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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8월 – 싱글

2022년 8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뉴진스, 최예나, 소녀시대, 트라이비, 키노, 권은비, 블랙핑크, CIX, 아이브의 싱글을 다룬다.

2022년 8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뉴진스, 최예나, 소녀시대, 트라이비, 키노, 권은비, 블랙핑크, CIX, 아이브의 싱글을 다룬다.

뉴진스 ‘Attention’

New Jeans
ADOR
2022년 8월 1일

랜디: “이 곡에서는 ‘Attention’이란 단어의 부정적인 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멸적 시선에 맞서 싸우고 있지도 않다. ‘관종’ 같은 욕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문화는 관심을 구하는 행위를 꽤나 터부시함에도 말이다. 곡 소개에서 말하는 ‘당당함’은 격렬한 자기 주장이나 저항의 형태로 나타나 있지 않다. 그들의 ‘당당함’은 단지 ‘개의치 않음’이다. (중략) 걸그룹의 저항적인 이미지에는 분명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이미지에는 화자를 억압하는 무언가가 저항의 대상으로서 함께 한다. 듣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억압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이것이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Attention’은 그런 것들로부터 유리되어 여유 있고 칠(chill)하게 들린다. 이게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아닐까 걱정 되면서도, 지금 이 편안함이 달콤하게 들리는 건 이런 종류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설렘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꿈처럼 모호하고, 관념적인 투쟁으로부터는 한 발짝 떨어진, 한가롭고 매혹적인 곡이다.” (“About 뉴진스 : ①‘Attention’,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설렘” 中)

최예나 ‘SMARTPHONE’

SMARTPHONE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3일

예미: 'SMARTPHONE'은 일렉 기타가 섞인 발랄한 팝 사운드로 전작 'SMILEY'에서 보여준 최예나의 이미지를 이어간다. 퍼포머 최예나가 가진 밝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최예나 본인의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 이미지 안에 이야기를 구축한다는 점 역시 전작과 닮았다. 게임을 소재로 활용하여 콘셉추얼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가사에서는 '작은 방안의 Best Friend'인 스마트폰을 그려 현실감을 부여하는데, 최예나의 수행력이 노래와 영상 속 수많은 오브젝트를 한 데 모아 설득력을 갖게 한다. 현재의 최예나는 캐릭터에 서사를 채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자는 응원가가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소녀시대 ‘FOREVER 1’

FOREVER 1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5일

스큅: 가사와 밀착된 켄지의 멜로디 작법이 어김없이 빛을 발한 곡이다. 후렴구 직전 교묘한 반음을 짚으며 나지막한 다짐(“달려가 안을게”, “사랑해 기억해”)을 속삭이고는, 정박의 고음으로 가슴 벅찬 고백을 외치고 (“I love 너-”), 음을 떨어뜨린 뒤 상승하는 음계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의 모든 것, 내 전부인 너 우리는”), 이윽고 환희의 폭죽을 터뜨린다 (“영 원! We are one!”). 여기에 더해 ‘다시 만난 세계’의 메인 테마와 가사 직접 인용은 소녀시대가 지나온 세월의 깊이만큼 정동의 파고를 부여한다.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라는 막연한 기한의 약속이 “영원”으로 확언되고 확증되는 순간의 전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FOREVER 1’이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 곡이 처음부터 팬들의 응원법을 통해 성립되도록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담아 외친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할게”가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힘차게 화답되는 순간, 가사 속 “우리”가 팬덤과 청중에게까지 확장되는 순간, 노래 속 “영원”이 비로소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최고의 앤썸(anthem)으로 기억될 곡.

트라이비 ‘KISS’

LEVIOSA
TR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9일

에린: 'KISS'는 보컬과 랩 간의 분위기의 차이로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KISS' 단어의 마찰음을 길게 소리 내며 긴장감을 조성하다 힘찬 비트와 함께 신나게 흥을 유도하는 코러스로 이어져 활발한 에너지를 전달하듯 말이다. 또한 벌스 구간별로 랩은 위협적으로 무게감을 조성하고, 브릿지에서는 켈리와 송선의 가성 보컬로 아련함을 가미한다. 프리-코러스("Blow a little, blow a little KISS")에서 엄지손가락을 물고 내리꽂는 듯 눈빛을 보내는 표정 연기는 곡의 확실한 킬링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마지막 벌스의 프리-코러스에서는 서로 손바닥을 치며 장난스러움을 강조한다. 힘찬 동작을 구사하며 관중을 집중시키는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분위기가 널뛰는 'KISS'의 구심점을 잡아주어 각 구간마다의 낙차를 역동성으로 승화한다. 멤버들의 본연의 넘치는 기세가 앞으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키노 ‘POSE’

POS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9일

에린: 펜타곤의 메인 댄서이자 후이와 함께 그룹 프로듀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키노의 첫 번째 솔로 싱글이다. 'POSE'는 사랑에 빠지는 찰나의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사랑에 빠진다는 감정에 몰입하며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한 감각을 표현하고자 곡의 벌스 전환마다 'PAUSE'를 걸어 청각적인 서스펜스를 조성하고, 키노의 고운 미성과 어두운 베이스의 조화는 섹슈얼한 텐션을 자극한다. 현대무용 동작을 가미한 퍼포먼스는 관능미를 한껏 강조하는데, 후렴구에서 특유의 몸선을 강조한 동작이나 "Seven, six and give me five" 가사에 맞추어 포인트를 주는 손동작은 'POSE'의 정적인 특성들을 온전히 재현한다. 확고히 갖추어진 콘셉트와 스토리를 주축으로 그에 걸맞은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채운 'POSE'는 솔로 아티스트 키노의 안정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권은비 ‘Light’

