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빌보드 수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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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Billboard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 21일, 방탄소년단이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상을 수상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이하 빌보드상)는 매해 5월 열리는 미국의 음악상으로, 심사위원이 적극 개입하는 그래미 어워드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는 달리 정량적 수치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수상자 내역이나 면면을 보면 잘 큐레이션 된 리스트의 느낌보다는 시장의 지표를 보여준다는 느낌이 큰 시상식이다.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수상자 중 단연 이질적인 존재였다. 수상이 쇼의 말미에 배치된 탓에 주목도도 높았다. 미국 시장을 타기팅 한 영어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SNS 상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측정해서 수여하는 ‘탑 소셜 아티스트’라는 종목의 상을 받았다. 빌보드에서 매주 발표하는 ‘소셜 50’(팔로워 증가량과 스트리밍 등 소셜 활동을 기반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도를 측정하는 차트)와 SNS 투표를 합산해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이 상은, 어떤 아티스트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소비자층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지, 온라인 마켓에서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상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려면, 크게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1.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나
2. 미국 주류 음악계는 어째서 방탄소년단을 주목하는가

해당 상을 받을 수 있기까지 어떻게 인기를 모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아시안 아티스트의 영향력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던 미국 주류 음악계가 어째서 지금은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방탄소년단,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의 인기의 이유

케이팝이라고 불리는 공통점 때문에 싸이의 성공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동일시 되는 시선이 있지만, 싸이와 방탄소년단은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따라서 싸이의 트랙을 따라가면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분석하면 허점이 많다. 이는 ‘케이팝’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정확함으로, 이 글에서는 ‘케이팝’을 ‘한국 아이돌’이라는 뜻으로 쓰겠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케이팝 그룹, 혹은 한국 아이돌 그룹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어떻게 이런 큰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먼저 앞선 케이팝 그룹들이 전세계에 다져 놓은 ‘케이팝 팬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스스로를 케이팝 팬으로 부르는 인구는 방탄소년단이 큰 인기를 얻기 전에도 꽤 많았고, 이는 세계 곳곳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케이콘’(K-Con, 케이팝 팬덤이 모이는 큰 축제)이나 빅뱅, 샤이니, 소녀시대 등의 콘서트 투어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 덕에 다인원 그룹,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는 댄스 음악, 기예 수준의 치밀한 안무 등 케이팝의 문법이 세계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바탕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해, 기존의 케이팝 팬덤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으로 케이팝에 새로이 입덕하는 사람들’이란 조류를 만들어냈다. 이전의 케이팝 팬들은 보통 케이팝이란 장르 자체를 좋아하며 여러 개의 그룹을 고루 추종했지만, 방탄소년단의 팬 중에는 유독 방탄소년단만을 좋아한다는 인구가 많다. 이는 해외에서도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역사가 길어지며 한국의 충성도 높은 팬덤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성향의 모방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방탄소년단이 해외 팬덤에게까지 몰입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서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케이팝 그룹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아델(Adele)이나 트로이 시반(Troye Sivan)처럼 퍼스널한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잘 그루밍된 외형, 유기적인 서사를 공유하는 사이드 콘텐츠(뮤직비디오 등), 일사불란한 퍼포먼스, 공동체 생활을 하는 멤버들 간의 케미스트리 등 한국 아이돌의 특징을 간직하면서, 자신들의 생각과 세계관을 작품에 녹여낸다는 사실, 그리고 이 작품의 내용은, 방탄소년단을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들은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으며 SNS에 제작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가수가 구현하는 생각과 서사 전반을 좇으며 추종하기 원하는 팬들에게 좋은 ‘떡밥’이다.

여기에, 적절한 SNS 노출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트위터 계정(@BTS_twt)은 멤버 7명이 공유하며 수시로 멤버들의 안부나 취향을 알리는 창구인데, 내용을 보면 굉장히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유 계정이므로 합의하에 적절하게 콘텐츠를 제어하고 있다는 오피셜한 인상도 준다. 기획사가 방송사 쪽 네트워크는 별로 없었는지, 데뷔 초의 방탄소년단은 여타 인기 케이팝 그룹에 비해 방송 노출이 적은 편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회사에서 내놓은 유튜브 채널과 각종 자체 제작 콘텐츠는 오히려 한국 내의 케이블방송 출연보다도 전 세계 웹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이들의 짤막한 일상 영상은, 6초짜리 영상 플랫폼 ‘바인’ 등의 서비스에 그야말로 딱 맞는 콘텐츠였다. 2010년대 들어 유튜브 등을 통한 SNS 스타가 곧 팝스타가 되는 세상에서, 방탄소년단은 이 흐름을 잘 이용하고 수혜를 누리고 있는 케이팝 그룹의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미국 주류 음악계는 방탄소년단을 주목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어떻게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시상식에까지 입성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많은 인기를 누린 케이팝 그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방탄소년단이 첫 번째가 되었는지 말이다.

