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진심을 전하는 방식
지난 5월 7, 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화양연화 on stage: Epilogue〉는 방탄소년단에게 있어 여러 의미로 기념비적인 공연이었다. ‘Epilogue’라는 단어가 뜻하듯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간 이어진 ‘청춘 2부작’ 활동을 마침내 정리하는 공연이자, 그 지난 시간들이 그려낸 성공을 자축하는 특별한 의미 역시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열리는 장소마저도 특별했다. 체조 경기장. 한 회 1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이 가능한 극소수의 아이돌 그룹만 입성이 가능하다는, 바로 그 공연장이었다. 2013년 데뷔 이후 악스홀(2014년 10월), 올림픽홀(2015년 3월), SK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2015년 11월) 등 한국에서 아이돌이 공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규모의 공연장을 거쳐 온 이들이니만큼 멤버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뜻깊기 이를 데 없는 장소임에 틀림없었다.
많은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 내용과, 공연 중간중간 삽입된 영상들 역시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 활동을 통해 성취해 온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 빌보드 14주 연속 1위, 48만 장의 음반판매고, 대세 굳히기 등의 단어는 그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지난 1년이 남긴 빛나는 성과이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지금을 스케치한 명확한 수치였다. 세 곡의 신곡을 더한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 발표와 지난여름 두 달여에 걸친 월드 투어 이후 또 한 번의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소년들의 기자회견과 공연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껴진 두 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방탄소년단의 두 얼굴
이번 공연이 방탄소년단의 지난 공연들보다 유독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신곡 무대들 때문이었다. 이미 공연 5일 전 음원 발매로 인해 곡의 면면은 공개되어 있는 상황. ‘I Need U’의 처연함에 그루브를 더해 탄생한 ‘Save Me’와 ‘호르몬전쟁’, ‘쩔어’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불타오르네(Fire)’. 지난 4년여의 활동 기간 동안 방탄소년단이 가장 빛났던 순간의 양대 산맥을 압축해 지금의 기세로 증폭시킨 듯한 곡들이었기에, 특히 이 두 곡의 무대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냉과 온, 정과 동이라 나눠 불러도 좋을 이 선명한 두 개의 얼굴은 방탄소년단의 곡을 다루는 팝적인 감각이 “화양연화” 활동을 거치며 부쩍 상승한 점과 맞물려 완성도 높은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의외로 10곡이 채 넘지 않은 공연 전반부에 공개된 두 곡의 무대는 ‘Save Me’와 ‘불타오르네’의 순으로 이어졌다.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검붉은 빛의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 위에 선 이들은 두 곡이 이어지는 동안 표현 그대로 숨 쉴 틈이 없어 보였다. 곡과 곡 사이의 호흡도 그랬지만, 한 곡 안에 담긴 노래와 안무의 타이트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지르기보다는 밀어 넣는 형태로 자리한 후렴구 이후 숨 막히는 브레이크 타임이 이어지는 ‘Save Me’와, 공연장 수은주를 순식간에 높여놓은 불을 이용한 특수효과는 물론 수십 명의 댄서까지 동원해 압도적인 힘과 규모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불타오르네’까지. 지금 왜 이렇듯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 주목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여실히 증명해 준 무대였다. 특히 ‘Save me’의 경우 공연장 효과 때문인지 일종의 쿨 ‘스타디움 EDM’ 타임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선사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DJ KOO가 꿈을 꾸는 소녀들로 그렇게 꿈꿔 왔던 장면이었을까 하는 망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YOUNG FOREVER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몇 번이나 강조했듯, “화양연화” 활동을 통해 이들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청춘’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청춘 군상들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방탄소년단이 주목한 건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 속에서 고뇌하고 아파하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자신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애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는 랩몬스터는 실제로 그런 마음을 그대로 담아 신곡 ‘불타오르네’의 가사에 “네 멋대로 살어 어차피 네 꺼야 /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라는 구절을 넣었다 밝혔고, 제이홉은 수많은 구절들 가운데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난”이라는 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연을 통해서도 심장에 가장 가깝게 다가온 건 이들이 그토록 청춘에게 전하고 싶어 하던 바로 그 메시지들의 간절함이었다. 중앙 무대를 둘러싸고 서서히 올라온 대형 조명으로 분위기를 후끈하게 만든 ‘쩔어’나 플로어에서 3층까지 관객 올스탠딩을 이끌어낸 ‘흥탄소년단’, 마치 랩몬스터, 슈가, 제이홉의 ‘랩 한풀이’ 무대 같던 ‘Killer’ 등 공연장이 달아오른 순간들은 많았다. 하지만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오는 길, 가장 기억 속에 오래 남은 건 다름 아닌 ‘EPILOGUE: Young Forever’ 무대였다. 2시간이 넘는 본 공연이 마무리된 뒤 앵콜 이후 공개된 이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도, 뜨거운 환호도 없었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를 가득 채우며 천천히 지는 오렌지빛 석양을 등지고 몇 번이고 삼켰을 진심을 늘어놓으며 “꿈, 희망, 전진, 전진”을 반복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방탄소년단과 “화양연화”, 그리고 일곱 소년들의 진정한 ‘화양연화’를 함께 나눈 팬들만이 나눌 수 있는 지금과 진심의 순간 그 자체였다. “저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랩몬스터)라는 인사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진정 그 순간만큼은, 한 시대를 나눠가진 이들 사이 꽃 핀 진정한 화양연화였다.
취재: 김윤하 | 사진: 조성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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