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하순에 발매된 신보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사이다, B.A.P, 아스트로, 로드보이즈, 태민, 포텐, 레이디스코드, 바바, 우주소녀, 마마무, CLC를 다룬다.
미묘: 지난 10월에 발매되었던 동명 그룹의 같은 제목이 있었다 싶었는데 정말로 같은 곡이었다. 커버아트와 소속사가 바뀌면서 과거의 음반이 음원 사이트에서 사라졌는데, 혹시 재편곡이 있었나 싶어 비교해 보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도입부에 전 소속사 이름("투엘")이 그대로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다. 곡에 대한 평은 이전의 평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다.
유제상: 'It's You'는 다소 유행이 지난 듯한 느낌을 주는 북유럽풍의 몽환적인 댄스곡으로, 음원상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고 가사도 제목에 부합하는 정도의 평이한 내용이다. 다만 커버에 비친 멤버들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과한 포샵을 거친 것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어서 실물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커버 사진 보고 호감이 들기는 또 처음이로세...
미묘: B.A.P는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을 줄 때가 있었는데, 이번 음반은 굉장히 밝게 연출되어 눈이 번쩍 뜨인다. 은근슬쩍 야시시한 공기가 휘감은 'Feel So Good'은 언뜻 이런 곡에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용국의 목소리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유쾌하기만 한 무드에 비해서는 꽤나 힘과 공이 들어간 트랙임을 느낄 수 있다. 'Carnival'을 포함해, 이 음반의 경쾌함은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것에서 비롯된다. 때론 다소 불량스러운 듯할 정도로, 청춘을 마음껏 즐겨대는 시원한 생동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트레이닝된 신인이 그것을 해내는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것이 강렬한 분위기의 곡들로 해외에서 특히 호응을 얻으며 '실전'을 살아온 그룹의 능숙한 에너지라면, B.A.P가 정말 멋지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게 된다.
조성민: 여담이지만, 평소에 음악 전문 채널을 시청하지 않더라도 그냥 틀어놓고 지내는데, 가끔 TV를 보고 있지 않아도 귀를 굉장히 잡아당겨서 TV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곡들이 있다. 최근에는 'Feel So Good'이 그랬다. 2절 랩 파트에서 등장하는 변칙적인 진행도 재밌고, 컬러풀하고 유쾌한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끌지만, 흥겨운 무드를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디자인된 보컬 파트들은 이제 꽤나 성장한 멤버들의 역량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각자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끌고 가도록 한 듯한 인상을 준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타이틀조차 "Carnival"인 이 앨범을 즐겨 듣기엔 요즘의 날씨가 너무 춥다는 점이겠다. 남반구로 떠날 게 아니라면, 아직은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유제상: 6인조 남성 아이돌 아스트로의 데뷔 EP. 타이틀 '숨바꼭질'은 근래에 접한 것들 중에서 가장 노림수가 분명한 곡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 정도 되는) 하이틴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해당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요소들이 노래에서 쏟아져 나온다. 곡의 기조를 이루면서도 과하지 않은 '유치함'이 포인트. 꼼꼼히 들으면 들을수록 초창기의 f(x)도 그렇고, 최근의 여자친구도 그렇고 역시 첫 단추를 채울 땐 이런 안정적인 타기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깃 밖에 있는 사람의 오글거림 따윈 작은 희생에 불과할 뿐...
조성민: 분명 신인 그룹인데 그동안 꾸준히 봐온 듯한 기시감이 너무 강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나이 어린 소년들이 부르는 경쾌한 가요'라는 기믹은 이미 틴탑이 '향수 뿌리지마'와 '긴 생머리 그녀'로 가져갔고, '만화에서 튀어나온 판타지 아이돌'은 이미 빅스도 데뷔 당시에 'Super Hero'로 써먹었던 전략이다. 심지어 멤버들의 애티튜드조차도 너무 잘 다듬어져 있는 나머지 기성 아이돌과의 이미지상에서의 차별점이 없어 신선도가 떨어진다. 실력이 출중한 아이돌일수록 참신한 기획이 더해져야 빛을 볼 수 있는데, '범우주적 아이돌'이라는 카피도 너무 식상하고, 전대물을 모티브로 한 듯한 안무 동작도 딱히 엄청 신선하지는 않다. 연습은 또 어찌나 잘 돼 있는지, 몇몇 멤버들은 안무 한 동작이 끝나기 전에 벌써 다음 동작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분명 크게 잘못된 것은 없는데, 너무 많이 준비한 나머지 조금 부담스러운 케이스라 하겠다.
