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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러블리즈! : ③Outro to Candy

2021년 11월 16일,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전속 계약 만료 이후 멤버들이 거처를 달리하며 그룹 러블리즈의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3세대 걸그룹이 부상한 이래로 독특한 입지를 점해왔던 그들을 기리며, 〈아이돌로지〉는 “굿바이, 러블리즈!” 특집을 준비했다. 세 번째 글 “Outro to Candy”에서는 독자 무딘이 화성학적 분석을 통해 러블리즈의 음악적 색채를 들여다본다. 러블리즈 러블리즈가 없는 겨울이 저만큼 왔지만, 그들을 품은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봄처럼 따뜻할 것이다.

2021년 11월 16일,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전속 계약 만료 이후 멤버들이 거처를 달리하며 그룹 러블리즈의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3세대 걸그룹이 부상한 이래로 독특한 입지를 점해왔던 그들을 기리며, 〈아이돌로지〉는 “굿바이 러블리즈!” 특집을 준비했다. 마지막 글 “Outro to Candy”에서는 독자 무딘이 화성학적 분석을 통해 러블리즈의 음악적 특색을 파헤친다. 러블리즈가 없는 겨울이 저만큼 왔지만, 그들을 품은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봄처럼 따뜻할 것이다.

*만약 화성학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면, 〈아이돌로지〉의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시리즈와 “음원분석 노동” 시리즈를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5월 즈음 발표 준비를 위해 하루 종일 곡 분석을 하면서 찾아낸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러블리즈의 곡 대부분이 재즈 화성학으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Candy Jelly Love’의 코드 진행을 악보로 표기하면 이렇다.

재즈 화성학으로 이 악보를 분석 할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생기는데,

  1. 베이스는 같지만 쓰이는 텐션이 너무 달라서 코드를 모두 따로 표기해야 한다.
  2. 3화음(Fsus2, C/E)과 7화음(FM9,Emin7)이 혼용이 된다

는 점이다.

1번의 문제점은 이 악보 상의 네 마디가 사실상 코드 두 개로 들리기 때문에 과도한 분석을 초래한다는 것이고,

2번의 문제점은 재즈 화성학에서는 보이싱을 중요시해서 3화음(3개의 음으로 이뤄진 화음)과 7화음(4개의 음)이 혼용되어서 쓰이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성학이라고 일컫는 재즈 화성학은 수직적인 코드의 진행을 다룬다. 코드 수직적인 구성음이 그 코드를 구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각각의 음들이 옮겨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재즈 화성학과는 반대로, 클래식에 쓰이는 전통 화성학은 코드를 구성하는 각 성부의 수평적인 움직임을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코드를 이루는 모든 음이 곡이 진행됨에 따라 멜로디처럼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전통 화성학을 빌려옴으로써 러블리즈의 음악은 코드를 선율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조, 혹은 모듈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조바꿈은 재즈 화성학보다 오히려 전통 화성학에서 자유롭게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코드보다 멜로디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옮겨가는 키의 스케일을 연결하는 것이 곧 조바꿈이 되기 때문이다. 러블리즈의 타이틀곡 중 코드 진행이 간단한 ‘Candy Jelly Love’에서 가장 흔한 방식의 조바꿈을 볼 수 있는데, 변경된 키의 특징이 되는 음을 피해 가지 않고 바로 사용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곡들이 전통 화성학이나 재즈 화성학의 규칙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기 때문에, 조바꿈의 구분은 재즈 화성학을 사용했다.)

조바꿈이 일어나기 전에 양쪽 키의 공통이 되는 코드를 쓰면 조바꿈의 완충제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피벗코드(공통화음)이라고 한다. 이 곡의 피벗코드인 A7은 C메이저에서는 C메이저의 II(2도)인 Dm7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는 세컨더리 도미넌트로 쓰였다. 하지만 여기서 D메이저로 조바꿈이 일어나는 이유는 A7이 새로운 키인 D메이저의 V(5도)이기 때문이다. 멜로디를 살펴보면, Gsus4의 E-D(“래요”)와, 피벗코드인 A7에서 F#-E(Candy)가 각각 C메이저(다장조), D메이저(라장조)의 3도-2도로 쓰이면서 멜로딕 시퀀스를 이용한 조바꿈이 일어난다. 이 키의 특징이 되는 F#이 “Can-dy Je-lly”의 멜로디에 바로 쓰이기 때문에 코러스에서 키가 갑자기 바뀐 것처럼 들린다. 새로운 키에서 V(5도)인 A7이 I(1도)인 DM7으로 진행했다면 더 강한 조바꿈이 되었겠지만, 곡의 루프가 되는 IV(4도)코드인 GM9로 시작하는 진행으로 키를 유지한다.

‘Candy Jelly Love’는 C메이저에서 D메이저로 조바꿈이 이루어졌다면, 동일 앨범의 리패키지 타이틀인 ‘안녕’은 Eb메이저(내림마장조)에서 F메이저(바장조)로 두 곡 모두 장2도 위로 조바꿈이 일어난다.

