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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up History : 현아

풋풋했던 어린 현아가 ‘내가 섹시함의 지존’이라며 무대 위에서 빨간색을 외치기까지, 현아의 메이크업 변천사를 통해 현아가 이 시대의 섹시 코드들을 어떻게 변주해왔는지 알아보자.

오늘은 각 메이크업 용어를 각 문단별로 요약해두어 남성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음을 미리 밝힌다. 현아 편이니까.

TV에 나오는 아이돌들이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예쁘고 잘생기고 귀엽고 섹시하진 않았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물론 본바탕의 우월함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그들도 “xx과거”라는 검색 결과 앞에서 살아남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키워드로 성형, 다이어트, 서클렌즈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메이크업”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파헤쳐보기로 한다.

현아가 돌아왔다. 좀 구태의연하게 말하자면 ‘빨개요’라는 사뭇 도발적인 제목의 노래를 가지고, 여느 때보다도 더 섹시한 무대로 돌아왔다. 뻔한 표현이라는 건 알지만, 이 뻔한 표현 그대로인 가수가 현아다. 물론 여기서 “현아가 가수야?”라고 뾰족한 말을 던질 익명의 네티즌들이 있을 거라는 건 안다. 뭐 그뿐만이겠는가. 가창력을 떠나서 현아의 섹시함을 향한 갖가지 지독한 인터넷 댓글들은 이번 신곡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차고 넘쳤다.

hyunamakeup

사람들이 섹시한 매력을 가진 여자들을 가지고 지독한 말을 던지거나, 설령 겉으로는 교양있는 말씨일지라도 뾰족하기 짝이 없는 속내로 그녀들을 ‘평가’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시함은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고, 무대 위의 그녀들은 양날의 검인 섹시함을 가지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왔다. 그런데 현아는 ‘빨개요’에서 위태로운 줄타기 같은 거 모르겠다는 것처럼 “내가 제일 빨개”라고 외친다. 그녀의 입술에 발려진 새빨간 립스틱이 단순한 무대화장이 아니라, 그녀가 외치는 메시지처럼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현아는 데뷔할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섹시함 자체를 주 무기로 들고 나왔던 것도 아니다. 풋풋했던 어린 현아가, ‘내가 섹시함의 지존’이라며 무대 위에서 빨간색을 외치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오늘은 이러한 현아의 메이크업 변천사를 통해 현아가 이 시대의 섹시 코드들을 어떻게 변주해왔는지 알아보자.

1. 미성년자, 현아

풋풋하고 사내아이 같았던 원더걸스 시절의 현아
| 사진 뉴스엔

원더걸스 활동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던 현아는 2009년, 포미닛이라는 그룹으로 다시 데뷔하게 된다. 포미닛은 데뷔 때부터 자기 주장이 강하고 능동적인 콘셉트로 시종일관 신 나고 강한 비트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데뷔곡이었던 ‘Hot Issue’ 때부터 강렬한 훅을 무기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느낌이었고, 패션과 헤어, 메이크업도 과감하고 톡톡 튀는 느낌으로 보여줬다.

구멍 뚫린 레깅스로 이때의 현아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메이크업도 구멍 뚫린 레깅스만큼이나 정신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의 아이섀도를 눈 앞머리와 눈두덩(아이홀) 군데군데 바르고, 불규칙한 인조 속눈썹을 듬성듬성 붙여준 아이 메이크업에서 시작해, 얼굴 정면부터 치크 컬러를 넣어준 후, 채도는 낮되 명도가 높은 핑크색이나 연한 살구색으로 입술을 도드라지게 발라줬다.

번역: 정신없는 화장을 했습니다.

이때는 “귀여웠던 원더걸스의 현아가 좀 특이하게 돌아왔네” 정도였다.
| 사진 뉴스엔

‘Hot Issue’ 이후, 현아의 무대의상이나 메이크업은 짧은 스커트나 짙은 눈화장 등, 선정적이라고 본다면 꽤 선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미닛이라는 그룹 활동은 현아 개인의 섹시함보다는 그룹 전체의 강렬한 콘셉트를 더 앞에 내세운 연출이었기 때문에 “섹시 콘셉트”라고 하기에는 뭔가 핀트가 달랐다.

번역: 일단 열심히 하는 현아였습니다.

