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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8월 – 앨범

2022년 8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뉴진스, 소녀시대, 트와이스, 온앤오프, 키, 빌리, 루미너스 등.

2022년 8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뉴진스, 소녀시대, 루미너스, 온앤오프, 트와이스, 키, 빌리 등.

New Jeans
ADOR
2022년 8월 1일

스큅: “아이돌 팝은 근본적으로 현실에 깃든 적당한 비현실성─나는 이를 “(비)현실성”이라 칭한다─을 표방하는 콘텐츠에 가깝다. (중략) “친밀감”의 판타지도, “진정성”의 신화도, 엄밀히 말해 애초에 불쾌한 골짜기의 문턱을 넘어갈 의도가 없는 “(비)현실성”의 산물인 셈이다. 뉴진스는 이러한 기존 작법의 방향성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들이 향해 가는 것은 적당히 (비)현실적이자 적당히 (부)자연스러운 것을 넘어선, 실제와 분간이 되지 않는 수준의 자연스러움─나는 이를 “비현실성”이라 쓰고 싶다─이다. (중략) 이쯤 오니 결국 그가 현재 아이돌 팝의 ‘정’에 대항하여 내놓은 ‘반’이 뉴진스의 “자연스러움”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About 뉴진스 : ③‘불쾌한 골짜기’를 넘어간 아이돌” 中)

비눈물: “의도적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교차하고 비트는 뉴진스의 이(異)-세계 속에서 자연스러움은 사전적 의미의 순수한 상태가 아니라, 한 땀 한 땀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인공적인 (혹은 이상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뉴진스의 독특하고 감각적인(aesthetic) 콘셉트-비주얼-미디어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Y2K 이미지를 만들 때도,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이데아적 레트로를 창조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뮤직비디오와 앨범 디자인, 자체 소통 앱 포닝 등 여러 콘텐츠를 구성하는 테마와 레이아웃 등에서 90년대로 회귀하는 하이틴 감성을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 익숙함은 의도적으로 꾸며낸 극도의 자연스러움이며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즉 가상의 향수(pseudo-nostalgia)이다.” (“About 뉴진스 : ②뉴진스의 꿈과 환상의 세계” 中)

FOREVER 1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5일

마노: 그룹 결성 15주년을 기념하여 정확히 5년 만에 발매된 7번째 풀 렝스 앨범. 그룹의 레거시와 명성에 걸맞게 잘 짜여진 구성의 10곡이 빼곡히 수록되어 있는데, 팀의 지난 15년을 빠짐없이 망라하기보다는 "현역의 웰메이드 앨범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전작 "Holiday Night"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15주년 기념 앨범이라고 해서 굳이 지난 15년을 반추하기보다는 그룹의 '현역성'에 방점을 두고 웰메이드 트랙을 배치한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커리어에 있어서는 호재로 작용할 듯한데, (아마 멤버들이 은연 중에 토로했듯 적지 않은 진통과 끝없는 조율의 과정이 다시금 필요하겠지만) 케이팝 씬(scene)에 있어서 소녀시대라는 팀이 가진 상징성과 위치를 생각하면 욕심인줄 알면서도 '이 다음'을 기대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특히 최전선의 세련된 음악을 여전히 가장 현역의 언어로 소화할 수 있는, 그 누구보다 '멋진 여성'을 가장 우아하게 연기해보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그룹이라면 더더욱. 시시각각 변해가는 이 산업에서 기꺼이 "영원"을 약속해보일 수 있는, 그리고 그 말을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지킬 수 있는 그룹이 대체 몇이나 되던가 말이다. 상술했듯 단 한 곡도 빼기 차마 아쉬울 정도로 걸출한 트랙으로 가득한데, 그 중 티파니가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고 수영이 작사에 힘을 보탠 'Villain', 콘서트 엔딩 넘버처럼 가슴 뭉클한 '종이비행기'를 어렵게 꼽아본다. 소녀시대의 15주년과 앞으로도 빛날 그들의 미래를 축복한다.

예미: 앨범을 여는 두 곡, 'FOREVER 1'과 'Lucky Like That'이 청자의 관점을 고정시킨다. 영원한 사랑, 재회의 기쁨을 다루는 가사에서 소녀시대의 귀환, 지나온 시간과 서로에 대한 자부심, 앞으로 지속될 굳건함을 읽어내며 벅차오름을 느낀다면, 당신은 소녀시대의 역사와 현재의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앨범을 독해할 준비가 된 것이다.
소녀시대의 앨범이 늘 그랬듯, 코러스 라인과 선명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는 다채로운 팝이 "FOREVER 1"을 채운다. 산뜻하거나 들뜨는 분위기의 곡에서도 관록에서 우러나는 단단함이 느껴지며,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를 가지고 놀 듯 부르며 자유로움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본작은 "Lion Heart", "Holiday Night"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전부터 보컬로 주목받던 멤버들은 물론, 개인 활동을 통해 역량을 쌓은 멤버들의 목소리가 귀에 유독 잘 들어온다.
수록곡 다수의 가사는 '어리지 않은' 여성의 관점에서 그린 사랑을 주제로 한다. 가사 속 화자의 성숙이 이를 부르는 소녀시대가 쌓아 온 시간의 무게와 맞물린다. 그렇기에 과거의 설렘을 떠올리는 'Seventeen'과 'Run Devil Run'의 후속작 'You Better Run', 소녀시대식 '걸 크러시' 트랙의 연장선상에 서는 'Villain', 조곤조곤하게 행복한 순간을 노래하는 'Mood Lamp' 등 다양한 무드와 태도의 곡들이 한 앨범으로 연결되어 설득력을 갖는다.
"영원히 소녀시대"를 외쳤지만 오랫동안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으로 여겨지던 이들이, 결국 자신의 의지로 모여 영원을 외쳤다. 오랫동안 다져온 내공으로 자신들의 지속성을 자기 손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FOREVER 1"은 큰 뭉클함을 준다.

