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가 집계한 2023년 정식 데뷔 아이돌은 보이그룹 25팀, 걸그룹 18팀 총 43팀이었다. 이 중 전/현역 필진 9인과 객원 심사위원 3인(도니언, 파이, 늘)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 올해의 신인 7팀을 소개한다. 순위는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으며, 순서는 데뷔 순으로 정렬했다. 이들은 물론 리스트에 없는 이름들 역시 2024년에 멋진 활동을 기대한다.
에잇턴
에린: 에잇턴의 “8TRUNRISE”는 신인다운 데뷔앨범이다. 첫 곡 ‘WE’에서부터 시작점에 서 있는 에잇턴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지저분하게 퍼지는 록 사운드 위로 외치는 “앞으로 달려가 날 던져”는 신인으로서의 결연한 다짐 가득한 출발을 알린다. 타이틀곡 ‘TIC TAC’와 ‘Say My Name’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후렴구와 쉬운 리듬은 8TURN의 힘찬 챈팅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요동치는 에너지를 산뜻하게 표현한다. 이처럼 출발을 강조하여 힘이 가득 담긴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트랙들이 있는가 하면, 유리가 파열하는 듯한 소리를 사용하고 랩 퍼포먼스를 강조한 ‘WONDER’는 향후를 기대하게 하는 넓은 표현의 폭을 보여준다. (“Monthly: 2023년 1월 – 앨범” 中)
싸이커스
마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오래된 속담이 떠오른다. 준수한 트랙들을 갖췄지만 마무리감이 어설퍼진 바람에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친 꼴이 되고 만 모습이 사뭇 안타까워 드는 생각이다. (중략) 가장 즐겁게 들은 트랙은 뻔뻔할 정도의 에너지와 패기로 밀어 붙이는 ‘XIKEY’. (“Monthly: 2023년 3월 – 앨범” 中)
보이넥스트도어
스큅: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라는 이름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이들이 블락비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걸으리라는 점은 자명했다. 하기야 지금의 지코는 ‘Tough Cookie’ 때의 지코가 아닌 ‘아무노래’의 지코 아니던가. 그러나 이다지도 가벼운 무게감과 말랑말랑한 질감은 조금 놀랍긴 하다. “듣기 편하면서도 독창적인 이지리스닝 트랙을 기반으로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소개글답게 보이넥스트도어의 데뷔 싱글들은 지고지순한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낸다. (“Monthly: 2023년 5월 – 싱글” 中)
키스오브라이프
랜디: 데뷔 곡 ‘쉿 (Shhh)’은 세밀하게 쪼개진 힙합 리듬에 군데군데 설레는 R&B 코드들을 끼얹어 악센트를 준,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잘 알고 감각적으로 배열한 곡이다. 이를 징검다리 건너듯 경쾌하게 부르는 멤버들의 보컬도 수준급이다. 네 명의 멤버들은 뙤약볕 밑에서 더블더치 줄넘기 놀이를 하듯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팔을 잡고 당겼다 던지고 또 튀어나온다. 그룹형 가수는 군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 말끔함이나 파워풀함을 추구하게 된다. 반면 키스 오브 라이프는 흔치 않은 쫄깃한 그루브를 추구하고 있고, 이것이 칵테일처럼 여러 맛을 내는 노래와 찰떡처럼 어울린다. 메인 댄서 나띠를 필두로 펼쳐지는 무대 위 움직임에 가공할 야성미가 넘친다. (〈위버스 매거진〉 “이 주의 자체 콘텐츠, 소설, 음악 (2023.08.04)” 中)
제로베이스원
조은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그룹의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캐스팅’에 있다. 제로베이스원은 풋풋한 이미지의 소년미와 능숙한 무대를 선보이는 성숙미가 공존하는 멤버로 케이팝의 다양한 장르적 실험에 유리하게끔 구성된 그룹이다. 3년도 채 안 되는 짧은 활동 기간 안에 충분한 폭발력을 보여주려면 이 정도 멤버 구성은 갖춰야 한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라이즈
스큅: 라이즈는 가까이는 에스파의, 멀리는 기존 SM의 안티테제와도 같은 그룹이다. 이수만과 유영진 특유의 웅대한 기획이 사라진 자리, SM은 굳이 새로운 것을 채워 넣지 않고 “보이”-“그룹”이라는 본질에 천착한다. 난해한 세계관과 사운드 대신 가벼운 악기 소리만을 앞세운 콘셉트는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오로지 무리 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소년-청년들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다른 케이팝 그룹보다도 Backstreet Boys, Westlife, *NSYNC 등 고전적인 영미권 보이 밴드에 더 근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SM 3.0 시대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이자, 2023 보이그룹 러쉬에 정점을 찍은 올해의 신인.
영파씨
랜디: DSP미디어(이하 DSP)에서 에이프릴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이 본격 랩 그룹일 줄 누가 알았을까. (중략) 데뷔 곡 ‘MACARONI CHEESE’는 장난끼가 가득하지만 노라조처럼 완연한 코믹 송이거나 오렌지 캬라멜처럼 의도된 ‘뽕짝 댄스’가 아니다. 비트 자체는 진득한 힙합이다. 멤버들이 참여한 가사는 그저 마카로니 치즈 이야기다. 일상적 소재에 수준급의 음악과 춤으로 ‘재능 낭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키치를 선호하는 요즘 감성과 닿아 있다. (〈위버스 매거진〉 “이 주의 예능, 도서, 음악 (2023.11.03)”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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