미묘: 멤버들 중 약간 어려진 중년 윤종신 같은 음색이 들려오기 때문에 더 그런지, 토이의 예전 곡을 듣는 기분이다. 착한 듯, 감성적이면서, 밝고 신나는 곡이 취향에 맞는다면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망상인지 몰라도 아이돌 곡은 이런 걸로 메우면 될 것이라는 셈이 느껴져 뒷맛이 달갑지 않다. 토이의 '그런 곡'은 한없이 찌질한 감성을 찬란하게 표현한 아이러니가 매력이었던 것이고, 그 공식이 아이돌에게 적확한지 여부를 떠나 이 곡이 전하려 하는 해맑게 벅찬 애정 고백에서는 너무 나이브하고 밋밋하게 들린다.
유제상: 이쪽은 완벽한 정공법. 타이틀 '비너스'는 2000년 전후 발표된 노래의 느낌도 나고, 그 당시 방영되던 드라마 주제가 같기도 하다. 계속 듣고 있노라니 멀끔한 외모의 남자 주인공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저 멀리서 뛰어올 것 같다. 그만, 그만... 너무 가까이 왔다. 깔끔하지만 진부한 노래였다.
미묘: 외모와 실력 모두 경이롭다기보다는 차라리 기이한 것이 태민이다. 한번 보면 잊어버리기가 매우 어렵지만, 비주얼을 잊고 음원만을 들었을 때 음반은 전작 "ACE"의 상당히 무거웠던 퇴폐미를 상당히 팝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장르 차용의 힘 없이도 (살이라곤 없는 태민의 몸처럼) 가요 색을 철저히 걷어낸 팝/록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사운드와 곡작은 보다 트리키하고 비주얼은 사정없이 격한데, 곡 자체는 너무나 세련되게 마감된 것이 언캐니 밸리를 느끼게 하다 보니 'Guess Who' 같은 곡이 위악을 부릴 때에야 비로소 안심이 될 정도다. 앨범을 듣고 나면 'Press Your Number'는 가장 매력적이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듣는 이가 겁먹고 음반 청취를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으리란 망상마저 든다. 비인간적일 정도의 완벽에의 추구와 탐미주의를 팝으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바로 그 기이함이 무엇보다 태민이란 캐릭터를 담아낸다고 하는 아이돌의 문법마저 만족한다. 지금에 있어서는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인 미모가 되는 것, 이렇게까지 가요를 떠나는 것,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채우는 것이 옳은가, 혹은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음반은 그런 가치판단을 모두 무력하게 한다. 그런 닥치게 하는 힘 역시 그야말로 팝이니, 대체 어디로 도망갈 수 있단 말인가.
조성민: 아이돌로지가 'SM빠 집단'이라는 평을 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이건 그만큼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졸작에 혹평하는 것만큼 수작에 찬사를 보내는 것 또한 비평이 맡은 일이다. SM과 이태민은 '태민'이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앨범의 모든 트랙과 뮤직비디오, 무대 퍼포먼스, 앨범 아트까지도 '태민'을 어필하는 데에 철저히 집중하고 있어 듣고 보는 이들이 다른 생각을 절대 할 수 없게 만든다. 가끔 등장하는 SM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타이틀곡 말고는 들을 게 없는 앨범'의 함정 또한 빗겨갔다. 모든 트랙이 그 곡만을 위해 디자인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들 정도로 각각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방송에서 공개된 'Drip Drop'이나 타이틀곡 'Press Your Number' 외에도, '벌써', 'Mystery Lover'와 같은 곡들은 듣는 것만으론 부족해 꼭 눈으로 보기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트랙. 이 앨범이 올해 전체는 몰라도 최소한 1/4분기 최고의 앨범임은 자부할 수 있다.