사진 ⓒ 큐브 엔터테인먼트
‘Muzik’ 활동 당시, 짧은 치마가 다소 이슈였지만, 치마가 짧았던 게 현아만은 아니었다. 눈화장이 짙었지만, 남자를 유혹하는 섹시함보다는 강렬한 무대용 화장이었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미성년자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를 외쳤던 건…
| 사진 오토타임즈

포미닛이 ‘Hot Issue’와 ‘Muzik’ 등의 곡으로 너무 강하게만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 좀 더 귀엽고 발랄한 곡으로 무대에 섰을 때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What a Girl Wants’ 무대. 현아한테 이런 거 시키지 마….
| 이미지 ⓒ MBC

2. 현아의 카리스마

2010년 1월, 현아는 포미닛 활동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솔로곡 ‘Change’로 돌아왔다. 사실 섹시함이 주된 콘셉트는 아니었고, 오히려 걸스 힙합이라든지 여성 래퍼로서의 파워풀한 콘셉트가 내세워졌던 무대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골반 춤이 너무 과하게 섹시하다는 이유로 19금 판정을 받았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현아는 자신이 춘 춤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론상으로는…) 화장은 진한 아이라인과 연한 색감 립스틱의 섹시한 공식을 따르되, 아이라인은 좀 둥글고 굵게 마무리해서 요염해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번역: Po파Wer워 래퍼 현아.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진한 아이라인으로 걸파워를 보여줬다.
| 이미지 ⓒ MBC

현아의 진한 아이라인은 같은 해 포미닛의 그룹 활동 ‘Huh’와 ‘I My Me Mine’에서도 계속 이어졌고, 이때도 여전히 카리스마 섹시 콘셉트였다.

뮤직비디오는 사실 카리스마 섹시를 넘어 무서운 언니들에 가까웠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다른 멤버들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가 오히려 눈에 띄었던 무대. 현아를 배려하여 캡처는 얌전하게 했습니다..
| 이미지 ⓒ SBS

3. 섹시한 백설공주

2011년, 성인이 된 현아는 포미닛 그룹 활동의 ‘거울아 거울아’에서 흰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으로 돌아왔다. 백설공주처럼 흰 피부의 현아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안무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사실 메이크업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현아는 원래 아이라인이 진했고, 그렇다고 입술 색깔이 야하게 진한 색도 아니었다. 예전보다 아이라인을 좀 더 가늘고 길게 빼고, 흰 피부가 더 돋보이도록 펄감을 강조했을 뿐이다. 아이섀도의 색감은 크게 강조되지 않았고 투명한 펄감만 살렸다.

번역: 흰 피부에 흑발. 더 설명이 필요한가?

흑발에 흰 피부라면 아이라인만으로도 섹시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물론 현아라서 가능한 일이다. (…)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4. 솔로는 건강하거나, 귀엽거나.

2011년 7월,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 활동이 마무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아는 숨 가쁘게도 솔로 활동을 재개한다. 곡 이름은 ‘Bubble Pop!’, 발랄한 노래였다.

섹시함을 표현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건강함’과 ‘당당함’이라는 키워드들을 섞어서 여자들의 ‘워너비’ 혹은 남자들에게는 양지의 시선을 허락하는 방법이 있다. 이효리가 흡사 신드롬처럼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때 그랬고, 최근에는 씨스타가 그 계보를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아가 추구했던 것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Bubble Pop!’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현아는 발랄하고 스포티한 섹시함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태닝한 피부에 전반적으로 브론즈 톤을 맞춰줬는데, 피부는 매끈하고 빛나 보이게 펄을 많이 사용했고, 골드 혹은 오렌지 컬러의 펄로 눈화장을 한 뒤 입술은 가볍고 촉촉하게 표현했다. 눈꼬리는 길게 빼지 않고 동그랗게 마무리해서 발랄한 느낌을 살려주었다.

번역: 현아가 까매졌습니다.

일상을 보여주는 컷에서는 좀 더 눈화장을 가볍게 해주었다. 입술은 형광기 도는 색으로 발랄함을 강조.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는 눈화장에 브라운 카키 톤을 좀 더 넣은 것처럼 보인다. 일부 무대에서는 핑크색 섀도를 쓰거나 아니면 좀 더 밝은 피부 톤에 입술색을 더 강조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태닝한 피부 톤이 돋보이도록 눈두덩(아이홀)까지 딥하게 표현한 눈화장을 더 강조하고, 광대 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치크 컬러를 강하게 넣어줬다.
| 이미지 ⓒ 엠넷

1년 후인 2012년 10월, 현아는 ‘Ice Cream’ 이란 타이틀로 솔로 컴백을 하는데, 이때는 좀 더 귀여운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진한 아이라인은 그대로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포커스를 맞춰서 알록달록한 컬러감을 입혀 ‘큐트 + 섹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번역: 알록달록 귀엽고 섹시합니다.