KPOP CTzen OST
울림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17일

에린: KPOP CTzen 프로젝트 OST 'LIGHT'는 권은비의 "Color" EP의 연장선에 있다. 'The Colors of Light'와 'Glitch'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지며 정신없이 고막을 쏘아대던 전자음이 수중에 한데 모여 먹먹함을 만들어내고, 전자음을 겹겹이 쌓아낸 묵직한 코러스 가운데 하이톤의 이펙트로 고양감을 일으킨다. 특기할 만한 점은 복잡하게 겹치는 전자 사운드 사이 권은비 보컬의 역할이다. 자칫하면 본연의 곡이 갖는 전자음들의 존재감으로 인해 보컬이 부수적인 요소로 밀려날 수 있음에도 권은비의 보컬은 필수적인 주연의 역할을 꿰찬다. 산뜻함을 자아내면서도 내공을 갖춘 권은비의 보컬은 'LIGHT'에 신비로운 이야기를 부여하여 전달력을 높이고, 수중에 있는 듯 먹먹한 전자 사운드 위에 윤슬을 만들어내 곡의 아련함을 극대화한다. 프로젝트 OST이지만 "Color" EP에 이어 권은비라는 솔로 아티스트의 특색이 선명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블랙핑크 ‘Pink Venom’

Pink Venom
YG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19일

스큅: "장르의 혼종성과 명징한 캐릭터 활용법을 특징으로 하는 케이팝의 거푸집에 주물을 전부 미국 팝으로 채워 넣"는 것은 블랙핑크의 오랜 특징이었지만, 'Pink Venom'은 유독 케이팝의 포뮬라는 남길 것만 남기고 (혹은 취할 것만 취하고) 미국적인 코드는 어느 때보다도 진하게 녹여냈다는 인상이다. '뚜두뚜두', 'How You Like That' 등에서 한국의 전통 이미지로 대미를 장식했던 것과 달리 'Pink Venom'에서 인트로 거문고 사운드와 그 이미지는 사실상 맥거핀으로 기능하고, 거문고가 물러난 자리에는 Notorious B.I.G., 50 Cent, Rihanna, Taylor Swift 등 미국 대중 음악의 인터폴레이션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이와 함께 영어의 비중이 한층 더 높아진 가사는 여느 케이팝의 기능적인 여흥구 수준을 넘어 분명한 의미와 뉘앙스를 갖추는데, 단연 백미는 2절 리사와 제니의 랩 파트다. 어휘와 구문이 케이팝보다는 해외 힙합에 근접하는 영문 가사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발화자 개개인과 밀착되어 웬만한 래퍼의 직접 작사 결과물보다도 훨씬 더 진정성(authenticity) 있어 보인다는 인상을 남긴다. 셀린느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리사가 내뱉는 "and I’m still in CELINE / Designer crimes, or it wouldn’t be me"는 분명 한국의 아이돌 팝에서 쉽사리 마주할 수 없었던 종류의 펀치라인이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점은, 이러한 비-(혹은 반-)케이팝적인 내용물들이 결국은 다분히 케이팝적인 틀 안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디한 안티-드롭 식의 코러스 막바지 바이닐 디제잉을 연상시키는 안무에 이어 일순간 예스러운 브레이크다운이 펼쳐지는 시퀀스나, 멤버별 파트 전환과 완전히 연동된 빌드-업과 드롭, 마지막 사력을 쏟아붓는 '댄스 브레이크' 변주까지. 이 분절적인 구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케이팝 아이돌 그룹 프로덕션의 결과물이다. 최소 십수년 간 유지되어온 YG의 유구한 작법도 영민한 빼기와 더하기를 통해 색다른 인상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싱글.

CIX ‘458’

'Ok' Episode 1 : OK Not
C9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22일

조은재: 미니 5집 타이틀곡 '458'은 활동의 공백이 길었던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온 느낌이 역력한 싱글이다. CIX의 보컬은 최근 활동 중인 동년배의 남자 보컬과 비교했을 때 대체로 허스키한 톤인데, 이 보컬이 절 구간의 피아노나 금속성의 비트와 좋은 합을 보인다. 절 구간이 지나면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관능미를 한껏 발산하는 팔세토 위주의 후렴이 등장하는데, 여느 곡에 비해 후렴 구간을 짧게 배정해 집중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퍼포먼스의 규모감을 살리기 어려운 소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게 직조된 동선과 레이싱 콘셉트를 활용한 포인트 동작들이 시각적인 볼륨감 또한 충분히 제공한다. 레이싱 수트를 입고 카레이싱을 연상하게 하는 동작의 안무가 있음에도 뮤직비디오에 실제 레이싱카나 바이크 등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흥미로운 점. 프로덕션의 감각 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기량 또한 간만의 활약을 기다렸다는 듯 최고조로 올라와있어 특유의 에너지로 무대를 빈틈 없이 채운다. 보이그룹 레드오션 속에서도 특유의 색깔을 견지해나가고 있음을 당당하게 드러낸 수작(秀作).

아이브 ‘After LIKE’

After LIK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2년 8월 22일

마노: 생동감 넘치는 멜로디는 직관적이되 뻔하지 않게 청자를 사로잡고, 화사하게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레이션(스탠더드 팝 넘버 'I Will Survive'의 샘플링이다)이 더해져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위 말하는 '뽕끼'에 가까운 레트로이되, 굳이 비견하자면 케이팝 4세대 풍으로 잘 정제되었다고나 할까. 포화 상태에 이를 만큼 이른 작금의 케이팝 씬(scene)에서 이렇게 단 한 번 듣는 것만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곡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아이브는 그 어려운 것을 그것도 세 번이나 해냈다. 그룹의 거부할 수 없는 상승세에 부정할 여지 없는 쐐기를 박아버리는 호쾌한 한 방.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