미묘: 꾸준히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는 포텐의 첫 미니앨범. 이번엔 보다 숨 가쁜 리듬으로 달린다. 기존의 '토네이도'나 '왜 이래'가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고 한다면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진 셈이다. 카라의 'Pandora' 같은 곡을 연상시키는, 신스가 두드러지는 업템포의 록이다. 멤버들의 보컬이 존재감이 뚜렷해서 힘있는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데, 비디오에서는 (떠오르는 다른 작품이 너무 많다는 점 외에도) 거친 연기가 썩 어울리지는 못하고, 안무 역시 곡의 강렬함을 제대로 짚어주는 것 같지 않다. 이어지는 R&B 트랙인 'OOO'가 음색의 매력은 보여주지만 다소 뻣뻣하여 곡풍의 식상함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쉬운 점. 함께 수록된 기존 발표곡들은 다시 들어도 에너지 넘치고 탄탄하게 잡힌 곡들이니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돌돌말링: '예뻐 예뻐'의 가시적 성과 이후로 레이디스코드의 기획은 몇 곡이 연거푸 자가복제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리 잡기의 일환이란 걸 알아도 '나쁜 여자'나 'Hate You'로 기대감 갖게 했었던 초기를 생각하면 아쉬웠다. 그리고 재작년 다시 떠올리기도 힘든 그 사건 이후 조심스레 복귀를 응원하며, 이 거대한 부담을 어떻게 핸들할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Answer"가 아닌 "Myst3ery". 또 다른 3인조 아이돌 퍼퓸이 레퍼런스인가 싶은 납작한 삼각 구도의 뮤직비디오, 앰비언트 뉘앙스를 풍기는 도입부, 고의적인 공백, 참고 참았다가 다른 악기도 아니고 재즈 베이스로 터뜨리는 마지막 후렴의 황홀함. 보컬들도 너무 훌륭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정적인 저음과 애교 어린 말소리 같은 라인을 둘 다 훌륭하게 소화하는 주니는 가히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아직 3월 초지만, 2016년 상반기에 이보다 좋은 노래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차트 순위가 높지 않다고 해서 부디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름답고 사려 깊은 작품을 만들어준 세 사람과 참여진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감사를 보낸다.
유제상: 괴로운 지난 일 이후로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온 레이디스코드의 신보. 사실 유사한 상황에서 컴백한 그룹들이 멤버 상실의 슬픔과 가수 활동의 의무 속에 길을 잃은 것을 몇 번 보아서인지, 별 기대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들은 기존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느릿느릿 훵키한 비트 아래, 열두 문장이 채 안 되는 가사를 읊조린 채 몽환적인 어둠처럼 돌아왔다. 거기다 멜로디가 평자 취향인 것은 덤이다. 음울하지만 감동적인 이 결과물에는 Pick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조성민: '아이돌'이라는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매력적이며 동시에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실존 인물을 매개로 하는 탓에 인물과 캐릭터,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서로 완벽히 분리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개인의 성장사가 그대로 콘텐츠로서 소비되기도 하며, 아이돌의 캐릭터는 원래 그가 갖고 있던 성격에서 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돌은 사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현실이면서 동시에 가상'인 장르다. 레이디스코드의 "MYST3RY"는 이 점을 가장 완벽하게 활용한 작품이다. 멤버 변동을 겪은 아이돌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떠난 멤버를 그저 그리워하거나 아예 빌런으로 설정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레이디스코드가 처했던 위기는 멤버 변동 자체를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힘든 상황부터 정리해야 했다는 점에서 역대급 난제라 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MYST3RY"에서 결국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함을 표현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싱글에 수록된 3개 트랙 모두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보다 그저 무심하게 허공을 응시하며 흥얼대는 듯한 몽환적인 무드로 일관되어 있는 것 역시 이 주제에 완벽히 부합한다. 떠난 이들에 대한 슬픔의 표현도 아니고, 남겨진 멤버들의 건재함의 과시도 아닌, '여기 셋이 있다'. 이야기를 새로 시작하기에 얼마나 적절한 첫 문장인가.