부드러운 캔디 컬러에 맞춰 아이섀도와 립 컬러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채도 높은 아이섀도를 쓸 때 아이라인은 확실하게 진하게 그려줘야 한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컬러감이 제대로 보이기 어려워서인지 립 컬러가 더 눈에 띈다.
| 이미지 ⓒ MBC

5. ‘빡센 화장’의 시작

2011년 12월로 다시 돌아가자면, 현아는 비스트의 장현승과 함께 ‘트러블메이커’라는 이름의 듀오로 동명의 곡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참 쉬지도 않고 달렸다.) 아이돌이라는 신분(?)에 맞지 않게도 너무나 직접적인 섹스어필을 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메이크업은 좀 더 세련된 느낌의 섹시함을 추구했던 것 같다. 이전 메이크업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아이라인이 가늘어졌는데, 언더라인은 그래도 좀 굵게 유지를 하되 섀도로 번지듯 덮어주었다. 가늘고 길게 뺀 아이라인 위에 펄감이 강한 모노톤 섀도로 깊이감을 주어서, 아이라인이 너무 강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이 살아났다.

번역: 세련되게 섹시합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조명에 맞춘 페일핑크 립으로 좀 더 근사한 느낌을 보여주었다. 블루톤 배경에서는 쿨톤의 버건디 립스틱을 매치.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역시나 무대에서는 진한 립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 이미지 ⓒ SBS

그리고 2012년 4월, 포미닛은 ‘Volume Up’이라는 타이틀곡으로 컴백하는데, 현아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이 진한 메이크업으로 등장한다. ‘트러블메이커’ 때보다 밝고 붉은 계열의 머리 색을 한만큼, 아이브로우는 상대적으로 색을 죽이고 대신 아이 메이크업에 라인 위 아래로 카키/오렌지의 컬러감을 더 줬다. 2012년 당시 메이크업의 트렌드였던 비비드한 강한 컬러의 립스틱을 입술 안쪽에서부터 물들듯이 발라주는 것으로 립 메이크업도 좀 더 진해져서, 전반적으로 컬러감이 좀 더 풍부해진 것으로 보인다.

번역: 날라리 언니 화장입니다.

아이브로우 컬러가 연해지면서 아이 메이크업이 강조된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멤버 전원의 메이크업이 통일되었다. 무대에서는 글리터를 많이 사용하여 눈앞이 좀 더 반짝거리게 했고, 오렌지 컬러 계열의 셰이딩을 광대 위에서부터 전체적으로 강하게 넣었다.
| 이미지 ⓒ MBC

이후 현아는 다음 해에 이어진 포미닛 활동에서도 비슷한 메이크업을 지속한다. 사실 포미닛 그룹 활동 자체는 이때를 기점으로 섹시 카리스마에서 발랄한 큐트 섹시-내지는 좀 놀아본 동네 언니들-로 선회하였는데, 현아는 하나의 섹시 아이콘 캐릭터로서 강조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다른 멤버들이 아이 메이크업보다 치크 메이크업을 좀 더 신경 쓴다거나 눈꼬리만 살짝 올려 귀여운 느낌을 살릴 때, 현아는 여전히 ‘빡센 화장’을 고수한다. 여기서 ‘빡센 화장’은 진한 메이크업을 의미하는데, 어차피 다 화장 진하게 하는 무대에서 유독 현아의 메이크업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얼굴 전체에 포인트 메이크업을 전부 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번역: 이 언니가 제일 셉니다.

‘이름이 뭐예요?’ 뮤비 속 현아. 아이라인도 진한데 언더라인도 다 채워넣고 입술색도 진하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다른 멤버들은 뭐 이랬는데…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는 동네 무서운 언니 포스.
| 이미지 ⓒ 엠넷
2013년 7월 포미닛 ‘물 좋아?’ 활동 당시 그룹 티저. 현아만 입꼬리가 내려가 있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이때는 그래도 화장이 조금 연해 보인다. 검은색으로 칠할 부분을 연한 색으로 칠하는 차이 정도지만…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6. 현아의 도화살 메이크업

현아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1년에 앨범 한두 장은 우스울 정도로 쉬지 않고 계속 활동을 해왔다. 게다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중심에는 꾸준히 섹시한 이미지가 있었고, 보통 섹시한 메이크업에 사용되는 진한 아이라인, 진한 립 컬러, 눈두덩까지 넓게 바른 아이섀도까지 모조리 다 해왔던 것이 현아의 ‘빡센’ 화장이었다.