한 가지 답은 위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인터넷 상에서의 군집력과 행동력, 일명 ‘인터넷 화력’이 세다. 적절한 SNS 활용 및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태어난 팬덤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SNS가 바로 이들의 ‘덕질’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이다. 이런 SNS 친화적인 강력한 화력의 팬덤을 기반으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의 ‘소셜 50’ 순위에 32주간 올랐고, 그중 26주간 1위를 했다. 시상식 전 열린 SNS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득표수를 올리며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2위로 따돌렸다. 제정된 이래 이 상을 6년 연속 수상한 비버이기에,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파란이라고 할 만했다.

사실, 케이팝을 완전히 미국 음악계의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에서의 케이팝 팬덤은 분명 일본 아니메나 제이팝 문화처럼 서브컬처적인 위치로 시작을 했고, 현재도 그와 비슷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탑 소셜 아티스트’상의 지표가 보여주듯이,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화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이제는 메인스트림에서도 이 서브컬처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SNS에서의 영향력이란 곧 웹 상의 광고 시장, 더 나아가 실물 마켓과 연결된다. 많은 업계 관계자와 기업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탑 소셜 아티스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이번 시상식의 유일한 아시아인 수상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이 점은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데, 아시아인은 미국 내 다양한 유색인종 중에서도 인구나 영향력 대비 유독 가시성이 낮은 인종이기 때문이다. 많은 아시아인 팬들이 이들의 수상을 축하하며, 공중파 TV에서 아시아인이 조명 받고 영예의 수상을 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아시아인은 미국 내에서 여타 유색인종과는 또다른 위치를 갖는, 독특한 소수자 그룹이다. 높은 교육열 탓에 20세기부터 이민 2세, 3세의 다수가 전문직에 진입했고 경제적 계층 이동을 이뤄냈지만, 이런 사회적 위치 획득이 아시아인을 미국 사회의 주류로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타 유색인종에 비해 체제 순응적이라 해서 ‘보이지 않는 소수자(Invisible minority)’라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나, 정작 인종 문제를 논할 때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유나이티드 항공의 오버부킹 사태를 보아도, 피해자가 아시아인인 이 케이스를 두고 미국 주류는 이것이 인종 문제였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Fresh Off The Boat ⓒ ABC

Fresh Off The Boat ⓒ ABC

최근 몇 년 간, 미국의 미디어에서는 아시아인의 가시성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목격 되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 ABC, 2015-)〉는 중국계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존 조(John Cho) 등의 연예인은 이전부터 언급해오던 자신의 아시안 헤리티지(heritage)를 의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며 미국의 인종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사안이 되었고, 이런 때일수록 기계적으로라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빌보드상이 2011년 이후 중지했던 ‘탑 소셜 아티스트’상의 직접 시상을 부활시킨 것, 방탄소년단을 위한 리무진과 특별 인터뷰 등을 준비한 것은 이런 액션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빌보드상이 아시아인 가시성을 의식하는 올바른 시상식이며, 나아가 아시아인 소비자를 존중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앞으로의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현장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응원하는 열기는 단연 돋보였다. 레드카펫 행사 동안 카메라는 곳곳에 선 방탄소년단의 팬들을 비췄고, ‘탑 소셜 아티스트’ 수상자로 방탄소년단이 호명된 순간 객석에서는 이 날 행사 중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5월 29일 열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의 소속사) 주관의 기자회견 브리핑에 의하면, 빌보드상 주최 측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비교했다고 한다.

이런 인기를 발판 삼아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에 대한 힌트는 상기한 기자회견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인기가 딱히 미국 시장을 겨냥하거나 주력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인식하며, 앞으로도 여태까지처럼 한국어로 음악을 만들리라는 계획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덤은 이러한 발표를 오히려 반기는 반응이다. 멤버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이 중요한 가수이니만큼, 무리하게 외국어 작사를 시도하거나 번안을 맡기기보다는 본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하기를 바라는 뜻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작품과 서사를 써나가며 서서히 상승했듯이, 큰 변동이 없는 한은 앞으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급격하게 무리하지 않는다는 방법론은 롱런과 그룹 지속에 대한 의지로도 읽혀서, 세계 각국의 팬들로서는 퍽 안심이 되는 대답이었을 것 같다.

랜디

Author:

K-Pop enthusiast. I mea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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