유제상: 6인조 여성 그룹, 색깔로 멤버 구별, 다소의 엽기성 띤 복장과 안무, 힙합 소녀의 필, 적당한 어수선함이 한 곳에 뒤섞여 있으나 정돈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콘셉트 중 무엇을 밀고 나갈까 평자 입장에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데, 이는 힙합+엽기는 2NE1, 색깔+엽기는 크레용팝 같은 식으로 이미 선배들이 이뤄놓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리라. 인상적인 그룹이 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미묘: 이번 회차의 가장 오묘한 음반이다. 우선 신인 걸그룹을 보면서 이렇게 기성 아이돌의 얼굴이 연상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비디오도 곡도 어딘지 모르게 끊임없이 낯설다. 'MoMoMo'는 조금 어수선하게 들리는데, 그 자체로서도, 후렴으로의 도약 때문에도 프리코러스의 멜로디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인은 프레이즈 안에서 보컬의 정보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란 점인 듯하다. 다인원의 맛을 살리려는 의도일까 싶지만 대체로 걸그룹은 보이그룹처럼 사방에서 쉴새 없이 때려대기보다는 명쾌함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무래도 낯설게 다가온다. 수록곡들의 면면을 보면 'Take My Breath'가 'MoMoMo'의 비비드한 기조를 잇고 'Tick-Tock'이 보다 익숙한 걸그룹 팝을 구사하는 한편, 보컬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트랩 사운드를 꽤 과격하게 도입하는 'Catch Me'도 있다. 이 기획이 새로운 형태의 걸그룹을 모색하는지, 다른 취향을 노리는 것인지, 혹은 다소 정돈이 덜 된 것인지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돌돌말링: 한국 멤버 9명과 중국 멤버 3명, 총 열두 명이나 되는 대인원의 그룹이다. 타이틀곡 'MoMoMo'는 신스로 스페이스 오페라의 배경 음악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만 멜로디 덕에 그 드라마가 솜사탕 색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 다른 수록곡 'Catch Me' 중 가사 "우리 중에 누가 맘에 드니"가 일단은 우주소녀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하지만, 그건 여타의 대인원 그룹들도 모두 가져가는 기조이니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유제상: 간만에 보는 직설적인 그룹명. "뭐 이리 많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멤버수(총 12명). 근래 보기 힘들었던 소녀시대 워너비의 그룹 구성 등, 다소 진부하지만 공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우주소녀의 미니앨범. 걸그룹 매니아를 위한 일종의 선물 꾸러미로 보면 틀림없으되, 구석구석의 디테일이 기성품처럼 매끈하다. 미니앨범의 구성이라 수록곡도 무려 일곱 곡이나 되니 일청을 권한다.
돌돌말링: 마마무가 데뷔할 때만 해도 레트로 콘셉트는 너무 흔해서, '또 복고 하는 걸그룹이 나왔네...' 했었다. 웬만한 걸그룹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씩은 하고 가는 그 콘셉트를 마마무는 아직도 뚝심 있게 계속 밀고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스타일링도 점점 더 멋있어지고. ('넌 is 뭔들' 뮤직비디오의 부츠컷 진에 힐이 너무 예쁘다! 뽐뿌 온다!) 하지만 사실 마마무의 진짜 매력은 예의 콘셉트 자체보다는 위트와 무대를 너무 좋아하는 그들의 애티튜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른 콘셉트를 택해도 본인들이 좋아한다면 분명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거기에만 갇힐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마마무의 빅밴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Cat Fight'를, 90년대 R&B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Just'를, 요즘 듣기 좋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기고 피처링의 'Friday Night'를 추천한다.
조성민: 타이틀곡 '넌 is 뭔들'은 '마마무' 했을 때 으레 떠오르는 그 사운드와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전히 흥겹고, 여전히 유쾌하며, 여전히 후렴은 하모닉하고, 여전히 브라스 사운드는 트랙을 가득 채운다. 마마무는 이것보다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규 앨범에 와서까지 이전 싱글과 EP에서 했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을 선보임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겠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걸크러시' 어필도 이쯤에서 방향성을 한 번 더 고려해 봄이 좋지 않을지. 다음 작품은 실험적인 싱글이길 바라본다.
미묘: 앙증맞고 유쾌하게 수시로 시선을 빼앗아 가는 비트 위의 소녀들, '예뻐지게'는 기분 좋은 어프로치다. 악기들이 까불까불하면서 각자의 존재감이 또렷한 것 역시 듣기 좋다. 곡의 구성이 조금 정신없지만 그 자체로 큰 약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CLC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간을 보는 듯한 바람에 적당히 경쾌한 중소규모 아이돌과 대형 기획사 사이의 어딘가로 애매하게 자리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각자 나름의 영역이 선명한 수록곡들이 더 인상적으로 들린다. 'Refresh'는 사근사근하면서도 CLC 특유의 약간 광고 음악 같은 기믹이 즐겁고, 'Yaya (Say bye to solo)'는 통통 튀는 베이스와 가볍디가벼운 신스 브라스가 80년대 느낌을 물씬 내면서도 시끌벅적한 생동감을 담았다. '오빠친구'는 매우 '걸그룹스러운' 후렴의 앞뒤로 나름의 스타일리시를 노리기도 한다. 타이틀곡 재목이 '예뻐지게'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활동에서도 좀 더 색이 분명해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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