Storage of ONF
WM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16일

마노: 남성 아이돌에게 있어 '군백기'란 일종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을 기꺼이 기다림으로 채워주는 팬들을 위해 입대 직전에 미리 준비해놓은 콘텐츠를 내놓는 경우가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곤 하는데, 아예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는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2021년 12월에 발매된 EP “Goosebumps”와 거의 동시에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타이틀곡 'Your Song'은, 보편적인 감성의 러브송으로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남기면서도 동시에 팀의 공백을 묵묵히 지켜주는 팬들을 향한 연서(戀書)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산뜻한 인트로를 지나 조금씩 애틋함을 쌓아올리고는, 넌지시 고음을 띄우다 이내 상쾌하게 터뜨리는 코러스에는 도저히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 이토록 티 없이 맑은 순정을 도대체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팬 서비스성 스페셜 앨범이지만 구성이 상당히 알차다. '소행성', '제페토'처럼 힘껏 내달리는 소위 '별안간 벅차오르는 오타쿠 저격 케이팝'의 갈래를 잇는 'Runaway', '여름의 모양'과 같은 재지하고 서정적인 넘버를 사랑한다면 외면할 수 없을 'Traveler', 팀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구를 준 힙합 트랙 'GUCCI', 마치 소년합창단처럼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My Song' 같은 오리지널 트랙이 다채롭게 포진되어 있다. 사실상 기수록된 곡들의 재녹음 버전이나 다름없는 리마스터 트랙들도 팬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보너스가 되지 않을지. 훌륭한 음악적 퀄리티에 비해 다소 허술한 프로덕션이 옥에 티이긴 하나, 어쨌든 팀의 다음을 이어가는 일종의 도움닫기로서는 충분히 그 기능을 해내는 한 장이라 할만 하다. 온앤오프가 새로이 맞이할 다음 여름을 고대한다.

LUMINOUS in WONDERLAND
SE 그룹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17일

조은재: 앨범 전반에 걸쳐 일정한 전형성을 느낄 수 있는데, 보통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는 아티스트가 종종 전형성을 추구한 앨범을 내곤 하기에 전형성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전형성은 청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아티스트의 면면을 소개하는 데에 좋은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루미너스의 정규 1집은 전형성이라는 함정에 빠져 아직 신인인 멤버들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데에 게으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곡들은 트랙간 볼륨 변화가 불안정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해도 근거가 명확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더블 타이틀곡인 'Creature'와 'Engine' 역시 그룹의 개성보다는 보이그룹으로서의 전형성에 의지하고 있는 곡인데, 특히 메인 타이틀곡인 'Engine'은 올해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이라면 한 번쯤 불렀을 법한 청량한 무드의 펑키한 사운드로 구성된 댄스 팝이다. 전형성의 가장 큰 함정은 바로 여기서 드러나는데, 비슷한 곡을 비슷한 시기에 다른 아티스트도 발표한다면 청중은 어쩔 수 없이 더 쉽게 질적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슷하고 보편적인 곡이기 때문에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될 여지가 더 큰 셈이다. 우리가 '대중성'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BETWEEN 1&2
JYP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26일

예미: "BETWEEN 1&2"는 트와이스가 오랜 기간 동안 쌓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지금의 열기를 즐기려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Talk that Talk'은 모두가 아는 사랑스러운 트와이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곡이지만 오랜만에 재개된 대면 무대를 배경으로 한 듯,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Queen of Hearts', 'Trouble', 'Brave' 등 수록곡들은 2020년부터 트와이스가 선보여 온 매끄러운 팝의 자장 아래에 있는데, 여유보다는 힘 있는 외침을 담아내며 친숙하면서도 당당한 애티튜드를 선보인다. 트와이스의 힘 있는 목소리를 맡아오던 나연과 지효가 이번 앨범의 뼈대를 담당하지만, 여기에 정연이 큰 몫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본작은 온전히 지금의 트와이스를 보여주는 앨범이지만, ‘When We Were Kids’는 현재까지의 시간을 잠시 되돌아보게 한다. 수많은 일을 지나오고도 미래를 약속한 이들에게, 굳건한 팀워크와 열정이 앞날을 기약해 주길 바라 본다.