2013년 10월, 트러블메이커는 ‘내일은 없어’라는 타이틀로 다시 파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포미닛으로서의 카리스마 내지는 파워풀한 섹시 이미지와도 다르고, 솔로로서의 건강하고 귀여운 섹시 이미지와도 달라야 했다. 남녀 혼성 듀오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살리려면 어떤 메이크업을 해야 했을까?

트러블메이커의 신곡이 발표되고 나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파격적인 뮤직비디오 수위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뷰티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는 수위 이상으로 이슈가 되었던 것이 바로 현아의 빨간 아이섀도였다. 이미 현아의 메이크업 튜토리얼은 허다하게 퍼져있지만, 필자가 본 메이크업은 아래와 같다.

피부 표현은 보송보송하게, 립 메이크업은 안쪽에만 진한 색을 바르고 그라데이션. 아이라인은 가늘게 그리되 언더라인은 꼼꼼하게 채워준다. 눈 위아래로 브라운 계열의 음영을 깊이감 있게 넓게 펴 발라준 후, 붉은 계열의 라이너와 섀도를 겹쳐 발라준다. 언더라인을 더 진하게 해주고 윗부분은 컬러감을 살리는 게 포인트. 빨간 섀도는 포인트 컬러이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는 빨간색만 보여도 바탕에 음영이 잘 깔려야 한다. 눈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골드브라운 펄로 눈 앞머리 부분을 커버해주고, 색감이 잘 살아나려면 피부는 꼼꼼하게 커버해주는 것이 좋다.

번역: 눈이 빨개요.

뮤직비디오 속 일상 컷의 메이크업과 댄스 컷의 메이크업은 강도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같은 콘셉트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커플룩으로도 행사에 자주 나타났다. 장현승도 비슷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 사진 스포츠서울

현아 이전에도 ‘도화살 메이크업’이라고 해서, 눈가에 붉은 기를 더하는 메이크업이 잠시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도화살이란 많은 남자를 만나는 팔자라고 해서 과거에는 안 좋은 것으로 봤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면으로 다시 주목받은 단어이다. 보통 눈 주변이 불그스름하니 붉은 기가 많고 눈꼬리와 눈 밑이 촉촉한 눈이 도화살이 있다고 판단된다. 바로 그런 부분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도화살 메이크업’이라고 해서 2013년 당시 크게 유행했었다.

버건디 계열 아이라이너로 눈가에 살짝 포인트를 주거나, 눈꼬리에만 붉은색을 넣어주거나, 붉은 기 도는 브라운 계열 섀도로 음영을 넣는 방식 등 방법은 다양하다.
| 사진 bnt뉴스

트러블메이커는 멤버 둘 다 비슷하게 눈가를 불그스름하게 물들인 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자주 섰다. 특이한 건, 현아가 장현승을 유혹하고, 장현승을 매개로 섹시한 모습을 연출하지만, 장현승은 마치 목석(…)처럼 그녀를 보조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아는 관객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장현승을 유혹하는데, 장현승은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도화살 메이크업은 보는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메이크업일진데, 현아는 관객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지점으로부터 현아의 도화살 메이크업이 다른 메이크업과 다른 목적성을 띄는 것이 발견된다. 앞에서 분명, 도화살 메이크업은 남자를 홀리는 메이크업이라고 했는데, 현아의 창백한 피부와 꽉 채운 버건디 립은 남자를 홀리기보다는 처녀 귀신처럼 위협적이고, 보는 관객을 향한 직접적 유혹보다는 연극무대 같은 섹시함을 보여준다.

번역: 쥐 잡아먹었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선정성으로 화제였지만, 천천히 따라가 보면 선정성은 결국 파국으로 연결된다. 현아의 붉은 눈은 남자를 유혹하는 눈이 아니라, 파국으로 치닫는 두 커플의 운명 같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오늘 뭐해’로 돌아온 포미닛 그룹 활동에서도 현아는 비슷한 메이크업이지만, 트러블메이커 때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런 파국성의 유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포미닛 그룹 활동에서는 2013년의 ‘이름이 뭐예요?’ 때처럼 힘을 뺀 발랄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진한 아이라인 위에 붉은 기가 적은 브라운 톤으로 음영을 넓게 넣고 강렬한 립스틱을 바른 현아는 이제서야 사뭇 유혹적이다.

