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님은 대중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단 한 번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늘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음악평론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직접 가수를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저에게도 특별한 기억이었습니다. 2015년 가을, 당시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바쁜 해외 스케줄 탓에 방송을 몰아 녹음하는 중이었고, 심지어 첫 단독 콘서트를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공연과 뒤풀이로 많이 피곤한 상태라며 연신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온에어에 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2년 차 디제이다운 능숙함을 보여 놀랐던 기억도 납니다.
앞선 질문은 녹음 중 갑작스레 그가 저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연휴에 어울리는 편안한 음악을 소개하는 특별 코너였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었지만 그는 ‘‘평소에 평론가분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서요”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소 갑작스러웠지만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이리저리 이야기했습니다. 대중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정의되지 못한 상황에서 남용되는 대중성이란 말 많은 호사가들에게나 유용한 개념이다, 대중성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정당한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 대중성이 음악성과 대립항으로 취급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잘’하면 의외로 들을 일이 없는 단어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종현 씨와 샤이니는 ‘잘’하고 있으니까요.’ 립 서비스가 아닌 진심이었고, 희미한 웃음이 오갔던 듯도 합니다.
그와 제가 나눈 이야기는 방송으로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코너 성격에도 맞지 않았고, 선곡 길이도 길어 방송시간에 맞춰 노래를 몇 곡 빼야 할 정도였거든요. 그렇게 다소 무리하게 오갔던 저 대화가 이후로도 저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그 날 절 사로잡은 수많은 상념의 한가운데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 사람이었지 하고요.
지금은 없는 누군가에 대한 글을 쓰며 이렇게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와 더 가까운, 그를 더 사랑한 사람들도 견디고 있는 지금, 가벼운 한 마디를 보태는 것이 오히려 폐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몇 글자를 적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제가 기억하고 있던 저 작은 에피소드처럼, 그를 마음에 두었던 사람들의 가슴 속 하나하나 새겨진 그의 기억이 각자 다른 빛으로 빛나며 그를 보내주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 친구, 동료였던, 누군가에게는 매일 자정마다 변함없이 밤 인사를 나누던 디제이였던, 누군가에게는 흔한 아이돌 가수 중의 한 명이었던 또 누군가에게는 꿈과 숨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인정과는 상관없이 모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빛났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느냐거나 다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묻고, 노력하고, 만들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일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그렇지 않겠어요. 말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때로는 세상의 외면이 두려워 쉽사리 꺼내 놓기 어려운 깊은 내면의 어둠까지도 음악에 그대로 담아내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가 사라진 자리에서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 그가 내던 목소리와 내밀었던 손을 조금 더 솔직히 듣고 잡아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채를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자꾸만 ‘사람’이라는 말을 쓰게 되는 것에 어쩐지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가 생전에 입고 있던 외피는 ‘아이돌’이었으니까요. 사람다움을 인정받지 못하는, 어쩌면 사람다움을 지워낼수록 오래 버틸 수 있다 여겨지는 바로 그 직업군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서, 음악가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으로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멈추지 않았던 그를 이곳에서 새삼스레 기억하려 합니다. 그들에게서, 지금 여기에서 ‘사람’을 지우려 애쓰는 이는 누구일까요. 그가 SNS 프로필에 적어두었던 ‘청년’이라는 두 글자가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갑작스런 이별의 충격이 걷히며 조금씩 엷은 빛이 스며드는 듯도 합니다. 망각의 빛은 아니겠지요. 그와 얼만큼의 거리를 두고 살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노래, 무대, 깊은 밤의 한 마디, 개인적인 기억, 추억,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를 사랑했던, 그와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의 가장 빛나던 조각들은 각자의 소리와 형태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반짝일 겁니다. 그렇게 다시 빛으로 남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종현, 고생했어요,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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