Gasoline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30일

마노: 솔로로서는 11개월만의, 풀 렝스 앨범으로서는 3년 9개월만의 복귀작. EP였던 전작 "BAD LOVE"의 확장판이라는 인상이 여러모로 무척 강한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신스웨이브나 디스코 등 레트로 장르로 포진된, 틈틈이 잘 정제된 팝 넘버로 적절히 포인트를 주었다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또한 아티스트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아티스트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에 알맞은 사운드와 콘셉트를 능수능란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에서도 전작과 한없이 맞닿아있다.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 없이 걸출하였으나 EP의 특성상 러닝타임이 짧아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아쉬움이 남았던 전작을 대폭 확장한 만큼 풀 렝스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나 만족도가 무척 높으며, 전반적인 흐름에 있어서의 완급 조절이나 유기성 역시 말할 것 없이 빼어나다. 특히 'Guilty Pleasure'로 내달리다 'G.O.A.T', 'I Can’t Sleep', 'Ain’t Gonna Dance'에서 숨을 고르고 난 뒤, 'Another Life'에서 다시금 숨가쁘게 질주하고는 'Delight'와 'Proud'로 적절한 무게감의 여운을 주며 마무리하는 구성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솔로로서의 입지와 색깔을 완연히 굳힌듯 보이는데, 이 다음에 어떤 수로 또 세상을 놀라게 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저음과 가성의 낙차가 매력적인 'Bound', 전작의 'Helium'과 'Yellow Tape'을 섞어놓은 듯한 'Another Life'를 특히 추천한다.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wo
미스틱 스토리
2022년 8월 31일

비눈물: 'RING ma Bell (what a wonderful world)'은 전작들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복합적인 구조의 곡은 아니다. 다만 이전에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인 하드 록을 빌려오면서 데뷔부터 견지해온 '낯섦'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팝에 팝 록의 트렌드가 한창 흐르는 이 시점에서 단순히 유행을 좇는 행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말의 타협 없이 스트레이트로 내달리며 아웃트로까지 텐션을 잃지 않는 실연(實演) 트랙과 마지막 후렴구 속 두 메인보컬 하람∙수현이 맞부딪치며 꽉 찬 사운드의 혈을 뚫는 고음의 통쾌함에서 이 싱글의 남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힘차면서 스포티한 안무를 통해 록스타의 스탠스는 가져가면서 그룹의 이미지는 해치지 않도록 밴드 반주의 무게감과 시리어스함을 한 스푼 덜어냈다. 한편 "Reset해"라는 가사와 함께 목을 확 꺾는 듯한 션의 퍼포먼스에서 앞선 활동곡들에 내밀하게 스며있던 소름 끼치는 괴이함 역시 엿볼 수 있다.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wo"는 각 수록곡마다 다채로운 장르 다양성으로 타이틀곡의 흥미로운 음악적 경험을 이어나간다. 'my B = the Birth of emotion'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신스 프레이즈와 후렴구의 중독적인 리듬으로 이목을 확 끌고, 'B'rave ~ a song for Matilda'는 빌리의 디스코그래피 내에서 가장 정교하게 짜인 화음과 개성 있는 보컬 플레이를 선보인다. 앞선 두 트랙의 동력을 응축해서 화려하게 터트리는 타이틀곡 뒤로 이어지는 '$UN palace (Stroop effect)'은 밍지션 프로듀서의 특장점인 유려한 코드 진행과 가사 속 성장 서사("안개 속 헤메어도 난 계속 걸어가")를 통해 듣는 이의 감정을 차분하고 또 거세게 뒤흔들며 여운을 남긴다. 챕터의 마무리를 맡은 'Mcguffins ~ who's the Joker?'는 공식적으로 첫 앨범의 'the rumor'와 이어지지만 실은 'RING X RING'이 담은 혼란함을 고스란히 계승한 곡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복잡하게 뒤얽힌 보컬 레이어 뒤에서 살금살금 쌓아 올린 빌드업이 진실의 비웃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엔딩은 앨범에서 가장 큰 짜릿함을 안겨준다.
빌리는 데뷔부터 음악의 퀄리티와 프로덕션에 쏟는 노력만큼 심도 있는 세계관에 공을 들이고,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그룹의 특징으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음악과 이야기 사이의 균형을 맞춘 상태이나, 항상 조력자로 뒤에 있어야만 하는 세계관이 음악보다 앞서 존재할 경우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하지만 빌리는 완성된 결과물을 뒷받침하고 그룹에 일관된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역할로 세계관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그룹의 음악적 역량과, 츠키와 하루나처럼 매 활동마다 새롭게 조명되는 멤버들의 숨은 매력 등에서 언제라도 발할 수 있는 그룹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꾸준히 재밌는 음악을 만들고 고유한 영역을 확장해가는 빌리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