에 등장하는 요즘이다. 아름다움이 도덕성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도덕은 당위의 문제다. 착한 몸매는 착하지 않은 몸매, 즉 비난받을 만한 몸매를 전제한다.

예쁘지 않은 여성은 비난 받을 만한 루저가 되는 세상이다. 반대로 예쁜 여성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른 자원들은 평가절하된 채 그녀의 외모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 이는 여성에게 외모가 얼마나 강력하고 절대적인 자원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때때로 여성들에게는 ‘아름답다, 예쁘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으로 여겨진다.

역도선수 장미란이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때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은 그녀에게 ‘진정한 미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곤 했다. 장미란 선수의 노력, 성취 등의 가치들은 모두 ‘아름다움’으로 환원된다. 아름답다는 칭찬은 여성인 장미란 선수에게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박지성 선수를 애써 ‘최고의 미남’으로 칭송하지 않는다. 그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과 능력, 성취가 그의 가치를 말해준다.

갓세븐 - 딱좋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외모관리를 하게 된 과정을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미셸 푸코의 생체권력 개념을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권력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신체적 ‘억압’이 아니라 시선을 통해 작동한다는 이론이다. 그러한 작동 지점에서 자아는 개인적인 자기 검열과 규범이 된 ‘자기 교정’을 통해 순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외모 관리를 수행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외모를 향한 일상적이고 거대한 시선들을 내면화하고 당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외모는 존재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이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외모 가꾸기를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의 본능’이라든지 ‘자기 관리, 자기만족’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외모관리를 본능,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여성의 외모관리의 내면에 자리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는 은폐된다.

갓세븐 - 딱좋아
두려움보다 분노가 먼저다

여성들은 의미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지만 얻는 것은 땅에 떨어진 자아 존중감뿐이다. 여성들의 외모관리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한 끝나지 않을 질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외모관리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모를 향한 시선이 너무나 거대하고 당연해 보이기 때문에.

2009년에 있었던 소위 ‘루저녀 사건’은 늘 외모평가의 주체였던 남성들이 처음으로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 사건이었다. 남성들은 분노했고 집단적, 적극적 대응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남성들이 ‘분노’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당신을 향했던 시선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부당함을 느끼고 분노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하니 부족한 점이 뭔지 찾지 말라’는 갓세븐의 당부는 그들이 백마 탄 왕자님이라서가 아니다. 당신이 충분히 그렇기 때문이다.

글: silverain

Just Right
JYP 엔터테인먼트
2015년 7월 13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5 replies on “갓세븐 – 딱 좋아 : 갓세븐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노래 진짜 가사 마음에 딱 와 닿아요 ㅠㅠㅠ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말 ㅠㅠㅠ

힐링되는 노래ㅠㅠㅠ 진짜 화장하면서 옷고르면서 거울앞에서 열등감 느끼는 모든 여자들을 위로하는 느낌ㅜㅜㅜ 진짜 곡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