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8 : 아이돌 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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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를 떼어놓고 아이돌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여성으로서의 자존과 용기를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아이돌로지 필진이 8곡의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 보았다. 여성인 당신에게도, 성평등을 지지하는 당신에게도 기쁨이 되길 바라며.

〔 1 〕〔 2 〕〔 3 〕〔 4 〕〔 5 〕〔 6 〕〔 7 〕〔 8 〕

레드벨벳 – Cool World (2015)

지난해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노래가 가진 미덕에 대해 이야기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문득 밤이 아름답다 느껴지는 날 헤드폰을 낀 채 얼음 하나 입에 물고 길을 나서는 소녀, 그리고 그 화자는 지금까지 그 어떤 걸팝도 다루지 않았던 테마들을 툭툭 건드린다. 소녀답거나 여자다운 것이 아닌 ‘내가 나답기에’ 아름다울 자유, ‘다름’이 아닌 ‘특별함’의 자각, 누군가에 의하거나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내 안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소중하고 고요한 밤의 시간.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 같은 단순한 정의로는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그 ‘꿈’과 ‘소녀’들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이 노래 내내 반짝반짝 쏟아진다. 가정, 학교, 사회 안에서 몇 번이고 타자에 의해 정의되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시대의 모든 (언젠가) 소녀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담아 띄우고 싶다. – 김윤하

현아 – 빨개요 (2014)

“미성년자인데 너무 야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듣던 현아가 이 곡에서 말한다. “나는 섹시하다. 그것은 너를 위한 게 아니다.” 남자로서 나는, 이 곡의 사정없이 터지는 비트에 용기를 얻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큰 용기를 얻는다. 욕망과 ‘고나리’의 시선들을 전부 쳐내고 당당하길. 빨간 건 현아, 아름다운 건 당신이니까. – 미묘

가인 – 피어나 (2012)

여성에게도 ‘밝힐’ 권리가 있다며 가인이 날린 시원한 한 방. 한 마디 덧붙이건대, 오만한 남성들이여! 제발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마시길. 그녀들이 피어날 수 있었던 건 원래 꽃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 박희아

모리타카 치사토(森高千里) – 미하(ミーハー) (1988)

‘미하’란, 이 곡이 발매된 1988년 당시 일본에서 널리 쓰이던, 젊은 여자들이 유행이나 좇는다며 비난할 때 쓰이던 멸칭입니다. (요즘의 우리말로 치면 ‘김치녀’나 ‘빠순이’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리타카 치사토는 자기 이름을 걸고 내놓은 첫 작사작인 이 곡에서, ‘아가씨로 보지 마, 난 그냥 미하야’ 라고 외치며 내 사랑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할 테니 오지랖 떨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어요. 남이 부여하는 아가씨, 혹은 ‘개념녀’ 타이틀을 거부하고 자기가 먼저 ‘미하’라고 선언함으로써, 멸칭으로서의 ‘미하’의 의미를 전복시켜버리는 거죠. 소극적으로 아무 말 못 하는 아가씨로 사느니, 오지라퍼들이 질려버리는 ‘미하’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내 삶의 운전대는 시선을 보내는 그들이 아닌, 나의 손에 있으니까요. – 돌돌말링

아이유 – 스물셋 (2015)

‘스물셋’은 사실 20, 30대 모든 여성들에게 이입할 여지를 제공하는 곡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들었거나 말했을 법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세상이 젊은 여성을 대하는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방식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을 해 보이지만, 그 혼란스러움 자체가 가장 솔직한 심정임을 밝힌다. 때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젊은 여성’은 종종 사회로부터 ‘가식’의 낙인이 찍히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절실히 진실한 처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되려 세상에 ‘맞혀봐/어느 쪽이게?’라고 묻는 당돌함은, 스스로에게 향한 자조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외부로 향하는 대립으로 노래의 결론을 마무리한다. 낭중지추처럼 날카로운 메시지가 화려하고 훵키한 사운드에 잘 감싸져 있는 것조차 어찌나 지금 우리의 모습 같은지. – 별민

f(x) – Toy (2013)

연애의 주체는 ‘나’다. 물론 좋아하면 그만큼 나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내어줄 수 있고 양보할 수도 있지만, 내가 맞는 관계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내숭도, 예쁜 척도, 의존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편이다. ‘나’는 누군가의 장난감이나 연애를 위한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나의 행복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행복한 변화를 꾀해보자! – 블럭

스마이레이지(S/milege, スマイレージ | 현 안쥬르므アンジュルム) – 새로운 내가 되어라!(新しい私になれ!) (2013)

소녀를 보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다. 소녀는 그런 세상에게 자신을 내버려두라고 얘기한다. 소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용기다. 편견을 버리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진정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녀는 주문을 외운다. ‘새로운 내가 되어라!’ – 박복숭아

씨야, 다비치, 티아라 – 여성시대 (2009)

‘여성시대’하면 우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MBC 표준 FM 프로그램이 있고, 또 동명의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다만,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이 노래는 아이돌이 부르는 트로트에 속한다. 소속사의 대표 가수 모듬, 무난한 트로트 멜로디, 거기에 여심에 호응해 보려고 깨작대는 일차원적 가사가 곁들여지니 굳이 장문의 평이 곁들여지지 않아도 곡의 의도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런 접근도 (긍정적인 의미로) 나이브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감히 예측건대 이 곡은 아마 여성가수의 상품화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즉 ‘세계에 균형을 가져오기 위하여’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5년여 지난 지금은 그런 것마저 없으니. – 유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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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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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노래 생각하면서 들어왔는데 딱!
    반가운 마음으로 또 들으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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