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가 ‘Ooh-Ahh하게’ 활동 이후 6개월 만에 ‘Cheer Up’을 앞세워 돌아왔다. 발매 직후의 폭발적인 반응 역시 놀라웠지만, 그보다는 악곡과 뮤직비디오 자체에 녹아있는 것들에 더 놀랐다. 이 악곡의 BPM은 무려 175에 달한다. 한국에서 이렇게나 빠른 템포의 댄스 뮤직이 차트를 폭파한 기록은 많지 않다. 그런 와중에 뮤직비디오 안에선, 본격 ‘아무거나 코스프레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은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Sixteen〉 제작 발표회를 통해 트와이스에 대해, ‘귀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감동을 주는 그룹을 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뒤이어, 특히나 예능에 대한 욕심을 비추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이번 활동이 눈과 귀에 대해, 또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어떤 승부를 걸고자 했는지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끌어내 보려 한다.
‘빠른 음악’을 향한 도약
앨범의 보도자료는 ‘Cheer Up’에 대해 힙합과 트로피컬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차용한 곡이라 설명하고 있다. TR-808 드럼 키트를 기반으로 한 힙합 리듬을 통해 한 절을 채운 후, 이후 같은 템포의 정박 비트를 더해 가볍게 환기, 그대로 드럼의 밀도를 좁혀 단숨에 2배속의 세계로 도약하는 구성. 블랙아이드필승의 이전작,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에서도 시도되었던 극적인 대비를 통해 훅의 임팩트를 배가하기 위한 연출이다.
이러한 연출은 드럼 앤 베이스나 하드코어 악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0년대 이후 새롭게 양식화된 빠른 댄스뮤직의 방법론은, 굳이 디스토션 빡세게 건 소리를 대령하지 않고도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소리 간의 매칭을 조율해 경쾌한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길이 되었다. 그룹 단위의 트와이스가 지향하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도 어울리는 선정. 이래저래 뒤죽박죽인 악곡일지언정, 그 인상만큼 ‘대놓고 막 만든’ 것만은 아닌 셈이다.
본래 드럼 앤 베이스와 하드코어 테크노와 같이 빠른 템포의 댄스뮤직 장르들은, 과격한 양식이언더그라운드에서 먼저 등장하면 이후 종래의 음악과 대응해 그 과격한 에너지를 정제해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듀서 듀오 블랙아이드필승은 이 루트에 대한 무모한 역주행을 강행하는 동시에, 그 결과물을 아슬아슬하게 ‘팝’의 경계 안에 안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드럼 앤 베이스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킥 드럼과 하이햇이 모두 많은 음악”이라는 하박국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이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속도의 굵직한 메인 브레이크비트 사이를, 보조 타악기와 베이스, 그 외의 다양한 소리가 뒤엉켜 잘게, 또 묵직하게 박자를 쪼개 나가며 현란한 주행감(drive)을 느끼게 하는 부분.
정작 ‘Cheer Up’의 훅을 살펴보면, 코드 톤과 동일한 길이의 베이스가 옅게 내리깔린 채 메인 드럼만이 그 공백을 찍어 눌러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잘게 쪼개진 하이햇 루프 하나 없이 주변에 흩뿌려진 808 사운드는, 앞 파트와 통일성을 유지하고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한 ‘맛소금’에 불과한 상황. 어느 정도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다소 둔탁한 박자 설정으로부터 계속해서 허전한 느낌을 받을 여지가 남아있다.
‘나’를 연출하기 위한 코스프레
뮤직비디오를 뒤덮은 코스프레 파티 콘셉트에 대해선 어떤 평을 할 수 있을까? 트와이스는 이미 이전 ‘Ooh-Ahh하게’ 활동에서 영화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3, 조나단 레빈 감독)〉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를 깔고, 사나에게 게임 〈롤리팝 체인소우 (Lollipop Chainsaw, 2012, 가도카와 게임즈)〉의 줄리엣을 연상케 하는 코스튬을 적용한 바 있다. 반면 이번 ‘Cheer Up’에선 멤버 전원에게 그 범위를 확대하였고, 패러디의 대상으로는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이와이 슌지 감독)〉, 〈중경삼림 (重慶森林, 1994, 왕자웨이 감독)〉 등 좀 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단서는 다소 제한적으로 흩뿌려져 있다. 정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어항이나 벽 한편에 붙어 있는 콜라주 포스터 등, 〈중경삼림〉을 연상케 하는 최소한의 단서만을 남겨두고, 코스튬에 대해선 전면적인 리파인을 거쳐 원작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다른 멤버들을 살펴보아도, 본래의 형태를 온전히 재현한 의상을 착용하고 있는 것은 쯔위나 다현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코스프레 오타쿠 클럽 이벤트 OTACOS의 기획진과 주변의 코스플레이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원작에 대한 재현 또는 재해석이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하고자 하는 코스프레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하게 증가한, ‘라이트 코스플레이어’의 입장에 좀 더 최적화된 포맷.
트와이스는 그로부터 다양한 의상과 상징적 아이템을, 각 멤버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캐릭터를 가리키는 일종의 ‘방향지시등’으로서 활용해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널브러진 과거의 것들에 대해 이전처럼 ‘리스펙트’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 트와이스는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에게 최적화된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연출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Think about it twice
이러한 형태는 케이팝이 지금까지 누적해 온 경험과 보편화해 온 양식을 기반으로, 파편화된 서브컬처의 요소를 적용하면서 유도된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새로운 유형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와, 또 그것이 종래의 어떤 아쉬움을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반갑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 대한 보완이나 언급을 피한 채, 주변을 맴돌며 수박 겉핥듯 스쳐 지나가게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가령 앞서 언급하지 않은 이 악곡의 가장 큰 ‘관문’, 성차별적 가사의 문제 역시 그렇다. 트와이스만이 이런 가사를 읊조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구간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와이스가 ‘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 이는 종래의 ‘여성스러움’이란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위험 역시 남아있는 일. 제 올가미에 제 발이 묶이는 격이다.
지금 트와이스에 대해 가장 단순한 요약을 시도하면, ‘밝고 건강한 그룹’이라는 이야길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데뷔 6개월 차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모모의 선발 공정성 논란, 복장 논란, 쯔위 청천백일기 사태 등 유난히 많은 트러블에 휩쓸려 온 이력 역시 지니고 있다. 9명이 지닌 풍부한 잠재 에너지만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스크를 함께 떠안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트와이스.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JYP 엔터테인먼트는 이런 대규모 걸그룹을 프로듀싱 해본 이력이 없다. 효과적이지만 결정타가 되지 못하는 이러한 연출들은,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얻을 것은 얻되 너무 큰 ‘어그로’는 끌지 않으려는 전략에서 유도된 형태가 아니었을까. 트와이스의 마냥 밝고 건강한 모습은 누구라도 싫어할 수 없겠지만, 그에 앞서 이 그룹에게 더 기대하고,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새로움’이라 생각한다.
- Think About It Twice, ‘Cheer Up’ - 2016-05-11
- K-EDM의 이중나선, ‘Pick Me’와 ‘Crush’ - 2016-04-12
- 아키하바라상의 어떤 노심융해: 덴파구미.inc - 2015-01-19
One reply on “Think About It Twice, ‘Cheer Up’”
[…] 原文はこち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