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에이티즈의 의지를 증명하다
동사와 함께 쓰이면 보통 ‘~할 것이다’라는 미래형을 의미하곤 하는 영단어 ‘will’은 명사로 쓰이면 ‘의지’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에이티즈의 ‘캡틴(리더)’ 홍중은 12월 1일 발매한 에이티즈의 두 번째 풀 렝스 앨범 “THE WORLD EP.FIN : WILL”을 설명하며 ‘WILL’이라는 부제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언급했고, 이어 “‘(에이티즈의) 미래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상상했다는 2024년의 다양한 계획과 “다음 에이티즈의 챕터”에 대한 힌트를 살짝 흘리면서도,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 드리기 조금 힘들”다고 조심스레 못 박는 부분에서는 리더다운 책임감과 막중함이 어김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앨범을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홍중의 말대로 ‘에이티즈의 미래를 향한 의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지’를 가열차게 고민하고 증명해낸 나름의 결과물이라고도.
2023년 12월 1일, 기자간담회 현장은 영하의 추위가 무색하게 취재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약 40여 분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역시 쉼 없이 쏟아지는 질문으로 치열했다. 무려 4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풀 렝스 앨범이면서, 전작 “THE WORLD EP.2 : OUTLAW”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이후의 발매작이어서인지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일까, 회장에 선 멤버들의 얼굴에도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는 듯했다. 멤버 성화 역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4년 간의 노하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앨범인 만큼 애정도 많이 가는 것 같고 그래서 설레는 마음도 크고 떨리는 마음도 조금 있는 것 같다”고 상기된 기분을 넌지시 털어놓기도 했다.
첫 풀 렝스 앨범 “TREASURE EP.FIN : All To Action”의 타이틀곡 ‘WONDERLAND’가 팀 자체를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자리잡은 데다, 전작의 타이틀곡 ‘BOUNCY’를 통해 대중성까지 확보했다는 평을 받은 직후 발매되는 두 번째 풀 렝스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 다수의 곡에 직접 작사, 작곡 및 편곡으로 직접 참여하기도 한 홍중은 “전작 정규 앨범이 팬과 대중에게 좋은 평을 많이 받았던 앨범이라고 생각해서 곡 수를 줄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퀄리티 있는 곡들로 채워서 나오고 싶었다”며 이를 다소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전에 공개된 트랙리스트를 통해 인털루드와 아웃트로 트랙을 포함하여 12곡을 망라하는 볼륨으로 구성될 것임이 공표되었던 상황. 또한 팀 사상 최초로 유닛 및 솔로곡 4곡을 발표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콘서트 같은 곳에서 좀 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제쯤 유닛곡이나 솔로곡이 들어가는 게 가장 적합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다음 투어에 대한 힌트를 은연중에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전작 ‘BOUNCY’에 대해서는 “활동을 하면서 ‘청양고추’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와 훅킹(hooking)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팬 그리고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이번 앨범 (타이틀곡) 같은 경우 ‘BOUNCY’가 완성되기 전부터 준비했던 곡이라서 전작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이 되었으니 대중성을 노리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고 단호히 선을 긋기도 했다. 또한 “에이티즈가 할 수 있는 색깔들 중에서 또 다르게 정규 앨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내놓은 곡이라고 부연하며 “사실 대중성과 기존의 에이티즈 색깔 모두 염두를 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고, 에이티즈가 앞으로 보여주는 곡들이 획일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봤던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데뷔 이래 스스로의 기록을 경신해나가며 꾸준한 성장세를 수치로 증명하고 있는 팀답게 빌보드 차트인 등 소위 ‘커리어 하이’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역시 홍중은 “4년 전에 발매한 지난 정규 앨범이 (팀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조심스레 운을 떼며 “그래서 사실 수치라던가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곡의 완성도나 앨범 전체 유기성으로 조금 더 인정을 받고 싶다”면서 “빌보드 순위라던가 다른 커리어들을 아예 염두를 두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런 야망은 항상 갖고 있지만, 팬들과 대중들에게 우리의 음악성을 좀 더 각인시키고 싶은 앨범”이라며 차분하지만 당차게 이번 활동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멤버 성화 역시 “두 번째 정규 앨범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이야기하며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고, 또 유닛곡을 함으로써 각자 개인의 역량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라고 이번 앨범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코 짧지 않은 팀의 역사에 대해 멤버 산은 “올해 안에 해낸 일이 정말 많다”면서 “그 중에서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팬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많이) 만났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우리가 내년이면 6년 차다. 증명의 시간이 슬슬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년을 증명의 해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에이티즈라는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더 멋있는 성과를 거두겠다”고 2024년을 향한 야심을 시사하기도 했다. 진행을 맡은 MC 유재필 역시 지난 해 말부터 올해까지 약 1년 간 40만 명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팀의 해외 투어 성과 지표에 대해 말을 보탰다. ‘국내에서 얻고 싶은 반응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히 따라붙었다. 이에 홍중은 “국내 인지도를 더 올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돌고 돌아서 계속 찾는 답은 똑같은 것 같다. 에이티즈는 처음부터 무대로 증명했던 그룹이고, 좋은 곡들과 좋은 무대, 좋은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드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인지도나 (지표적 성과 등이) 국내에서도 있지 않을까”라며 목소리에 힘을 주는 한편, “(국내 인지도를) 목표로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해서 새롭게 에이티즈를 재정비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지만 강단 있게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산 역시 “저희 신념 그대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무대를 하다 보면 언젠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줄 거라고 믿고 있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팀의 성장사를 함께해온 팬덤, ‘에이티니’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순간도 있었다. ‘미친 폼’의 선공개 무대를 가지기도 했던 〈2023 MAMA 어워즈〉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소감에 대해 성화는 “수상한 것 자체에 대해 멤버들끼리 축하도 많이 했고 에이티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정말로 컸다”며 “시상식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우리끼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하나가 ‘이런 상을 받음으로써 에이티니에게 더 자부심이 되고 자랑이 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끼리 좀 더 열심히 해서 무대 위에서 정말 멋지게 보여드릴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보자’고 다시 한 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에이티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메인보컬 종호 역시 “두 개의 상 자체가 다 에이티니가 없었다면 받을 수 없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의미가 깊은 상인 것 같다. 에이티니에게 정말 감사 드리고 이렇게 좋은 상 선물해주신 만큼 앞으로 좋은 무대와 좋은 음악을 선물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MC 유재필은 “4년 전 첫 정규 앨범 기자간담회도 제가 MC를 맡았었다. 그 때 일지아트홀에서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자리를 꽉 채운) 기자님들을 보니 나도 오늘 정말 울컥하더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꾸준하고도 거침없는 성장세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에이티즈가 그들만의 굳센 의지로 앞으로의 미래를 환히 밝혀나가기를, “천둥과 같은 노래와 춤으로 세상을 거세게 뒤흔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취재=마노 | 사진=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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