피벗코드인 Csus4가 Eb메이저에서 전작처럼 II로 가려는 세컨더리 도미넌트로 쓰이는데, Bbsus4와 Csus4가 이어지면서 같은 멜로디인 F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드의 공통 음인 Common Tone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조바꿈이 일어나고, 바뀐 키의 특징을 더 드러내기 위해서 V-I 진행이 되는 C – F를 코드로 쓰면서 코러스가 진행된다. 코러스 외에 간주에서도 현악기를 사용한 조바꿈이 이루어진다.

여기까지는 조바꿈이 반복적인 편이지만, 러블리즈의 가장 잘 알려진 곡인 ‘Ah-Choo’는 F메이저(바장조), Eb메이저(내림마장조), C마이너(다단조)의 3개의 조성을 가지고 있고, F에서 장2도 아래인 Eb메이저로 조바꿈이 일어나는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조바꿈이 일어나는 첫 두 마디 동안 베이스는 Bb-C에서 Db-Eb으로 단3도 위로 올라가고, 이에 따라 멜로디도 단3도 위로 F-E-F(“너는 내 맘”)에서 Ab-G-Ab(“모르지”)로 멜로딕 시퀀스를 사용한다. 조바꿈에 쓰인 코드가 전과 다른데, F메이저에서 bVI bVII인 Db(#11)과 Eb7은 모달 인터체인지 코드로도 쓰이나, Eb7이 bVII으로 쓰이지 않고 새로운 키인 Eb메이저의 I7으로 쓰이면서 조바꿈이 진행되고, IV인 AbM7이 코러스의 첫 코드로 쓰인다.

‘Destiny’는 러블리즈의 첫 두 타이틀이 그랬듯이 F메이저에서 G메이저로 장2도 상행하는 조바꿈이 이뤄진다. 흔한 조바꿈이지만 가장 마지막 순서로 다루는 이유는 단조를 이루는 곡에 사용된 스케일 때문인데, 클래식의 기본 스케일이 되는 하모닉 마이너가 조바꿈에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곡은 단조지만, 편의를 위해서 F메이저와 G메이저로 대체하였다.)

이 곡을 크게 보자면, 악보에 기재된 파트의 바로 전 코드인 BbM이 반음 위인 B7으로 진행하고, 새로운 키인 G메이저의 VI(6도)인 Esus4로 이어지면서 조바꿈이 일어난다. F메이저의 #IV(#4도)인 B7은 원래의 키에 존재하는 다이어토닉 코드는 아니지만, 프리-코러스를 Bm7b5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같은 베이스의 코드가 낯설지 않게 들린다. 이 B7에서 러블리즈의 곡 중 가장 매끄러운 조바꿈이 시작되는데, B7sus4의 4도인 E-E(“그대”)는 원래 F메이저에 포함되지만 B7의 3도-1도가 되는 Eb(D#)-B(“마음”)는 새로운 스케일을 나타낸다.

B7은 E마이너의 V가 되는 코드이기 때문에 여기 쓰인 E-Eb-B-A(“그 마음에”)가 E하모닉 마이너로 들리게 되고, 다음 코드인 Esus4는 A마이너의 V가 되는 코드이기 때문에 A-G#-A-B(“파도가 치길”)이 A하모닉 마이너로 들린다. 하지만 E마이너에서 A마이너는 장2도가 아닌 완전4도 상행 혹은 완전 5도 하행이 된다. 이 진행은 Esus4가 해결되는 E가 A마이너가 아닌, G메이저의 II인 Am7으로 가는 세컨더리 도미넌트로 쓰이게 된다. 이 모든 진행이 B7부터 E까지 두 마디 안에 일어난다.

이 진행에서 조바꿈이 여러 번 일어난다고 분석하기에는 너무 짧지만, 멜로디의 기반이 되는 스케일은 F메이저에서 E하모닉 마이너(“그대 그 마음에”), A하모닉 마이너(“파도가 치길”), E믹솔리디안(“너는 내”)으로 3번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후로 조바꿈에 쓰인 Esus4-E 진행이 코러스에 다시 쓰이며 코드 진행을 익숙하게 만든다.

템포의 변경과 함께 다른 파트를 접붙여놓은 듯한 직접 전조(Direct Modulation)는 지금까지도 파트의 전환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주 쓰이지만, 이렇게 피벗코드로 프리-코러스와 코러스 사이를 메꾼 조바꿈을 시도하는 곡은 이제 러블리즈 이후로 보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코드에 대한 수평적인 접근이 다양한 조바꿈을 가능하게 했듯이, 멤버들의 새 출발이 그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이 되기를 바라며 러블리즈의 음악은 우리의 자부심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글: 무딘(Moodin)

밤새 쓰다 만 편곡과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케이팝 따라 삼만리 떨어진 곳에서 여돌 부흥을 꿈꾸는 사람.

https://blog.naver.com/moodin98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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