번역: 요염합니다.

트러블메이커 활동 때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피부 톤. 눈가 주변에 넓게 발라 음영을 표현한 섀도가 요염한 느낌을 준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7. 현아는 빨개요. 내가 제일 섹시해요.

2014년 7월, 현아의 세 번째 솔로 곡이다. ‘빨개요’. 현아가 제일 빨갛다고 한다. 빨간색이 무엇을 의미하건 간에, 현아는 뮤직비디오에서, 무대에서, 그녀가 가장 섹시하고, 그녀의 섹시함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으며, 그녀는 섹시함 그 자체임을 ‘선포’한다.

잠깐, 현아는 원래 섹시했잖아? 현아는 한결같이 섹시했고, 한결같이 섹시한 메이크업을 했다. 귀여운 섹시함을 표현할 땐 비비드한 컬러를 쓰고, 건강한 섹시함을 표현할 땐 잘 익은 빵처럼 농익은 갈색 피부 톤을 보여줬고, 병적인 섹시함을 표현할 땐 붉은 눈을 보여줬다. 이제 와서 섹시 중의 섹시, 왕중왕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무슨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걸까.

디바(Diva)가 정답 되시겠다.

뮤직비디오에서 현아는 10가지도 넘는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주는데, 조명이나 의상에 따라 조금씩 컬러나 음영의 깊이가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메이크업 가이드는 동일해 보인다. 현아의 동그란 눈두덩(아이홀)을 가로지르는 어두운색의 아이섀도 라인은 60~70년대 영화배우처럼 고혹적인 느낌을 준다. (조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쿨톤의 아이라이너와 섀도를 쓴 것으로 보인다.) 눈 전체를 크게 따라 그린 것처럼 눈가를 감싼 아이섀도 라인과 함께, 언더라인은 진하게 그리기보다는 살짝 뭉쳐 보이듯 점점이 아래 속눈썹을 그려줬다. 눈 앞머리와 아이홀(눈두덩) 부분은 밝고 매트한 섀도로 밝게 처리하여, 눈을 떴을 때 드라마틱해보인다.

요즘 아이돌답지 않게 현아는 가늘고 살짝 올라간 눈썹을 고수해왔는데, ‘빨개요’ 활동에서는 눈썹 산을 살짝 올리고 라인을 좀 더 굵고 길게 그려줬다. 콧대에 하이라이트, 코 양옆, 눈썹 뼈와 코 연결부위는 그늘지게, 광대는 도드라지게 얼굴 전체 윤곽을 강하게 잡는 건 기본. 피부 톤은 굳이 밝게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톤으로 잡았다. 마무리는 입술을 꽉 채운 매트한 빨간 립스틱.

번역: 고전영화 배우 같은 화장입니다.

일일이 다 따라가기 벅차게 온갖 섹시한 이미지를 재현한 뮤직비디오
|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현아가 짱이시다.
| 이미지 ⓒ SBS, MBC
리얼리티 쇼에서 잡힌 컷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 이미지 ⓒ SBS MTV <현아의 프리먼스>

아이돌은 원래 하나의 캐릭터 상품이다. 따라서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철저하게 하나의 인위적인 가상 캐릭터로 구현되는 소재가 되고, 팬들은 그런 소재(=떡밥)를 가지고 아이돌에게 빠져든다(=조련당한다). 그런데 현아가 조련한다는 얘기 들어봤나?

현아는 여 아이돌로서는 쉽게 가기 힘든 섹시함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케이스이다. 신인 걸그룹이 주목을 받기 위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절박하게 섹시함을 표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한민국에 현아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녀는 이미 원더걸스와 포미닛을 거쳐 화려한 솔로 활동까지 하면서, 그녀가 하고 싶은 지향점이라는 측면에서 섹시함을 보여준다.

이게 조련질이라면 너무 치명적이다.
| 이미지 ⓒ큐브 엔터테인먼트

논란은 있을지언정 그녀는 이미 섹시라는 키워드로 가요계에서 위상을 다져왔고, 그것도 단순히 ‘귀여운 여자 아이돌이 섹시한 매력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다. 은밀하거나 줄 듯 말 듯하거나 그런 건 현아에게 없다. 어쩌면 그녀의 새빨간 입술도 그런 의미일지 모르겠다.

현아는 은유 같은 거 모른다. 따끔하게 혼내줄 테니 엉덩이나 대시라.
| 이미지 ⓒ큐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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